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67
266화 이 화창한 날씨에 장강이 범람할 리가 있나(1)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무척이나 좋았다.
분위기를 흐리던 모용세가는 추출했고, 남궁세가와 하북팽가, 제갈세가, 사천당가가 힘을 합쳤다.
여기에 호북 역참 사업에 뛰어든 전 녹림 출신 고수들과 호북 표국들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 표사들도 합세했다.
과거의 경쟁자였던 이들이 힘을 하나로 합치는 장면은 실로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였다.
모두가 가슴이 떨리는 장면을 한마음으로 공유했다.
호북과 안휘를 이어 사천과 하북을 연결하는 거대한 이득의 공유.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명예와 부가 한꺼번에 들어오게 된다.
장밋빛 전망이 장엄한 서광처럼 빛났다.
사흘 전까지는.
“어우 썅……. 아가리에서 X내 난다.”
“보통 단내라고 하지 않냐?”
“X을 처먹인 당사자께선 그리 생각하고 싶겠지.”
문제는 그 부와 명예의 자리까지 달려가는 길이 가시밭이라는 점이다.
“어휴! 이게 뭔 개고생이야.”
깐죽거리는 꼴을 보니 한 대 갈기고 싶다.
나중에 이놈이랑 결혼할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곶감 빼먹듯 던져줄 용의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따지려면 나한테 기상예보 알려준 분께나 따지렴.”
“안 그래도 내가 꼭 쌍욕 한번 박을 거다.”
“오오!”
‘들으셨죠, 사부님?’
좋은 거 하나 적립했다.
이놈을 천상으로 끌어올려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따금 간접적으로 접하는 정보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천상의 어두운 일면을 듬뿍 처먹여줄 날이 기대된다.
차라리 한 대 갈겨주고 끝내는 게 인간 된 도리가 아닐까 싶지만, 백무호는 이미 사부님들 눈에 들었으니 글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피하니 장소월 소저가 보였다.
끝자락이 젖어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땀에 젖어 반짝이는 목선이 드러났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품이란 생각이 든다.
뭇 후기지수들이 괜히 그녀에게 목을 매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달리던 장소월 소저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딱히 죄를 지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남궁세가 장원에서 있었던 대화가 떠올라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장소월 소저 역시 조용히 웃었다.
밀어내지 말라고 했지만, 무작정 다가오지도 않는다.
괜히 손바닥이 뜨겁게 느껴졌다.
***
안휘 전체에 뻗어 있는 남궁세가의 잔존 세력은 예상외로 상당했다.
장강혈사에서 남궁세가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절정고수들이 몰살당하다시피 했으나, 그 아래를 받치는 일류급 무인들은 제법 많이 살아남았다.
이들과 함께 안휘 각지에 뻗어 있는 무인들을 끌어모아 불린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부족한 고수급의 전력은 제갈세가와 하북팽가가 채워 넣었다.
제갈세가는 가문을 대표하는 일곱 검사들인 칠종칠검을 보냈고, 하북팽가 역시 실전경험을 통해 담금질할 후기지수들과 함께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절정고수들을 함께 파견했다.
여기에 호북 역참 사업을 준비 중인 표국들과 이에 동조하여 합류한 전 녹림 출신 고수들까지 대거 출진했다.
이들의 머릿수를 합치면 천 단위를 넘어선다.
일군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가 움직이니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장강 일대로 세를 집중하였다고는 하나 도적 연맹 역시 그 움직임을 눈치챘다.
“하루 거리라고?”
“예! 파악한 놈들의 행군 속도를 고려하면, 늦어도 내일까진 도착할 겁니다.”
“허! 빠르군…….”
건룡대도 벽지심과 장강교룡 혼원세는 다급히 뛰어든 척후의 보고에 크게 당황했다.
척후는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자마자 보고를 위해 말을 타고 달렸다고 했다.
얼마나 서둘렀는지 타고 온 말이 도착하자마자 지쳐 죽었다고 들었다.
