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4)
#재능만렙 플레이어 564화
안서희의 등 뒤로 붉은 실들이 뿜어져 나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안서희는 긴장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
누군가 있다.
분명히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호탑의 예민한 기감으로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기운.
김혁진 역시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누구지?’
누군가 이쪽을 감시하고 있다.
‘은신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데.’
직접 은신하여 지켜보는 것보다는, 마법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마법에 능통한 자.
라푼델의 초상화를 가져간 자.
그리고 또렷한 적의가 느껴지는 자.
‘온다.’
접근해 오고 있다.
물리적 접근은 아니었다.
‘이 느낌은…… 용돌이의 워프와 비슷해.’
심적인 준비는 끝냈다.
안서희와 함께 상대를 기다렸다.
워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플레이어는 아니라는 소리다.
플레이어가 자유자재로 워프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후웅-!
강력한 마나의 바람이 불었다.
‘용돌이보다 더 강한 기세.’
용돌이는 무색용으로 태어났으나 아직 많이 어리다.
어린 용인 용돌이보다 더 강한 마법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법진 안에서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구나.”
“…….”
김혁진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이센을 꽉 쥐었다.
‘노아?’
유플렉스 던전 4층.
초월급 아티팩트인 이사벨을 넘겨주었던 상위급 NPC 노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대였다.
‘노아가 어떻게 여길?’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노아는 만나서는 안 될 NPC다.
-흥. 수호탑의 몸이 기생해서 나를 살펴보는 꼬라지에서 아주 더러운 냄새가 나서 치우고 싶었을 뿐이다.
당시 김혁진은 안서희와의 정신적 연결을 통해 노아를 만났었고, 안서희는 노아로부터 도망쳤었다.
-어딜 도망치느냐!
-이런 개 같은!
-이런 버러지 같은 자식들아!
노아가 말했다.
“자. 오늘도 도망칠 테냐?”
김혁진은 잠자코 주변을 살펴보았다.
퇴로는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맞서 싸워야 하나?’
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으나 리스크가 너무 컸다.
감각안으로 느껴진다.
거인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자신보다는 한 수 위다.
김혁진이 말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를 만났군.”
“내 물건을 훔친 죗값을 치러야겠지?”
노아는 여유로웠다.
전력이 훨씬 우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김혁진은 노아와 눈을 마주쳤다.
‘두렵지는…… 않아.’
노아는 강자가 맞다.
회귀 전 기준으로, 그 누구도 노아와 싸워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고래일족.
강선일.
순혈의 검제.
모습을 드러낸 수호자들.
각 속성의 거인들.
거인왕 카툴루의 분신.
그런 존재들의 존재값에 꽤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김혁진은 큰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자유로이 말했다.
“마탑의 감시에서 꽤 자유로워졌나 봐.”
“……뭐?”
“마탑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군.”
노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내용을 어떻게 알아?”
“왜 모르겠어? 내가 [검의 신부]인데. 순혈의 검제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
노아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무력은 김혁진보다 앞설지 몰라도 심계는 김혁진에 비해 깊지 않은 듯했다.
“설마 몰랐나?”
아마 몰랐을 것이다.
김혁진은 그렇게 판단했다.
“하긴, 마탑의 보물을 들고 도망친 배신자니까. 모를 법도 해. 여지껏 몸을 숨기고 생존에만 급급했겠지, 비겁하게도.”
“…….”
노아의 수염을 바들바들 떨렸다.
엄청나게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래. 그렇게 흥분해라.’
노아의 실력이 한 수 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압도적일 정도의 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노아를 흔들 수만 있다면,
이쪽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아는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
김혁진은 방금 ‘순혈의 검제’를 언급함으로써 노아의 정보력을 단숨에 파악했다.
‘다행이야.’
예전,
중국 쪽 정보를 노아가 줬었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탑의 감시를 피해 도망치고 유플렉스 던전에만 숨어 있던 NPC다 보니.
최신 정보들은 없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김혁진 ‘동화’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 같은 것들을 말이다.
“목숨이 열 개쯤 되는 모양이구나.”
“목숨이 하나든, 열 개든, 네놈은 날 여기서 죽일 생각 아닌가?”
“그것도 그렇지.”
“속전속결로, 나를 빠르게 죽여야 할 거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뭐?”
“내게 [검제의 낙인]이 박혀 있거든. 뭔지 알지?”
눈치를 살폈다.
노아는 검제의 낙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절대 권능?”
“마탑 소속이었으니 잘 알겠지.”
김혁진은 ‘검제의 낙인’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었다.
-큰 사고를 칠 때, 언제든지 순혈의 검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네?
마탑주는 확실히 불멸자다.
마탑주 소속의 마법사들이 모두 불멸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노아를 협박하기에는 충분했다.
노아도 절대 권능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고, 그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노아가 씨익 웃었다.
“잘도 떠드는구나. 내 정신을 흐리겠다는 심산이렷다?”
