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83
43. 오색
바라던 결과에 환호한 소종천은 알람을 확인했다.
[오색 무구 당첨!]‘엥? 무구?’
알림을 읽은 소종천의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강력한 무공 혹은 내공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줄 영약도 아닌, 고작 무구라니?
‘아이 씨…… 설마 꽝은 아니겠지?’
은색 등급의 무구만 해도 제법 고급품이 나오니, 오색 등급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신병이기가 등장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본인이 다루지 않는 종류의 병기라면 아무리 뛰어난 보물이라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나와도 이런 곤란한 게…… 에이!’
투덜거리며 감정을 시도한다.
등장한 것은 한 벌의 옷.
생긴 것을 봐서는 겉옷은 아니고 안에 입는 종류의 상의였다.
남성이 아닌 여성용인가 싶은 전체적으로 조금 작은 크기.
다행히 만져보니 제법 잘 늘어나는 재질인지라,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무슨 쫄쫄이 반팔 티셔츠처럼 생겼는데.’
입이 댓 발은 튀어나온 소종천이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설명을 훑어보았다.
[용린천잠보의] [천잠의 실로 짠 옷감에 용의 비늘 두 개를 덧대 만든 옷. 신수의 피를 매개로 그린 법진이 깃들어 있어, 영묘한 술법이 상시 발동되고 있다. 추위와 더위, 독기를 막아주며 손상을 입어도 스스로 복구된다.]꽤나 긴 설명.
상등품의 무구조차 ‘실력 있는 장인이 만든 무엇이다’ 정도의 짧은 설명인 것을 생각하면, 귀물은 귀물인지 제법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귀중한 보물…… 이긴 한 것 같긴 한데.’
천잠(天蠶)이란 특별한 환경에서만 발견되는 매우 희귀한 누에로, 무협소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영물의 일종이다.
이 천잠이 뱉어내는 실인 천잠사로 만든 옷은, 가볍고 튼튼하여 대개 무림 최고의 방어구 중 하나로 취급되는 편.
거기에 온갖 영물들이 존재하는 무림에서도 환상의 존재처럼 여겨지는 용의 비늘까지 재료로 들어갔다 하니, 확실히 보물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물품일지도 모르겠다.
‘용이란 게 이 동네에는 진짜 있긴 한가 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소지품창에서 출고한 보의를 천천히 살펴본다.
앞뒤로 돌려보고 뒤집어 보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냥 평범한 옷과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다.
굳이 차이를 거론하자면 옷의 질감이 독특하다는 정도.
‘용의 비늘이란 건 어디로 갔어?’
여기저기 만지작거려 보니 옷감 안쪽에 삽입된 것으로 보이는, 얇은 판 같은 것이 두 개 느껴지긴 했다.
심장부와 하복부를 감싸는 형태.
‘심장과 단전을 보호하는 거네. 근데 이런 옷에 방호력이 있긴 할까?’
질감이 독특하긴 하지만 금속처럼 단단한 것도 아니고 두께 역시 평범한 옷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무려 오색 등급의 보물이라기엔 설명만 그럴싸할 뿐, 대단한 신기로 보이는 형상은 아니었다.
잠깐 두리번거리던 소종천은 보의를 앞에 있던 나무에 둘렀다.
성인의 허리통에 두 배는 되는 둘레였지만, 옷의 신축성이 꽤 좋아서 어렵지 않게 묶어둘 수 있었다.
‘자가 수복이 된다고 했으니 조금쯤 실험해 봐도 되겠지?’
살짝 떨어진 소종천이 보의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쏘아져 나가는 기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옷이 살짝 나무 안으로 파고든다.
“호오?”
충격 때문에 나무가 조금 파이긴 했지만, 보의 자체는 멀쩡했다.
하긴 이 정도로 구멍이라도 났다면 오색이 아니라 금색 등급만도 못한 수준이었을 거다.
조금 더 강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몸을 움직여 권격을 가했다.
뻑!
강맹한 권력에 큰 소리가 나며 나무가 흔들린다.
소종천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묵직한 소리가 난 것치고는 보의는 물론이고 나무조차 크게 상하지 않았다.
‘충격을 상당량 분산시켜 주는 모양인데? 힘을 많이 빼긴 했지만, 이 정도라.’
다시 한번 자세를 잡으며 땅을 박찼다.
이번에는 힘을 아끼지 않고 적당량의 내력을 운용하며 주먹을 내뻗었다.
빠악!
아까보다 큰 소리가 울리며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무는 멀쩡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 무사한 건 아니고, 권격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안으로 파고들어 주먹 모양의 흔적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소종천의 권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상처라고 볼 수도 없다.
‘이 정도 두께쯤은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는데. 확실히 제법 충격을 줄여주긴 하는구나.’
