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491)
#재능만렙 플레이어 491화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중간 관리자는 플레이어를 닮아간다.
플레이어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면 가질수록, 중간 관리자들은 플레이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계속해서 상대를 관찰하고 집중하다보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세니아는 그 말에 약간은 동의하는 편이었다.
김혁진은 ‘관찰자’다. 세니아 역시 김혁진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김혁진과 함께 대상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덕분에 눈썰미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 보였다.
‘모사꾼이 크게 당황했다.’
모사꾼은 똑똑하다. 머리를 잘 쓰는 놈이다. 아까야 폭력에 굴복해서 그렇지, 그 와중에도 김혁진 맞춤형 대응법을 찾아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 나름대로는 최선의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불사의 기사]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순간 굉장히 흔들렸어.’
모사꾼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똑똑한 놈이니까,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생각에 빠졌을 거다.
김혁진이 ‘불사의 기사’라는 별명을 언급한 것은 이 것을 노리기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모든 행동. 그리고 모든 말에…… 의미가 있습니다. 적어도 플레이를 하는 동안에는.’
채널이 열리고 수호자가 지켜보고 있다. 김혁진은 김혁진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 순간.
김혁진의 눈짓 하나, 손짓 하나, 말 한 마디.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느껴졌다. 중간 관리자로서의 관찰력이 높아지고, 집중도가 높아지자 이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니아는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중간 관리자로서 많이 성장했습니다.’
넵튠에게 한 마디도 못하던 그 흑암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어엿한 1인분을 하는 중간 관리자가 되었다. 스스로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그런데 김혁진 플레이어는 더욱더 많이 성장했습니다. 제 성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그 사실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김혁진이 ‘불사의 기사’에 대해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어떻게 알았는지’가 아니라, 저 단서를 ‘어떻게 써먹을지’가 중요하다. 그에 맞추어 연출을 하면 된다.
“불사의 기사라는 말을 어떻게 알았지?”
세니아는 저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실수하고 있는 거다. 모사꾼 나름대로는 정보를 파악하고 취합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저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알려줄 이유도 없고. 수호자들은 모사꾼이 아닌 김혁진의 플레이에 더욱 집중하게 될 거다. 김혁진이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왜 모른다고 생각하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왜? 악몽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비밀 프로젝트가 밖으로 새어나갔다는 사실이 충격적인가?”
“…….”
김혁진은 여유로운 상태로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을 이었다.
“그림자기사는 일견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그림자 기사 셋이 뭉쳐있는 곳으로.
김혁진이 이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세 기의 그림자 기사가 소멸했다.
“이들이 불사의 기사라는 이명을 얻게 된 것은, 이들의 약점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왜? 몰랐나?”
김혁진은 회귀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로 모사꾼을 농락했다.
“그림자기사의 무서운 점은 놀라운 회복력에 있다. 아무리 베어도 없어지지 않고 재생성되어 상대를 괴롭히지.”
그러나 김혁진은 아주 쉽게 그림자 기사들을 사냥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재생성되기 전에 베어내면 될 것 같다고.”
“…….”
모사꾼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재생성되기 전에 베어낸다고? 말이 쉽지, 그걸 어떻게 해낸단 말인가.
사실 모사꾼은 혼란을 넘어 충격을 받은 상태다. 그림자기사의 약점은 아직 악몽 측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악몽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그림자기사의 지속시간이 18분내외로, 비교적 짧다는 것. 그리고 하나를 생성하는데 인간 한 명의 죽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인간 하나를 제물로 바쳐 만들어내기에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실험체였다.
“강하고 느린 공격 여러 번보다.”
김혁진이 이센을 휘둘렀다. 그림자 기사 하나가 또 맥없이 소멸되었다.
“약하고 빠른 공격 7번.”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 빠르기만하면 됐다. 그림자 기사 본체에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게 그림자 기사를 분쇄하는 기술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7번의 공격을 했다는 뜻인가?”
악몽에서 해본 적 없는 실험이었다. 그림자 기사의 효용성을 실험할 때, 보통은 소모해도 되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과 결투를 시킨다.
