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579
마탄의 사수 (579)
“이하 씨! 어디 있다가 이제야 슬렁슬렁 나타나요?”
“오랜만입니다, 하이하 군.”
“얼레? 총은 어따 갖다 팔아먹었어?”
“표정이 좋아 보이는군요. 또 혼자 좋은 퀘스트 성공한 거 아니에요?”
보배와 태일, 기정, 혜인이 이하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만나 한마디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이는 말들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이런저런 사정이 좀 있었어요. 혜인 씨는 세이지 그만두고 점쟁이 해도 되겠네.”
이하도 모두와 인사를 나누었다.
1차 웨이브의 소문이 커뮤니티로 퍼진 것은 이하도 이미 확인했다.
그중 가장 강하게 퍼진 소문은 바로 경험치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1차 웨이브에서 랭커에 가까운 유저들이 모조리 레벨 업을 했다는 것. 그 사실은 순식간에 모든 유저에게 퍼졌다.
때문에 즈마 시티는 2차 웨이브의 소식이 퍼질 즈음부터 유저들로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일주일 후, 확률 80%라니. 그런 건 누가 말해 준 거야?”
“베일리푸스 님. 드래곤이 한 말이니까 신뢰도가 엄청 올랐지.”
“흐음…… 알렉산더가…….”
간혹 친구 창을 통해 사람들을 확인할 때, 알렉산더의 위치는 언제나 즈마 인근이었다.
랭킹 1위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항시 사냥 중이었던 그의 움직임이 멈춘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 빠른 레벨 업을 위해 조사를 하고 있던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니까. 지금 미들 어스에서 제일 핫한 게 즈마 시티일걸? 탑 텐 정도가 아니라 탑100 랭커들이 전부 다 이쪽으로 몰릴 지경이라고! 아까 키드 님이랑 루거 님도 봤는데. 그 사람들도 어디에 자리 잡으면 좋을지 보고 있는 것 같았어.”
기정은 꽤 흥분한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1차 웨이브에서도 너끈히 살아남은 전력이 있기 때문일까, 다가올 2차 웨이브에 대한 걱정보다는 레벨 업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흥분에 젖은 얼굴이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블랙 베스를 맡긴 지 고작 열흘째 되는 날인데…….’
블랙 베스만 찾을 수 있다면 이하도 고민 없이 참전을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불성설이다. 머스킷과 피스톨 두 자루만으로 싸우기엔 자신의 실력은 분명히 무리가 있다.
“뭐, 그래도 이번엔 참석을 해야겠지?”
“진짜? 형도 오는 거야? 오케이! 그럼 우리 별초 입장에선 땡큐지.”
“네가 왜 땡큐야?”
“응? 형이 원호해 주면 우리 사망률이 급격히 줄어들 거 아냐.”
“헐! 내가 당연히 별초 주변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그럼, 아냐?”
기정이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하 또한 반박하긴 어려웠다. 블랙 베스가 있었다면 정말로 별초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안한데, 원호는 기대하지 마라. 그때까지 총은 못 쓴다. 당분간은 그냥 맨손으로 투덕거려야 한다고.”
“맨손? 그럼 그냥…….”
기정은 말을 하다 말고 침을 꿀떡 삼켰다. 이하는 침과 함께 넘어가는 말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쓸모없다고?”
“쓰, 쓸모없기는 무슨! 설마 내가 형을 그렇게 생각할까.”
“흐흐, 그래.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날 보여 줄게.”
이하는 그저 웃음만 보였다.
블랙 베스가 없는 현재, 자신의 남은 힘은 얼마나 되는지, 사실 이하 그 자신도 궁금해하는 중이었다.
“아 참, 기정아. 이거 때문에 온 게 아니라. 뭐 물어보려고 했는데.”
“뭔데?”
이하는 즈마 어딘가에 있는 루거와 키드에게 가려다 문득 생각난 화제를 꺼냈다. 오닉스와 만나기 직전 눈앞에 보였던 시스템 알림 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 동화율 100% 됐는데, 이거 스탯별 세부 조정이 뭔 소리냐?”
//box4+txt8//[동화율 상향 조정 신청이 승인되었습니다.]
