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218
마탄의 사수 (1218)
캔들 캐슬 이야기가 슬쩍 나오자 주변의 유저들도 하나둘 미소를 지었다.
레벨1, 레벨2 그 당시의 힘겨움과 지금을 비교해 보자면, 지금의 퀘스트나 스토리 라인은 모두 즐거운 게 아닌가.
“맞는 말이죠. 해야지! 별초가 무조건 1빠로 건드리겠어요!”
“으음, 마왕의 조각들이 ‘숨어 든’이라는 표현으로 봐서, 지상은 아닐 것이고…… 분명 특정 수준 이상의 비밀 공간, 당연히 공간 이동과 관련된 무언가가 발견될 확률도 높지.”
“그럼 혜인 오빠가 찾을 확률이 높은 거 아녜요?”
“하핫, 우선 추측만 해 본 겁니다. 가 봐야 알겠죠. 신대륙 동부에서 공간 이동이 가능한 특정 지역을 중점적으로 수색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우리 길드의 장점은 한결같은 자세. 부동심이야말로 검사가 지향해야 할 점이지.”
냉철한 혜인과 열정적인 기정. 두 명의 전, 현직 길드 마스터들을 뒤따르는 별초의 인원들.
주변의 유저들도 웅성거리고 있었으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혜인이 굳이 자신만 알아도 되는 정보를 흘린 것은 퀘스트 안에 〈배정된 조〉가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수색 범위를 벗어나 홀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할 수 없는 이상, 한 명의 유저라도 이런 사실을 더 많이 알고 있어야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는데?”
“그러네. 어차피 쫄게 뭐 있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것도 아니고―.”
“몬스터나 처리하면서, 공간 이동 가능한 지역만 찾아내도 되겠구만!”
작은 불씨는 곧장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무엇보다 그들 모두 어느 정도의 각오를 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게 아닌가.
퀘스트 창을 보고 물러설 멍청이는 없다는 뜻이다.
웬만한 유저들이 모두 수락 버튼을 눌렀을 때, 에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제자리로! 지도를 확인하며 각자 배정된 조를 헤쳐 모인다!]이미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던 유저들이 재정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 남짓이었다.
뿌우우우우우──────…….
나팔 소리와 함께 〈신성 연합〉의 군세가 진군을 개시했다.
* * *
오염된 세계수의 숲이 있는 중앙부를 지나고, 동부를 들어올 때까지도 〈신성 연합〉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몬스터들과 마주친 조가 몇몇 있었으나, 한 조당 무려 100명 전후의 인원을 배치해 놨으므로 그들도 별다른 위험 없이 몬스터들을 상대해 냈다.
수색 또한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혜인이 은근슬쩍 꺼낸 아이디어는 곧장 에윈에게 보고되었고, 바하무트의 지시 하에 각 메탈 드래곤들이 공간 탐지와 마나 탐지를 고루 흩뿌렸다.
아주 조금씩의 거리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기다란 띠 형태를 유지한 채 신대륙 동부에 들어온 지가 벌써 4시간 째, 아직까지도 긴장감은 유지되고 있었다.
이하를 비롯하여 꽤 많은 유저들이 신대륙 동부의 ‘끝’은 사우어 랜드로 알고 있었으므로, 동측으로만 향하는 진군은 당연히 그 부분에서 멈춰야만 했다.
‘사우어 랜드까지는 이렇게 띠 형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찾고…… 만약 거기까지 가는 동안 없다면 이번엔 동서로 가로지르는 두 개의 띠 형태로 나뉘어 각각 북측, 남측을 향해 수색을 시작한다.’
라르크와 신나라에게서 전해 들은 수색 방식은 분명 효율적이었다.
‘말하자면 제설 작업이나 마찬가지지. 아무 데나 흩어져서 눈을 퍼내는 게 아니라, 일렬로 서서 쫙쫙 밀고 나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문제라면…….’
기한 안에 가능할 것인가.
〈쟌나테의 열쇠〉를 갖고 사우어 랜드를 향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다.
과연 이대로 가능할 것인가.
이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생각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주변을 살펴야 한다.
이하 또한 주변의 유저들과 보폭을 맞춰 가며 〈마나 투시〉 및 〈꿰뚫어 보는 눈〉 그리고 〈독수리의 눈〉까지 계속해서 사용해 가며 눈에 띠는 장소가 있는지 살폈다.
‘〈마음의 눈〉을 쓰는 건 카일에게 당한 사람이 나온 이후. 그때까지는 아껴야 해.’
카일에게 당했다 하더라도 이하 자신의 위치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389번 조에 배치된 이하는 전체 1500개의 조 중 제법 북측으로 치우쳐져 있는 상태였다.
만약 남측 끄트머리에 있는 1400번대 이하의 조에서 카일에게 당한 사람이 나올 경우, 〈마음의 눈〉을 써선 안 된다.
‘이런 진군이라면 카일 역시 내 위치를 곧장 확인할 수 없어. 그러니……최대한 내 위치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
마왕의 조각들이 있을 법한 비밀 장소를 찾는 동시에, 이하로서는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은 저격수와 싸우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6시간, 8시간, 이제 어둠이 내렸고 대다수의 조가 몬스터들과 한 번 이상씩은 싸웠으나 아직도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것이 이하로서는 다소 초조한 점이었다. 마왕의 조각이 숨어든 장소는 발견되지 않는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카일은?
10시간, 11시간, 12시간!
이렇게 느릿느릿 나아가도 불과 12시간 안에 과거 시티 페클로의 좌표 인근까지 도착하건만, 아직도 카일과 치요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만약 시티 페클로의 잔해라도 찾아보기 위하여 전력 질주 한다면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불현듯 이하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일부러…… 피하고 있다?’
