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439
마탄의 사수 외전 (88)
이하와 블라우그룬은 모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말을 꺼내기도 어색하고, 눈을 마주치기도 민망한, 묘한 정적이 흘러가고 있었다.
‘지, 진짜로……. 진짜로 젤레자 님이랑― 아니,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가 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근데 그게 도대체 무엇인가!
‘드래곤도 데이트를 하나?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그런 의문을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어! 이, 일단 난생卵生 동물은 맞을 텐데.’
이스터 에그를 사용해 죽은 블라우그룬을 부활시킬 당시에 보았다.
비록 곧장 해츨링으로 태어나긴 했으나, 그것은 분명히 알의 형태였다.
비예미가 구엔일 시절, 삐뜨르와 함께 드래곤의 알을 훔치는 퀘스트도 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니, 어쨌든 번식은 ‘알’로 한다는 건 틀림없을 것이다.
‘잠깐, 잠깐. 알이건 새끼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 그러니까…….’
이하는 흘끗 블라우그룬을 보았다.
마침 그 시점에 블라우그룬도 이하를 흘겨보는 중이었다.
눈이 마주친 두 파트너는 곧장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데이트가 아니야. 아니, 데이트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거, 이거, 이거……!’
무슨 일이 벌어졌음이 틀림없었다.
이하는 겨우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블라우그룬의 등을 툭, 쳤다.
“추, 축하해요. 축하할 일 맞죠?”
“축하― 축하라뇨! 아니, 그, 저기, 그러니까……. 그러게 왜 그런 걸 궁금해하셔 가지고!”
블라우그룬은 전에 없이 당황하다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애교 섞인 앙탈에 이하는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아니, 그, 그냥! 물어본 거지! 안 그래도 예전에 마왕 죽인 직후에 컬러 드래곤들 쪽에서 메탈 드래곤들과의 교류를 지속하고 싶다고, 앞으로도 중간역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었단 말예요!”
컬러 드래곤들이 다시금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가기 전, 자신에게 한 말이 있었다.
물론 블라우그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떠오른 것이긴 했으나 어쨌든 이하에게도 그 말을 들으며 하나의 의도는 있었다.
“그거랑 제― 그, 문제랑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저기, 뭐냐, 컬러 드래곤 중에서도 괜찮은 사람들 있으면 소개팅도 좀 시켜 주고 그러려고 했던 거죠.”
“……소개―팅이요?”
“아니, 그러니까. 그, 맞선. 만남 주선. 플람므 님이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거 아닌가?”
자신도 람화연과 결혼을 할 텐데 블라우그룬도 좋은 짝을 만나면 좋지 않겠나, 하는 의도가.
블라우그룬은 멍한 얼굴로 이하를 바라보았다.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며 웬만한 NPC 종족보다도 시스템적 지식이 많은 드래곤이라도, 당황이 극에 달하면 이런 얼굴을 하는구나, 라며 이하는 감탄했다.
“교류라면, 크흠……. 말 그대로 상호 문화의 교류라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메탈 드래곤의 쥬브나일급들을 컬러 드래곤에게서 수행시킨다던가 또는 그 반대의 상황 등으로요.”
“아, 아! 그러네. 그런 것도 있구나.”
이하는 블라우그룬에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 있다. 하지만 이하 자신이 할 일은 아니었다.
“근데 모르겠고, 아! 아르젠마트 님은 어떨까? 응? 맞아, 생각해 보니까 람화정 씨랑 같이 다니는 와중에도 말이죠, 컬러 드래곤들의 암컷들이 그 뭔가 쿨하고 냉철한 느낌을 주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블라우그룬은 조금 전과 같은 표정을 다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하는 팔짱을 끼곤 진지하게 말했다.
“음, 음. 그쪽에도 냉기 속성 있으니까. 화이트 드래곤이나― 아니, 반대가 끌린다고들 하니 레드 드래곤 계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물어봐야겠다.”
“그, 그건― 그건…… 지금 물어보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이하 님.”
이하가 곧장 연락할 태세를 취하자 블라우그룬이 허둥지둥 그를 만류하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하는 피식 웃고야 말았다.
“흐흐, 농담이에요, 농담. 놀라시기는.”
“농담……이십니까?”
“음, 지금 물어보진 않을 거라는 얘기지. 나중에 만나면 물어보죠, 뭐.”
물론 지금 연락한다는 게 농담이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하에게는 드래곤들 간의 교류 또한 중요했으나, 지금 챙길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타다앙──────────……!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4일도 채 남지 않은 삼 인방의 시험이니까.
