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26
325화 내가 연청운이다
관중연과 헤어지고 설아 누나와 합류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역시나 복장이 신경 쓰였다.
관중연의 말마따나 옷을 바꿔 입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우연찮게 만난 여행자에게 심각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옷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에효! 이가 없으면 잇몸이지.”
결국, 급한 대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근처에 있는 나무껍질을 뜯어 진액을 옷에 발랐다.
화산이 비록 돌산이라고는 하지만, 나무 진액을 옷에 묻히고 바닥을 구르니 온몸이 누런 흙투성이가 되었다.
엉망인 꼴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이 기겁할 모습은 면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맹자성의 수급도 엉망이 됐지만,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다.
전시할 것도 아니니 예쁘게 포장해 갈 이유도 없다.
화산파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수급을 건네줄 것이지만, 외부로 이를 공개할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공개하더라도 종남파에 대한 공략과 화산파의 복구가 완전히 마무리된 이후일 것이다.
지금은 일행과 합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빠르게 위장을 마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자 감각에 미묘한 것이 잡혔다.
공기가 술렁였다.
강대한 힘이 격돌하는 파장이다.
그렇게 요동치는 가운데 뜨거운 숨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름의 향기가 나는 힘.
이화의 힘이 날뛰고 있었다.
힘껏 속도를 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배후를 경계하는 화산파 제자들이다.
화산에서 도주하는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많았던 탓인지 후방으로 돌려졌다.
아직 싸울 수 있는 이들은 검을 뽑아 든 채 부상자들에 대한 호위와 후방에 대한 경계 그리고 언제든 전방을 지원하기 위한 예비대 역할을 했다.
“맹주?”
“괜찮습니까? 아니, 차림이 엉망인데…….”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그들에게 나는 손에 든 것을 던져주었다.
“가입 선물입니다.”
같이 바닥을 뒹구느라 엉망이 된 맹자성의 수급이 화산파 제자들에게 전해졌다.
“맹자성?!”
뒤늦게 수급의 정체를 알아본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이 나는 싸움이 벌어지는 전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높게 뛰어오르자 맞부딪치고 있는 전황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 보자…….”
전방에서는 이화가 이끄는 녹림마인들과 설영들이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었다.
이화가 제법 엄격하게 단련시켰는지 녹림마인들은 백가의 숨겨진 힘인 설영 못지않은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백무호였다.
완숙해진 설매검을 휘두르는 백무호의 무위에 상당한 실력자로 보이는 사파 고수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전방이 단단하게 버티니 후방에까지 위험이 닿지 않았다.
내가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전열이 흔들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이게 낫겠네.”
나는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두 손에 내력을 집중해 뻗었다.
적진을 향해 푸른 기운이 날아갔다.
콰쾅! 콰콰콰쾅!
단순하게 내력을 끌어모아 날리는 수법에 불과했지만, 위력만큼은 강력했다.
사파 무리를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고수 몇몇이 장력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쩝! 이건 좀 아닌데…….”
다만 단순히 힘을 모아 뿌리는 것으로는 큰 치명상이 되지 않았다.
이번엔 내력을 날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가 익힌 무공의 묘리를 담아봤다.
다양한 가르침의 기운들이 기혈을 타고 실타래처럼 꼬아졌다.
소림의 굳건한 가르침에 따라 힘이 단단하게 응축되었고.
무당파의 전사경의 가르침에 따라 회전하는 힘이 담겼으며.
회전하는 흐름에 공동파의 사나움이 실려 맹렬함이 더해졌다.
쿠르르르!
그 결과 손만 대도 갈려나갈 것 같은 힘의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나선으로 회전하는 송곳이라면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장력이라 부르기 어려운 힘이 내 의지에 따라 사파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
퍼걱! 파칵!
“으악!”
“크아악!”
장력에 관통된 이들은 이번에는 멀쩡하지 못했다.
