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61
360화 절망적인
멸천회주의 등 뒤로 도열한 강환의 개수가 일백.
딱히 강환 각각을 정교하게 제어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저 정도 물량이면 굳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그대로 몰아치기만 해도 일거에 쓸려나갈 판국이다.
‘반선(半仙)…….’
장삼풍 사부는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통제하여 휘두를 수 있다고 하셨다.
신선은커녕 그 발치에도 미치지 못한 내가 사부님들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호풍환우를 일으켰다.
상식 밖의 일을 태연하게 휘두를 수 있는 존재들.
신선이란 그런 존재들이다.
반쪽짜리라고 해도 신선의 영역에 한발 걸치고 있는 존재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구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사람이 던진 돌팔매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문제는 거기에 맞고 뒈질 개구리가 이쪽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전력을 다해 다시 한번 아홉 개의 강환을 뽑아냈다.
그리고 유성우처럼 날아드는 일백 개의 강환에 맞섰다.
콰콰콰콰!! 콰콰쾅!!
힘이 충돌하는 여파에 정말 하늘에서 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천지가 흔들렸다.
폭발에 휘말려 생각보다 많은 강환들이 터져나갔다.
그럼에도 여든 남짓한 숫자가 남았다.
다행히 나 역시도 혼자가 아니다.
“흐읍!!”
검강이 만들어낸 차가운 얼음꽃을 겹겹이 그려내며 벽을 만드는 백진성 아저씨.
겨울을 불러온 듯 일대를 혹한으로 만드는 설아 누나와 한산월 아주머니의 힘이 강환을 맞받아쳤다.
콰콰콰쾅!! 콰콰쾅!! 쾅!!
그런 노력에도 남아있는 강환의 수는 서른이 넘었다.
“흐랴아아아아아아!!”
그아아아아아아아앙!!
그아아아아아앙!!
내 뒤에서 혈교 마인들을 척살하던 삼악도 호걸 중 손이 비는 이들이 쇳덩이를 던져 지원한다.
쾅! 우지직! 쩌어어어어엉!
거대한 함선도 쪼개버리던 저 무지막지한 쇳덩이들이 모래 뭉치라도 되는 것처럼 터져나간다.
수천 조각으로 찢긴 예기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하지만 내게 저 찢긴 쇳조각들의 잔해는 기회였다.
“크아아앗!!”
내게 특화된 형태의 이기어검.
허공에 나부끼는 쇳조각 중 주먹 크기 이상의 것들을 내 통제 아래 둔다.
급한 대로 끌어올린 힘에 쇳조각 수십 개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인다.
파라라라락!
힘의 총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대도 안 되겠지만, 단순히 부딪쳐 터트리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제길!’
그런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꿰뚫어 보려는 시선의 존재를 느낀다.
내 대응과 역량을 가늠하려는 멸천회주의 시선이 칼날처럼 박혀온다.
하지만 지금은 여력을 남길 때가 아니다.
남아있는 강환에 이기이검으로 맞선다.
콰콰콰콰!!!
남아있는 강환들이 내 이기어검에 부딪히며 터져나갔다.
“흐랴!!”
그사이 육중한 체구가 멸천회주를 향해 몸을 날린다.
몸을 활대처럼 당긴 경태세가 주먹을 치켜올린다.
콰앙!!
전신의 반동을 이용해 멸천회주의 머리에 솥뚜껑 같은 주먹을 꽂아 넣는다!
땅이 울리고 후폭풍에 의해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난다.
금강불괴라도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은 위력!
“하찮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멸천회주는 타격이 전혀 없는 모습으로 멀쩡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손짓으로 경태세를 밀쳤다.
“……흡!?!!”
손가락으로 벌레를 튕겨내는 듯한 광경이다.
경태세의 거구가 가벼운 한 수에 저만치로 날아간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강환들이 생겨난다.
한 번 더 해보라는 것마냥 일백의 강환들이 조금 전처럼 오와 열을 맞춰 자리를 잡는다.
가지고 놀고 있다.
인간에게 대적하는 작은 벌레라도 된 기분이다.
“……X발.”
지금까지 숱한 강자들과 싸워왔다.
그중에는 승산이 흐릿한 강자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아예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물러날 수는 없다.
이 자리가 죽을 자리라면 사부님들의 제자로서 당당하게 죽을 것이다.
