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신의 영역이란
단기간에 큰 성장이 그냥 이뤄질 리는 없다.
분명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를 거다.
[지금까지 너에게 가르친 것들은 어디까지나 네 토대를 쌓는 것에 주력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도 선계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만, 상황이 이리되었으니 지금부터는 그 토대 위에 결과물을 쌓아올려야겠구나.]“옛!”
지금까지 배운 것도 엄청났지만, 장삼풍 사부의 말을 들어보면 그게 모두 기초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였다.
무지막지한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초원을 달리는 말이 사람의 문명을 보고 이해하라는 소리에 가깝지 싶다.
그런 내 기색을 읽으셨는지 천마 사부가 설명을 보충해주셨다.
[내 무공을 처음 접했을 때를 생각하면 될 거다.]“아!”
천마무겁수.
의지를 세상에 관철시키는 무극의 영역을 시작부터 마주하게 했던 무공.
그 무공을 예로 드시니 이해가 되었다.
[그 잡놈이 꼴에 선계에 발은 들인 놈이니, 그놈과 싸우려면 너 역시 그 영역에 들어서야 격(格)이 맞겠지.]격을 맞춰야 한다는 사부님들의 말에 나는 불쑥 궁금증이 떠올랐다.
‘우화등선한 사부님들에겐 육신이 존재할까?’
피와 살로 이뤄진 육신이 없다면 기혈이라는 개념 역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공심법으로 내공을 몸에 축적하는 것도 없는, 그저 그 자체로 완성된 존재.
그렇기에 무극이 기본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역부터는 더 이상 피와 살로 이뤄진 육신이 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너 개인의 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세상의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네 의지가 상대를 집어삼키는 것이 선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뭐,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네 의지가 상대를 관철하면 절로 그렇게 이뤄진다.]사부님들의 설명이 연이어졌다.
강의가 계속됨에 따라 왜 사부님들이 인과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은 단전이라는 그릇에 내공을 담아 힘을 쓰지만, 하늘 위의 존재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영역에서 힘을 가져다 쓰는 것 같다.
[누구의 의지가 더 강한가, 어느 쪽이 구축한 내면세계가 더 넓은가를 겨루는 싸움인 거지. 그 건방진 놈의 경우 육신은 선계에 발을 걸쳤지만, 내면세계는 그리 넓지 않아. 고작해야 인간 수준에서 끝에 다다른 정도일까? 그러니 등선을 못 한 것 같고. 그렇기에 네게도 승산이 있는 거다.]어렵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내 강환이 멸천회주에게는 통하지 않은 이유다.
멸천회주의 의지가 내 힘을 묵살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넌 좀 괴랄한 놈이지.]“예?”
[삼풍이 놈 태극에, 내 혼돈과 공허를 한 몸에 갖춘 데다가 천사대선과 투전승불의 기질까지 담고 있단 말이지. 네 녀석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내면세계를 구축하게 될지 짐작이 안 간다.]천마 사부의 이야기대로라면 서로 다른 영역을 동시에 구축한 채 완성에 이른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모양이다.
“근데 달마 사부는요?”
[그쪽은 불가(佛家)다. 자연의 이치와 함께하는 도가(道家)와 셈법이 달라. 특히 달마 저놈이 구축한 영역은 일반적인 불가의 것과는 궤가 달라. 저놈은 일반적인 법신(法身 다르마카야 धर्म काय)이 아니다. 육신의 단련을 극으로 하여 영역과 혼을 정련하는 초연성강(超鍊成强)에 이른 정신 나간 놈이니까. 애초에 불문에서 법을 궁구하는 구도(求道)가 아닌 무도(武道)로 천상에 오른 놈이 나왔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지.] [저기, 나 여기 있네만? 뒷담화는 좀 아니지 않는가?] [어쩌라고. 그리고 이건 앞담화라고.]달마 사부와 천마 사부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천마 사부는 정신 나갔다 평하셨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달마 사부는 기존에 없는 영역을 구축하여 열반(涅槃)에 오르신 것이다.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허면, 이제부터 모조리 때려 박으면 되는 건가? 까딱하면 폭사겠지만, 그거야 근성으로 견디면 되는 거지. 암!]갑자기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사부님들 목소리는 아닌데,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높으신 분 같다.
등선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인간 시절의 감각을 날려 먹은 분이시지 싶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왜 사부님들이 그렇게 죽겠다고 앓는 소릴 하시는지 알 것 같다.
다행히 고아한(?) 서왕모 님의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퇴출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든든하신(?) 분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마냥 안도하긴 일렀다.
[아까 그 양반이 좀 막 나가긴 했지만, 확실히 지금 상태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맞아. 우리가 애초에 세웠던 육성 계획에서 꽤 어긋난 것도 사실이고.]“아… 그…….”
[물론 폭사 결말은 피해야 하니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다. 다행히 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핵심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구나.]“진짜 다행이네요. 허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거란 건 뭔가요?”
[반도.]설아 누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얻었던 선계의 보물.
하지만 설아 누나가 그대로 먹었다간 문제가 터질 것이 뻔했기에 제대로 연단 할 기반을 갖춘 뒤 쓰려고 했던 영약이다.
[네가 직접 먹어 봐야 효과는 거의 없겠지만, 설아라는 아해에게 먹인다면 이야기가 다르지.]“설아 누나에게 먹이면 뭐가 다르나요?”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그 설아라는 아해의 가계는 일종의 영물화가 되었다. 그 근간에는 과도한 물의 신력이 존재하고 있고. 반도는 목기의 정화라 할 수 있으니 수생목의 이치를 따라 잘만 중화시킨다면 네가 그 물의 신력을 취할 길이 생길 거다.]물의 신력.
