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297
296화 종횡무진(縱橫無盡)
광기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이라면 어디로 튈지 모를 흉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갈하기만 하던 무도에 흉성이 담겼다.
퍼억!
슬쩍 손을 댔을 뿐인데 거대한 골편에 맞은 것처럼 터져나간다.
부드럽게 뻗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폭발적인 힘이 터져 나온다.
거친 흉성이 맹수의 이빨이 되어 거침없이 물어뜯는다.
당황하는 적들에게서 빈틈이 보인다.
밀고 나간다.
펑! 우직! 쿠웅!
무당파 무공은 방어가 곧 공격이다.
보고 느끼고 대응하는 것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발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되 후발선제로 적을 쓰러트린다.
“크악!”
“어억!!”
멋모르고 내 영역으로 들어와 칼을 휘두른 흑룡회 무인이 옆구리가 뜯겨나가고, 머리가 터진 채 나가떨어진다.
“죽여!”
“물러서지 마!”
하지만 적은 다수다.
목숨을 도외시한 파상공세가 결국 틈을 만들었다.
게다가 흑룡회 무인들 역시 어수룩한 자들은 없다.
전원이 칼에 기운을 유형화시킬 정도의 고수들이다.
도기가 날아들고, 강기가 뻗어온다.
중과부적(衆寡不敵)!
두 손이 다 감당하지 못한 틈새로 칼이 비집고 들어온다.
다른 때라면 거리를 벌려 틈을 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흥!”
터엉!
“튕겨내?”
“도기를 맨몸으로?!”
어깨로 칼을 비껴냈다.
옷은 예기를 감당하지 못해 찢겨나갔지만, 몸뚱이는 멀쩡하다.
경악하는 자의 얼굴이 보인다.
뻗기만 하면 닿을 거리에 있는 얼굴을 장법으로 후려친다.
퍼걱!
흑룡회 무인의 머리가 제 동료들을 향해 조각난 채 흩뿌려졌다.
피를 뒤집어쓴 흑룡회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연금강의 공능이다.
소림무공은 온몸을 흉기로 만든다.
특유의 속도로 거리를 좁히고,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철저히 짓밟는다.
무당파 무공에 통달한 고수는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깃털마냥 휘두를 수 있지만, 소림무공은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부술 수 있다.
소림이 자랑하는 금강불괴지신이 과연 이것인가 싶다.
소림의 엄격한 수련을 거쳐 육신의 단련이 극에 다다르면 도검의 날카로움을 무시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연금강의 근원이 되는 무공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어설픈 공격으로는 내 방어를 뚫지 못한다!
공령을 통해 내공이 끊임없이 차오르고 있기에 이 단단함이 쇠하는 일도 없다.
이 방어를 뚫기 위해서는 천마 사부의 공감각과 장삼풍 사부의 화경 그리고 달마 사부의 연금강을 한꺼번에 깰 수 있는 기와 속도, 파괴력이 필요하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내 진짜 강점은 집단전에 있는 것이다.
머릿수를 뭉개버리는 힘!
일개 개인이 전황을 뒤집어엎는 것에 최적화된 무공체계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들은 다수 대 다수의 싸움이 많아질 것이다.
그 싸움에서 나는 누구보다 활약할 수 있다.
퍼걱! 콰칵! 파가가각!
“크아아악!”
“으악!!”
한 발 내딛는 것만으로 길이 열린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두세 명씩 시체가 되어 나가떨어진다.
육중한 전차가 앞길을 막는 모든 것을 짓밟으며 전진하는 느낌이다.
말 그대로 전장을 휘저었다.
“X벌!”
“뭐 이런 엿 같은…….”
무림에서 독하기로 소문난 흑룡회 무인들이 기가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렇게 적진을 반으로 가르는 가운데,
“쳇!”
위기감에 경종이 울리는 공격이 정면에서 날아들었다.
콰앙!
그그그그극!
이곳 전장에서 처음으로 뒤로 밀려났다.
미간 앞 한 치 간격에 멈춰있는 단창의 자루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마냥 펄떡였다.
