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408
407화 화산전투의 승자
“미친놈들…….”
화산파를 향해 돌격하던 사파연합 무인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위와 흙먼지, 돌가루가 쏟아졌다.
무공 고수는 평범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용력을 지닌 것이 사실이다.
일천 근이 넘는 소나 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바위를 두부 자르듯 써는 이들도 허다하다.
어지간한 바위쯤이야 우습지도 않다.
달리 말하면 눈 앞에 펼쳐진 재해는 어지간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산봉우리 하나를 잘라 넘어트리는 격이다.
족히 만근은 되어 보이는 바위들이 우박처럼 쏟아진다.
단순히 절벽 하나를 붕괴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리 수많은 바위를 준비했다.
“화산이… 화산파가 이걸 허락했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화산의 장엄한 산세는 화산파의 자랑이었다.
일종의 성지로 취급되어왔다.
그걸 날린다는 것은 스스로의 역사와 자랑을 자신들의 손으로 무너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정파에서 가장 고고하다는 화산파가 이를 허락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뒈져라, 흑토룡(黑土龍-검은지렁이)!”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다!”
낙하하는 바위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이들이 검광을 뿌렸다.
자욱하게 일어나는 먼지 더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는 분명 살아 움직이는 자들이 있다.
그냥 검만 휘두르며 날뛰는 것이 아니다.
정체가 무엇인지 빤히 보이는 녹색 가루를 사방으로 뿌려댔다.
이대로라면 떨어지는 낙석에서 몸을 지킨다고 해도, 검에 베이거나 독에 중독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낙석과 극독이라는 지독하리만치 효과적인 조합에 사파 무인들이 이를 갈았다.
화산을 오르며 마주쳤던 함정과 절진들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조잡한 꾐수로 격하되었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시건방지다아아아!”
낙석과 극독,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드는 고수들.
해일처럼 밀려드는 공세를 맞닥뜨린 흑룡회주가 다시 한번 본신의 성명절기인 대력용왕공의 절초를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앙!
만근이 넘는 바위를 산산조각 낸 흑룡회주가 기운을 뿜어 먼지와 독기를 밀어냈다.
그리고 번개같이 장력을 뻗어 공중을 점하던 흑애무천 검수를 후려갈겼다.
검을 부수고 들어오는 일격에 상체가 뜯겨나간 흑애무천 검수는 뼛속까지 태워버리는 불길에 휩싸이면서도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를 뜯어 뿌렸다.
“무림…… 위하여!”
불길에 사그라지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 의미만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독 가루를 뿌리며 사파무인의 독기를 드러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반대로 기습을 가하는 결사대들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싸워라! 최후까지!”
“우리의 피가 동료들을 지키는 초석이 된다!”
“무림맹을 위하여!”
육비검 조문협이 악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여섯 개의 팔을 가졌다는 별호에 걸맞게 날카로운 쾌검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일검이 이검보다 빠르고, 이검이 삼검보다 빠르다.
카카카카카카캉!
오로지 흑룡회주의 목만을 노리고 뻗어낸 검격이 순식간에 수십에 달했다.
섬전과 같은 연격을 모두 쳐내지 못한 흑룡회주가 결국 호신강기나 다름없는 검은 용형의 불꽃을 내세워 검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조문협도 흑애무천에서 손꼽히는 고수.
끊임없이 재생되는 검은 불꽃을 기어이 찢어내며 검을 뻗었다.
“흐아아아아아아!”
검을 휘두를 때마다 튀어 오른 검은 불길에 피부가 벌겋게 익었지만, 조문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귀기라도 해도 좋을 법한 기세를 뿌리며 대력용왕공을 찢어낸 조문협을 향해 흑룡회주가 권격을 뻗었다.
쩌엉!
무수히 많은 검격이 단번에 사그라든다.
그저 일권에 조문협을 밀어낸다.
조문협은 떨어지는 낙석 사이를 밟고 가까스로 몸의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조문협의 몸 상태는 끔찍했다.
