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92
46. 환경미화(2)
신룡현에서 관도를 타고 북상해, 감자현을 거쳐 청해성에 인접한 석집현에 이르기까지.
일행들은 무수히 많은 흑도의 무리를 때려잡으며 이동했다.
“저는 입단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남은 평생 착실하게 살겠습니다!”
“진즉에 그렇게 살지 그랬니. 그리고 팔 하나쯤 못써도 착하게는 살 수 있단다.”
빠드득.
“아악!”
사파의 거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상인들을 갈취하며 자라난 흑도의 꿈나무 청년도.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애송이 놈들! 내 뒤에 어떤 분이 계신 줄 아느냐!”
“응. 저승사자가 있네. 너 데리러 왔나 보다.”
빡!
“끄억!”
한평생 양민들의 고혈을 빨아 배를 채우며 살아온 노련한 흑도인도.
하나같이 소종천의 눈에 걸리면 최소 팔 하나씩은 망가지며, 흑도인의 삶을 마감해야 했다.
비록 오래가지 못할 현상이 되겠지만, 사천 서부는 소종천의 행보로 인해 일시적인 청정 지역이 되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촌구석까지 뭔 깡패 새끼들이 이리 많아?”
“그러게. 말로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마을을 이동할 때마다 바퀴벌레처럼 득시글하게 기어 나오는 흑도인들을 강제로 교화시키기 위해, 소종천과 일행들은 쉴 새 없이 무력을 휘둘러야 했다.
원래 제대로 무공을 배운 젊은 후기지수들이 강호에 출두하게 되면, 가장 흔하게 하는 행동이 흑도방파를 깨부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후기지수들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규모가 큰 흑도방파 중에는 우두머리-가 일류에 들어선 무인인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젊은 후기지수들에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
하지만 일행들에겐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가장 앞장서서 날뛰는 소종천을 감당할 수 있는 세력이, 커다란 도시도 아닌 외각의 작은 현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괜히 모든 문파가 한 사람의 고수를 배출하고자 사활을 거는 게 아닌 것이다.
“종천.”
“응?”
제압한 적들의 팔을 예쁘게 분질러주고 있던 소종천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옆을 돌아봤다.
이윽고 한사혜가 만들어놓은 참상을 발견하며 기겁하게 되었다.
“으악! 뭐야!?”
한사혜의 손에 쓰러진 사내들의 바지가, 하나같이 가랑이 사이가 찢겨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모골이 송연하게도 찢어진 것은 바지의 천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원래 있어야 할 다른 것도 함께 뜯겨나간 상태.
태어나 처음으로 하혈을 경험하고 있는 사내들은, 이미 눈이 풀린 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에 여기저기 흩뿌려진 흉물들의 모습이, 소종천을 꽤나 오싹하게 만들었다.
“헉!”
“으음…….”
소종천보다 조금 늦게 현장을 목도한 장자군과 남궁건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동공이 흔들린다.
“야…… 왜 이렇게 해놨어?”
팔이나 다리를 불구로 만드는 거로 처벌을 끝마치려 했는데, 소중한 그곳까지 잃게 되다니.
아무리 기생충 같은 놈들이라지만 너무 심한 짓이 아닌가 생각하는 소종천에게, 한사혜의 손짓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런 썅.”
한사혜가 가리키는 곳에서 흑도무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는 여인들이 걸어 나왔다.
제대로 된 옷가지도 걸치지 못한 상태로, 서로의 손을 꼭 쥐고 떨고 있는 수척한 외형의 여성들.
무고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흑도 놈들이 휘두른 것이, 단순히 폭력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눈에 상황을 이해한 소종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질이 아주 나쁜 놈들이었네. 전부 뜯어버려.”
“응.”
소종천의 허가에 한사혜의 신형이 바쁘게 움직였다.
비명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며, 피로 물든 고깃덩어리들이 바닥을 뒹군다.
허락은 했지만,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에 몸을 부르르 떤 소종천은, 한사혜가 하고 있는 분리 작업에서 눈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로 같은 심정을 느낀 장자군과 남궁건이, 살짝 질린 안색으로 발밑을 조심하며 다가왔다.
“사천에 속한 현은 여기가 마지막이네.”
“청해성에 가까워져서 그런가? 여태까지 봤던 놈들보다 규모도 크고, 하는 짓도 꽤나 악질인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이자들을 제압할 때 유독 독심방이라는 이름을 많이 내뱉었던 것 같소. 듣자 하니 청해에 자리 잡은 흑도의 세력인 듯하오만.”
“아, 독심방이라면 나도 조금 알긴 해. 연맹에 속하지 않은 사파 중에서 제법 규모가 큰 방파로 알고 있지.”
목을 주무르며 장자군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종천이 질문을 건넸다.
“뒤를 봐주니 어쩌니 떠들어대더니 그건가 보네. 독심방이라…… 보복이 들어올까?”
“그건 아닐걸? 그만한 세력이면 절정의 무인이 존재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압도할 만한 전력을 쉽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곳도 아니니까.”
“이런 흑도의 무리는 어차피 다른 이들로 금방 대체되기 마련이니, 크게 신경 쓰진 않을 것이오.”
“기득권을 두고 세력 다툼을 하는 거라면 그쪽에서도 좌시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런 게 아니잖아?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우리들의 신분이 가볍지 않으니 이런 일로 보복하려고 들진 않을 거야.”
소종천을 제외한 일행들은 전부 연맹에 소속된 대형문파 출신.