내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절초.
모든 힘을 모으는 하나의 형태를 머릿속에 그린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달마 사부의 무공은 스스로의 완성을 추구한다.
이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을 때 나는 불가의 본존이 되리라.
하지만 여기에서 천마사부의 힘을 다른 방향으로 쓰면 어떨까?
자신의 영역에서 신이 되는 힘.
호풍환우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장삼풍 사부의 천지합일의 공능과 물질세계를 통제하는 천마사부의 공능의 결합이 근간이다.
그런 천마 사부의 힘을 만약 다른 방향으로 쓸 수 있다면?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나 개인에게로 좁힌다면 완성의 경지를 강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달마 사부와 천마 사부의 힘을 맞물리게 해서 이중으로 완성을 이룬다.
이를 위한 원력은 장삼풍 사부의 힘으로 보강한다.
이를 통한다면 입천신마존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발상의 시초는 입천신마존에게서 얻었다.
입천신마존은 무극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강화하고 통제했다.
이를 내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그 결과는 기대해볼 만했다.
어쩌면 인간의 육신으로 신선의 영역을 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공할 수 있다면 말이지…….’
실패한다면 아마도 몸이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구상의 영역으로만 두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간……?!!”
“역시.”
내 결의가 무색하게도 나를 바라보던 멸천회주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돌연 강환을 해제하더니 뒤로 훌쩍 물러났다.
콰르르릉!!
멸천회주가 있던 곳에 낙뢰가 떨어졌다.
멸천회주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니 하늘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미간을 일그러트리기라도 하듯 검은 먹구름이 몰려있었다.
“현천상제께서 무리하시는군. 인과의 역풍으로 힘을 쓸 수 없으실 터인데.”
멸천회주의 입가에 진한 비웃음이 걸렸다.
“여전히 생각이 짧으시구나.”
비아냥에 이은 조롱.
천상 높은 곳을 향하는 멸천회주의 감정이 엿보였다.
눈동자에서 엿보였던 들끓는 증오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하!? 현천궁 출신인 놈이 현천상제를 까?] [저거, 저거 저거 저거 돌았나?]사부님들은 분노하다 못해 어이가 가출하신 것 같았다.
그러나 사부님들의 분노는 저자에게 닿지 않았다.
“내 너를 보고 많이 놀랐다.”
멸천회주의 시선이 다시 한번 내게로 향했다.
온몸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안 돼!!”
나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설아 누나가 멸천회주의 뒤를 치려고 했지만, 거칠게 휘두른 손짓 한방을 견뎌내지 못했다.
콰앙!!
“아악!!”
피 화살을 뿜으며 설아 누나가 나가떨어진다.
“설아야!”
“이익!”
백진성 아저씨와 한산월 아주머니가 반 박자 늦게 손을 보태려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콰쾅! 콰앙!
“컥!”
“으으윽!”
상대가 되질 않았다.
뒤늦게 나도 움직였지만, 그런 내 앞에 날아든 것은 거대한 손이었다.
“……큿!!”
콰아아아아앙!!
두 팔을 교차해 막았음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전신을 꿰뚫었다.
뒤로 날아가던 몸에 충격이 오며 나뒹굴었다.
쿨럭!
배 속에서 솟구친 뜨거운 핏물이 호흡을 가로막는다.
“그동안 내 계획을 방해해온 것이 너였으렷다.”
“크흐…….”
“네가 품고 있는 그 인과의 덩어리는 일개 사람이 품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필경 내 대적자로 하늘이 낸 것이 분명할 터. 내 분명히 보고 확인했다.”
“뭐라는…… 커억!”
옆구리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이 인다.
가볍게 걷어차인 발길질에 다시 한번 나가떨어진다.
그리고 쫓아와 내 몸을 밟았다.
“하늘은 갑작스럽게 일을 꾸미지 않는다지만, 너는 너무도 부족하구나. 외견으로 보아하니 약관쯤 되었을까. 아마도 네놈이 태어났을 때부터 준비해왔을 터이니 이십 년의 수련으로 그 경지에 오른 것은 대단하다 하겠다만, 이번만큼은 하늘이 안일했구나. 내게 대적하기엔 반갑자(30년)는 이르다.”
‘뭔 이십 년 운운이야, 이 새끼…….’