두들길 때마다 불똥처럼 튄 대력용왕공의 화기에 노출된 조문협의 피부는 끓는 기름이 부어진 것처럼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눈은 여전히 귀기를 뿌리며 흑룡회주를 노려보았다.
“지독한 놈!”
“죽기를 작정한 몸이다!”
조문협이 떨어지는 낙석 사이로 도약하며 흑룡회주에게 달려들었다.
“네놈도 목숨을 걸어라! 흑룡회주!!”
몸은 정상이 아니었지만,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조문협이 검과 하나가 되어 흑룡회주를 향해 날아갔다.
***
흑룡회주 정도 되는 강자에게 쏟아지는 낙석과 사방을 뒤덮은 독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떨어지는 바위야 부수면 되는 거고, 먼지구름 사이에 퍼져있는 독이야 내력으로 태워버리면 된다.
호신강기를 여유 있게 구사할 정도의 무인이라면 대처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반대로 호신강기를 구사할 수 없다면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수천에 달하는 사파 무인들이 나름대로 고르고 고른 정예라고는 하지만, 그들 중 호신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만한 무위를 갖춘 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설령 호신강기를 펼칠 수 있더라도 타인을 구할 만큼 여유로운 자는 더더욱 드물었다.
“으악!”
쿠웅!
쏟아지는 낙석들 사이에서 허둥대던 누군가가 바위에 깔려 으깨졌다.
“X발! 난 살 거야… 살 거라… 으악!”
쿠우웅!
어떻게든 낙석을 피하고 부수며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했지만, 호흡기로 파고든 독 가루에 점차 손발이 마비되며 결국 바위에 깔려 죽었다.
“이 빌어먹을 돌산!”
피할 곳도 없었다.
주변은 모두 바위이기에 땅을 파고 숨을 공간을 마련할 수도 없었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독을 들이마시고 시든 풀잎처럼 축 늘어지다 밟히고 깔렸다.
흑룡회주가 만들어낸 길을 따라 오르면서 밀집된 진형이 만들어졌기에 피해는 더욱 커졌다.
경공으로 몸을 날려 회피한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죽음을 면할 수는 없었다.
떨어지는 바위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결사대가 그물망처럼 사파연합 무인들을 옥죄었다.
순식간에 수백에 달하는 무인들이 주검이 되었다.
그야말로 악몽 같은 피해다.
하지만 그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악!
어마어마한 피해에 경악하는 그들의 목을 노리는 검이 있었다.
“컥!”
검 끝에서 피어난 꽃이 피에 물들며 진다.
화산 특유의 검세를 뿌리며 혼란스러운 적진을 헤집는다.
자령진인을 비롯한 화산파의 흑매검수.
원치 않았을지라도 혈교의 대법을 받아들이며 사문에 죄를 지은 죄인들.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듯 떨어지는 낙석 사이를 돌파한 흑매검수의 검이 파죽지세로 사파연합을 갈라냈다.
그 수는 소수였지만, 사파 무인들은 쉬이 대응할 수 없었다.
떨어지는 바위와 사방을 뒤덮은 독에 정신이 쏠려있었다고는 하지만, 흑매검수들 역시 조건은 대등했다.
결국, 그 차이는 각오에 있었다.
낙석이 떨어지는 곳을 오가며 날뛰는 자령진인의 자리는 생사의 경계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곳에서 죽음을 도외시하며 싸우니 자령진인 본인의 역량 이상으로 피해를 키울 수가 있었다.
“허허허! 통쾌하구나!”
게다가 원치 않게 얻은 혈교의 대법은 자령진인 본인의 기량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을 놈들에게 돌려주는 현 상황이 자령진인은 무척이나 기꺼웠다.
자령진인은 검을 휘두르며 적진을 가늠했다.
지금은 낙석의 경계를 오가며 싸우기에 적진을 헤집을 수 있지만, 쏟아지는 낙석도 무한하지는 않다.
준비된 계책이 모두 끝나면, 진형을 추스른 사파연합에 포위당하게 될 것이다.
“화산을 더럽힌 원한을 갚겠다!”