독심방이 나름대로 규모가 큰 사파라고 하나, 고작 하부의 흑도 조직이 무너진 일로 책임을 따져 묻기엔, 점창파와 남궁세가 그리고 적사방은 어느 한 곳도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게다가 비록 뒤를 받쳐줄 배경은 없다 해도, 절정 지경의 무인인 소종천의 존재는 상당한 부담이 될 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악당 놈들이 뒷일을 생각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지.’
일단 청해에 진입하고 나서부터는 조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이런 흑도 놈들도 문제지만, 상납을 받아 처먹는 대형 사파 놈들도 충분히 나쁜 새끼들인데.’
소종천의 입장에선 정사 따질 것 없이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정파의 세력은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양지의 사업을 통해 충당하는 편이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사파의 집단은 대부분 음지에서 불법적인 일을 벌여 자금을 벌어들인다.
‘물론 정파라고 다 깨끗한 사업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양민들을 쥐어짜는 사파보단 낫긴 하겠지.’
소종천은 독심방이라는 이름을 머릿속 한편에 기억해 두었다.
일행들의 말처럼 부딪힐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청해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력이라니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연맹의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청해성은 흑도의 무리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곳.
그쪽 지역의 사파 세력이 가진 이권에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될 예정이니, 독심방이든 어디든 충돌이 생겨나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성도인 서녕에 도착할 때까지는 지금처럼 눈에 띄는 쓰레기들을 전부 치우고 다닐 거니까.’
소종천이 딱히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충분한 무력을 갖추고 있는데,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는 놈들을 마냥 내버려 둘 이유도 없었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눈앞에 지저분한 것들이 보인다면, 지금까지처럼 전부 치워 버릴 셈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소종천의 그런 행동은, 청해성의 사파 세력과 마찰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 * *
청해성 공화현.
서녕까지 하루 거리를 남겨두고, 일행들은 거센 환영 인사를 받게 되었다.
“벼락 맞을 놈들!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얘는 뭔데 이리 당당해? 누가 보면 우리가 나쁜 놈인 줄 알겠다, 이 새꺄!”
뻑!
눈알을 부라리는 무인의 머리를 후려갈겨 기절시킨 소종천은, 손을 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작스러운 습격이었지만 다행히 일행 중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조금 위험할 뻔했네.’
서른이 넘는 수의 인원.
그중에는 일류에 도달한 무인도 열 명이나 섞여 있었다.
예민한 기감 덕분에 소종천이 빨리 눈치를 채서 다행이지, 모르고 기습을 당했다면 동료 중 누군가는 부상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꽤나 본격적인 대응을 해오는군. 이대로 계속 움직여도 괜찮겠소?”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내일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데, 위험하다 싶으면 조금 돌아서 갈까?”
“글쎄. 어쩐다?”
붙잡은 이들을 심문한 결과.
상대는 역시나 독심방에서 나온 무인들이었다.
일행들이 와해시킨 흑도의 무리에 독심방의 하부조직이 적지 않게 섞여 있어, 보복의 의미로 기습을 감행한 것.
이번의 공격으로 독심방이 소종천 일행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정확한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이 정도만 보낸 거겠지.’
붙잡은 인원을 통해 정보를 캐보니, 하필 독심방의 본거지도 소종천의 목적지인 서녕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만약 이대로 일정을 진행한다면, 녹옥불장의 소유주를 만나기도 전에 독심방과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잠깐 고민하던 소종천은 결정을 내렸다.
“음…… 이대로 가자.”
“괜찮을까?”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독심방이 제법 규모가 큰 방파라지만, 연맹의 대형문파들과 비교하기엔 한참 부족한 세력이다.
절정의 문턱을 밟은 무인의 수는 방주와 부방주까지 딱 두 명뿐.
정보를 뱉어낸 독심방의 무인은 자신의 세력에 절정 지경의 무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듯이 과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소종천이 생각하기로 독심방의 총력이 그 정도라면, 실제로 동원 가능한 전력은 오늘 습격한 인원 정도가 최대치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다.
‘절정 둘에 일류 수십 명쯤 몰려온다면 다들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만, 어차피 그렇게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거대한 이권을 두고 다투는 것도 아니고, 독심방이 소종천 일행을 상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시체 네 구가 전부다.
아무 이득도 없이 손해만 막심한 결과를 위해, 그들이 자신의 전력을 동원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사로잡은 독심방의 무인에게 전언을 남겼다.
“내 무공을 봤으니 내가 어떤 경지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
“흥! 너같이 어린 녀석이 방주님처럼 고절한 경지의 무인이라고 말할 생각이냐?”
“아닌 것 같아?”
“……큭.”
소종천이 일류의 무인들을 동시에 상대하며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리는 것을 목격했으니, 믿기 어려운 일이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서 전해라. 흑도 놈들을 더 건드리지는 않을 테니, 성도에서 괜히 서로 힘 빼지 말자고.”
속마음을 반쯤 숨긴 말이었다.
소종천은 녹옥불장의 소유주와 만나 교섭을 마칠 때까지만,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잠시 멈출 셈이었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교섭 건이 마무리되고 나면, 돌아가는 길에 치우면서 가면 되지.’
뱉은 말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에게 그 정도 기만하는 것쯤은 상관없다고 여겼다.
습격자들을 격퇴한 후 일행들은 기존의 계획대로 여정을 계속했고, 다음 날 예정대로 청해의 성도인 서녕에 도착할 수 있었다.
뽑기로 무림최강 9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