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15
제53장 무한장 방문 (2)
강자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다.
근육을 길러 괴력의 소유자가 되는 방법도 있고, 오로지 내공심법만 죽자고 파 공력의 고수가 되는 방법도 있다.
재능이 있다면 상대의 수를 읽고, 교묘한 초식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신무학관은 정파의 요람.
대체로 균형 있는 무인을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호승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간단했다.
“너의 경우는 단순해.”
언호승을 보던 초운휘가 검지를 튕겼다.
“너무 강공일변도란 말이지. 뒤가 없어. 투로가 너무 직선적이라고.”
“하지만, 교관. 저 쪼그만 녀석은 강공일변도의 무식한 공세가 장점이라면서?”
“소혜와 너는 달라.”
애초에 기본기가 없는 탓에, 한 가지를 깊이 파는 쪽으로 집중을 한 모용소혜다.
반면에 언호승은 다르다.
“진주언가의 대공자잖아? 어렸을 때부터 기초를 차근차근 익히지 않았어?”
“배우긴 했지.”
“굳이 네가 다른 장점을 버리고 강공 하나만을 택할 이유가 없단 말이지.”
모용소혜는 모든 장점을 버리고, 오직 속도와 강권에만 치중한 상황이다.
무공에 대한 감각, 균형 등 고수의 조건을 모두 포기하고 하나에 집중한 것이랄까?
반면에 이미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 언호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됐다.
“익힌 것만 써먹는다고 해도, 지금보다 몇 번은 강해질 거다.”
“윽. 그럴까?”
시무룩해지는 언호승을 보니, 어째 완전히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다.
“투로를 펼쳐봐.”
“그거야 어렵지 않지.”
척.
한쪽으로 걸어가 발끝으로 반원을 그린, 언호승이 언가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휙! 파앙!
정권이 내쏘아진 순간, 권풍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팡! 파팡!
한차례 공격적인 권격을 쏟아내던 언호승이 멈춰 섰다.
“어때?”
“음. 딱 나쁘지는 않은 수준?”
딱 거기까지다.
무엇보다 잠깐의 시연에서 확실한 문제점이 보인지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뭐야! 내 언가권은 성취가 벌써 오성(六成)에 육박한다고!”
“한번 몸으로 느끼면 알 것 같네.”
스윽.
발끝으로 지면을 밀며 다가가자, 언호승의 당황스러운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살짝 시험해볼까?’
작게 살기를 내쏘자, 새파래진 안색의 언호승이 주먹을 뻗었다.
확실히 살기조차 느끼지 못하던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반응속도지만.
‘속도는 그럭저럭.’
느릿느릿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권격을 옆으로 흘리며, 언호승의 주먹을 시야에 담았다.
주먹에 박힌 굳은살을 넘어, 근육 골격의 움직임을 읽었다.
파악!
정권을 회수하며, 왼손의 장저가 턱 아래까지 솟구쳐 올랐다.
‘나쁘지 않은 연계기야.’
휘리릭.
역시나 상체를 기울여 장저를 피하고는, 언호승의 발끝을 살폈다.
언제나 전력으로 튀어 나갈 준비가 된 듯 발끝은 벌써 지면을 내리누르며 허벅지에 근육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퍼억!
“컥!”
냅다 발목을 걷어차자, 튀어 오르려던 언호승이 지면과 수평이 되어 떠오르더니.
철퍼덕.
대자로 뻗고 말았다.
“하, 한 번 더. 다시 해.”
“몇 번을 해도 같은 결과일 텐데?”
“이렇게 간단한 패배는 내 자존심이 용납 못 해.”
그렇다면 더 응해주지.
퍽퍽!
두 번이나 발목을 걷어차 반격하자,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기백으로 눈을 데구르 굴렸지만.
“옆구리가 비었다.”
퍼억!
“얼씨구. 뒤통수에는 눈 없냐?”
퍼억!
“다시 발목이 비었네?”
퍽퍽퍽!
연속으로 걷어차인 언호승이 완전히 뻗어버렸다.
“헉헉헉. 대체 뭐한 거야?”
“말했잖아? 넌 권법을 펼치는 데만 집중해서 빈틈이 많다고.”