단창을 막기 위해 움켜쥔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발이 멈추고 몸이 멈췄다.
방금 날아든 단창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흐흐흐.”
“피가 흐르긴 하는군.”
“칼 들어가면 뒈지는 건 매한가지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기가 죽어있던 흑룡회 무인들의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피 냄새를 맡은 이리떼로 변모해 이빨을 드러낸다.
“쯧! 상처 하나 낸 거 가지고 설레발은.”
“한 번이 두 번 되고, 세 번 되는 거지. 그러다 뒈지는 거고.”
아직 등에 세 개의 단창을 꽂고 있는 자. 아마도 흑룡회의 무인들을 통솔하는 작자인 모양이다.
무공도 상당하지만, 사람을 부추길 줄 안다.
저자의 말 한마디에 나를 바라보는 흑룡회 무인들의 시선이 서늘해졌다.
주변에는 적들이 즐비하고, 눈앞에는 내가 자랑하던 두 개의 방패를 넘어 상처를 남긴 고수가 노려보고 있다.
무공만 높고 경험이 얕은 애송이라면 크게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비록 어리긴 하지만, 무림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느긋하게 찢어진 어깨 옷자락 일부를 뜯어 손바닥에 감았다.
나를 먹잇감으로 노려보는 이리떼 한가운데에서도 느긋하게 움직였다.
몸을 낮추고 기회를 엿보던 흑룡회 무인들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기세가 살아났다곤 하지만, 실력 차이를 무위로 돌릴 정도는 아니다.
내게 함부로 접근했던 자들이 어떤 꼴이 되었는지 직접 목도했기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내 행동은 상식 밖의 행동이기도 했다.
적이 사방에 즐비한데 느긋하게 치료라니.
얼간이가 하는 얼간이 짓은 얼간이 짓일 뿐이지만, 나 같은 고수가 하는 얼간이 짓은 상상도 못 할 비수를 숨기기 위한 음모로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간단하게 치료를 마친 나는 어리둥절해 있는 흑룡회 무인들을 향해 화사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또라이들이라더니, 소문과 달리 예의가 있네. 이렇게 치료할 시간도 주고.”
예의 바르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고,
“너네 병신이니?”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것이 되시겠다.
기만과 도발.
“쌰아아앙!!”
“죽여어어어!!”
그리고 거기에 낚인 불나방들.
등 뒤에서 휘두르는 칼을 옆으로 흘려 피한 뒤 목을 날려버렸다.
우득!
잡초 쥐어뜯든 뜯어낸 머리를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자에게 던졌다.
“받아!”
파각!
기세 좋게 돌격해오는 자가 날아든 머리통을 부수며 치고 들어온다.
크게 분노한 모습이다.
‘그래야지. 그러라고 이런 거니까.’
나는 가능한 한 재수 없게 웃으며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눈앞의 고수를 피해 적들이 즐비한 곳으로 몸을 던진다.
당연히 칼을 휘두르며 환영해주었다.
사방이 적이다.
도산검림(刀山劍林)에 몸을 던진 것 같다.
피부에 칼날이 닿아있는 느낌만큼이나, 신경이 극도로 곤두선다.
날아드는 모든 공격의 궤적이 느껴진다.
어디로 피해도 베일 것 같은 감각 위에 올라탄다.
타탁!
칼을 밟고 사람을 밟는다.
칼 위에서 춤을 추는 기분이다.
“하하하하하하!”
이상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신나는데, 적들은 분노한다.
그렇게 모든 공격을 피하고 쳐내며 비트니 어느새 두 발이 땅에 닿아있다.
적진 한가운데.
내 영역 속에 적들이 즐비하다.
어디에도 적이 있는 공간에서 몸 가는 대로 손발을 뻗는다.
퍼퍽! 쿵! 우직!!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박살 내고, 흑룡회 무인들은 박살 난다.
“흐아아아악!”
악을 쓰며 칼을 휘두르지만,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다.
감정과 마음이 앞선 만큼 흐트러진 틈새로 허점이 만들어질 뿐이다.
그 틈새로 손을 뻗는다.
우득!
목을 분지르고, 시체를 던진다.