그랬음에도 고작 하루 정도밖에 거리 차이가 없다는 건,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뭉친 적들의 행군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서두른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혼원세는 적들의 노림수를 예측해봤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급히 확인해야 할 것은 확실히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용린대의 존재였다.
“군부의 움직임은 어떻지?”
“잠잠합니다.”
“잘 주시해라. 근래 송하상단 건이 터지면서 용린대가 안휘 관리들을 누르고 있으니까.”
“옙!”
송하상단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뻗어낸 뿌리는 깊고도 넓었다. 애초에 목적이 목적이었으니 당연했다.
문제는 그 송하상단이 털렸다는 점이다.
그들을 통해서 뻗어 있는 검은 뿌리, 뇌물 장부 같은 것들이 파악 당했다면 이후로는 관리들을 마냥 신뢰할 수 없다.
만약 용린대가 관리들을 누르고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것이라면 문제가 커진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다.
적어도 장강은 손에 쥐고 있어야 ‘그분’의 대계가 어긋나지 않는다.
그럼 결국 방법은 하나다.
관과 합류하기 전에 오대세가 연합을 각개격파하는 것이다.
다행히 오대세가를 박살 낼 방법은 있었다.
“수상전이면 가능해.”
오대세가 연합 중 대부분은 물 위에서의 싸움을 모른다.
대부분의 무인은 무공을 배울 때 하체 쓰는 법부터 배운다.
하체야말로 무공을 펼치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전은 그 하체 쓰는 법의 기초가 다르다.
물에 떠 있는 배는 언제나 흔들리기에 균형을 잡기 어렵고, 단단한 땅을 밟듯이 진각을 밟을 수도 없다.
이 차이를 모른다면, 어지간한 고수도 크게 고전하게 된다.
그나마 남궁세가는 수전에 능하겠지만, 대부분의 고수를 잃은 상황이니 딱히 두렵지 않다.
반대로 도적 연맹, 특히 장강수로십팔채는 장강 위에서 벌어질 수전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
흑사신의 후예가 홀로 판세를 엎어버리며 반쯤 방관자가 되기는 했지만, 반대로 그 준비가 고스란히 남았다.
오대세가 연합을 장강 위 싸움으로 유도한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혼원세의 판단은 그랬다.
“요격을 하는 방향도 끌리는군.”
오대세가 연합의 행군 속도에 대해 들은 벽지심은 선제 요격을 고민했다.
빠른 행군으로 한껏 지쳐 있는 자들을 기습한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녹림은 전력이 꽤 소모되어 있지 않나?”
“흐음.”
남궁세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안휘 곳곳으로 파견되어 분탕질을 친 자들 대부분이 녹림 쪽 고수들이었다.
이들이 정체불명의 고수에게 각개격파 당하며 상당히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저들이 자신 있게 강행군을 선택했다면, 그에 대한 대응도 되어 있겠지.”
전력이 상해 있는 녹림.
반대로 도적 연맹을 치기 위해 강행군을 한 오대세가 연합.
어설프게 요격에 나섰다간 역으로 털려버릴 가능성이 크다.
자칫 장강으로 싸움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묘한 대치 상태가 된다면, 군부의 개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차라리 장강 위로 끌어들여 적을 패퇴시킨 뒤, 녹림이 퇴각하는 저들을 추격해 섬멸하는 것이 나아 보이는데.”
“……그렇군.”
합리적인 판단이다.
벽지심은 순순히 자신의 의견을 접었다.
혼원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걱정 말게. 오대세가 연합을 깨트린다면 그것은 모두의 공(功)이 될 테니까.”
다독이는 것처럼 말하지만, 혼원세는 녹림보다 장강수로채가 더 크게 활약할 것임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벽지심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회의실을 나섰다.
혼원세는 등을 돌린 벽지심을 보며 참았던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물론 내 공이 가장 크겠지만. 크흐흐흐흐!”
도적 연맹 초기만 하더라도 녹림 쪽 체급이 더 컸다. 머릿수도 머릿수지만 고수의 숫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애매해졌다.