〈신성 연합〉의 진은 누가 봐도 수색 전용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마왕군의 급습에는 상당히 취약한 형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마왕군 소속 유저들 중에도 오라클이 있다는 걸 〈신성 연합〉 측도 알고 있었지만, 드래곤들을 활용한 방비 카드를 꺼내어 고육지책으로 이런 진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화연이 말처럼…… 가장 먼저 공격당하는 조의 주변이 바로 마왕의 조각이 있는 장소일 확률도 있으니까.’
치요는 반대로 그것을 역이용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하는 포인트가 되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람화연과 라르크는 도리어 당황하고 있었다.
‘공격을 안 해.’
‘이렇게 되면…… 정말 신대륙 동부를 다 뒤집어 봐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마침내 에윈에 의한 야영 지시가 떨어졌다.
첫 번째 날의 수색이 끝났다. 남은 기한은 이제 62일이 되었다.
* * *
“어디로 가는지 말도 안 하고 이대로 움직일 건가요?”
치요와 파우스트는 무리를 이끄는 두 사람에게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둘은 단호한 얼굴이었다.
“저 하우스하우스라는 걸 통해서 우리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마왕의 조각들이 숨어 든 단서에 대해서는 대략 해석이 되지만…… 그쪽을 향해 가다간 분명 걸릴 겁니다.”
그들은 블라우그룬까지 본격적으로 수색에 참가하여 요새에서 관측 가능한 하우스하우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건 알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틀린 의견을 말한 건 아니었다.
오라클 직업군에 의해 하우스하우스들을 발견하는 즉시 은신을 하지 않았다면 이미 이들의 행보는 적발되었을 테니까.
“그럼 지금 가는 쪽은 마왕의 조각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죠?”
그들의 말을 듣던 치요가 슬쩍 물었다. 메데인과 칼리는 서로 눈치를 보았다.
두 사람이 앞서며 무리를 이끌어 가는 방향은 신대륙의 동북방이었다.
시티 페클로를 기준으로 해도 계속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행군, 그들은 자신들이 향하는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왕의 조각은 이쪽으로 숨어들었을 거다.’
‘내 해석도 해석이지만 메데인 저 자식도 그렇게 읽었다는 거겠지.’
그곳은 바로 마왕의 조각들이 있음직한 장소였다.
시티 페클로에 있는 단서들을 조합하여 도출한 답은 하나다.
그러나 메데인과 칼리는 서로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묻지 않았다. 다만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그건 ‘장소’의 개념과는 조금 달라. 일단 인근까지 가도 쉽사리 발견될 확률은 적다.’
‘게다가…… 〈신성 연합〉이 정말로 먼저 발견해 버리면 끝이니까. 정보에 적힌 대로라면 분명 그쪽에도 무언가가 있을 테고.’
마왕의 조각들이 있는 곳을 향해 가면서도 그들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치요는 믿을 수 없고 파우스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흐으음…… 어쨌든 아직까진 마주치지 않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싸움이 벌어질 텐데, 그래도 상관없나요?”
싸우게 될 경우 마왕군 소속 유저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신성 연합〉에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쪽 방면에 마왕의 조각이 있다면 네 녀석들이 불리하게 될 거다.
즉, 이 질문에 NO라고 답한다면 이쪽 방면에 마왕의 조각이 있다는 뜻!
치요는 그들을 엮어 내기 위하여 갖은 수를 썼으나, 상대방은 두 명이었다.
“상관없습니다.”
“절대 안 됩니다.”
메데인과 칼리가 치요의 말재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반암묵적으로 체결한 협약, 그것은 그녀의 질문에 언제나 양방향으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치요는 서로 다른 그들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사스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죠? 신성 연합 쪽은?
―똑같습니다. 기다린 띠 형태를 통해 계속해서 동측으로만 나아가고 있습니다.
―흐음, 아무래도 메데인과 칼리가 어쭙잖은 장난을 치는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언제든 신성 연합의 시선을 이쪽으로 끌 준비를 하세요.
―핫!
―아 참, 그리고 미니스 쪽에서 로스 세타스와 길드 시날로아가 남겨 두고 온 세이프 하우스나 기타 자산들은 확인됐나요?
―그 작업도 거의 끝나 갑니다, 오카상.
―되는 대로 나한테 말해 주고― 아니, 나한테 말할 필요도 없지. 바로 상호 길드원들에게 뿌려 버려요.
메데인과 칼리를 향해서는 산뜻한 미소까지 보이고 있었으나 그녀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신성 연합〉이 다가오기 시작했을 때 너희들은 어떻게 반응할래?
‘흔드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긴 한데……. 과연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지, 두고 보자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쥐게 되었을 때 과연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인내하며 버틸 수 있을까?
치요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카일을 슬쩍 바라보았다. 카일은 치요를 한 번 흘끗거릴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네 녀석들은 다 몰라. 카일은…… 하이하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의 눈〉을 사용해 잠시 ‘싱크’되었던 그때를 카일은 놓치지 않았다.
방법은 몰라도 하이하가 특정 순간에 자신을 볼 수 있음을 치요에게 슬쩍 언질을 주었고, 치요는 또 그런 때가 있으면 반드시 자신에게만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해 놓았던 것이다.
‘그 정도의 스킬을 함부로 쓰진 않겠지만. 나머지 두 개의 일보다 하이하의 스킬 사용이 빠르다면…… 그때는 그들을 이쪽으로 끌어내야지.’
시노비구미를 활용하거나, 메데인과 칼리의 불화를 조장하는 방법 외에도 하이하의 스킬을 역이용할 수 있다.
치요가 이런 일을 꾸미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반드시…… 부딪치게 만들어야해.’
이미 〈신성 연합〉 측으로 상당히 기울어 버린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마왕까지는 필요 없어. 마왕의 조각들이 일어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