‘교육에 따라서 업적도 습득한다고 했지. 당장 스탯이 부족하진 않겠지만…….’
이하는 잠시 고민했다.
카르카노나 엔정, 데베베치에게 저격수의 기술을 가르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저들이 혹시라도 빗맞힌다면?
‘근본적으로 데미지가 받쳐 줘야 해. 즉사 포인트는 손가락으로 콕, 찌른다고 무조건 죽는 그런 게 아니니까. 하물며 전쟁이 나면 머리 같은 곳은 탄탄하게 방어할 거다. 웬만한 배리어나 쉴드 정도는 뚫을 수 있을 정도의 데미지가 있어야…….’
암살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제2 합특〉 훈련으로 얻는 업적이나 경험치 등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만만한 건 거리 업적인가.”
〈업적: 소리는 갈 수 없는 곳(S-)〉
축하합니다!
당신은 사거리 7,000m 거리 이상의 목표물을 적중시켰습니다! 대단한 일이군요, 우레와 같은 굉음이 아니라면 웬만한 수준의 소리는 그곳까지 도달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자동 조준의 기능이 없이 발사체를 보내며 한계를 뚫어 버린 당신! 자,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미들 어스의 전설들에 나오는 비공식 기록의 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상: 민첩 +21
전체 대륙 공통 명성 300
〈소리는 갈 수 없는 곳〉 업적의 두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민첩 +42
전체 대륙 공통 명성 600
이번 7km 거리의 저격을 성공시키며 획득한 업적이었다.
과거 6km 업적이 A+급이었으므로 이번 7km는 S-급이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으나…….
‘난이도를 생각하면 진짜 너무 짜다니까.’
그래도 민첩에 특화되어 있다.
민첩 스탯을 기반으로 데미지를 산정하는 무기를 지닌 삼 인방에게는 역시 거리 관련 업적이 더없이 좋으리라.
‘게다가 ‘자동 조준’의 기능이 없어야만 획득할 수 있다는 것……. 피로트-코크리를 때리고 업적이 없길래, 죽이질 못해서 그런 건가 싶었더니만.’
〈의지의 탄환〉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사거리를 증대시키는 〈관절 고착〉이나 〈스나이핑〉 등,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의 스킬은 괜찮으나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스킬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
즉, 이하에게도 여전히 8, 9, 10km 거리의 업적을 획득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루거가 예전에 9km 좀 넘는 거리의 언데드 브라운을 죽였었는데. 그거는 내 도움 받아서 한 거였잖아!? 어쨌든 〈스킬〉이 아니라 인정이라는 건가?’
투덜거려 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루거 외에는 획득한 자가 없으므로 명예의 전당에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위안 삼는 수밖에 없는 이하였다.
‘캐릭터 창!’
이하는 신규 필드 보스들을 잡고 얻은 〈한 방〉 업적의 스탯을 정리하기 위해 캐릭터 창을 열었다.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하얀 사신 / 레벨: 338 (19.2503%)
칭호: 주신의 불을 내리는 / 업적: 243개
HP: 13,140(9,198)
MP: 23,920
스탯: 근력 921(+836)
민첩 12,406(+1,906)
지능 731(+481)
체력 493(+343)
정신력 2,228(+228)
카리스마 1,010(+10)
남은 스탯 포인트: 735
신규 필드 보스 6기 중 4기가 S+급의 업적을 주었다. 모두 명예의 전당 등재 자리가 남아 있는 업적이었다.
‘스탯 포인트 30개에 명예의 전당 60개씩, 4개 해서 360개.’
그리고 한 기는 R-급이었다. 역시 명예의 전당 등재 덕에 50개와 100개를 합하여 150개.
‘마지막으로 잡았던 그 거북이 같은 게…… R급이었지.’
〈별초〉의 정예들이 한 기, 한 기 나눠 잡아야 하는 수준의 가디언 8기가 지키고 있던 장소.
그곳에서부터 튀어나오려던 거북이의 대가리를 갈기며 얻었던 업적이 R급이었다.
당연히 명예의 전당이 남아 있었으며, 각 75개와 150개를 획득하였다.
즉, 필드 보스 6기의 〈한 방〉 업적과 명예의 전당을 포함하면 735라는 무시무시한 숫자가 나오는 셈이다.
‘뭐, 스탯이야 크게 볼 것도 없지.’