머릿수야 여전히 녹림이 많지만, 전력의 핵심인 고수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게다가 이번 전투에서 핵심은 장강수로채가 될 것이다.
“크흐흐흐! 남궁세가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드디어 써먹겠군.”
뱃전이 높은 군용급 전선에, 접근하는 자들을 잡기 위한 작살과 튼튼한 쇠망을 잔뜩 준비해 뒀다.
오대세가 연합은 자신들의 배에 오르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다가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창밖을 봤다.
“그놈들도 병신은 아닐 텐데 말이지…….”
남궁세가가 정말 수상전의 불리함을 모를까 싶은 마음에 문득 떠오른 생각.
만약에 저들이 수상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애초에 수상전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장강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럴 리가 없지. 이 화창한 날씨에 장강이 범람할 리가 있나.”
장강에서 밥 벌어 먹고 산 지가 한세월이다. 남궁세가 측에 용왕이 현신하지 않는 이상, 이런 시기에 장강이 범람할 리는 없다.
혼원세는 문득 떠오른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
내공이 끊임없이 차오르는 데다가 사부님들께 단련된 무지막지한 내구력을 지닌 내 몸뚱이로 이 정도 행군은 간단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많이 지쳤다.
아직 내공이 깊지 않은 후기지수들과 표국 정예들이 특히 힘들어했다.
그래도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목적지를 눈앞에 뒀다.
하늘을 보니 태양의 위치는 우리가 출발했던 딱 그 시간이다.
엿새 만에 도착했다.
기어이 하루를 줄였다.
언덕 위에 오르자 멀리 장강의 물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장강의 도도한 흐름만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물 반, 사람 반이라고 할 정도로 장강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적들의 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보다 체계가 갖춰져 있군요.”
남궁한이 장강을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도적 연맹의 포진은 우리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차렸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행군 속도를 생각하면 상당히 발 빠른 대처다.
“배치를 유도하기 위한 수작은 없어도 되니 다행입니다만…….”
남궁한이 말끝을 흐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좀 있긴 하지만, 그야말로 해맑은 하늘이다.
“내일 올 겁니다.”
“예! 믿습니다.”
남궁한은 강한 신뢰를 보이며 물러났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다독이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
참 듬직하다.
반면.
“오우야. 비 안 오면 분위기 째지겠네. 크흐흐흐!”
백무호 놈은 무슨 상상을 하는지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안 그래도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묘하다.
그런 가운데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장소월 소저와 당사연 소저다.
둘이 일행들에게 뭔가를 나눠주고 있다.
“어어…….”
아마도 화타 선생과 편작 선생께 받은 제조법으로 만든 양산형 영약인 것 같다.
지친 일행들에게 나눠주며 뭔가를 말하는데, 영약을 받은 사람들이 내 쪽을 바라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뭔 내용인지는 듣지 않아도 알겠다.
‘뭐, 이것도 좋네.’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당히 저렴했기에 부담 없이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화타 선생과 편작 선생의 호언장담대로라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사천당가와 하북팽가 역시 역참 사업에 끼어드는 상황이기에 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차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인데…….
“진짜 오는 거 맞죠?”
해맑은 하늘을 보니 나도 슬그머니 불안해져서 물었다.
사부님들은 장강이 요동칠 정도라고 하셨는데, 하늘을 보니 절대 그럴 날씨가 아니다.
[아, 온다니까.]장삼풍 사부가 피식 웃으셨다.
내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어휴! 무호 닮아 가시나…….”
[너도 적립 하나다?]이건 내가 생각해도 실수한 것이 맞다.
[걱정 마라. 이번 일은 검은 하늘의 주인께서 직접 나서셨다. 그분 힘을 생각하면 오히려 수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뭐, 소모할 인과를 생각하면 알아서 조절하시겠지만.]‘검은 하늘의 주인?’
장삼풍 사부의 설명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무당파 제자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현천(玄天).
“진무대제(眞武大帝)요?”
삼청(三淸)이 아니면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대신격.
옥황상제와도 맞먹는 존재다.
그분이 여기서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