어떤 사파 무인은 완전히 상체가 날아간 채 덩그러니 남은 하체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강력한 힘을 일거에 쏟아냈음에도 이미 빠져나간 내력은 다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공령을 얻은 나는 사실상 하루 종일 장력을 쏟아낼 수 있다.
지금처럼 전열이 견고하게 받쳐주는 집단전 상황에서 일방적인 폭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적들은 당황한 것 같았지만, 혼잡한 상황에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나를 막으러 달려드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계속 패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화와 같은 공간에 있는 탓인지 그동안 무당과 소림을 돌면서 허전해졌던 불의 신력이 빠르게 차오른다.
불의 신력이 전신의 혈맥과 기맥을 누비며 화끈하게 요동쳤다.
“하아아아압!”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힘을 집중한다.
날뛰는 기운의 고삐를 당겨 뛰쳐나가려는 것을 억제하며 기운을 모은다.
강맹한 기운이 손바닥 안에서 둥근 기운으로 실체화된다.
‘이 안에 회전을 담으면?’
무한한 내공이 꿈틀거리며 앞으로 뻗어나간다.
격렬한 회전력을 담고 뻗어나간 힘이 긴 허리를 꿈틀거리며 땅으로 향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땅을 긁고 지나간 힘의 덩어리가 전장을 찢어발겼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용이 전장을 가로지르는 것 같은 광경이다.
“망할 새꺄! 조준 똑바로 안하냐!!!”
여파에 휘말릴 뻔했는지 백무호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런 백무호와 반대로 주변의 소리는 잦아들었다.
상식 밖의 광경이었는지 누군가는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공령의 힘을 작심하고 쓴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예시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조질 때는 화끈하게 조져야 한다.
나는 연경심법을 운용했다.
‘상화야!’
연경심법이 신경을 가속하며 상화의 힘을 극대화했다.
거기에 하나를 더했다.
천마 사부가 강화해주신 동화의 법.
세상과 섞이는 법이 새로워지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
하늘이 있고, 땅이 있다.
그 사이에 인간이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선율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천지간의 운행이 느껴진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보인다.
이제 알겠다.
왜 삼단을 합일시키고 얻은 태극무청지-대라조화심결의 힘을 얻으면 호풍환우조차 다룰 수 있다고 했는지를.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이 내 손아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 흐름 속에 내 의지를 실었다.
신경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화가 신나서 날뛰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주인을 잃은 무구들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기… 어검……?”
솟아오른 무구의 숫자는 모두 열둘.
천마신교에서 간이로나마 오행신력을 운용했을 때 보였던 힘의 초현이다.
그 힘에 의지를 부여한 순간, 떠오른 검들이 목줄이 풀린 맹수처럼 전장을 덮쳤다.
콰콰콰콰콰콰!!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자의 목을 꿰뚫은 것을 시작으로 열두 자루의 검은 풀숲을 지나는 뱀처럼 전장을 헤집었다.
사람의 싸움에 던져진 천상의 힘이 전장을 뒤집어엎는다.
이 놀라운 광경에 경악하기보단 도리어 흥분하는 자들이 있다.
“지존께서 보고 계신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녹림마인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신을 영접한 광신도가 되어 몸을 던진다.
진형의 일각을 집어삼키는 해일 같은 맹진에 적들의 전열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온다.’
그런 가운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는지 강대한 힘이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열두 자루의 이기어검을 휘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남아있는 여력을 모은 내 두 손이 그 존재와 부딪쳤다.
콰앙!
강대한 힘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힘의 여파가 역장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을 밀어냈다.
사람의 몸이 낙엽처럼 쓸려나갈 정도의 역장이다.
고수다.
온몸에 검은 용 문신을 한 노인.
불길한 빛을 뿌리는 검은 용 문신은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흐음!”
노인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한번 거리를 좁혀 팔꿈치를 휘둘렀다.
짧은 손도끼를 휘두르듯 내려친다.