오행신력의 완성이다.
천마신교에서 이뤘던 불완전한 오행신력을 제대로 완성시킬 수 있다면 멸천회주와 맞설 토대가 마련된다.
설아 누나의 상태도 호전되고, 오행신력도 완성된다.
바라마지않는 일이다.
“서둘러야겠네요.”
하지만 당장 준비된 건 반도뿐이다.
곤륜산에서 구비했던 영약은 천마신교에서 싸그리 소모했고, 연단 능력을 갖춰놓기 위해 굴려두었던 당사연 소저는 안휘에 있는 남궁세가에 있을 거다.
당사연 소저야 사람을 시켜 불러들이면 된다지만, 영약을 캐려면 곤륜산까지 다녀와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영약을 캐는 건 다른 사람을 시킬 수가 없다.
나는 당장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 그대로 가만히 있어!]“예?”
[어이구, 이 멍청한 제자 놈아. 선계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잖냐. 그게 단순히 무공뿐이겠냐. 이미 다 준비됐다.]이건 또 뭔 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곧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삐이이이이이!
하늘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
들어본 기억이 있는 소리에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연 아우?”
마당에는 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경태세가 있었다.
멸천회주에게 한 방 먹고 튕겨 나갔는데, 벌써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추스른 모양이다.
경태세는 황망한 표정으로 나와 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어? 어…… 어, 이게… 어?”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삼악도 대장의 저리 놀라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지만, 이해는 되었다.
“오랜만이네.”
삐이이이이!
내 말에 화답하듯 힘차게 울부짖는 천산의 신조 청조가 푸른 깃털이 가득한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앉았다.
신화 속 영물이 거대한 부리를 내 얼굴에 비비며 애교를 부리더니 잘 정리된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뭔가 싶어 열어보니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영약들이었다.
반도를 연단 할 때 쓸 재료들인 모양이다.
“어라? 천산의 영역에서 못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못 나오는 게 아니라, 손해가 크니 안 나오는 거지. 하지만 지금은 손해를 생각할 때가 아니잖느냐.]그건 그렇다.
[손실분은 나중에 천상에 오르면 셈해 주기로 했다. 윗선에서도 결재가 떨어졌으니 문제없다.]뭔가 감동을 받으려는데,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가니 김이 새는 느낌이다.
그래도, 시간을 크게 아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청조가 도와준다면 안휘를 왕복하는 것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선계에서 확실히 밀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말 그대로 전폭적인 지원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삐익!
청조가 머리를 숙여 등을 내어놓는 보습을 보이기에 바로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여전히 반쯤 혼이 나가 있는 것 같은 경태세에게 행적을 남겼다.
“안휘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오늘 안에 다시 돌아올 테니,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르세요.”
“오늘?”
경태세는 여전히 현실 파악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안휘까지 하루 만에 왕복하겠다고 하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기에 추가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부탁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일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었다.
***
역시 청조는 빨랐다.
천산에서 녀석이 태워줬을 때는 반쯤 태업이 의심되었다.
오죽했으면 날 떨굴 생각으로 이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안휘가 아니라 저 아래 남해까지 하루치기로 왕복이 가능할 것 같다.
[숨 쉬는 게 좀 힘들겠지만 참아라. 사람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는 놈이다 보니 높게 날아야 하거든.]확실히 이런 거대한 새가 날아다니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멸천회의 정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심해서 손해날 건 없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가 생긴 틈에 멸천회주와 싸울 때 구상했던 방법을 문의해보기로 했다.
“사부님.”
[왜?]“제가 그 잡놈이랑 붙을 때 생각했던 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 말해 봐.]달마 사부의 자기완성에 천마 사부의 영역을 극소화시켜 완성도를 중첩시키는 개념이 제법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는데, 장삼풍 사부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어이구, 이 화상아. 폭사 결말이 취향이었던 거냐?]얼토당토않은 구상이었던 모양이다.
[뭐, 담고 있는 영역이 다채로우니 발상이 신선하긴 하군.]천마 사부는 발상만큼은 인정해 주시는 느낌이다.
물론 실현성에 대한 평가는 장삼풍 사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았다.
[가능한 방법이 있긴 할 것 같다만.]다만 달마 사부는 생각이 다르신 것 같았다.
[금강계(金剛界)에 적(迹)을 올리면…….] [얼씨구, 이 작자 보소?] [이 화상이 어디서 날치기를 하려고!]사부님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서왕모 님도 크게 화를 내셨다.
‘금강계가 뭐길래?’
[아니… 그… 제 제자이기도 하고… 여래(釋迦)께서도 눈여겨보시는 중이라… 그…… 생자(生者)를 좌에 올리는 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니…… 그릇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라면 이쪽도 방법이 될 수…….]달마 사부의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지신다.
뭔가 위험한 발언이었던 모양이다.
금강계가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도문과 불문 사이의 문제로 보였다.
뭔가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가만히 분위기만 살폈다.
‘그래도 필요한 일이라면… 해야겠지.’
삐이이이!
그사이 목적한 곳에 다다랐다.
“남궁세가.”
***
남궁세가에 비상이 걸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난 푸른 새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새가 아니라 엄청나게 거대한 새다.
“저, 저게 뭐다냐?”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영물의 등장에 다들 크게 긴장하며 무기를 쥐었다.
상서로운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군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 소협?”
“연 대인 맞지?”
“진짜 용신이었어?”
거대한 새 위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자 다들 무기를 내렸다.
그리고 이 어이없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저 사람은 정말 중간이 없네.”
당사연이 중얼거리는 말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