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32
마탄의 사수 외전 (681)
블라우그룬의 비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쌨다.
단순히 이하의 공격을 원활하게 만들어 줄 회피 기동만 사용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
의 고유 속성은 여전히 못 쓴다지만, 시절보다 최소 반 단계 더 강력해진 그의 힘은, 기존의 스킬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니알라토텝’을 견제하기에 충분했다.
[, , .]콰콰아아아───────ㅇ!
기존의 브레스 이상의 파괴력을 갖는 스킬로 직접 공격을 하는 동시에, 시간 차를 약간 두고 곧장 벼락을 꽂아 버리는 공격까지!
“좋아요, 블라우그룬 씨! !”
그 찰나를 타 이하는 곧장 ‘위대한 옛 존재’ 중 하나의 힘을 방출시켰다.
대상이 가장 잘 사용하는 힘을 역전시켜 버리는 ‘이골로냑’의 스킬.
‘니알라토텝이라면…… 저 트릭스터에 가까운 놈이라면 분신이나 환영, 눈속임, 하여튼 지금 내 공격을 회피하거나 데미지를 분산시키는 종류가 [특성]일 확률이 클 테니―.’
‘이골로냑’의 탄환이 그대로 먹혀만 준다면 더욱 본격적인 데미지를 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이하의 추측이었다.
“우하, 우햐하하하! 이런 전격 따위로! 이골로냑 저 머저리의 힘 따위로 나를 방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하이하!”
다른 공격은 쳐 내거나 피해 버리는 ‘니알라토텝’이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며 반격, 에는 한 발도 적중되지 않기 위해 힘을 쓰는 게 이하의 추측을 뒷받침해 줄 작은 근거였다.
한 번 휘두른 손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건 칠흑의 검.
안개 또는 수증기,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중이라 그 모습이 계속 바뀌는 부정형의 무기가 늘어나며 이하와 블라우그룬을 베어 들어왔다.
[크윽, 하이하 님, 피격 각오―.]“!”
투콰아아아───────……!
이하는 재빨리 자신이 죽였던, 여전히 그것이 본체인지 무엇인지 모를 ‘위대한 옛 존재’ 중 하나의 기운을 발산시켰다.
허공에서부터 생성되는 건 물水로 만들어지는 방패였다.
크라벤 왕국을 그토록 고생시켰던 소라게 형 ‘위대한 옛 존재’의 특성은 주변의 물 또는 수증기를 전부 흡수하여 그것을 고체화, 단단한 방어막으로 만드는 능력이었으니까.
카각―. 카가가가가──────!
그럼에도 ‘니알라토텝’의 검은 안개의 검劍은 거칠 게 없다는 듯 ‘바이티스’의 껍데기를 함께 베며 이하와 블라우그룬을 향했다.
[!]그러나 0.1초만 시간을 벌어 줘도 도망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연보랏빛이 번쩍거리자마자 해당 허공에서 수증기와 안개가 마구잡이로 부딪쳐 댔다.
새하얗지만 경도와 강도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닐 정도로 단단한 방어막과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지만 그 방어막을 찢어 버리는 검이 만났을 때 튀어 오르는 붉고 노란 불똥, 그것이 별똥별처럼 하늘에 흐드러지는 모습까지.
에즈웬 교황청을 둘러싼 ‘위대한 옛 존재’와 , 그 어떤 전장, 전역의 싸움보다도 화려했으며,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일반적인 미들 어스 유저와 NPC들로 하여금 인식의 장애를 일으킬 만큼 어지러운 장면이었다.
* * *
“보기 싫은데……. 눈이 저쪽으로 갈 수밖에 없잖아…….”
“미친, 저게 니알라토텝이랑 하이하의 싸움이라고? 고작 둘이서―. 아니, 블라우그룬까지 쳐 준다 해도 기껏해야 셋이서 만들어 내는 그림이라고?”
곳곳에서 치러지는 전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가.
‘주크사브’, ‘크투가’, ‘과타노차’, ‘골고로스’, ‘이그’, ‘이골로냑’, ‘보크루그’, ‘다곤’, ‘사아이티이’ 등을 포함하여 그 외에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온갖 종류의 ‘위대한 옛 존재’의 전투는 도대체 얼마나 화려하고 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가.
“……화가 치밀어 오르는군.”
화르르륵, 파이로의 는 ‘크투가’의 화염을 더욱 강하게 반사해 냈다.
