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27
326화 각자의 눈높이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위대한 분께 반항하는 자를 죽여라!”
“그분이 보고 계신다아아아아아!”
광기에 휩싸인 자들이 거침없이 몸을 던진다.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이화 역시 흥분했는지 신력을 전달받은 녹림마인들의 힘이 더욱 강대해졌다.
적의 목을 베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는 것도 꺼리지 않는 자들이 수십이다.
“이 새끼들 완전 미쳤어…….”
사파에서 굴러먹다 보면 온갖 잡것들을 다 보게 된다.
노름빚 때문에 처자식을 팔아먹은 놈이 그렇게 받은 푼돈으로 계속 노름판을 전전하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을 등쳐먹을 수 있을지 하루 종일 고민하는 쓰레기는 널리고 널렸다.
욕정을 못 이겨 선을 넘는 개새끼만도 못한 놈들이 수두룩하다.
밑바닥에서는 의외로 흔한 것들이다.
대흑련에는 그런 온갖 잡놈들이 다 모여 있다.
심지어 같은 대흑련 소속끼리도 작업을 걸려는 녀석들이 득시글한 곳이다.
그렇기에 눈 앞에 펼쳐진 광기에 기가 질렸고,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흑련 무사들에게 타인의 목숨은 무척이나 사소한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목숨은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어! 죽어, 미친놈들아!”
견제를 위해 살초를 뿌렸지만, 물러나기는커녕 더욱 악착같이 달려든다.
뒤로 물러서는 행위가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될 죄악이라도 되는 놈들 같다.
칼이 날아오는데 방어를 도외시하며 몸을 던진다.
일신의 안위 따윈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채 오로지 눈앞의 적을 물어뜯으려 한다.
그런 자들이 수십이다.
물론 그런 정신 나간 돌격만이 전부였으면 이미 모조리 목을 날렸을 것이다.
푸각! 캉!
빈틈을 노려 칼을 휘둘렀는데 들려온 소리다.
상박근을 정확하게 베었는데 쇠에 닿은 듯한 소리가 울린다.
“이, 이놈들… 뼈가…… 이런 미친…….”
살과 근육을 베었는데 뼈를 베지 못했다.
그냥 칼도 아니고 도신에 기운을 발출 중임에도 그랬다.
다급함에 소리를 지르는 자를 향해 칼에 맞은 미친놈이 덫에 걸린 토끼를 보듯 히죽 웃었다.
콰직!
“으아악!”
그리고 들고 있던 칼로 당황하는 대흑련 무사를 반으로 쪼갰다.
얼굴이 따끔거릴 정도로 강한 기운의 들끓는 칼질이 단단한 두개골을 쪼개고 사타구니까지 일격에 두 조각을 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연이은 칼질로 시체를 도륙 냈다.
그야말로 맷돌에 갈려 나가는 것 같았다.
녹림마인들은 단순히 몸만 단단한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정통마공을 익힌 고수집단으로 성장했다.
이화의 교육 아래 그간 불완전했던 부분을 완전히 채워 넣은 살인병기들이다.
허공에 뿌려지는 혈우(血雨)를 뒤집어쓰며 녹림마인들이 진격했다.
“지존께서 보고 계신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눈앞의 적을 갈아버리며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간다.
전황이, 진형이 허물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런 정신 나간 돌격에도 쓰러진 녹림무사들은 아무도 없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썰렸던 상처는 어느새 눈에 보일 정도로 아물어갔다.
“지존은 위대하시다!”
“위대하시다!”
“지존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목숨을 바쳐라!”
정신이 나갈 수밖에 없다.
기가 질린 사파 무인들이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거룡제! 거룡제 어디 갔어!”
공포에 잠식당한 자들이 악을 질렀다.
“X발! 흑룡회 개새끼들은 어디 있어! 흑룡회!!”
대흑련의 무인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흑룡회를 찾았다.
이내 그들은 필사적으로 찾던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애송이를 일장에 쳐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밀리고 있는 거구의 노인.
유일한 동아줄이 발이 묶여있었다.
그것도 형편없는 모습으로.
섬서까지 오는 도중 보였던 강인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 또한 컸다.
그렇게 생겨난 허탈함이 만든 틈새로 칼이 날아들었다.
