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50
61. 호북성 무한(2)
연맹에서 운영하는 사업체답게, 소종천이 택한 객잔은 여러 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길 만한 시설이었다.
“자자, 이쪽으로 드시지요.”
본부에서 지급받은 신분 패를 보여주자, 지배인이 직접 달려와 일행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그는 소종천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본부의 고위 간부와 관계된 인맥이라고 생각했는지 극진한 태도를 보였다.
객잔은 나무랄 곳 없는 청결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음식 맛도 흠잡을 곳 없이 훌륭했다.
다른 손님과 마주칠 일이 없도록 객실도 따로 나뉘어 있었기에, 일행들은 편하게 식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아들. 우리는 먼저 쉬러 들어갈게.”
“아, 그러실래요?”
“우리 꼬마 아가씨는 아줌마랑 같이 자자꾸나.”
음식을 몇 점 집어먹고 나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백서향의 손을 붙잡고, 모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종천을 비롯한 기존 동료들은 다들 엄청난 무위를 가졌기에 괜찮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동안의 장거리 이동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
딱히 힘든 일은 없었다지만 익숙하지 않은 선실생활을 며칠씩 이어왔으니,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을 만했다.
각각 따로 숙박할 수 있도록 인원에 맞춰 방들을 빌려두었기에, 모친과 백씨 부녀는 별다른 문제 없이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먼저 자리를 옮겼다.
“너희들은 괜찮지?”
“물론이오.”
“문제없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뭘 묻고 그래?”
“그렇지? 내일까진 쉬기로 했으니 간만에 진득하게 마셔볼까.”
팔팔한 젊은 피들만 남았기에 곧바로 식탁 위로 술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높은 경지에 오른 뒤로는 저절로 내공이 술기운을 몰아내어 어지간히 마셔도 취하지 않게 되었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취해볼 마음으로 일부로 내력을 억눌러가며 주기(酒氣)를 몸 안에 받아들였다.
“크으! 뱃속이 뻥 뚫리는 것 같네!”
“이건 어떤 술이라고 했소? 독하긴 한데 향이 마음에 드는구려.”
“뭐였더라? 종류별로 다 가져다 놓고 따르다 보니 뭐가 어떤 건지 헷갈리네.”
“뭐 하냐 사혜야? 내숭 떨지 말고 팍팍 들이켜!”
“난 취하게 되면 종천에게 따지고 싶은 게 많아질 것 같은데.”
“……으음. 미안, 천천히 마셔라.”
다들 내력으로 취기를 해소하지 않고 마시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했기에, 일행들은 금방 불콰한 얼굴이 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잔을 들어 올렸다.
“혹시 술 시중을 들 아이들이 필요하시면…….”
기분 좋게 마시고 있자니 술병을 나르던 종업원이 넌지시 기녀들을 들일 것인지 의향을 물어왔다.
“오, 그것도 나쁘지 않…… 허흠! 그냥 우리끼리 놀다 갈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딱히 이상한 짓을 하는 장소도 아니고 그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기녀들이 있을 뿐이지만, 한사혜가 눈을 번뜩이며 쳐다봐 차마 안으로 들이진 못했다.
장자군과 남궁건이 살짝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치가 없는 이들이 아니기에 별말 없이 각자 주거니 받거니 술을 따르며 잔을 기울였다.
적당히 술이 들어가 기분 좋게 취한 일행들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떠들며 잡담을 나누었다.
“북부 지역에는 마교의 세력이 어느 정도나 모여 있으려나?”
“글쎄다. 매번 말이 나오는 걸 보면 규모가 작진 않을 것 같은데.”
“어쩌면 오악과 다시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소.”
“음. 그놈들은 확실히 위험했지. 그래도 남은 건 이제 두 놈뿐이니까.”
활이라는 사용하는 이가 드문 병기로 초절정에 오른 궁마.
아직 만나보진 못했으나 오악 중 최고수라 알려진 검마.
둘 다 허투루 상대할 수 없는 강자임이 분명하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검마는 도마보다 반수 위로 평가되는 것이 세간에 알려진 이야기지만, 지금의 내 수준이라면 일대일의 상황에서 충분히 비벼볼 만할 거야. 거기에 궁마가 가세한다 해도 건이 녀석이 있으니 걱정이 없고.’
