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Repair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염룡자의 경고 (2)
보름의 시간이 지나 주문했던 요단들이 도착했다.
상점 주인이 수완을 발휘했는지, 배달부 또한 범상치 않았다.
구자성 직속의 결단기 수도자가 직접 비행법기를 타고 날아온 것이었다.
이 일을 위해 적지 않은 품삯을 줬으리라 짐작됐다.
‘꽤 유능하군. 앞으로 쓸 만하겠어.’
요단을 구입하고 남는 공적치로는 대량의 약재를 사들였다.
청유단을 제련해볼 생각이었는데, 어찌나 공적치가 많이 남았는지 약재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청유단을 거의 수천 알을 제련해낼 정도였다.
“확실히 구자성의 물가가 싸네.”
만약 단문종에서 영석을 통해 무언가를 구입하려 했다면,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사치를 부릴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요수전장의 구자성은 달랐다.
이곳에선 일체 영석을 받지 않았다.
거래를 할 때 영석을 들이밀면 오히려 상대방이 싫어했다.
오로지 직접 전투를 겪고 얻을 수 있는 공적치만이 유일한 화폐.
완전히 분리된 시장이었다.
상점 주인에게 물으니 이렇게 답해주었다.
[구자성은 산수들의 꿈과 희망입니다! 만약 여기서도 영석을 허용했다면 팔대종문의 수도가문들이 모든 전리품들을 싹 쓸어갔겠지요. 전투엔 전혀 참여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결국 산수들이 또다시 착취당하는 구조가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현명하신 구자성주께선…….]때문에 진귀한 재료나 요단을 얻고자 하면, 아무리 고귀한 신분이라 할지라도 몸소 나서서 싸워야한다.
상점 주인은 이것을 구자성주의 업적이라 칭송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혼령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그러니 보다 효율적으로 산수들을 이용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만들어냈을 거라 여겼다.
“형님, 저 두이입니다.”
“어. 들어와라.”
두이가 지휘소에 들어오자, 나는 다섯 개의 목함을 꺼내 내밀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받아라. 이걸로 오기조원에 오르면 된다. 너는 어차피 정식 편제도 아니니 당분간 전장에 서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도 없을 거야.”
자신을 위해 요단을 준비했단 것을 알아챈 두이가 감격한 표정이 되었다.
그날, 내가 오십의 요수들과 전투를 벌여 마련한 요단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래도 꽤 쓸 만한 것들로 준비했다. 듣기로는 결단 후기급의 요단이라 하더라. 이 정도는 돼야 내 동생이 기반으로 삼기에 부족하지 않겠지. 하하하.”
“가, 감사합니다… 형님.”
덤으로 나는 사륜칠절공의 뇌기를 일으키는 구결 또한 전수했다.
한꺼번에 요단을 다섯 개나 받아들이면, 몸 안에 탁기가 지나치게 쌓인다.
그때 뇌기가 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어서 가서 수련해라. 너는 아직 약해 인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어, 그래. 근데 화련이는 어디 있냐?”
내 물음에 두이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답을 하기가 조금 민망해보였다.
“그, 그 분은 계속 성벽에서…….”
“아, 됐다. 안 들어도 알 것 같으니까.”
아마 지금도 수하들을 구해주며 여신 소리를 듣고 있을 것 같았다.
두이를 내보낸 뒤, 나도 성벽 쪽으로 올랐다.
“여기 두 놈 올라온다!”
“연체사 어디 있어!”
지난번과는 달리 비교적 여유로운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염웅족 장로 놈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지난 보름 동안 칠요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염웅족이 빠진 세 종족이 연합해서 공격해오고 있었는데, 내가 결단기급 요수들을 싹 쓸어버린 덕분에 그들의 공세는 치열하지 못했다.
화련이가 앙칼지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 위험한 놈 없어? 죽을 것 같은 녀석 없냐구!”
얼마나 여신 소리를 듣고 싶었는지, 곧바로 영륜포를 쏘기 위해 성벽의 이곳저곳에 영석괴뢰들이 포진해있었다.
저계 수도자들이 대꾸했다.
“하하하! 여신님! 오늘은 들어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여신님. 임무가 끝나면 언제 한번 제가 식사라도…….”
