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04
마탄의 사수 외전 (653)
폭성과 함께 공중에서 연달아 화염이 일었다.
그것은 일종의 분노의 표출과도 같은 공격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나는 여기서 찌꺼기들이나 상대하고 있는데―.”
허공을 떠돌던 감염체들은 루거의 고폭탄의 영향에 갈기갈기 찢기는 중이었다.
제법 훌륭한 활약이었지만, 도시의 그 누구도 루거의 공격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이유라면 역시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대, 대박…… 티아마트 님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바하무트랑 티아마트랑 비슷하다고 하지 않았나? 각각 드래곤의 왕들 아니었어?”
“미친, 그게 말이 됨? 바하무트는 지금 저쪽에서―. 이지원, 베일리푸스까지 합쳐서. 셋이 ‘위대한 옛 존재’ 하나를 밀어내고 있잖아!”
“그냥 밀어낸다고 하면 안 되지! 바하무트 님이랑 이지원 님, 베일리푸스 님도 거의 ‘제압’하는 수준으로 조지고 있는데―.”
“시끄럽고! 어쨌든 혼자서 과타노차를 봉인해 버린 티아마트 님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
“여왕님, 여왕 폐하아아아아! 날 가져요!”
도시 광장부에 설치된 을 보느라 감염체들을 상대해야 한다거나 도시에서 탈출한다는 생각조차 유저들은 잊고 있었으니까.
루거는 유저들의 환호와 환성에 다시금 화가 난다는 듯 소리쳤다.
“크아아아악, 티아마트가 저런 힘을 숨기고 있을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한번 붙어 보는 건데, 아니, 어떻게든 한번 뜯어먹어 보는 건데! 안 그러냐, 키드!?”
티아마트의 실체 또는 티아마트와의 결투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았을까.
티아마트를 진작부터 이용할 수 있었다면 어떤 정보, 어떤 업적, 어떤 스킬을 또 얻었을까.
자신들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애당초 지난번 ‘위대한 옛 존재’와의 전투에서 티아마트가 참전했다면, 얼마나 일이 더 수월했을까.
약간의 짜증과 큰 아쉬움 그리고 적당한 기대와 흥분이 뒤섞인 감정이 자신을 뒤흔드는 것을 느꼈기에, 루거는 열을 내고 있는 셈이었다.
거기에 작은 요소를 하나 더하자면…….
“키드? 이, 이 자식이, 너까지 넋을 빼고 있으면 어떡하자는 거야!? 발이 놀잖아, 인마!”
“아, 크흠, 잠시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키드마저도 티아마트의 활약을 구경하느라 감염체들의 상대를 하지 않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와 신나라를 비롯한 퓌비엘 방어 병력들이 ‘위대한 옛 존재’, ‘하스터’와 ‘주크사브’를 막아 내는 도시에 합류하려 했으나, 은 그들의 합류를 허락하지 않았다.
“젠장, 가뜩이나 잔챙이들만 상대하느라 짜증 나 죽겠는데 너까지―.”
“하지만 에윈의 전략입니다. 또한 합당한 논거로 수립된 것이니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나, 나도 알아! 어차피 네놈은 감염체 죽이기에 특화되어 있고, 나 또한…… 나 다른 녀석들이 ‘놈들’의 진을 빼놨을 때……. 그 숨통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 위한 한 방의 공격만 보여 주면 되는 거니까.”
키드의 능력을 통해 우선 분산된 감염체들을 제거하며 수도 인근의 방비를 다지는 한편, 루거의 를 치명적 일격으로 사용할 만한 기회와 자리를 노려보자는 게 의 기본 계획이기 때문.
“티아마트…….”
‘자신의 활약’이 돋보이지 못하는 울분을 키드에게 토해내는 루거였지만 결국 그의 시선도 흘끔흘끔 홀로그램 화면을 향하는 게 당연했다.
과타노차가 기어 나오지 못하게 찢어진 지표를 다시 붙여 버리는 기염을 토해 낸 이후에도, 그녀의 브레스는 결코 멈출 줄을 몰랐다.
여섯 개의 머리에서 서로 다른 색으로 쏘아져 나갔지만, 한데 뭉치는 순간 새하얀 백색의 광선이 되어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그녀의 힘 앞에, 감염체들은 노출되는 즉시 불나방처럼 타들어 가며 사라질 뿐이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티아마트에게서 다시금 눈길을 떼며 루거는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저 드래곤이 저런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 이 자식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적어도 [티아마트의 활약]에 뒤지지 않을, 그러면서도 ‘자신의 힘과 비슷하여 자신의 힘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 * *
과타노차를 잠시 무력화시키고 감염체들을 다 태워 버리기까지 고작 7분여의 시간이나 걸렸을까.
라르크는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티아마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다음은 어디지?