서걱!
“으아악!”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르고.
콰득!
“끄아아아악!!”
몸이 난도질당했다.
“지존은 위대하시다!”
“위대하시다!”
“지존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목숨을 바쳐라!”
누군가 죽어 나갈 때마다 목이 터져라 외친다.
과거 단일 세력으로 무림을 뒤흔들었던 천마신교의 힘!
천마신교 무녀의 힘이 더해진 마인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
녹림마인들의 광기가 어이없기는 고수급들도 매한가지였다.
백무호와 검격을 나누고 있던 소살검마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와… 이게 정파라고?”
“나 화산파 제자야. 내 검술 보면 몰라?”
“그러니까, 정파라고?”
“당연하지.”
백무호도 다른 때 같으면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백무호에게도 놀랄만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쟤들이 이화에게 허구한 날 굴려지던 그 불쌍한(?) 애들이라는 거지?
“그런데 왜 니들이 더 질이 안 좋아 보이냐?”
“……니 눈깔이 삐어서 그래.”
이건 백무호로서도 양심이 심각하게 쓰렸다.
“에이 씨. 머리 아프게 굴지 말고 목이나 내놔라.”
백무호의 검에서 빛줄기가 쏟아졌다.
자색과 금색의 검기가 뱀처럼 꼬이며 뻗어나가 자금색의 기운이 어렸다.
이전과는 다른 힘.
검강지기처럼 보이지만 성질이 다르다.
평범하지 않은 기운이 소살검마를 내리그었다.
“웃!”
화들짝 놀란 소살검마가 감히 정면에서 받아낼 생각을 못 하고 몸을 피했다.
서걱!
비스듬히 흘려내려던 소살검마의 검이 자금색 기운에 걸치는 순간 싹둑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화산파 제자라며!”
“밖에서 자란 탕아는 원래 잡식으로 크는 법이야!”
백무호가 휘두르는 힘은 땅의 신력이었다.
금모후가 천상으로 승천할 때 연청운과 함께 나눠 받았던 기운이다.
여기에 자허진인의 내력을 이어받고 그를 소화해내자 백무호의 힘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화산의 신공 자하태청기의 기운을 발하며 땅의 신력을 다룬다.
그 힘이 담긴 검로는 겨울의 생명력을 추구한 겨울 매화[雪梅]의 검로.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조각들이 하나로 모여 녹아들었다.
비로소 자신의 무도(武道)를 깨우쳐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백무호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기재다.
휘두를수록 검로가 능숙하게 힘을 담았다.
캉! 카캉! 캉!
“큭! 이, 이 새끼!”
백무호의 검은 극쾌가 아니었으나 충분히 빨랐고, 무척이나 현란했지만 정확했다.
소살검마를 그물에 씌워놓은 것처럼 몰아세웠다.
단 오 초식!
완전히 소살검마를 몰아세운 뒤 목을 날려버리기까지 단 오 초식이면 충분했다.
스악!
“컥!”
소살검마는 홀로 한 문파를 전멸시킨 악명 높은 절정고수다.
그런 고수를 일방적으로 몰아쳐 베었음에도 백무호는 만족한 모습이 아니었다.
“쳇! 한참 멀었네.”
눈높이가 다른 탓이다.
백무호는 자신이 닿아야 할 영역을 다시 한번 직시했다.
흑룡제 서열 삼 위, 거룡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까마득해.”
***
흑룡회 서열 삼위라 함은 이 노인의 무공이 무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척도다.
구파 장로들조차 버거워할 고수라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이 노인이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강하긴 하지만 눈 아래로 내려다볼 상대.
그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직접 손을 맞부딪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세 분 사부님의 무공들은 하나같이 특색이 뚜렷하다.
장삼풍 사부의 무공을 펼칠 때면 세상 무엇이든 휘저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마 사부의 무공을 펼칠 때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끄떡하지 않을 것 같은 굳건함이 느껴진다.
천마 사부의 무공을 펼칠 때면 무엇이든 다 가능할 것 같다는 전능감이 차오른다.
하나하나로도 천하를 오시할 수 있는 절세신공이지만, 셋의 강점을 합치면 그야말로 완전함이 된다.
“흐음!”