“어, 어? 인마! 너 선 넘지 마 이 새끼야! 저분은 만인의 여신이신데 어딜!”
그들의 너스레에 화련이가 팔짱을 끼운 채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올라온 것을 보곤 쪼르르 달려왔다.
“어, 장철! 언제 올라왔어?”
그 해맑은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수들이 우리를 보고 중얼거렸다.
“맞지? 맞는 것 같지?”
“어, 확실하다. 연애 경험 80년차의 내 촉으로 볼 때 저분들은 부부사이가 틀림없어. 하다못해 최소 장래를 약속한 사이일 거네. 내기를 해도 좋아.”
“지랄. 혼인도 못하고 연애만 80년인 게 자랑이냐.”
화련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두이에게 요단을 선물해주었단 말을 했다.
“뭐야, 자기 동생만 챙기는 거야? 나는……?”
“어? 너도 뭐가 필요해?”
“당연히 필요하지! 내 괴뢰들을 봐. 얼마나 초라해. 이 아이들도 요단이 필요하다고.”
괴뢰에도 요단이 들어가던가?
잠시 전인금뢰술의 기억을 뒤져보았다.
연기급의 목각괴뢰.
축기급의 철조괴뢰.
결단급의 영석괴뢰.
그리고.
다음 경지부터는 명확한 형태가 없었다.
다만, 궁극에 이르게 되면 생체괴뢰를 다룰 수 있을 거란 언급이 있었고,
이것이야말로 강시(僵尸)와 괴뢰(傀儡)를 구분할 수 없는 지고한 경지라 표현됐다.
고계 수도자를 완전히 제압한 뒤, 원영마저 지배해버린 뒤에 모종의 술법을 통해 사역하는 것이 바로 생체괴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피시전자가 생전에 다룰 수 있었던 술법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괴뢰의 원영에 손상이 생겨 수명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랄까.
굉장히 비윤리적인 방법이기에 화련이가 이걸 선택하진 않을 거라 예상했다.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방법은 괴뢰의 중심회로에 위치한 단첩석을 요수의 요단으로 대체하는 방법이었다.
영석괴뢰의 단첩석이라 해보았자 고작 극품영석 몇 개를 중첩시킨 것뿐이다.
그러니 결단기 이상의 요단을 끼운다면 괴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터였다.
“아… 너도 요단이 있어야겠네.”
“그래! 구해줄 거지?”
구해줄 거냐는 물음에 갑자기 적운자가 생각났다.
‘불쌍한 적운자…….’
단약을 징하게도 뜯겼다.
이젠 내 차례인가보다.
“으, 응… 구해줄게.”
“저번에 보니까 장철 너 엄청 세던데. 그럼 원영기 요수도 잡아줄 수 있지?”
원영기 요수라면 못해도 요족 장로를 찾아봐야한다.
칠요는 만인장과 동등한 원영 후기 이상일 테니 아직은 내 힘으로도 힘들 것 같다.
“알았어. 보이면 잡아올게.”
승낙이 떨어지자 화련이 기쁜 얼굴을 한 채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약간 아쉬웠다.
이전 삶의 그녀였다면 나를 안아주지 않았을까.
‘운이 좋다면 입맞춤이라도……?’
순간 나도 모르게 입술을 쳐다보았다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화련이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역시 눈치가 귀신이다.
* * *
단조로운 일상이 흘러갔다.
요수들은 쳐들어왔으며, 산수들은 막아냈다.
물론 우리측 사상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고작 축기급 요수들의 공격으로 타격을 입기엔, 버티고 있는 자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기 때문.
첫째론 성극.
결단 대원만의 경지에 올라 천인장에 필적하는 전투력과 더불어 탁월한 지휘능력을 갖춘 녀석이다.
놀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산수들을 이끌어주는 아주 고마운 녀석.
둘째론 화련.
통칭 전장의 여신(女神)이다.
성극이 미처 대비하지 못할 때 어김없이 영륜포를 날려 산수들을 구해주며 칭송받는 게 일상.
덕분에 전장에서 가장 인기가 드높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나.
아마 내가 있기 때문에 요족 장로 놈들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리라.
세 종족이나 연합을 했음에도 아랫것들만 닦달하기 바빠 보였다.