일격필살로 승부를 보는데 골몰한 나머지, 다른 장점을 죄다 죽이고 있다.
“상급 무공은 날카로운 칼이다. 하지만, 무작정 휘둘러대서야 효율을 기대할 수 없지.”
“…지금까지 그걸 지적한 사람은 없었어. 지적하기 전에 코피 흘리고 쓰러졌거든.”
“지금까지 만난 애송이들이야 강공에 지레 겁부터 먹었겠지만, 고수가 될수록 네 약점을 공략하는 녀석들이 늘어날걸?”
“쳇. 일격필살의 승부가 좋은데.”
투덜대는 언호승을 무시하며 초운휘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자신을 지목하자 기겁한 얼굴을 하던 당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모기만 한 목소리로 애걸해왔다.
“이, 임시 교관. 살살 부탁해.”
“너 하는 거 봐서.”
사악!
한순간에 열다섯 걸음의 거리를 좁히자, 당간이 히끅 딸꾹질을 시작했다.
퍽퍽퍽퍽!
사정없이 명치 뒤통수, 옆구리를 찍자 당간이 꽥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소매에 손을 가져가던 당간이 머리를 감싸며 외쳤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문제야.”
이놈은 우선 근성이라는 것이 생길 때까지 쥐어짜야겠어.
마른 수건도 쥐어짜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거든.
***
뒤이어 적소일, 적소이 쌍둥이마저 갈아버린 초운휘의 평은 간단했다.
“다들 왜 이렇게 긴장감이 없냐?”
나름 준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니 큰 실망이었다.
“빠르게 간단히 상대를 때려눕힌다는 생각은 접어.”
지금까지는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실전도 경험하지 못한 애송이들은 이들이 가진 기본기와 내공, 상승무공에 지레 겁을 먹었을 테니까.
“실전을 겪은 녀석들이 늘어갈수록 너희들은 뒤처지고 말걸?”
“윽.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해결책은 간단하다.
“너희들이 더 이상 포식자가 아님을 인정하고, 바닥부터 시작해야지.”
“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심지어 난 패하지도 않았다고! 비겁한 것은 오히려 저쪽이야. 일곱 명이 쉬지 않고 비무를 신청해왔으니까.”
적당히 한둘만 상대하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대답에 초운휘가 미간을 짚었다.
“하아-. 요놈아.”
한숨과 함께 초운휘가 혀를 찼다.
“배에 칼이 쑥 들어오고도 ‘너희들이 치사하게 함께 덤비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겼다’라고 할 셈이냐?”
“…그건 아닌데.”
“차라리 이건 기회야. 매번 가혹한 실전을 하다 보면 또 실력이 늘 테니까.”
“그러다 패하기라도 하면….”
“이 악물고 다시 수련해서, 놈을 박살 내야지.”
“…뭔가 모양이 빠지는데.”
적소일 적소이 쌍둥이도 언호승과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맞아. 교관. 예전처럼 기발한 방법으로 어떻게 안 될까?”
“듣자 하니 두각을 나타내는 녀석들도 깨달음을 얻고 확 급성장했다던데. 뭔가 묘안 없어?”
“하아.”
답답한 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마음가짐부터 글러 먹었군.’
급성장을 시킬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여서야 제대로 지도할 마음도 생기지 않네.’
강호인은 멋지고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도리어 반대지.’
언젠가 칼에 죽게 될 운명을 품고 사는 이들이니까.
그럼에도 칼을 들어야만 가장 빛나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모순적인 존재가 다시 있을까 싶다.
오직 빛나고 멋진 것만 바래서야 풍진 강호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절대 아니지.’
요행으로 이룩한 성장, 고통 없는 성장은 모래 위에 지은 엉성한 누각 같은 존재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결국 드물게 초운휘가 목소리를 깔았다.
“너희들의 가장 큰 행운은 오늘 살아 있다는 점일 거다.”
살아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그러나 한 가지는 명심해둬.
“오늘의 행운이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걸랑, 얼른 접어.”
내일은 오늘 진흙탕에서 구른 녀석들의 세상일 테니까.
***
수련을 예고한 날의 저녁.
“…호수 말입니까?”
은밀하게 만난 독고율은 제안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워했다.
