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50
249화 동릉의 위선
표적으로 삼은 송하상단은 상당히 많은 것이 얽혀 있었다.
가깝게는 남궁세가와 도적 연맹 간 분쟁에 얽혔고, 멀게는 학의 편에 선 권력자들과 이어져 있다.
송하상단이 그들의 영역인 동릉에 구축한 위상도 쉽게 여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만물상단처럼 무작정 들이받을 수가 없다.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다행이라 하기엔 불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때마침 끼어든 용린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로 했다.
뒷공작이니 뭐니 하는 복잡하고 귀찮은 일들은 용린대가 알아서 하기로 한 것이다.
“동릉에서 깽판 치는 도적 연맹을 지워버린다. 우선은 이거 하나만 신경 쓰시면 되겠습니다.”
“간단해서 좋군요.”
남궁한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저 친구가 골치 아프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이유가 있었다.
“황궁이 그토록 엉망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관중연은 나와 독대한 이후, 용린대가 개입한 연유를 밝혔다.
오대세가를 끌어들일 목적으로 가교역할을 해줄 남궁세가에 은혜를 판다.
남궁한과 용풍개는 쉽게 납득을 했다.
암묵적인 합의가 오간 이후 관중연은 추가적인 정보들도 아낌없이 풀었다.
자유로운 영혼에게는 너무도 끈적끈적한 이야기였는지 지금도 질색을 하는 것이다.
다만 남궁한은 간단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요청 사이에 끼어있는 것이 있었다.
‘예창현이라 했던가?’
도적 연맹을 쓸어버린 뒤 예창현이란 이름의 사내를 찾으라고 했다.
다른 것에는 일절 관심 없이, 오로지 예창현이란 사람을 찾는 모습만 부각시켜 달라는 게 관중연의 요청이었다.
아마도 시선을 잡아두는 것이 목적이지 싶다.
준비했다는 뒷공작과 연관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다.
우린 그저 우리 일을 하면 그만이다.
동릉의 도적 연맹을 지운다.
“가죠.”
동릉의 경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선 검문을 거쳐야 했다.
악서에서 빠져나올 때 일으킨 소란을 생각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의외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이군요. 아직 여기까진 소문이 퍼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하기야 전서구라도 동원한 것이 아닌 이상 그 짧은 시간에 소문이 이곳까지 퍼지긴 힘들 거다.
뭐, 여차하면 관중연에게 손을 써 달라고 하면 될 터라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돌아본 시내는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흐르고, 가판대에 있는 다양한 물산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바로 옆에 장강을 끼고 있는 도시답게 무척이나 풍족했다.
“풍요롭네요.”
“남궁세가가 장강에서 밀려난 이후, 송하상단은 발 빠르게 움직여 장강을 오갔다고 하니…….”
활기찬 도시를 바라보는 남궁한의 목소리에는 아릿함이 느껴졌다.
기뻐하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아닌 감정.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감정이 뚜렷한 방향성을 잃고 표류했다.
남궁세가라는 거목이 기울어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영향도 없이 융성하는 도시의 모습이 남궁한에게는 어떻게 닿아오고 있을까?
“……철옹성이군요.”
무력만으론 쓰러트릴 수 없는, 쓰러트려서도 안 되는 곳.
“어렵네요.”
나 역시도 동의했다.
“……나는 동릉의 개방 분타와 접촉해 보겠네.”
함께 한숨을 흘리던 용풍개가 고개를 흔들며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도시의 한가운데로 향할수록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
평화롭고 활기찬 사람들을 통해 도시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평화롭게 돕는 송하상단을 정말로 부술 것이냐.
-너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
장강을 끼고 있는 도시인만큼 송하상단이 사라져도 새로운 상단이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만큼 도시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끓는 물의 기포마냥 고민이 이어졌다.
“꺄악!”
그런 가운데 고음의 비명이 평화롭던 도시를 가로질렀다.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하자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찾기 쉽네요.”
딱 봐도 도적인 놈들이 백주대낮에 처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쯧쯧!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런 것들이 도시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지 원.”
“에이, 염병할 놈들.”
“대체 관리라는 놈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도적들의 행패에 사람들이 혀를 찼다.
“후우! 남궁세가가 건재할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개중에는 남궁세가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남궁세가는 무슨 남궁세가. 우리가 잘 먹고 잘사는 건 다 송하상단 덕분인데.”
“맞아. 그나마 저것들이 선을 넘지 않는 건 송하상단이 힘써주기 때문이라고.”
도시 사람들 대부분은 남궁세가보다 송하상단을 위에 두고 있다.
“…….”
그 여론을 마주하며 남궁한은 주먹을 꾸욱 움켜쥐었다.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위선(僞善)이다.
저들이 칭송하는 송하상단이야말로 이 모든 문제를 뒤에서 조종하는 원흉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이 어긋난 여론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남궁한이 선언했다.
“이 광경을 가슴에 담을 겁니다.”
남궁한의 모습에선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뚜렷하게 방향을 잡고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라고 못 하겠습니까.”
“하하하!”
송하상단이 없어진다 해도 더 나은 도시의 원천을 만들어주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남궁세가를 새롭게 세울 영웅이 진정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모습이다.
그 의지가 내게도 선명하게 닿아왔다.
“그게 정답이네요.”
도시에 들어설 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던 추궁에 대한 대답이다.
‘부숴야지.’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다.
남궁한이라면 능히 안휘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역겨운 위선이 이를 가로막는다면 기꺼이 깨부수고 나아가는 것이 옳다.