//box4+txt8//[동화율 변경 대상자: 신청자 본인―하이하]
//box4+txt8//[동화율 변경, 현재 동화율: 100%]
//box4+txt8//[향후 미들 어스 내의 감각을 현실과 동등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box4+txt8//[부적절한 플레이는 신청자의 신체에 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조심하세요.]
//box4+txt8//[동화율 100% 상태에서는 각 스탯별 세부 사항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알림 창을 보는 사이 별초의 인원들의 눈이 모두 이하에게 쏠렸다.
태어나서 그런 얘기를 처음 듣는다는 듯, 놀랐다는 표정을 보며 오히려 이하가 당황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봐요들? 뭐가 잘못됐나?”
“맞아, 형! 지금까지 동화율 상향 조정 한 번도 안 했지? 이런!”
기정은 새삼 놀란 얼굴로 외쳤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 동화율 50%였다고? 이하 씨가?”
“이럴 수가. 고작 그 수준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였단 말인가?”
“하핫, 세부 조정 없이 그런 거였다고요? 신대륙 항행 중에도 그럼 동화율 고작 50%였다는 거잖아! 게임 할 맛 안 나네, 정말.”
기정과 보배, 태일, 혜인이 다시 앞다퉈 한마디씩 거들었다.
잠시 후, 이하는 그들에게 스탯별 세부 사항 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미들 어스에서 궁금했던 오랜 비밀 하나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 * *
“캐릭터 창!”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머스킷티어 / 레벨: 211 (3%)
칭호: 그림자 암살자 / 업적: 135개
HP: 7,830(5,481)
MP: 2,255
스탯: 근력 609(+524)
민첩 3,579(+1,292)
지능 326(+275)
체력 291(+198)
정신력 125(+115)
남은 스탯 포인트: 0
“그러니까 원래대로라면 스탯 구조가 이것뿐인데…….”
레벨 자체는 예전에 비해 겨우 2개 오른 상태였으나 업적과 명예의 전당 등록 때문에 스탯은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하에게 들어오는 것은 스탯이 얼마나 올랐냐, 따위가 아니었다.
“동화율 60% 이상부터는 각 스탯별로 세부 조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스탯 조정: 근력〉!”
슈와아악―!
동화율 100% 달성자입니다.
근력 스탯의 세목이 다섯 개로 세분화됩니다.
[조정 전: 균등 분배]근력―미는 힘: 20%
근력―당기는 힘: 20%
근력―쥐는 힘: 20%
근력―차는 힘: 20%
근력―순간 집중의 힘: 20%
원하는 세목을 조정 후 설정을 완료하십시오.
“이런…….”
근력 100%를 기준으로 각 세부 근력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뜻!
60%일 때 ‘미는 힘’이 개방, 70%일 때 ‘당기는 힘’이 개방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개꿀 팁을 숨겨 놓다니! 망할 미들 어스!”
이하가 짜증을 냈지만 사실 딱히 운영진에서 숨긴 것은 아니었다.
동화율을 60% 이상으로 조정할 정도의 ‘고수’들이 특별히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 뿐이다.
“하긴, 커뮤니티에도 말은 있었지. 스탯별로 세부 조정이 된다고. 무엇보다 미들 어스의 몸이 익숙해지는 것도 있었고.”
미들 어스 내에서 검을 많이 휘두르면? 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유연해지고 빨라진다.
단순히 동작 자체에 익숙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검을 4시간 이상 휘둘러 근력 스탯을 1 얻었다면, 그 동작으로 얻은 근력 스탯 1은 균등 분배가 아니라 검을 휘두르는 데 가장 중요한 힘에 가중치가 붙게 된다.
예컨대 쥐는 힘과 순간 집중의 힘 부분에 각 50%씩 분배가 되는 방식이었던 것!
그것조차 어떻게 휘두르냐, 찌르기로 4시간 단련이었냐, 베기로 4시간 단련이었냐에 따라 또다시 나뉘게 된다.
‘그래…… 그럼 그렇지.’
미들 어스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 고작 스탯 5개로 캐릭터를 구성할 리가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AI가 적당히 보정해 주겠지 하며 느슨하게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간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마법에 대한 저항력도 정신력 스탯 안에 다 숨어 있었던 셈이고, 체력조차 체력 회복력을 올리는 것과 피격 시 대미지 감소의 부분이 따로 있네. 이건 인내심 같은 개념인가. 심지어 ‘체력’ 파트에 폐활량도 있을 줄이야.”
