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668
마탄의 사수 (668)
철컥, 갑작스레 들린 쇳소리에 이하의 고개가 휙 돌았다.
방금 전까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어느새 엘리자베스는 총을 지팡이처럼 짚은 상태였다.
이하가 언젠가 보았던, 무지막지하게 기다란 총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보낼 수는 없어. 브로우리스를 지켜야 할 네 녀석이 이렇게 허약해 빠져선 짐만 될 테니까.”
“너무…… 너무 직설적이셔서 약간 상처받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사실이야. 토온과 싸우는 방식은 아주 창의적이었지만 결국 네가 토온을 단발로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
“그, 그거야― 그렇죠. 토온은 그래도 푸른 수염 측 서열 3위인데. 그걸 어떻게 한 방에―”
“나랑 우리 허니였으면 가능했을 거야.”
“네?”
이하가 황당한 얼굴을 하자 엘리자베스는 브라운을 바라보았다.
브라운은 엘리자베스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초의 [관통] 한 발, 그걸로 토온의 아가리를 벌리게 했겠지.”
“그리고 입이 벌어진 그 틈을 노리고 내 탄환이 녀석의 목젖을 [명중]시켰을 거고. 뭐, 단발이라는 건 정정해야겠네. 우리 허니가 한 발, 내가 한 발이니까 총 두 발. 토온은 그거면 죽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웃는 두 사람을 보며 이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우스하우스’들을 만나기 전, 라르크의 귓속말에 뚜껑이 열린 와중에도 이하는 토온에게서 나온 아이템들을 확인했었다.
‘토온의 대흉갑 조각, 그 뼛조각 하나가 갖는 어마어마한 방어력이 있었는데…….’
아이템의 방어력 따위는 이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일까.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엘리자베스는 웃었다. 지금까지 이하를 보며 미소 지은 것은 몇 번 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흥미 본위의 웃음이었다.
이하의 언행이 엘리자베스 자신의 즐거움을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근데 저 미소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하가 느끼기엔 그랬다.
어쩌면 저런 느낌의 미소를 몇 번이나 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엘리자베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이하에게 떠오른 사람은 김 상사와 브로우리스였다.
하지만 그들과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의 너니까 가능해진 한 가지 기술을 알려 줄게. 그 정도만 배워 가도 네 몸을 지키며 싸우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거야.”
엘리자베스의 미소, 그것은 출중한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그것이었다.
“그, 그 말씀은 저에게 어떤 종류의 스킬을…… 알려 주신다는 뜻이죠?”
“맞아. 배우기 싫으니? 나도 바쁜 사람이야.”
“당연히! 너무너무! 배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그, 뭐랄까. 친절하신 게 일단 좀…….”
이하로서는 당황스러울 정도의 친절함이지 않은가.
어떤 스탯이 얼마나 부족한지까지 알려 주면서 스킬의 습득을 장려한다고?
적어도 미들 어스를 하는 내내 이하에겐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그 말을 엘리자베스는 알아들었다.
그 순간, 이하는 엘리자베스의 미소와 김 반장 그리고 브로우리스의 미소가 가진 차이를 이해했다.
“여태껏 구세대의 삼총사랍시고 너한테 가르쳐 준 게 하나도 없잖아. 원래대로라면 [명중]의 스승은 나였을 거고, 수도의 아카데미에서 이런 것 하나하나까지 다 배웠겠지.”
단순히 출중한 능력을 지닌 제자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의무감 또는 부채감에 가까운 미소!
무언가를 알려 주고 싶었으나 줄곧 그럴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능력이 뛰어난 이하를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묘하게 마음에 걸려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지금껏 제대로 관리조차 해 줄 수 없었던, 같은 속성을 계승한 후배이자 제자에게 알려 주는 기회!
이하의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눈앞의 홀로그램 창이 말해 주고 있었다.
[나를 찾아 줘]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속성! 쪽집게 선생님]설명: “사실 이걸 배우기엔, 아직 너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긴 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랑 여보가 이곳에 있을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뭐, 아무래도 천재인 내가 알려 주는 걸 범인凡人인 네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말이지.”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그들의 불안 요소는 언제나 그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에 그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지식과 기술을 전수받도록 하자.