“쓸어버리죠.”
“예!”
남궁한이 힘차게 답하며 도약했다.
단번에 동릉을 어지럽히는 도적들의 머리 위를 점했다.
날카로운 중검이 처녀를 희롱하는 도적을 갈랐다.
“남궁세가다!”
“진짜야! 진짜 남궁세가야!”
“저 망할 도적놈들. 오늘이 제삿날이겠구만!”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람을 베어 죽였음에도 공포를 느끼기보단 환호가 이어졌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 속에는 그들이 바라는 열망이 가득 담겼다.
“위험하니 물러나 계시오.”
“예…… 옛!”
놀라 움츠렸던 처녀가 남궁한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
확실히 남궁한은 뭔가 눈에 확 들어오는 외모를 지녔다.
이런 다급한 상황임에도 절로 눈길을 끈다.
“좋네.”
눈길을 끌고 사람을 따르게 만든다.
저것 또한 재능이며, 능력이다.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난관 속에서 남궁한의 저런 면모는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도 움직여 볼까.”
남궁한이 앞장서고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뒤를 받치며 도적들을 향해 들이치는 가운데 신경 쓰이는 기척 하나가 잡혔다.
어둠 속의 칼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는 존재가 있다.
“다녀오마.”
나는 조용히 옆을 따르던 이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몸을 날렸다.
한껏 요란하게 날뛰는 남궁한과 남궁세가 무인들 덕분에 아무도 내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사악!
하지만 접근하자마자 바로 반응이 튀어나왔다.
도적들이 술을 마시고 있던 주점 벽 뒤에 숨어있던 자가 손을 휘젓자 날카로운 소리가 뒤따랐다.
비수라고 하기엔 길고, 검이라고 하기엔 짧다. 손목부터 팔꿈치 정도쯤 되는 칼을 휘두른다.
짧은 만큼 빠르다.
내 움직임에 반응하는 속도도 그렇고, 칼을 휘두르는 것도 날렵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앞에서 칼을 휘둘러도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고 숨이 끊어질 것이다.
고수다.
다만, 내 감각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
“늦어!”
나는 손끝을 유려하게 움직였다.
대라조화심결의 기반을 구축하고 삼단의 합일이 진척을 이루며 내가 휘두르는 힘은 크게 강해졌다.
주먹을 뻗어내는 힘의 여파만으로 건물이 무너질 정도다.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이런 자리에서는 함부로 휘두를 수 없다.
그렇다면 무당권이다.
틱!
두루미의 날개처럼 유려하게 뻗은 손끝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는 칼날을 비스듬히 쳐냈다.
“헛?!”
휘두른 검이 의지에서 벗어나 움직이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당?”
투로를 비튼 기교를 읽어냈다.
상대만 나를 알아봤다고 생각하니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는 너는 수적이냐?”
내가 겪은 녹림 무공들은 무척이나 다양했지만, 대체로 시원시원한 성향이 강했다.
반면 이자의 무공은 예리하면서도 날렵했다.
무공을 뻗어낼 때 몸의 중심이 낮은 것이 균형을 잡기 수월한 형태다.
시시각각 출렁이며 흔들리는 배 위에서 펼치기 좋은 구조다.
“흥!”
수적이 코웃음을 치며 칼을 휘둘렀다.
반대편 손에도 어느새 칼이 들려 있다.
쌍수로 휘두르는 쌍칼.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한 변화무쌍을 무기로 삼는다는 것을 알겠다.
그 공격을 피하는 순간.
“걸렸다!”
양손에 칼을 쥔 상대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근육을 비틀어 쥐어짜는 듯한 자세.
체내의 힘을 한 점으로 모아 허리에 담는다.
“죽엇!!”
모은 힘을 한순간에 폭발시켜 좌우로 쥔 칼에 담는다.
양방향을 점하고 휘두른 칼부림으로 난도질이라 해도 무방한 궤적을 그리고자 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 수십 번의 참격을 가하는 무공이 틀림없다.
온전하게 휘두른다면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다.
나는 곧 칼바람이 몰아칠 곳으로 발을 내밀었다.
좌우로 사납게 몰아치는 칼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티틱! 타타탁!
사나운 난도질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매듭을 내 손이 섬세하게 풀어헤친다.
상대가 그리려던 궤적은 길을 잃었고, 검격은 반듯한 선을 긋지 못한 채 구불구불 휘어졌다.
완벽하게 파훼해냈다.
“씨발?!”
경악한 수적의 눈동자가 한없이 커지는 가운데, 텅 빈 공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득!
“커……!”
목이 으스러진 수적은 제대로 된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우와…….”
“응?”
방금 일어난 공방을 보았는지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내아이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담이 큰 녀석이…… 썩을?!’
쐐액!!
아이의 모습에 마음을 놓으려던 찰나, 매섭게 암기가 날아든다.
빠르게 재주를 넘으며 몸을 피했다.
“칫!”
저거 아이가 아니다.
[이 녀석아! 무림에서 노인과 아이, 계집을 조심하라는 격언도 못 들어봤냐아아아!]그때 머릿속에서 꾸중이 들려왔다.
장삼풍 사부다.
반갑기도 하고, 뭔가 창피하기도 해서 그런지 제어가 되지 않은 솔직함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나쁜 놈들 많이 튀기고 오셨어요?”
[끄응! 눈치 좀 챙겨라, 망할 제자 놈아.]칫! 내 잘못 아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