―어, 저기, 다음은―. 아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여왕님!
―기다릴 시간? 그렇게나 여유가 있나?
라르크는 허겁지겁 정보 사령부 내 설치된 홀로그램 창들을 보았다.
그가 당황한 건 그저 티아마트의 공격만 감상하다 정보 취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그게 아닙니다. 조금 전까지 캐슬 니우스를 공격하던 ‘위대한 옛 존재’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금방 찾아내겠습니다.
시티 다엥케로부터 조금 떨어진 캐슬 니우스를 파괴하던 ‘위대한 옛 존재’가 어느 순간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
“그것도 엄청나게 컸는데 그걸 놓치는 게 말이나 됩니까? 사라졌다고 말하면 끝납니까!?”
라르크는 정보 사령부 내 유저와 NPC들을 다그쳐 보았지만 일반적인 종군기자 유저들보다 비교적 전문적으로 훈련된 그들에게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단장님. 하지만, 그, 갑자기 연기처럼…… 뭐랄까, 크기를 조절하는 느낌으로―.”
“마, 맞습니다. 슈욱, 하면서 줄어들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사라지다니? 크기가 줄어들다니? 그 크기는 어느 정도나 되었습니까? 저것들이 설마 감염체보다 작아지거나 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들이 담당했던 ‘위대한 옛 존재’는 지금까지의 적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이었으니까.
라르크의 물음에 그들은 답했다.
“작아진 크기도, 저기, 드래곤급의 크기는 되는 것으로…….”
“드래곤 크기나 되는 걸 놓쳐요? 아니, 아무리 망원으로만 촬영 중이었다지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합니까?”
“마,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드래곤 크기라는 뜻입니다. 섬광과 연막을 치며 줄어드는 그 개체의 마지막 실루엣을 드래곤급 크기까지 확인한 건데…… 그 이후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흐, 이런 답답한―.”
라르크는 가슴을 쿵쿵 치며 한시가 급한 상황의 답답함을 표출했으나, 불행일지, 다행일지 더 이상 그들을 닦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찾을 필요는 없겠어.
―예? 여왕님?
티아마트를 비추던 홀로그램 창, 그곳에는 티아마트의 전방에 어느새 나타난 새로운 개체가 있었으니까.
크기는 티아마트보다 다소 작았다.
날개는 없는 인간형의 몬스터였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목에서부터 그저 촉수와 같은 게 주욱 돋아나 있다는 것.
팔, 다리 또한 인간이나 자이언트, 우드 엘프 등과 달랐다.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머리부터 사지에 이르기까지, 그저 촉수로 ‘인간형의 모습을 갖춘’ 괴물에 가까우리라.
―.
―예, 여왕님. 해당 개체가 캐슬 니우스에 있던 ‘위대한 옛 존재’입니다. 크기는 조절했다고 하는―.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다.
―……예?
“저, 저겁니다! 저거, 저희가 봤던 ‘위대한 옛 존재’가 저렇게 생겼습니다, 단장―.”
“쉿.”
요원들의 외침을 조용히시키며 라르크는 화면에 집중했다.
같은 초대형 홀로그램을 보고 있을 정보 사령부 내 요원들이나 또는 일반적인 미들 어스의 유저, NPC와는 다르다.
라르크는 알 수 있었다. 티아마트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조금 전 압도적인 힘으로 과타노차를 제압해 버리고 감염체들 수천 기를 일시에 태워 버린 컬러 드래곤의 여왕이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재미있군. 우리들의 대사제를 죽인 건 ‘하이하’라는 개체라고 들었는데…….]‘그것’은 허공에서 앉는 자세를 취했다.
투명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에서 촉수로 된 다리를 스윽, 꼬는 모습까지.
그러고서야 ‘그것’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쪽이 하이하?] [……그렇다면?]티아마트는 자신보다 작은 체구의 ‘그것’ 앞에서 날갯짓도 않으며 부양 상태를 유지했다.
티아마트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그것’은 웃었다.
홀로그램을 통해 음성을 전달받던 라르크를 움찔거리게 만드는 한마디.
‘알고 있어……. 이 녀석은 다른 ‘위대한 옛 존재’와 다르다. 알고 있어.’
이하가 이들의 도착 날짜를 정확히 맞출 수 있었던 건 그들과의 거리와 이동 속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하는 무엇을 주었는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게 하이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물어본 거야.’
이하의 레벨과 스탯 심지어 스킬에 대한 정보까지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말한 건 이하 본인.
즉, ‘위대한 옛 존재’들은 사실상 ‘인간 하이하’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을 터, 그럼에도 티아마트 앞에 우뚝 선 저 존재는 저런 말을 하는가.