일행들의 전력이라면 초절정 수준의 마인 두 명은 이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최악의 가정을 한다면 무혈마라는 현 마교의 우두머리까지 전투에 포함되는 경우인데.’
천마가 사라진 이후 마인들을 이끌고 있는 마교의 부교주 무혈마 역시 초절정의 강자.
정확한 무위는 알려지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지만, 오악 중 최강이라는 검마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일 것이 자명하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진 않겠지.’
무위가 급증해 버린 일행들에 대한 정보는 아직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마인들이 다시 습격해 오는 상황이 생긴다 해도 부하들이나 더 동원하려 하겠지, 최고위 간부 전원이 몰려오는 일까진 생기지 않을 터.
장자군과 한사혜도 상당한 실력자이니, 오악에 절정급의 마인 몇이 더해진다 해도 승산은 충분할 것이다.
‘이쪽의 전력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알려지기 전에 마교의 수뇌부 중 한 놈만 더 제거할 수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아무런 걱정 없이 날뛰고 다녀도 괜찮을 텐데.’
바라는 대로 일이 잘 풀릴지는 북부의 전장 지대에 도착해 봐야 알 수 있으리라.
“저기, 종천.”
그렇게 잠시 마교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장자군이 말을 걸어왔다.
“어. 왜?”
“우리, 더 강해질 수 없을까?”
소종천은 그가 말하는 우리의 범위가, 장자군 본인과 한사혜를 뜻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절정 상급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역시 남궁건과 비교하면 부족하게 느껴지겠지.’
심득을 전해 받고 각성의 비약을 사용하며, 단숨에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남궁건.
친구이고 동료라 해서 경쟁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한순간에 추월당한 자신들의 무위가 불만족스러운 것도 이해가 간다.
“초절정에 오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아무래도 그렇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장자군.
덩달아 한사혜 역시 조금 경직된 표정이 되었고, 술자리의 분위기는 살짝 가라앉았다.
“미안하지만 당장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런 방법이 있다면 진작에 사용했을 것이다.
초절정 무인 넷의 전력이라면 어떤 적이라도 두려울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심득과 각성의 비약으로 영웅 뽑기의 힘을 전부 소화했으니, 게임으로 치면 맥스 레벨에 도달한 거긴 할 텐데. 물론, 이게 완전히 게임 시스템과 동일한 것은 아닐 테니까, 본인들의 노력으로 경지를 더 올릴 수야 있겠지만.’
이미 절정 상급이라는 기반을 쌓았고 나이들도 어리니, 언젠가는 장자군과 한사혜 두 사람 다 초절정에 오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닐 것이라는 게 문제.
“그런가…… 미안, 당장 이 이상을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거겠지?”
“뭐, 이해는 하는데. 너무 조급해하지는 마. 지금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너희들은 충분히 의지가 되었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소종천의 말에 일행들은 멋쩍게 웃어 보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간지러워지는 말을 했다 싶은 소종천은 헛기침을 하며 잔을 채웠다.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술이나 마시자고. 이렇게 놀 수 있는 시간이 흔한 것도 아닌데.”
“그것도 맞지. 종천을 따라다니면서 여유롭게 지냈던 때는 수왕채에 머물렀던 순간뿐이었으니.”
“음.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경험이었소. 그런 옷매무새는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니.”
“엄청났지……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다.”
“흥.”
어쩔 수 없는 수컷들의 대화에 한사혜의 눈이 가늘어지며 샐쭉한 얼굴이 된다.
“넌 또 왜 심통이야. 자, 한잔 받…….”
소종천이 잔을 채워주기 위해 한사혜에게 다가가던 순간.
누군가 거칠게 방문을 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훅 퍼져오는 술 냄새.
누가 봐도 꽤나 거하게 마셨음을 알 수 있는 사내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다 비슷비슷하게 삼십 대쯤 되겠군. 다른 방에서 마시던 사람들인가?’