기분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하의 활약이 전장의 상황에 좋게 작용하는 것만은 틀림없으리라.
다만, 파이로가 활약하는 만큼 이지원과 베일리푸스는 이하의 전투에 시선을 빼앗긴 채 자신들의 활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일까.
“……인정…….”
[블라우그룬의 힘이 강대해졌다고는 생각했지만, 대단한 일이군. 이지원, 너와 내가 파트너로서의 힘을 전부 다 하더라도 겨우 비슷―.]“에바임. 그 정돈 아님. 리얼 그건 아님.”
이지원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격하게 반응했다.
언젠가 블라우그룬과 사실상의 무승부 대결을 펼쳤던 의 입장에선 당연히 베일리푸스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
베일리푸스는 그제야 자신의 파트너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인정……. 저번에 쓴 거 다시 감.”
자신의 파트너가 아직 강해질 수 있음을, 그것도 베일리푸스 자신과의 진정한 파트너 생활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음을.
적어도 그 편린을 이미 보여 준 바 있음을, 가장 나이 많은 골드 드래곤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알렉산더가 보여 주었던 융합형 스킬, 둘이 하나가 되는 용인龍人 그 이상의 스킬.
“.”
티아마트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는 그 우주의 은하수를 건너는 스킬과 드래곤龍을 합함으로써 하나의 결과에 다다랐다.
─────────────!
은하수와 같은 별빛이 어두운 상공에 흩뿌려졌다.
이하와 블라우그룬 그리고 ‘니알라토텝’의 전투로부터 적어도 10초가량은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효과였다.
“미치겠군. 좋은 건 아주 저놈들이 다 해 처먹고 나는 여기서 포나 당기고 있으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포성의 굉음이 연달아 이어져 [상태 이상: 청각 장애]라도 걸려야 정상이지만, 이곳에 있는 유저들은 이미 그러한 대비도 끝내 두었다.
또는 스크롤은, 연신 폭연을 내뿜어 대는 모습을 보지 않는다면 포탄이 발사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니까.
따라서 키드는 루거를 보며 핀잔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복에 겨운 소리입니다. 당신은 적어도 공격이라도 하고 패시브 스킬 숙련도라도 쌓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젠장, 그럼 넌 나가서 싸우란 말이다! 내 대신―은 안 되지, 나만큼의 능력이 없으니 그건 안 되겠지만! 적어도 하이하 저놈, 아니, 하다못해 이지원이나 황금 똥파리가 까부는 것보다는 우리가 눈에 띄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들보다 눈에 띄는 팀이 또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일시적일 뿐입니다.”
투덜거리는 루거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키드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이지원과 베일리푸스가 보여 주는 은빛, 별빛 전투의 향연만큼 시선을 끄는 건 바하무트와 예실리크, 라르크, 오리엔탈 드래곤 등이 활약하는 자리였다.
“키, 킷킷, 메탈 드래곤의 수장과 컬러 드래곤의 장로와 오리엔탈 드래곤이라……. 사실상 저 셋이서 미들 어스에 현존하는 모든 속성 마법 스킬을 다 쓰고 있는 거 아닐까?”
“라르크 씨는 또 어떻고요. 전투는 영 젬병인 줄 알았는데, 최전방에서 저렇게……. 생각해 보니 ‘무지개의 기사’ 시절에도 그렇게 약한 편은 아니었지. 나라가 남자 하나는 참 잘 사귀었다니까.”
예실리크와 함께 돌아다니며 컬러 드래곤들은 물론, 미니스 왕국의 군부들에게 명령을 하기 위해 라르크는 최전방으로 나선 상태!
‘위대한 옛 존재’들의 진격이 다소 느려진 것 또한 라르크가 진작 준비했던, ‘위대한 옛 존재’들보다 더욱 외곽에서부터 펼쳐 두었던 군부의 포위망 덕분이었다.
그들과 빠르게 연계하며 공략 대상 및 장소를 지정하기 위해 라르크는 그들에게 가까이 접근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최전방에 있을 필요는 있었으니까.
“보, 보배 씨? 그러면 나는―.”
“물론 기정 씨가 짱이긴 한데, 그, 내 맘 알죠? 하여튼 저기, 라르크 씨는 티아마트 님한테 받았다는 선물을 쓰고 있는 걸까요? 따로 무기는 없지 않았나?”
보배는 재빨리 말을 돌리며 그곳을 관찰했다.