보의의 상태를 살피자 촘촘하게 짜여 있던 옷감이 조금 헤져서 벌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이내 손상부위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천천히 오므라들더니,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상태로 복구가 되었다.
‘괜찮은데?’
이번엔 전력을 다해 공격해볼까 생각하며 주먹을 든 소종천은 고개를 저으며 행동을 멈췄다.
복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는데, 실험을 하다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그게 무슨 바보짓이란 말인가.
‘전력을 다하면 옷이 찢어질 것 같은데? 괜히 복구가 안 되면 곤란하니 일단 이쯤 해두고.’
보의 자체의 방호력이 이만한 수준이라면, 직접 사용했을 때의 효과는 더 뛰어날 테니 그럭저럭 만족할 만하다.
소종천은 이제 어기충검을 넘어 검기상인이 가능한 절정의 경지.
물체에 기를 불어넣어 감싸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용린천잠보의에 내력을 덮는다면 더욱 뛰어난 방호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같은 절정의 무인이 가하는 공격도, 몇 번 정도는 큰 피해 없이 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무공이나 영약이 아닌 건 아쉽지만, 확실히 뛰어난 방어구이긴 하네. 상황에 따라 여벌의 목숨이 되어줄지도.’
솔직히 기대했던 오색 등급치고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긴 하지만, 그냥저냥 섭섭하지 않을 만큼은 되는 것 같다.
‘아, 저것도 확인해 봐야지.’
실험을 마치려던 소종천이 다시 기수식을 취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 부착된 용린이 있는 부분도 한번 때려보긴 해야겠다는 생각.
‘설마 저게 진짜로 용의 비늘일까 싶지마는.’
소종천이 주먹을 뻗었다.
옷의 하단부에 위치한, 착용했다면 단전이 있을 자리를 향해 권격을 가했다.
팅.
“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먹을 회수한 소종천이 멍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굉장히 기묘한 감촉이다.
‘뭐지? 힘을 뺀 것도 아니었는데.’
분명 아까와 다를 바 없는 공격이었는데,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벼운 소리만 울리고 끝.
나무에는 전혀 권력이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충격을 완전히 흡수했다고?’
표정이 변한 소종천이 다시 한번 공격을 가했다.
퉁.
여전히 같은 결과.
잠시 머뭇거리던 소종천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최대한의 내력을 운용했다.
내력이 주먹으로 집중되자 희미하게 금광이 서리며 흐릿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온전한 절정의 경지임을 증명하는 기예.
권기(拳氣)의 발현이다.
쿠웅!
소종천이 거세게 진각을 밟았다.
쏘아지는 신형과 함께 전력을 다한 강맹한 공격이, 용린이 위치한 부분을 강타한다.
터엉!
아까보다 더 큰 울림이 발생했다.
“이럴 수가!?”
하지만 결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정의 무인이 전력을 다해 가한 공격조차 완전히 흡수해 해소시킨 용린천잠보의.
소종천의 눈이 크게 떠지며 곧 기쁨의 탄성을 뱉어냈다.
‘미쳤다! 굉장한 보물이었잖아?’
비록 심장과 단전을 향하는 공격에 한해서라지만, 완벽에 가까운 방어 능력을 손에 넣은 셈이다.
한계가 어디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내력을 불어넣어 감싸기까지 한다면, 아마도 절정의 극에 달한 무인의 공격조차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무적에 가까운 방어 능력이라니. 진짜 용의 비늘인 모양이네.’
전설 속의 신수인 용의 몸을 보호하는 비늘이라면 이럴 수도 있겠거니 싶다.
인간을 넘어선 초인의 경지인 초절정에 도달한 무인의 공격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무림에 그만한 경지를 이룬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숨어 있는 은거 기인이 많은 강호무림이라지만, 초절정의 무인이 한 시대에 두 자릿수를 넘어간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만하면 충분히 절대적인 방어력이라 자신해도 과언은 아니긴 했다.
‘용린이 두 개가 아니라 옷 전체에 달려 있었다면 진짜 대단했을 텐데. 아무리 오색 등급이라도 그건 너무 사기겠지?’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 보니 그런 상상이 들긴 했지만, 지금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긴 했다.
원래 입던 옷을 벗어 던지고 보의를 착용한 뒤 겉옷을 걸친 소종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헤실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감지되었다.
“좋은 일 있어? 얼굴이 폈네.”
이제는 수왕족의 대표자가 된 홍려아였다.
“그러는 그쪽은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일이 바쁘긴 한가 보네.”
“야! 여자의 면전에 대고 그딴 소리를 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소종천은 어깨를 으쓱거려 보였다.
대왕의 자리에 오르고 여러 문제를 수습하느라 고생했는지 조금 수척해진 홍려아.