“응. 깊이는 코끼리가 빠져 죽을 정도로 깊고, 넓이는 이무기가 춤을 춰도 괜찮을 곳이면 좋겠어.”
“…모의 훈련장으로 안 되겠습니까?”
“곤란해. 박살이 날 것 같거든.”
돈으로 사천의 밀림을 옮겨오는 것은 마다하지 않지만, 기왓장 하나만 부서져도 칼같이 월봉을 뜯어가는 신무학관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군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어디 방법이 없을까?”
“그런 일이라면 백리세가를 찾아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백리세가?”
“최근 무한장주가 막대한 돈을 굴리며, 꽤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한성의 나루터를 몇 개나 소유하고 있으니, 분명 원하는 곳을 내어줄 수 있을 겁니다.”
역시 십대세가랄까?
물류를 운반하는 배는 물론이고, 나루터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설명이 들려왔다.
“대박이네. 얼간이인 줄 알았더니, 할 때는 하는 모양이야.”
“주군 덕에 정신을 차린 탓이겠지요. 뭐, 슬쩍 지원을 한 것도 있긴 합니다만.”
“나는 가내의 행복까지 책임지는 근면 성실한 교관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하오문을 통해 은밀히 조력을 했다고 해도, 한순간에 백리세가의 금권을 휘어잡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장로 백리선호가 무한장을 버려두고 소호에 온 것도 다시 무한장주를 신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버리는 패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구석에서 도움이 되겠는걸?
생각하며 초운휘가 검지를 튕겼다.
“좋아. 백리세가로 가정방문을 좀 가야겠어.”
“바로 허가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
그날 저녁.
모처럼 외출을 나온 초운휘는 혼자가 아니었다.
“헤헤. 참 좋네요.”
옆에 찰싹 달라붙은 백리설이 생글생글 웃었다.
“야야. 떨어져, 덥다.”
“오랜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나오는 것도 좋네요.”
“덥다니까?”
“나중에 졸업하면 둘이서 강호를 유랑하는 것은 어떨까요?”
“…덥….”
“아. 이왕이면 각지의 명승지를 돌아보는 거예요. 같이 절경도 구경하고, 밤에는 이것저것…. 헤헤헷.”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한쪽 팔에 달라붙은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필사적인 기세로 정수리를 밀어붙이는 탓에 옥신각신하던 초운휘는 포기하고 말았다.
“히힛. 히힛.”
팔 한쪽 내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에휴. 이젠 나도 모르겠다.’
한숨을 푹푹 쉬고 있자니.
“그런데 교관님.”
팔에 매미처럼 매달리던 백리설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왔다.
“무한장에는 무슨 일이세요?”
“…응, 그건 말야.”
짧게 설명하자 백리설이 흐응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버지 놈이라면 알겠네요.”
“…아버지냐, 놈이냐.”
하나만 해.
“혹시 수련을 위함인가요?”
“응.”
짧게 긍정했다. 솔직히 예전처럼 초원에 끌고 가 마구 굴릴 생각도 했지만.
‘언제 풍객이 소식을 전해 올 수 없으니, 자리를 지켜야지.’
더군다나.
– 장강수로채. 구강채주.
풍객이 보내온 짧은 글귀와 함께 능풍운과의 마지막 술자리가 떠올랐다.
“자네. 혹시 장강수로채에 대해서 들어보았나?”
“갑자기 왜?”
“후후. 아무것도 아닐세.”
분위기를 보아하니 능풍운 또한, 사도의 행적에 대해 들은 모양.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직접 사도를 쫓을 요량인 자신으로서는 슬슬 수전의 감각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이놈들도 굴리고, 예전의 감각도 되살리고. 괜찮은 기회지.’
운이 좋으면 능풍운 녀석도 사도를 대비한 훈련에 끌어들일 수도 있겠지.
“후후후. 함께 갈아주마.”
웃음을 흘리자, 무게감이 느껴지던 팔에서 부르르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불길한 목소리로 백리설이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죠? 갑자기 오한이 들었어요.”
“별것 아니야.”
“지금 굉장히 무섭게 웃고 계신 데 정말 아닌 거 맞아요?”
“아니라니까.”
이런. 제길.
여자들은 다들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 거야?
‘도무지 알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