혼자서 말하고 혼자서 납득하는 짓거리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목구멍을 채우는 핏물 탓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던 멸천회주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렇군. 감정에 치우친 선택이었나. 저 계집이 눈에 밟혔나 보구나.”
으드득!
갈비뼈가 자근자근 부러진다.
천천히 뼈가 조각나는 고통은 끔찍할 정도였다.
“죽이지는 않으마. 아무 대비 없이 너 정도의 인과를 품고 있는 놈을 죽였다간 나 또한 인과의 역풍에 휘말려 천 년은 숨죽이고 살아야 할 터. 이는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놈은 여전히 혼잣말을 계속 되뇌었다.
오랜 세월 가슴 속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내는 듯했다.
그러다 뭔가를 깨닫기라도 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죽였다.
“…그렇군. 어쩌면 하늘이 원하는 바가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허나 소용없다. 내 대계가 완성되는 순간, 더 이상 그런 것 따윈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하! 그 새끼 말 많네.]장삼풍 사부의 목소리에서 감추지 못하는 분노가 흘러나왔다.
눈앞에 멸천회주가 있다면 천 갈래로 찢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사이 뭔가 계산을 끝내기라도 한 듯, 놈이 내 가슴을 누르던 발을 뗐다.
“허면 무력함에 좌절하며 끝까지 지켜보아라. 종막이 머지않았다.”
멸천회주의 얼굴은 족쇄에서 풀려난 사람처럼 밝았다.
더 이상 그 무엇도 두려워할 게 없는 것처럼 웃었다.
“하늘 너머에 묶여있는 강대한 자들아. 너희의 한계가 이곳에서 드러났으니, 이제 나를 이 땅에 내던진 너희가 절망하리라!”
그 말과 함께 나는 다시 한번 부유감을 느꼈다.
쿨럭!
내던져진 충격에 피를 토하며 주변을 살피니 옆에 설아 누나가 보였다.
“이 녀석을 끌어낸 공이 크니, 너희도 짧게나마 연명할 수 있게 해주마. 감사히 여기도록.”
다행이다.
저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 빈자리로 들어와 자리 잡는 것이 있었다.
‘썅…….’
더럽다.
진창에 머리를 처박은 것 같은 기분이다.
폐 속으로 역겨운 것이 꿀렁꿀렁 넘어오는 느낌이다.
‘오랜만이네, 이 기분.’
과거 무당파 속가제자 시절, 윤시후에게 한껏 짓밟힌 다음 느끼던 기분이다.
울화통이 터졌다.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내리눌렀다.
감정을 토해내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었다.
“……괜… 찮아?”
설아 누나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고개만 간신히 까딱거리며 설아 누나가 힘겹게 웃음을 지었다.
안 괜찮은 것이 뻔히 보이는데 괜찮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
다행이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전혀 다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말이 떠올랐지만, 이것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흐릿해지는 이성의 끈을 느끼며 나는 손을 뻗었다.
꼬옥.
설아 누나의 손이 잡혔다.
깍지를 낀 손의 온기가 차가워지는 마음을 조금은 녹여주었다.
***
“후우우…….”
달마는 숨을 고르며 말을 아꼈다.
장삼풍도, 천마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제자는 중과부적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싸웠다.
지금은 어떤 말을 하든 제자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반갑자는 무슨. 봄이 지나기 전에 처발라주마.”
다만 이대로 물러날 생각도 없었다.
제자를 다시 한번 담금질할 계획을 세우며 장삼풍이 분을 삭였다.
하지만 당장 분노를 곱씹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상제를 뵈러 가세.”
셋은 현천궁으로 향했다.
“박살 났구만.”
예상했던 대로 현천상제가 머무는 곳은 난장판이었다.
대신격의 분노와 그에 반발한 인과의 역풍이 난장을 피운 공간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어있었다.
서왕모가 현천상제를 살피고 있지만, 상태가 쉬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셋은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달마여.”
“말씀하십시오.”
“그대가 알아볼 것이 있느니라.”
“알겠습니다.”
아마도 멸천회주라는 놈의 신상일 것이다.
하지만 서왕모는 그 외에도 걸리는 것이 있는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멸천회주가 한 말.
멸천회주가 한 착각.
“하늘은 갑작스럽게 일을 꾸미지 않는다… 라…….”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옥황상제가 기거하는 곳.
서왕모의 시선이 자미궁이 있는 방향으로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