그들은 김혁진처럼 공격하지 못했다. 그림자 기사는 뛰어난 재생력을 바탕으로, 늘 압도적으로 승리했었다.
‘그림자 기사의 약점을 순식간에 파악해 버렸군.’
모사꾼은 여름 군주 김혁진이 단순한 군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검을 굉장히 잘 다룰 뿐만 아니라 모든 클래스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베이스 클래스는 [검사]였어.”
이제 알겠다. 군주로서 활약하고는 있지만 김혁진은 검사였다. 모든 능력들 중 ‘검을 다루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검술가 베이스의 군주. 김선화는 저도 모르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아닌데.’
김선화는 안다. 김혁진이 검을 사용하는 이유를.
‘그냥 취향이 맞아서 그런 건데.’
모사꾼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것도 공격보다는 방어에 좀 더 능통한 클래스.”
“…….”
‘그림자 기사’가 최종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한 기를 만드는데 한 사람의 생명이 필요하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조금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아까의 공포는 잊었다.
이제 묘한 즐거움이 가슴속에 차올랐다. 인간판 완성형 그림자 기사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김혁진의 신체와 클래스를 연구하면 완벽한 그림자 기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왜? 나를 잡아다 연구하면, 더 괜찮은 형태의 그림자 기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아마도 그럴 것 같군.”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이야.”
순간, 모사꾼은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낚였다!’
김혁진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불사의 기사‘라는, 아주 은밀한 별명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긴장을 약간 풀었다. 김혁진의 판에 놀아난 꼴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면서 떠보았고, 모사꾼은 저도 모르게 거기에 빨려 들어갔다.
“역시 연구와 실험으로 만들어지는 거였구나. 그림자 기사란 건.”
“……널 죽여야겠군.”
“원래는 살려둘 생각이었나?”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았다.
“그림자 기사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겠고.”
악몽에서는 정말로 그림자 기사의 약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실험이 극초기단계라는 것도 알겠다. 이 정도 약점을 찾아내지 못했으니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더 완성된 형태의 그림자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저들은 말하자면 프로토타입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은 프로토타입의 그림자 기사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는 중요한 단서였다. 현재 악몽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선이 되어줄 테니까.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감각안으로 느껴졌다.
‘마나로 그림자 기사들을 통제하고 있어.’
아마 그림자 기사를 통제하는 아티팩트가 있을 거다. 아티팩트에서 어떤 변화값이 느껴졌다. 구체적인 명령까지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모사꾼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 것을 하겠지.
“더 이상 움직이면 이 계집의 목숨은 없다.”
그림자 기사 하나가 그림자로 만들어진 포승줄이 되어 김선화의 몸을 꽁꽁싸맸다. 그리고 하나의 그림자 기사가 손날로 김선화의 목젖을 노렸다.
세니아는 찔끔 놀랐으나 이내 침착하게 중계를 이어갔다. 김혁진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터라, 이제는 안다.
‘김혁진 플레이어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
왜?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김혁진이 일부러 연출한 상황이었다. 대신 겉으로는 다르게 중계했다. 수호자들에게만 들리는 음성으로 차분히 중계했다.
-현재 김선화에게는 매우 특별한 중첩진이 적용된 상태입니다. 물리방어를 소멸시키는 진으로서, 현재 매우 위험한 상황이리라 짐작됩니다.
속으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무튼 연출은 이렇게 했다. 김혁진이 모사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림자 기사 둘이 김혁진을 막아섰지만, 순식간에 소멸됐다.
“움직이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다.”
모사꾼에게도 확실한 정보가 하나 있다. 오빠인 김혁진은 동생인 김선화를 끔찍이 아낀다. 김선화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누나도 굉장히 사랑한다. 가족애가 철철 넘치는 인간이다.
김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마음대로 해.”
모사꾼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허세인가?’
허세인가.
그도 아니면 진심인가. 허세여도 무섭고, 진심이면 더 무섭다.