그곳에는 단창을 휘두르는 흑룡회 고수가 있다.
내가 던진 시체를 박살 내며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돌격해온다.
후웅!
창끝이 흉악한 소리를 내며 파고든다.
그 공격을 튕겨내며 흘리자 창끝이 방향을 잃는다.
콰드득!
뼈와 살이 분쇄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주변에서 빈틈을 노리던 흑룡회 무인의 몸에서 난 소리다.
내 방패는 무당권과 소림권만이 아니다.
“어린놈이 방자하게 날뛰는구나!!”
“꼬우면 서왕모 님 복숭아라도 구해서 먹고 더 어려지던가.”
흥이 나서 날뛰는 중이라 그런지 튀어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도발적이다.
무척이나 효과가 높아 분노를 표출하지만, 주변에 있는 방패들을 이용해 피해냈다.
“죽을 거면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기라도 하고 뒈져라, 병신들아!!”
분노한 흑룡회 고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단창을 던졌다.
확실히 매서운 일격이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공격을 인식하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쳐낼 수 있었다.
카앙!
천마 사부의 권갑이 묵직한 소리를 냈다.
화경을 통해 흘려냈기에 충격은 크지 않지만, 경직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기회라 여겼는지 흑룡회 무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사방팔방을 점하며 휘두르는 포위 공격!
피할 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한 합격이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이라는 희열이 흑룡회 무인들의 얼굴에 엿보였다.
하지만 이건 내가 마련한 판이다.
‘상화야!’
죽어 나간 시체들이 즐비한 곳.
주인 잃은 무기들이 널려있는 자리.
퍼퍼퍽! 푸푹! 콰카카카칵!
스스로 일어난 검들이 포위 합격을 가한 흑룡회 무인들을 순식간에 도륙 냈다.
‘하아! 지지라고 그랬잖니…….’
공동파의 복마검법을 배운 영향인지 칼이 그리는 궤적에는 이전에 없던 흉악함이 가득했다.
당한 자들 입장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이기어도?”
머리와 함께 팔다리가 날아가는 광경에 흑룡회 무인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상화가 움직인 칼들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여덟 자루의 칼이 일제히 단창을 휘두르는 고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궤적에 제한이 없는 무시무시한 칼질이 합격진을 펼쳤다.
“흥!”
캉! 카캉! 캉!
흑룡회 고수는 이를 악물며 양손의 단창으로 여덟 자루의 칼질을 막아냈다.
확실히 강하다.
허나, 내가 이기어검을 여덟 개만 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쓰는 이기어검은 사물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물에는 딱히 제한이 없다.
당연히 누군가가 입고 있는 옷도 그 사물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건 처음 당해보지?”
우직!
일순간 흑룡회 고수의 상의가 몸을 거세게 옥죄었다.
“억!?”
대상과 거리가 있을수록, 거세게 움직일수록 난이도가 올라가지만, 잠시 움직임을 제안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무기를 움직이는 기점이 되는 어깨부터 팔목까지 압박이 가해지자 사납게 몰아치던 쌍창의 투로가 흐트러졌다.
여덟 개의 칼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푸푸푹!
“크어억! 쿨럭!”
몸통을 꿰뚫은 칼이 내장을 헤집는다.
우득!
고장 난 수레바퀴처럼 삐거덕거리는 흑룡회 고수에게 다가간 나는 단번에 목을 뜯어내 수급을 취했다.
상당한 실력자였다. 나와 상성이 맞지 않았을 뿐, 어지간한 문파는 홀로 정리할 수 있는 고수다. 과연 무당파를 습격하는 부대를 이끌만한 자다.
“이 정도면 이름 있는 무인이 분명한데…… 누군지 모르겠네.”
식견이 부족함을 탓하며 주변의 흑룡회 무인들에게 물었지만, 대답 대신 날아든 것은 손도끼였다.
“끝을 보자?”
간단히 공격을 피한 나는 들고 있던 수급을 허리끈에 매달았다.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 같으니, 저 밑에 있는 제갈세가에 합류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 그것도 좋지.”
나는 남아있는 흑룡회 무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