그래도 수왕족 여성의 우월한 육체가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빛을 발하는 외모라 소종천의 말은 그냥 농담일 뿐이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홍려아가 곧 표정을 바꾸고 슬쩍 거리를 좁혀왔다.
“전에 내가 했던 제안은 생각해 본 거야? 이제 슬슬 대답해 줬으면 좋겠는데?”
“아…… 글쎄요.”
“아이, 참! 말 놓으라고 했었잖아. 우리가 그렇게 딱딱한 관계는 아니잖아?”
누가 들으면 되게 친한 사이인 줄 오해할 것 같다.
‘분명 저번에 치렀던 비무 뒤로 딱히 별다른 대화 없이 데면데면한 관계로 지냈었는데. 왜 갑자기 친한 척을 하고 그…… 그런 엄청난 제안을 해온 건지 모르겠네.’
곤란한 표정을 짓는 소종천에게 홍려아가 몸을 밀착시키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 어허! 뭐 하는 겁니까?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럼 아무도 없는 내 방으로 갈까?”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왜 갑자기 나한테 끈적끈적하게 구는 거야?”
소종천의 말에 홍려아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왜기는? 넌 외지인이지만 우리 부족의 은인이고, 무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뛰어나잖아. 솔직히 얼굴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씨왕으로 삼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으니까.”
그랬다.
마교와의 혈전 이후 홍려아는 소종천에게 자신의 반려가 될 것을 요청했고, 당황한 소종천은 생각해 보겠다고 둘러대며 자리를 피한 적이 있었다.
대왕의 자리를 물려받은 이는 이른 시일 내로 씨왕을 정하고 후계자를 키워내야 한다.
수왕족의 관습상 뛰어난 혈통을 유지하는 것도, 무리의 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공적인 의무의 하나다.
‘아니…… 나야 이런 미녀가 구애를 해주니 고맙다 못해 절이라도 하고 싶긴 한데.’
띠동갑이라는 나이 차이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수왕족은 증조할머니뻘의 여성도 중년 미부로 보이는 사기적인 외모를 갖고 있으니, 걱정해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정기가 빨려 죽을지 모를 자신의 미래다.
‘그러고 보니 심 사형은 대단한 남자였네. 대체 얼마나 절륜하기에…… 아, 아무튼 이게 아니라. 내가 마냥 수왕채에 눌러살 순 없는 몸이라 곤란한데 말이지.’
마교와의 일도 그렇고 세상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느낌이라, 좋다고 마냥 수왕채에 눌러앉아 살다간 더 큰 흉사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대답 없이 머뭇거리고 있는 소종천의 모습에, 홍려아가 맹수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를 드러냈다.
“설마 나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거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원래 남녀 관계란 게 이렇게 급진적으로 이루어져선 안 되고, 특히 혼인은 예로부터 인륜지대사라고 하여…….”
“뭐래? 똥 씹는 소리 하지 말고! 남녀관계는 그냥 살 맞대고 비비며 살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게 돼 있는 거야!”
“……아, 이게 젊은 처자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데.”
너무 적극적이라 무서울 지경이었다.
잠시 씩씩거리던 홍려아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말을 걸어왔다.
“후우, 자꾸 빼니까 화가 나서 조금 흥분했네. 마음 좀 진정시키게 저번에 그것 좀 해줄래?”
“어? 뭘…….”
“아이! 그거 말이야. 소리 지르는 거.”
무슨 소린가 했더니 사자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만났을 때도 요청을 해서 들려준 적이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웬 사자후를…… 생각해 보니 저번에도 사자후 소리를 듣고 태도가 이상해졌었는데. 무슨 이상한 취향이 있는 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종천에게, 홍려아가 몸을 더욱 밀착시키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해 줘. 그때처럼 거칠고 강렬하게…… 내 안을 파고들어 짜릿하게 만드는…….”
“표현이 왜 그따위야!”
깜짝 놀랄 발언에 당황하고 있자니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행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바쁘니? 아, 미안. 바쁘겠구나.”
“대낮부터 그런…… 크흠! 나중에 다시 오겠소. 좋은 시간 되시오.”
“아니, 아니! 그런 거 아니거든?”
소종천은 멀어지려는 일행들을 붙잡고, 꽤나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사혜를 불렀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게 용건이 있던 참이다.
“나도 마침 찾아가려고 했는, 어이? 듣고 있냐? 정신 차려!”
살짝 넋이 나가 있는 한사혜를 붙잡아 흔들었다.
“으, 으응?”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였지만 일단 반응을 하였기에, 소종천은 한사혜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너한테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
“아……?”
소종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했다.
홍려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어디서 꺼냈는지 장자군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육포를 꺼내 물고 씹기 시작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8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