내용: 일주일간 엘리자베스와의 특별 교습 진행 및 최종 시험에서의 합격 (0/1)
보상: 스킬―커브 샷Curve shot
실패 조건: 최종 시험 실패 시
실패 시: 스킬 획득 기회 소멸
수락하시겠습니까?
* * *
이하는 빠르게 홀로그램 창을 훑어보았다. 일주일간 교육 그리고 해당 교육에 대한 시험을 말하고 있었다.
시험의 내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주일의 교육과 연관이 있으리라.
달성률이 아니라 횟수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단 한 가지의 미션을 클리어 하면 퀘스트 성공이 되는 셈이다.
‘실패 조건도 단순하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퀘스트 중 제일 쉬울지도!?’
이하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 본인이 직접 말했듯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기회이지 않은가.
굳이 사람을 들들 볶는(?) 종류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이하는 믿었다.
“지금의 저니까 가능하다는 말씀은―”
“응. 네 ‘능력’이라면. 100%는 아니어도 가까스로 배울 수는 있겠지.”
“능력…… 아아!”
문구 중에서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묻는 이하. 엘리자베스의 대답으로 그것 또한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수준급 NPC들은 레벨과 스탯을 볼 수 있다.
‘수준’과 ‘능력’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가며.
그렇다면 지금 엘리자베스가 말한 능력이라는 말은?
‘캐릭터 창!’
이름: 하이하 / 종족: 인간
직업: 머스킷티어 / 레벨: 246 (1.7%)
칭호: 그림자 암살자 / 업적: 140개
HP: 8,170(5,719)
MP: 2,425
스탯: 근력 675(+590)
민첩 3,632(+1,319)
지능 444(+299)
체력 291(+198)
정신력 125(+115)
남은 스탯 포인트: 295
‘내 스탯이― 헐…… 미친, 이백구십오 개?’
12개의 레벨 상승과 스탯을 보상으로 줬던 S급 업적 세 개, 거기에 레벨이 10단위로 오르며 오른 보너스 스탯 다섯 개까지.
이하에게 남은 스탯 포인트는 무려 295개였다.
“제 수준이라는 게― 음…… 민첩성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응.”
“알겠습니다.”
이하는 고민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이미 어떠한 계산을 끝내 놓았다는 뜻.
‘민첩’과 관련이 있으면서 약간의 수준 미달이다, 라는 식으로 표현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현재 내 민첩 3,632에 남은 스탯 포인트 295개를 더하면?’
민첩 3,927.
4,000에서 약간 부족한 형태의 숫자. 이게 정답이리라.
스탯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싱글벙글이었던 이하였으나, 다시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조건 배워야지. 무조건. 근데……. 배울 시간이 될까?’
잠시 찌푸려진 이하의 미간을 못 볼 엘리자베스가 아니었다.
“왜 또? 의심 돼?”
“아뇨. 의심이 아닙니다. 다만…….”
이하는 잠시 어물거리다 신대륙 서부의 일들을 브라운과 엘리자베스에게 설명했다.
팔레오들이 연합하여 인간과 대치 중인 상황.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전투를 말리지 않는다면 푸른 수염이 〈신의 지팡이〉를 파훼할 가능성 또한 있다.
즉, 자신은 가야 한다.
그 사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미약한 힘이나마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흐으으음…… 너, 메신저 마법은 가능하지? 팔레오들과 전투가 벌어질 때, 그 상황을 알려 줄 사람은 있고?”
“메신― 아, 네. 있습니다.”
귓속말 기능에 대한 언급을 들으며 이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정과 별초는 물론이고 신나라 등도 있다.
팔레오들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들은 즉각 연락하리라.
“수업 도중에 다녀오거나 할 수도 있습니까?”
“글쎄. 나는 네 사정만 봐줄 수 없어. 무슨 뜻인지 알지?”
수업 도중 신대륙 서부를 다녀오는 순간,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은 사라진 다음일 수도 있다.
“원래는 최소 한 달쯤의 시간이 필요한 기술이야. 결코 쉽게 배울 수 없어. 일주일을 기한으로 잡은 것도 네가 그 개념에 대한 이해나 하길 기대하고 있는 거거든.”