방을 잘못 찾아온 건가 싶어 눈을 떼려는데, 사내들 중 문을 열었던 이가 휘적거리는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이르어언 대가리에 피도 아안마른 쉐이드리!”
“엥?”
“뭐어? 마교가 어쩌고 초절정이 어째? 떽! 너거들 같은 어린 연놈들이 언급할 정도로 우스운 것들이 아니다!”
소종천은 이건 또 무슨 병신인가 싶어 입을 다물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송서범은 돈푼깨나 만진다는 거대상가의 자식으로, 무한의 밤거리에선 개망나니로 유명한 인사였다.
그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었으나 무인들에게 두려움을 느껴본 일이 없었다.
가진 배경 덕분에 가문의 호위무사가 자주 함께하기도 했고, 친우들 중 대형무문 출신이 몇 명 있기에 무인이라는 존재가 익숙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곳에도 자신의 친우 하나가 무려 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되어, 축하를 하기 위해 모이게 된 자리였다.
송서범은 무인이 아니나 절정의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잘 알고 있다.
‘친구의 능력은 내 능력이나 다름없지. 내가 그동안 먹여준 돈값이 얼만데. 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이 더욱 든든해졌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며 술을 마시던 그는, 슬슬 자리를 파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복도를 걷던 중 꽤 거슬리는 내용의 대화 소리가 들려와, 성질을 참지 못하고 난입하게 된 것이다.
마교 세력을 운운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초절정이 되니 마니 하는 말은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나이 지긋한 무인들이면 모를까 상당히 젊은 목소리들이었기에, 어떤 놈들인지 얼굴이나 봐야겠다 싶어 문을 열었다.
‘전혀 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군. 어린 것들이 어디 함부로 입을 놀려?’
큰돈을 굴리는 집안의 출신답게, 송서범은 무한에서 알아주는 세력의 사람들과는 다 안면을 트고 있다.
딱 봐도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고 면식도 없는 소종천 일행을, 송서범은 건드려도 탈 날 일 없는 어중이떠중이들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큰소리로 호통을 치며 자신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이놈들! 어디서 덜떨어진 무공 조금 배워놓고 거물이라도 된 것처럼 느끼나 본데, 진짜배기 무인들 귀에 그런 헛소리가 들어가면 크게 경을 치르게 되는 법이다!”
사실 무인도 아닌 이가 할 소리도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송서범은 남에게 으스댈 기회가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인종이기에, 생겨 먹은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이었다.
상대가 나이가 어려도 무공을 한 수라도 배웠다면 이런 행동이 위험할 수 있겠지만, 바로 뒤에 자신의 친우들이 있기에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발끈해서 덤벼들길 속으로 원했다.
그럼 자신의 친우가 나서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들어줄 테니 말이다.
“거, 형씨. 남의 이야기에 신경 끄고 가던 길이나 가쇼.”
소종천은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담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마시고 있었는데, 웬 머저리 하나가 끼어들어 기분을 망치고 있다.
그래도 보아하니 무인도 아닌지라, 차마 주먹부터 나가진 않고 조용히 돌려보내려 했다.
“이놈이 어른이 충고를 하는데 제 잘못을 모르고 혓바닥을 놀리는구나!”
하지만 상대는 말로 해서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아…….”
한숨을 내쉰 소종천이 뒤편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몇몇은 일반인이고 몇몇은 무인인데, 대부분 이 상황을 유흥거리라 생각하는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꼭 이런 짜증 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구만.’
푸쉬익.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소종천의 몸 주변으로 수증기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일부로 억누르고 있던 내력이 움직이며, 몸에 쌓은 술기운이 단번에 배출된 것이다.
“으읏!”
근처에 다가와 있던 송서범이 퍼져나가는 주기를 한 호흡 들이쉬고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간만에 한창 기분 좋게 놀고 있었는데 말이야.”
드드드득!
작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주변의 사물들이 가볍게 떨리며 흔들렸다.
내력을 끌어올린 소종천이 한껏 기세를 방출한 탓.
“허억!”
“이, 이게…….”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쪽들의 의견을 좀 들어볼까?”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사람들의 귓속으로, 소종천의 날 선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뽑기로 무림최강 15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