작은 산봉우리를 무너트릴 만한 힘이 실린 권격을 장삼풍 사부의 무리로 받아낸다.
강맹한 힘을 흘려버리는 부드러운 힘이다.
그 부드러움의 근간에는 달마 사부의 굳건함이 함께한다.
강유의 조화가 강맹함뿐인 힘을 흘려내면서도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질긴 여력을 만든다.
여기에 천라무결을 섞는다.
상대의 힘을 파훼하고 스며드는 내가중수법의 묘리가 내부를 뒤흔든다.
투득!
거룡제의 손등이 터져나간다.
내 힘이 상대의 손을 관통한 흔적이다.
그럼에도 밀어붙이려는 거룡제를 향해 온몸의 힘을 하나로 모아 후려친다.
극강격!
전신의 근육 한 올 한 올이 한 점을 향해 수렴하여 앞으로 쏘아진다.
콰앙!
거룡제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허허…….”
충격의 여파를 감당한 손을 내려다보며 거룡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살갗이 터진 정도가 아니라 뼈가 보일 정도로 뜯겨져 나갔다.
“마치 정파 무공의 집약체와 싸우는 느낌이군.”
장삼풍 사부와 달마 사부, 천마 사부의 적통이라는 선언에 불신감을 드러냈던 거룡제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좀 믿는 것 같다.
그거야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압(壓).”
말에 의지를 싣는다.
의지를 현실에 구현한다.
이제는 능숙하게 펼칠 수 있는 천마무겁수의 힘을 전개한다.
시야에 닿는 모든 공간이 내 손아귀에 들어오자 보이지 않는 힘이 거룡제의 몸을 움켜쥔다.
“허!?”
온몸을 찍어 누르는 무형의 힘에 거룡제의 눈이 한껏 커졌다.
“의념?”
“보일 힘이 있다면 빨리 드러내는 게 좋을 겁니다. 오래 끌 생각은 없으니까요.”
“허허…… 그것까지 보았는가.”
형편없이 밀리면서도 그의 단전에는 강한 힘이 똘똘 뭉치고 있었다.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방심을 끌어내 동귀어진할 비장의 수였건만…….”
목숨을 걸어서라도 여기서 내 숨통을 끊어놔야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속에서 칼을 갈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이상 내가 방심할 일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심을 굳힌 거룡제의 얼굴에 결의가 떠올랐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웅장한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내공이 약한 자라면 당장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절명했을 법한 힘이다.
몸을 묶고 있는 내 의념을 깨트리며 거룡제가 돌진한다.
사지를 묶은 밧줄을 뜯어내고 달려드는 짐승 같다.
거룡(巨龍)이라더니 이건 숫제 상처 입은 불곰이다.
상체를 일으켜 세운 불곰 같은 무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정면.
과거 미숙하던 시절 만들었던 합일권의 수법이 주먹에 어렸다.
허나 깃드는 힘의 질은 달랐다.
장삼풍 사부는 천지인 합일을 통해 하늘과 땅의 권세를 사부의 손 위에 올리고 휘두른다 하셨다.
미숙하게 흉내나 내던 주먹에 내가 집어삼킨 천지간의 흐름이 실린다.
그렇게 격돌하는 일격!
쿠드드득!
첫 격돌과 달리 후폭풍은 일어나지 않았다.
충돌을 통해 만들어지는 후폭풍이란 서로의 힘이 호각으로 맞서며 충분한 반발력을 만들어낼 때 일어나는 것이다.
거룡제의 일격을 찢어버렸다.
쿠웅!
오른쪽 어깨, 상체의 절반 가까이가 날아간 거룡제의 몸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구파의… 정파의 시대가 저무는가 싶었건만…… 역시 천하는 넓구나……. 너 같은 녀석… 이 나오는 걸 보면… 쉽지 않겠어…….”
흐릿해지는 거룡제의 목소리에는 아쉬움 속에 후련함이 섞여 있었다.
그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끌어안은 채 거룡제의 눈이 감겼다.
사실상 이 전투의 결말이다.
이쪽을 향하던 시선들이 극명하게 갈렸다.
나는 그 시선들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았다.
‘이제 좀 따라붙은 것 같지?’
나는 나를 바라보는 설아 누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렸을 땐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