[네 녀석들도 농지거리를 하는군. 자신의 본능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탐욕 덩어리인 줄 알았더니.] [호오, 호오, 그렇게 보였나? 다른 녀석들이야 그렇지만…… 나는 조금 다르지.]―여, 여왕님! 지금 당장 주변의 컬러 드래곤들을―.
―아니, 보내지 마라. 절대로. 보내선 안 된다, 라르크.
―……예?
―이 녀석은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 다른 녀석들부터. 서둘러라.
다급한 목소리의 티아마트에게 라르크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티아마트가 자신을 어떻게 불렀는지.
‘이름……?’
그것을 깨달은 순간, 라르크는 그녀가 어떤 각오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나는 니알라토텝. 진짜 이름은?] [티아마트. 모든 컬러 드래곤의 여왕이다.]티아마트의 몸으로 형형색색의 마나 알갱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좋소, 티아마트. 나 또한 내키진 않아도 ‘이 녀석들’을 이끌고 다니는 책임이 있는 자니까. 이쪽의 표현으로는 ‘대장’이 되려나?]니알라토텝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대체한 촉수에서 검은 마나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한번 맛이나 봅시다.]그 소용돌이는 촉수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마치 눈目처럼.
─────────────!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쏘아져 나갔다.
쏘아지는 와중에도 소용돌이치는 검은 기운은 눈 깜짝할 사이에 티아마트의 몸을 꿰뚫었다.
“티, 티아―.”
“당하실 분이 아닙니다! 지금은 전투 경과 사항에 대한 기록 및 분석부터!”
라르크는 분석실 내 요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 누구보다 불안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한 번은, 적어도 지금 한 번은 그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검은 기운의 소용돌이에 꿰뚫린 티아마트의 형체는 흐릿해지고 있었으니까.
[과연…….]니알라토텝은 촉수 머리를 끄덕거리며 스윽, ‘눈’의 방향을 돌렸다.
그곳에선 이미 티아마트 여섯 개의 머리에서 쏘아진 브레스가 하나로 합하여 쇄도하는 중이었다.
[어디 한번.]푸쉬이이이이이익───!
니알라토텝의 ‘눈’이라 생각했던 것은 갑자기 그 자신의 몸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커졌다.
여전히 회오리치고 있는 그곳을 향해 단단하게 뭉친 티아마트의 백색 광선이 적중했다.
“과타노차가 비명을 질렀던 바로 그 공격이―.”
“들어갔……습니다만…….”
라르크의 지시대로 그들은 티아마트와 니알라토텝의 전투 경위를 기록하려 했으나, 그들이 받은 충격을 추스르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검은 소용돌이는 빛으로 이루어진 광선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슉, 그 광선의 마지막 한 가닥마저 집어삼킨 시점에서, 니알라토텝의 모습은 사라졌다.
“뒤―.”
정보 사령부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칠 때, 티아마트는 이미 꼬리를 휘두르며 몸을 돌리는 중이었다.
단순한 꼬리 치기일 리가 없다는 건 분명했다. 휘둘러진 꼬리에서부터 다섯 가지 색상의 마나 덩어리가 이미 쏘아진 상태였기 때문.
콰과아아아앙────────!
그것이 폭발 효과를 지닌 온갖 종류의 마법이라는 건 곧 증명되었다.
“적중, 적중! 폭연爆煙 때문에 내부 사항은 확인 불가하나―.”
“뒤를 잡으려는 니알라토텝의 순간 이동은 읽혔고, 여왕님께선 훌륭하게 반격하셨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새카만 폭연을 뚫고 백색의 광선이 쏘아져 나갔다.
그 광선이 어떤 스킬인지 알고 있는 분석실의 유저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확신하고 있었다.
한 사람, 라르크만 제외하고.
그는 섣불리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기대가 틀렸길 바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을 뿐.
그러나 폭연이 걷힐 때쯤 라르크의 아랫입술에서는 피가 주르륵, 흘러야만 했다.
“어, 어떻게…….”
“여왕―. 여왕님의 상태가……?”
정보 사령부 분석실의 유저와 NPC들이 보고 있는 건 날개 한 짝을 잃어버려 불균형한 상태로 공중에 떠 있는 티아마트였다.
왼쪽에 두 장, 오른쪽에 세 장.
남은 한 장은 니알라토텝에게 있었다.
[그 생명 대신 취한 날개이건만…… 특별히 맛도 없고 힘의 원천으로 쓸 수도 없겠어.]정확히는 니알라토텝의 ‘눈’이라 생각했던 소용돌이에서 분해되며 씹히고 있었다.
그것은 눈이자 입. 결국 얼굴 그 자체일까.
[그렇다면 다음은 ‘목’이겠지?]니알라토텝은 중얼거렸다.
뜯어낸 날개가 쉬이이익, 검은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후에도 검은 기운은 멈추지 않고 회오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