‘하긴, 죽고 싶지 않은 다음에야 감히 올 수 없겠지.’
도박왕 정만복은 이 기회를 살려 본업에 충실하고 있었다. 요수들을 처리한 다음 틈이 날 때마다 다른 수도자들을 살피고 있었다.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옥간에 무언가를 적는 게 보였다.
‘저 정보를 이용해 또 다시 도박을 할 생각이겠지.’
미친놈이다.
산수들 또한 얼굴이 밝았다.
“이 단약… 정말 괜찮은 물건인 것 같네.”
“맞소. 천인장께서 직접 만드신 거라 하던데, 보기단에 비해서 월등한 효능이지 않은가?”
“자네는 얼마나 구입했는가?”
“공적치의 절반 정도는 썼네. 이번에 남으면 다음번에 쓰면 되겠지.”
거의 지환단에 필적한 효능을 지닌 단약.
스승께 배운 비방으로 만들어낸 청유단(靑流丹)이었다.
이곳 구자성에선 영력의 회복을 빠르게 마칠수록 생존율이 올라가기에, 주로 요상단보다는 값비싼 수련단약이 애용되고 있었다.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땐 지환단을 사용하고,
그보다 조금 나을 땐 보기단, 혹은 요상단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청유단을 무척 싸게 공급하자,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다투어 구입해가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싸우지 않음에도 공적치가 빠르게 쌓여갔다.
“흐흐흐… 이거야말로 창조경제구나. 장사치들이 왜 나이가 들어서도 그만두지 않는지 이제야 알겠다.”
임무를 시작한지 거진 두 달이 되었을 때.
두이가 폐관을 마치고 나왔다.
녀석은 오기조원(五氣朝元)을 이룬 것이 확실했다.
내가 알던 모습과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너… 두 번째 환골탈태를 한 것이냐?”
두이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나에게 감사를 표한다.
“예, 맞습니다.”
“하하하! 잘 됐구나!”
옆에 있던 화련이도 맞장구쳤다.
“오, 와… 두이 너 키가 조금 큰 것 같아. 환골탈태를 하면 키가 커지는 거야? 나도 무공을 익혀볼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오행에 대해 깨달으니 몸이 재구성되더군요. 내면에 많은 것들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형수님이 무공을 익히시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형수님이란 말에 화련이 펄쩍 뛰며 대꾸했다.
“혀, 형수라니……!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장철과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거든?”
두이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 아직 아니신 건가요? 형님, 조금 더 힘을 내셔야겠습니다.”
“…….”
“산수 녀석들도 그러더니 두이까지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한 화련이가 쉬러 가야겠다면서 후다닥 도망쳤다.
이전 삶과 달리 아직 부끄러움이 많아보였다.
‘환골탈태를 하면 농담이 늘어나는 건가……?’
두이의 변화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때 염룡자(炎龍者)가 나를 호출했다.
* * *
십 장(30m)이 넘어가는 드높은 첨탑.
그 최상층이 바로 염룡자의 거처였다.
평소 수련에 미친 그가 원하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수련을 하려다보면, 필연적으로 주변의 소음이 방해가 된다.
그 때문에 고민 끝에 마련해낸 방법이 바로 고층건물이었다.
물론, 주 노조처럼 신역을 일으켜 외부와 단절시킬 수도 있었지만 염룡자는 항상 신식을 발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딸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염룡자는 공법서를 든 채 탐독하고 있었다.
나도 그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을 겸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시선을 움직여 그 공법서를 바라보았다.
지화성단술(地火成段術).
‘음?’
염룡자가 어떻게 저것을 구했을까.
‘그는 구자성주에게 직접 공법을 사사한 제자라고 들었는데… 혹시 다른 공법에도 관심이 생긴 걸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았다.
같은 열염계열이므로.
그때 염룡자가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왔군.”
“예,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불렀지. 자네의 활약이 꽤 대단했다고 하더군.”
칭찬을 하려고 호출한 걸까.
“민망합니다. 저계 수도자들이 과장되게 소문을 퍼뜨렸을 겁니다. 실은 보잘 것 없는 기예에 불과합니다. 하하…….”
내가 겸손한 모습을 보일 때.