하지만 이미 죽을 것을 각오하고 있던 자령진인에게는 사소한 문제였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욱 적들의 피해를 키울지가 중요했기에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카앙!
사파연합의 후진에 있던 자들 중 하나가 맨손으로 자령진인의 검을 쳐냈다.
맨손으로 화산의 검기를 감당한다.
고수다.
왜 선두에 나서서 이 피해를 줄이지 않았는지 의아했지만, 자령진인의 검은 여전히 매화를 꽃 피웠다.
따다당!
화산의 검은 호쾌하게 뻗고, 날렵하게 베어낸다.
파죽지세의 기세로 사파연합의 진형을 가로지른 것도 그와 같은 검기(劍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진이 막힌 이상 지금까지 누리던 이점은 모조리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빈틈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자령진인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자령진인은 자신을 막아선 자를 노려보았다.
“드디어 보게 되었구나.”
자령진인은 느낄 수 있었다.
혈교의 대법이 만들어낸 역겨운 결과물.
피에 흐르는 힘이 눈앞에 있는 자에게 동질감을 자아냈다.
“그 힘을 누리고도… 나를 책망하는가?”
“그렇기에 품은 절망이다!”
자령진인은 검에 모든 힘을 담았다.
설령 핏속에 흐르는 것이 역겨운 힘일지라도 영육에 담긴 진실된 뿌리는 화산에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흐합!”
자령진인의 검세가 매섭게 날뛰었다.
이십사수매화검.
화산파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검로가 매화향을 뿌리며 만개했다.
그야말로 화산의 정신을 상징하는 검세.
“호… 오?”
수상하리만치 흑의로 몸을 감싼 자의 입에서 숫돌을 가는 듯한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짧은 감상이 끝나고.
퍼걱!
가볍게 휘두른 흑의인의 일격에 자령진인의 팔이 날아갔다.
“큿!?”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보여준다.
이십사수매화검의 검세가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을 단번에 반으로 갈라버렸다.
검과 검법, 그리고 자령진인의 오른팔까지.
아이가 어른을 상대하는 수준의 격차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자령진인마저 한순간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미안하외다, 문주.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구려.”
하나, 자령진인은 거기에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검을 잃었어도, 팔을 잃었어도, 아직 몸뚱이가 남아있다.
“같이 죽자!!”
자령진인은 몸을 내던져 흑의인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뒤에서 쏟아지는 낙석에 파묻힐 각오였다.
“하… 하하!”
하지만 흑의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 손이 눈앞에 덮쳐온 낙석에 닿았다.
파각! 파스스!
그 순간 만근이 넘을 것 같은 바위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인…정한다, 화산의 후예… 여.”
“큭!”
흑의인이 자령진인의 목을 움켜쥐었다.
자령진인이 필사의 저항으로 흑의인의 가슴에 일장을 날렸다.
파앙!
뜯겨나간 검은 옷자락 사이로 흑의인의 가슴팍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자령진인이 눈을 부릅떴다.
“예를… 표하마.”
경악한 자령진인의 입이 열리려 했지만, 흑의인이 더 빨랐다.
퍼걱!
자령진인의 몸이 부서진 바위처럼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
낙석계를 통해 일시적으로 큰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양측 간의 힘의 차이는 현격했다.
바위가 모두 굴러떨어진 뒤에 남은 것은 일방적인 압살이었다.
무림맹 무인들은 모두 기개 있는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그렇게 큰 타격을 입은 사파연합은 기어이 화산파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누구도 웃음 짓지 못했다.
“이게… 화산파?”
화산파는 폐허가 되어있었다.
어느 하나도 곱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모든 것이 파괴된 잔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화산파를 점거했지만,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상처뿐인 영광만이 남았을 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흑룡회주가 폐허의 잔해를 걷어차며 악을 썼다.
대부분이 그런 흑룡회주의 감정에 동의했다.
다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시신을 수습해라.”
유일하게 기뻐하는 이들.
“좋은 피가 많이 흘렀으니, 몇 명 더 일으켜 세울 수 있겠군.”
대사도를 비롯한 극악사도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