스킬을 배우기 위한 숙련 기간에 대한 언급을 들으며 이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을 완전히 습득하기까지가 무려 한 달이라고 했다.
미들 어스에서 필요로 하는 시간치고는 매우 긴 시간이었다.
습득 기간과 난이도가 비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럼…….”
“네가 배움에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내 알 바 아니지. 하물며 하루, 이틀 안에 돌아올 기약도 없이 떠나야 한다면…… 알려 주기도 난감하잖아? 애매하게 배우느니 안 배우는 게 나은 기술이야.”
엘리자베스는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 조건, 그것이 바로 일주일의 시간이라는 것을.
즉, 일주일간의 여유가 없다면 가르쳐 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젠장…….’
이하는 결정해야 했다.
당장 퀘스트를 수락한다면 신대륙 서부를 다녀올 수 없다.
팔레오와 인간들의 충돌과 그로 인한 마왕군 측의 어부지리 이득을 알면서도 당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퀘스트를 포기한다?
‘그것도 어림없는 소리지.’
말 그대로 다시없을 기회였다.
브로우리스와 달리 [명중]의 엘리자베스에게 1:1 과외를 받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역시…… 이럴 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하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상대방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꺾게 만들어야지. 〈흥정〉’
어떻게든 원하는 조건으로 내려야만 한다.
이하 자신이 퀘스트의 난이도를 급상승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루…… 아니, 이틀 안에 깨우치겠습니다. 알려 주십시오.”
철컥, 철컥, 철……!
총기를 매만지던 엘리자베스의 손길이 멈췄다.
그녀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했다.
“이틀 안에 할 수 있다고? 네가? 나조차도 3일 걸렸는데?”
방금 전 습득까지 최소 한 달, 개념에 대한 이해도 일주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엘리자베스다.
그런데 자신은 3일 만에 배웠다고 말하다니.
그 와중에도 자신에 대한 어필을 하는 그녀를 보며 이하의 마음에도 불이 붙었다.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으라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틀 만에 해내겠습니다. 원하시는 테스트까지 당당하게 통과하면서 말이죠.”
이하의 눈이 반짝였다.
“흐으, 흐으…… 허니! 들었지? 얘가 이렇다니까! 좋아, 일어나! 시간이 없어. 당장 연습 들어간다! 하우스하우스들을 활용하면 신대륙 중앙부 세계수의 숲까지 2시간 안에 갈 수 있어. 전투 개시 메시지가 올 때까지 특훈이야!”
슈와아아아……!
그 순간, 눈앞의 홀로그램 창이 바뀌었다.
[속성! 쪽집게 선생님]내용: 이틀간 엘리자베스와의 특별 교습 진행 및 최종 시험에서의 합격 (0/1)
보상: 스킬―커브 샷Curve shot, 업적―청출어람
실패 조건: 최종 시험 실패 시
실패 시: 스킬 획득 기회 소멸
이하는 바뀐 홀로그램 창을 다시 보았다.
‘업적―청출어람! 보상이 하나 더 생겼어!’
스킬 ‘흥정’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한다.
리스크를 감안한 이하에게 추가적인 보상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이하는 벌떡 일어나 탄창을 꺼냈다. 수락 버튼을 누르는 이하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다.
빠밤―!
단지 퀘스트의 수락만으로도 또 하나의 업적이 성취되는 순간이었다.
전설의 특별 과외 업적을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전설의 특별 과외(S-)〉
축하합니다!
당신은 전설과도 같은 인물의 특별 과외를 받게 되었습니다! 흔치 않은 기회는 당신의 수준을 더욱 올려 줄 것이며, 당신이 생각하고 있던 패러다임을 바꿔 줄 것입니다. 전설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탈바꿈하세요!
보상: 민첩 +21
해당 무기의 마스터리 스킬 등급 상향 조정
(마스터급 상한 최대치)
〈전설의 특별 과외〉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입니다.
업적의 세 번째 등록자까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되며, 기존 효과의 200%가 추가로 적용됩니다.
효과: 민첩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