거구의 체구가 뒷받침된 상태로 공세가 이어지니, 마치 내가 장작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괜한 반발심에 나도 팔꿈치로 맞섰다.
콰앙!
아릿한 통증이 팔꿈치에 감도는 가운데 이번에는 무릎이 치고 올라왔다.
나도 지지 않고 맞부딪쳤다.
콰앙! 터엉! 쿵!
무릎이 부딪치고.
다시 한번 팔꿈치가 부딪쳤다.
그 반발력으로 양측 모두 살짝 밀려나나 싶었는데 바로 각법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악!
모두 정면에서 상쇄시켜버리니 노인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예상을 벗어난 결과에 대한 놀라움이랄까?
생각해보면 공격들 모두가 팔꿈치나 무릎이 주를 이뤘다.
거의 이마를 맞댈 수 있을 정도의 초 근접전에서의 공방이다.
어쩌면 전장에 뛰어들지 않은 채 장력을 날리고 이기어검을 쓰는 모습에서 근접전에 약할 것이라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 앞에서 근접전이야?’
소림제자이자 무당제자인 내 앞에서 근접전이라니.
나는 앞으로 거칠게 나아갔다.
그러자 노인이 팔을 쭉 뻗어왔다.
팔꿈치를 휘두르며 근접전을 강제했던 것과는 다른 대응이다.
게다가 손가락 세 개를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눈을 찌르거나 긁어버리겠다는 공격이다.
역시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자다.
우득!
하지만 나는 손가락이 눈을 긁기 전에 오히려 그 손가락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음?!”
손가락을 완전히 날리지는 못했지만, 제법 타격이 있었는지 신음이 흐른다.
내가 이렇게 저돌적으로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덕분에 다음으로 이어진 공격은 엉성했다.
심장을 노리고 뻗어낸 정권은 매서웠지만, 반 박자가 느렸다.
그 날카롭지 못한 손목을 낚아챘다.
무당파 제자와 싸우는 중에 손목이나 소매를 잡혔다?
그럼 그 순간 스스로의 몸에 대한 통제는 반쯤 상실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밀거나 당기거나 내 마음대로다.
상대의 발이 앞으로 나오는 중이었으니 지금은 당기는 것이 맞다.
쿠웅!
크게 원을 그리며 손목을 잡아당기며 강한 진각과 함께 어깨를 내밀었다.
퍼억!
“큽!”
힘찬 고법에 들이 받친 노인이 짧은 단말마와 함께 나가떨어졌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타격은 아닌 듯 크게 네 걸음을 물러난 노인이 나를 노려봤다.
“기묘한 놈이로구나. 소림무공인 듯하나… 군데군데에서 무당파 무공이 엿보였다. 근래 그런 녀석에 대해 들어본 바가 있지.”
노인은 자세를 바로 하며 나를 직시했다.
“나는 흑룡회(黑龍會) 무상(武上) 거룡제(巨龍帝) 구문진이다. 정체를 밝혀라, 정파의 어린 신성아.”
굳이 이름을 묻는다.
내 이름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형식을 따지는 모습이 어딘가 낡은 구태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그와 함께 다가오는 것은 알 수 없는 묵직함이다.
이 노인은 묵직한 무인이다.
‘내 정체라…….’
왠지 배 속이 간지럽다.
오랜만에 불의 신력이 온몸에 가득 차오른 탓인지 혈기가 들끓었다.
다른 때라면 끝끝내 감췄을 말이 전음으로나마 흘러나왔다.
-[납탑도인의 직계이고,]
-[숭산 작은 숲에 터를 이룬 서쪽에서 온 귀인의 적통이며,]
-[진정한 마도를 잇는 당대의 천마다.]
노인 거룡제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불신 가득한 그의 눈동자에는 내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파문이 일어났다.
“내가 연청운이다.”
주먹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외부로 나가선 안 될 말을 꺼냈으니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그리고 당신은 여기서 죽는다.”
이자를 반드시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