정작 바하무트와 예실리크, 라르크 그리고 오리엔탈 드래곤은 ‘위대한 옛 존재’ 두 기를 동시에 맡으면서도 그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보배는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
[……저것이 의 힘인가.] [허허, 엄밀히 따지면 의 힘은 아닐 거요, 예실리크 장로. 그저 강화된 의 힘이라고 해야겠지.] [순수한 원시룡의 힘이 저렇게까지 강화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그쵸? 오리엔탈 드래곤 님께서―. 아니, ‘홍황룡’ 님께서 보시기에도 하이하 씨가 제일 놀랍죠?”
그들 모두의 눈이 쏠린 건 이하와 블라우그룬 그리고 ‘니알라토텝’의 전역이었으니까.
지금도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그 어떤 전역에서도 볼 수 없는 색색의 마나 알갱이들을 터뜨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리엔탈 드래곤 ‘홍황룡’의 마지막 자존심이 담긴 표현을 라르크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답변은 한숨밖에 없었다.
도대체 하이하의 강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1은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1:5나 1:7쯤을 해야 할 거라고, 분석 데이터 운운하며 내가 떠들어 댈 때 저 인간은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제기랄.’
티아마트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던 ‘위대한 옛 존재’들의 수장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1:1 대결을 펼치고 있다?
블라우그룬, 젤라퐁 등을 각각 카운트한다 해도 결국 1:2, 1:3 수준에서 ‘니알라토텝’을 상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아아…… 그거야말로 내가 묻고 싶은 점입니다. 내가 이면 뭐 하냐고. 게다가 여왕님은 말이죠, 기왕 선물을 남겨 주실 거면 ‘기깔나는’ 무기를 주시지 않고―.”
라르크는 손에 쥐고 있는 아이템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이야말로 티아마트가 남긴 마지막 유머일까.
[이놈, 라르크! 비록 네 녀석이―. 아니, 크흠, 그대가……. 우리 일족에서 나와 동격의 위치, 어쩌면 그 이상일지언정! 여왕님에 대한 언사는 언제나 바로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아, 아, 물론 말은 이래도 제 존경심만큼은 변함없습니다, 예실리크 장로. 그냥 아쉽다는 겁니다.”
다만 여전히 그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예실리크를 보며, 어쩌면 티아마트가 주는 충고, [예실리크와 함께 컬러 드래곤을 이끈다는 점]이 얼마나 어려울지 미리 말해 주는 느낌도 드는 라르크였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마음으로, 각자의 감상으로 이하, 블라우그룬과 ‘니알라토텝’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때.
“블라우그룬 씨! 한 방 더! 접근 자체를 막아야 해요!”
[알겠습니다!]그들의 마음을 알 길이 없는 이하는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에서의 전투를 계속할 뿐이었다.
그것도 조금 전과 또 다른 작전을 펼치는 ‘니알라토텝’을 보면서.
* * *
‘빌어먹을, 나한테 잠깐 집중하는 것 같더니만―.’
‘니알라토텝’의 움직임은 명확했다.
그가 이하 자신과 블라우그룬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건 최초의 15분여 남짓, 마치 간만 보듯 전투를 치른 이후부터 그의 공격이 향하는 장소는 한 군데밖에 없었다.
[!]───────────……!!!!
“우하, 하하하핫! 내 주변만을 느리게 만든다!? 이것으로 네가 지키고자 하는 인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나, 하이하!?”
허공에 늪이 생긴 듯, ‘니알라토텝’의 움직임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뒤를 돌아 이하를 바라보며 그는 웃음을 내비쳐 보였다.
“가능하지! !”
검은 피부의 민머리 남성을 향해 이하는 을 쏘며 귓속말을 보냈다.
―총사령관님, 니알라토텝이 계속해서 접근 중입니다. 어떻게든 막고는 있지만…… 최대한 다른 전역을 향해 피신해 주세요.
차라리 이하 자신을 향해 와 주면 좋다.
그러나 ‘니알라토텝’은 끈덕지게, 심지어 아무리 막아도 조금씩, 조금씩 에윈과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이하는 의 총사령관에게 귓속말을 보낸 것이었지만 에윈의 답장은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럴 필요 없네, 하이하 공. 미리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자리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되겠지.
그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
‘아니…… 단순히 죽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야. 저 말은―.’
에윈은 ‘티아마트가 했던 일’을 인간으로서 실행하려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초원의 여우’가 내뱉는 덤덤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