이하는 동화율을 올리며 새롭게 열린 스탯 시스템을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대다수는 딱히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이하에게 중요한 건 체력이니, 정신력이니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탯 조정: 민첩.”
동화율 100% 달성자입니다.
민첩 스탯의 세목이 다섯 개로 세분화됩니다.
[조정 전: 균등 분배]민첩: 달리기: 20%
민첩: 반사 신경: 20%
민첩: 균형 감각: 20%
민첩: 동체 시력: 20%
민첩: 손과 눈의 협응: 20%
원하는 세목을 조정 후 설정을 완료하십시오.
“그럴 줄 알았어, 키드 이놈! 이노오오오옴! 나보다 빨리 뛰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더라니! 지 혼자 꿀 빨고 있었구만!”
키드의 정확한 스탯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하는 한 가지만큼은 자신할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민첩 스탯이 키드보다 높다는 것. 그가 이하보다 미들 어스를 먼저 시작했고 삼총사의 호칭 또한 먼저 취득했지만 그것과 스탯은 또 별개다.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업적을 싹쓸이하며 스탯을 올린 게 바로 자신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키드와 달리다 보면 이하는 항상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 비밀이 바로 이거였다는 거지!’
[속사는 발로 한다.]브로우리스에게 그 말을 들은 이후 키드의 움직임이 갑작스레 빨라진 것도 다 세부 조정을 했기 때문이리라.
“우선 달리기부터 한 번 높여 볼까.”
이하는 달리기 비중을 100%로 만들었다. 세부 조정은 한 번 만진다고 끝나는 게 아니기에 가능한 테스트였다.
‘마을 안에 있으면서, 최근 20분간 전투가 없었을 때만 가능하다 이거지.’
급작스런 스탯 세부 조정으로 전투의 결과가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미들 어스의 조치.
그것만 지켜 준다면 하루에 몇 번이고 만지는 건 별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좋았으, 그럼 달리기를…….”
파앗!
“어…… 어어어?!”
부화아아와아아아──!
“끄으으윽!”
고작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건만, 이하의 실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총 민첩 3,500 이상의 막대한 포인트를 전부 다 ‘달리기’에 몰아넣는다면?!
“꺄악!”
“뭐야?! 돌풍이다!”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하는 소리치며 달렸으나 누가 소리쳤는지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하 자신이 보기에도 주변에 스쳐 가는 광경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스톱, 스톱, 스톱!”
끼기기이이이……!
두 다리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잡은 후에야 이하는 멈출 수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테스트를 한답시고 즈마 시티의 우측 외곽에서 달렸던 그의 몸은 어느새 좌측 울타리 끝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이거 무슨…… 예전에 로드 러너인가 하는 새 새끼 잡았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말은 투덜거리면서도 이하의 입은 헤벌쭉 벌어진 상태였다. 달리기에 이 정도로 투자하면 나머지는 어떨까.
“아니, 그 전에. 적혀 있기는 ‘달리기’지만 정말 달리는 것에만 해당되나?”
이하는 잠시 주변을 살피다 말고 슬쩍 바닥에 엎드렸다. 예를 들어 포복을 하는 것은? 이것은 달리기로 분류가 될까?
이하는 낮은 포복 자세를 취했다. 은, 엄폐에 가장 효과적이지만 포복 중 가장 느릴 수밖에 없는 자세.
배까지 땅바닥에 딱 붙인 채 속도를 높이는 일 자체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좋아, 우선 광장으로오… 오오오오… 오오오!?”
그러나 출발하자마자 이하는 자신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야 했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들 어스에선 가능했기 때문이다.
팔꿈치로 땅을 콱, 콱 짚어 가며 기어갈 때마다 이하는 마치 뱀이 기어가듯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아니, 미들 어스의 그 어떤 뱀도 지금 이하보다 느리게 기어가리라.
“꺅! 이번엔 또 뭐야?!”
“다, 당신 뭐야? 이거 뭐 하는 사람이야?”
“몬스터 아님? 무슨…… 어떻게 이렇게 빨리 기어 다니지?”
“버그다! 핵! 핵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