모든 것을 속였다는 얘기가 되니까. 가족을 사랑하는 그 모습까지도.
“어쩔 수 없군.”
김선화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허세였다면 김혁진의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진심이라면 거신길드의 주요인물을 하나 제거하는 셈이 된다. 어쨌든 손해는 없는 장사였다.
김혁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자 기사들을 또다시 베어내며 모사꾼에게 접근했다. 모사꾼이 말했다.
“후회하지 마라.”
그림자 기사를 컨트롤했다. 김선화의 경동맥을 잘라버리기로 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말이야.”
“……뭐?”
“선화는 탱킹의 천재야.”
아무런 능력도 없던 튜토리얼 때. 김선화는 고블린의 공격을 그저 몸뚱이만으로도 버텨냈다. 김혁진이 봐왔던 그 누구보다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탱커다.
김선화가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안서희를 조금 닮아 있었다. 밝게 말했다.
“물리방어소멸진이 적용된 거지.”
김선화가 힘을 줬다. 속박을 쉽게 풀어냈다. 그때 그림자 기사의 손가락 끝이 선화의 목에 닿았다.
뚜둑!
손가락이 기형적으로 뒤틀렸다. 단순한 그림자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마치 관절이 있는 생명체 같은 모습이었다.
“물리방어가 소멸된 건 아닌데요.”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물리방어력이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김선화는 분명히 들었었다.
[물리방어력이 하락합니다.] [물리방어력이 하락합니다.]…….
[물리방어력이 하락합니다.]여러 번의 알림이었다. 그러나 그 것이 곧 ‘물리방어력의 소멸’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조금 약화된 것도 맞고 속갑 아이템이 깨진 것도 맞지만, 그림자 기사의 공격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낼만 했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선화가 조금 겸손해서 말이야.”
김선화가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오빠가 나보다 탱킹 잘하는데…….
김혁진 기준에서 그건 틀렸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쟤보다 탱킹 잘하겠니?”
김혁진이 보는 김선화의 탱킹재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김혁진은 수많은 요소들과 판단력 등을 활용하여 탱킹을 한다면, 김선화는 강력한 피지컬로 승부 보는 탱커다.
단순히 방어력의 측면에서만 보면, 김혁진 자신은 김선화를 따라갈 수 없다.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
사실 모사꾼은 이런 수를 쓸 필요는 없다. 굳이 김혁진을 자극해 가면서 김선화를 인질로 잡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림자 기사가 끝이 아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네가 그림자 기사를 모두 죽이게 된다면.
-그림자 기사들을 제물로 삼아, 위대한 존재가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림자 기사들이 사라지면 ‘위대한 존재’라는 놈이 튀어나온다. 김혁진이 그림자 기사를 소멸시키는 걸 그냥 두고봐도 됐었다. 그런데 모사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네.”
모든 것을 파악했다. 분명했다. 모사꾼에게는 ‘시간을 끌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파악했으니, 그 계획을 부숴주기로 했다.
“마침 괜찮은 광역기가 하나 있어.”
이 정도면 굉장히 좋은 연출이 되었을 것이다. 수호자들의 기대감도 최고조에 이르렀을 터. 김혁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백검우.”
천장에서 검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검 하나하나의 강맹한 위력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그림자 기사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짧은 순간에 소멸됐다. 모사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이 감돌았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때? 괜찮은 광역기지?”
그런데 그때 갈가리 찢겨져 나갔던 그림자 기사들의 파편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모사꾼의 몸을 둘러쌌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것 같았다.
“으아아아악!”
그 파편들은 마치 벌레 떼처럼 모사꾼의 몸을 집어삼켰다. 벌레가 몸을 갉아먹듯. 모사꾼의 몸을 갉아먹었다. 모사꾼의 몸이 완전히 사라지고 입고 옷마저 조각조각 나서 사라진 그 자리에 마법진이 하나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편지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편지?’
편지 위로 영상이 하나 재생되기 시작했다. 홀로그램이었다. 영상 속 남자는 모사꾼. 최욱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