“맞다. 실망을 금치 못하겠더군. 자네 말고… 이 공법 말이야. 자네가 발휘했다던 그 열염지경의 술법이 궁금해서 한번 구해보았네. 염마종의 비술이라 하던데. 백혼종 출신인 자네가 용케도 익히고 있었군.”
약간 추궁을 하는 듯한 물음에 나는 할 말이 궁색해졌다. 염룡자는 개의치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
“지화를 이뤄 염의 단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안배가 되어있지만, 그것이 전부.”
그러더니 손에 기운을 일으켜 들 고있던 공법서를 태워버렸다.
순식간에 공법서가 회백색의 잿 가루로 변모했다.
나는 살짝 기분이 나빠지는 걸 느꼈다.
내가 사용했던 공법을 무시하고, 그걸 보는 앞에서 태워버리다니.
이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힘이 부족함을 알기에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내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자, 염룡자가 작게 비웃었다.
“흔들리지 않는군. 제법이다. 그리고…….”
그가 이번엔 또 다른 공법서를 꺼내들었다.
전맥기화결(電脈氣化訣)이었다.
도대체 어찌 저렇게 종문의 비술을 쉽게 얻었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뇌기의 힘도 조금 보였다지? 그래서 이것도 읽어보았다. 이건 아주 형편없어.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전맥기화결이 곧바로 불태워졌다.
그럼에도 내 표정에 변화가 없자, 염룡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지금까지 보인 행동들이 나를 시험해본 것인 양.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가 궁금하겠지.”
“예,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잠시 동안 위압적인 눈빛으로 찍어 누르듯 쳐다본다.
“자네가 임무를 시작한 뒤로 전사자가 극히 적더군. 아주 잘하고 있네. 그래서 상(賞)을 주려한다.”
‘전사자’를 언급할 때, 그의 얼굴에 미미한 변화가 감지됐다.
흡족해 하는 표정이 거짓이란 뜻이었다.
왜 그런 것인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혼령을 통해 모종의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유능한 탓에 혼령의 수급이 어려워졌을 터.
요수들의 침공도 이전처럼 치열하지 못했다.
자고로 비슷한 상황일 때야 서로가 전력을 담아내는 법이다.
특히 전장에서 그 원리가 철저히 증명된다.
지금처럼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지는 전장에서 요수들이 치열하게 덤벼들 리 없었다.
그렇기에 염룡자가 나에게 준다는 ‘상’이 무엇인지도 대강 예측됐다.
“상이라면 어떤 겁니까?”
“자네는 충분한 공을 세웠다. 해서, 임무를 마쳤다고 인정할 생각이네. 이만 교대하게. 내려가서 쉬면서 수련을 하면 되겠군.”
“…….”
곧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물러나면, 다음 천인대는 두 배의 사상자를 내야할 터.
운이 없다면 전멸까지 각오해야 한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염룡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냥 제가 전담을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른 천인장들보단 제가 더 낫다고 자부합…….”
“장철.”
염룡자의 묵직한 음성이 내 말을 끊었다.
은은한 노기가 어려 있었다.
표정이 뒤바뀌어 있었다.
좀 전의 온화한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딱딱히 굳은 안색을 내보인다.
“내가 모를 거라 여겼나?”
“무슨……?”
“혈인단사와 이야기를 했더군. 그것도 꽤 비밀리에 말이야.”
혈인단사라면 혈가 놈을 말함이었다.
그가 나에게 이전 천인장의 죽음과 혼령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한데, 염룡자가 그날의 대화를 어찌 알고 있을까?
분명 신역을 펼쳐 누구도 알지 못하게 대비했건만.
낭패였다.
지금 당장 염룡자가 나를 죽이려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염룡자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원영 후기를 넘어선다는 게, 영계종 노조들과 비슷한 수준일 거라 어림짐작했었다.
‘구자 중 하나가 이렇게까지 강하다니…….’
염룡자의 말이 이어졌다.
“놈이 너를 대신해서 전장에 설 것이다. 함부로 입을 놀렸으니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지. 그나마 너라도 살려두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
이미 염룡자는 내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 했다.
여기서 혼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죽는다. 파천뢰(破天雷)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어!’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위험할 것 같을 때 적운자에게 도망쳐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