추가 보정 스탯이 적용되므로 민첩을 13,000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치는 588개.
이하는 나머지 147개를 모두 정신력에 넣어 MP의 양을 늘렸다.
“흐흐, 페르낭 씨 오랜만에 나한테 코 뀄네.”
“네?”
“아뇨, 아뇨. 계속 필드 보스 잡으러 돌아다녔던 거 말예요.”
“아……. 대단한 인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압도적인 스탯 획득의 1등 공신은 역시 페르낭이었다.
블라우그룬이 고개를 주억거릴 정도로 그는 완벽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었다.
필드 보스가 어디서 생성되는가, 대략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스스로 확인한 필드 보스의 출몰 시간까지도.
아무리 이하가 강하다 한들, 필드 보스를 하루에 몇 마리나 잡으며 돌아다닐 수는 없다.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몬스터를 계속해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완벽하게 검증된 게 아니라고 했는데도― 여섯 마리는 맞았어. 세 마리 정도는 도저히 나오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지만.’
여섯 마리면 충분하다.
그리고 세 마리 정도는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빌미로 추후 페르낭에게 한 번 더 정보를 우려 낼 수 있을 테니까.
―진짜요? 크라벤에서 극구 숨기고 있더니만……!
―제가 크라벤의 명예 함장이라니까요. 걱정하지 마시고. 나중에 크라벤 남부 해역 넘어서 탐사 갈 때, 페르낭 씨 무조건 포함시킬 게요.
―으음……. 근데 그것만으로는…….
이하가 페르낭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내건 조건은 ‘크라벤 남부 해역’을 넘어 탐방하는 게 하나였다.
그러나 페르낭은 쉬이 넘어오지 않았다.
잠수함에도 탑승하여 심해에 가깝게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이야기까지 해도 그는 저울을 재듯 넘어오지 않았다.
실제로 신규 필드 보스에 관한 모든 정보는 현시점에서 웬만한 길드를 포함하여, 미들 어스의 모든 랭커들이 원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하는 하나를 더 걸어야만 했다.
―아참,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녜요! 제가 얻은 아이템 하나 있거든요? 이것도 분명 어느 ‘장소’를 뜻하는 것 같은데.
―뭐길래요?
―정확히는 저도 모르죠. 설명을 읊어 줄 테니, 혹시 페르낭 씨가 찾아보실래요?
그리고 기왕이면, 이하 자신도 아직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아이템의 용처를 알아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섯 개의 강 그리고 다섯 번째 강이라는 말을 혹시 페르낭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무려 신화급 아이템이었으나 이하는 아이템의 설명을 불러 주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아이템이 없으면…….’
그 강을 함부로 건널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아이템이 어떠한 제물 또는 공물로 작용할 것 같다는 예측 정도는 이하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때요?
―다섯 개의 강……. 직감적으로 와닿는 게 있기는 합니다만―.
―오, 정말?! 뭔데요? 뭔데요?
―하지만 확인은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물며 다섯 번째 강이라는 건 아직 감조차 오지 않는군요.
―흐흐, 어쨌든 페르낭 씨가 보기에도 장소 탐방용 아이템 냄새가 확 나죠?
진지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하는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개척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유저가 그 미끼를 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저도, 크흠, 따로 알아볼 테니까. 대신…… 무조건 같이 가는 겁니다. 계약서 써야 해요.
―오케이, 오케이. 필드 보스는 몇 개나 알려 주시려나?
―다섯―.
―열 개 알려 줘요.
―아홉 개밖에 파악된 게 없는데 열 개를 어떻게 알려 줘요!
―그럼 아홉 개.
그리하여 이하는 아홉 개의 정보를 얻은 셈이었고 덩달아 아직까지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신화급 아이템의 조사까지 떠넘길 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하의 마수(?)에 걸린 줄도 모르고, 페르낭은 에즈웬의 교황청 도서관에서 과거의 자료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다섯 개의 강…… 다섯 개의 강…….”
이미 주변에 쌓인 책이 수북했다. 도서관에 진열된 책 중에서도 유독 오래된 고서들이었다.
모험이란 오직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정보와 자료가 없다면 모험은 쉬이 떠날 수 없다.
닳고 닳은 모험가인 페르낭은 능숙하게 자료들을 조사해 나갔다.
샤락, 샤락, 샤락, 샤락―!
빠르게 넘어가던 페이지가 더 이상 넘어가지 않게 되었을 때.
“설마……. 이거…….”
마침내 페르낭의 표정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