“틀린 말은 아닌데. 뭐. 좋을대로 생각해.”
김혁진은 파악했다.
‘어쨌든 속전속결로 날 죽이려 들거야.’
순혈의 검제가 나타나는 상황은, 노아에게 있어서는 최악일 테니까.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아니.”
노아의 손에 화염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강맹한 화기가 느껴졌다.
‘화염……!’
노아의 화기가 강한 것은 맞지만, 김혁진은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다.
“서희.”
“네.”
안서희가 붉은 실을 뿜어냈다.
수천 가닥의 붉은 실이 각기 생명을 가진 뱀처럼 노아를 향해 뻗어나갔다.
화르륵!
안서희의 실이 맥없이 불타 없어졌다.
그사이,
김혁진이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이센을 휘둘렀다.
챙!
은은한 은빛을 내는 반투명한 막에 이센이 막혔다.
김혁진은 이를 악물었다.
‘반탄력이 무슨…….’
노아는 커다란 마법을 준비하는 듯했다.
커다란 마법을 준비하는 노아를, 은빛 막이 보호하고 있었다.
‘단순히 방어마법이 아니야.’
알 수 있었다.
‘은천비단?’
──────────
[은천비단(銀天緋緞)]은빛 하늘을 실로 엮어 만들어낸 비단. 단 한 번, 비단을 펼쳐 은빛의 하늘을 소환한다. 은빛의 하늘은 지옥의 겁화조차 막아낼 수 있는 보물로서, 고대 명인 ‘플루토’의 걸작입니다.
──────────
완전히 은천비단과 같지는 않았다.
은천비단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어형 아이템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알림이 들려왔다.
[‘풀무불의 요정’이 신기해합니다.]풀무불의 요정이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의 아이템.
이 메시지를 김혁진은 확신했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어림없어.’
은천비단이 모두 막아낼 거다.
“용돌이.”
용돌이를 소환해냈다.
마나가 존재하는 곳이면 그 어디든, 용을 소환할 수 있으니까.
“뭐야, 저놈?”
용돌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노아도 용돌이를 발견했다.
“설마? 용?”
“왜 나보다 세? 짜증 나.”
“용이라니. 용을 소환하다니.”
푸하하!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너 설마. [용의 아버지]라도 되냐?”
용돌이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누나가 쟤 눈알 찔러. 내가 급습할게.”
* * *
“불지옥.”
김혁진은 불지옥을 여러 번 경험해봤었다. 강상구가 자주 사용하는 마법이니까. 그런데 이 불지옥은 강상구의 불지옥과는 차원이 달랐다.
‘뜨거워.’
뜨거웠다.
어지간한 불길은 김혁진에게 그 어떤 피해도 끼치지 못한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구나.”
노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투명화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용돌이가 그 위치를 잡아내 작은 마법을 사용했으나, 마법 영창이 취소되어 버렸다.
‘마탑의 마법사라더니.’
김혁진은 노아의 위치를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위치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불지옥은 미끼야.’
불지옥으로 이 쪽을 섬멸하려는 생각은 않고 있다.
그것은 확실했다.
불길이 말해주었다.
이 불길에는 거대한 살심이 없다고.
‘진짜는 다음인데.’
불지옥으로 시간을 끌면서,
진짜 마법을 준비할 거다.
‘강해.’
김혁진이 느낀 노아는 강했다.
‘그런데…….’
‘상대할 수 있는’ 적들 중에서 가장 강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히 가르쳐주겠다.”
“…….”
“내가 불지옥을 사용한 것은, 네놈이 불 속성에 큰 친화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노아의 목소리에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화신지체. 혹은 그에 준하는 진귀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정확하게 봤어. 화신지체.”
김혁진이 입술을 깨무는 시늉을 했다.
마치 분한 것처럼 연기했다.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겁쟁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내가 맨날 하는 거다.’
수호자들을 위해 매일 연출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간다.
노아는 수호자보다 격이 낮다.
수호자들을 상대로도 잘해왔다.
노아 앞에서는 더욱 잘할 수 있었다.
비록, 불지옥이 둘러싸고 있다고 할 지라도 말이다.
김혁진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지?”
“한 몸에 특수 속성지체를 갖출 확률은 지극히 적지.”
“…….”
아니다.
김혁진은 이미 뇌신지체도 가지고 있다.
“마법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속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겠지?”
불지옥 사이.
화염 속성 마나 중간 중간,
콰지직-
뇌기가 흘렀다.
김혁진은 새로운 경지를 보았다.
‘화염과…… 뇌기의 조합?’
불지옥 안에 뇌기가 녹아들어 있었다.
융합마법의 일종인 것 같았다.
김혁진이 이센을 들어 올렸다.
“뇌 속성. 나는 그 따위 속성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그리고 내게는, 극상마법이 존재한다.”
순간,
백검우를 사용했다.
정확한 위치를 잡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감으로 사용했다.
크하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극상마법. [순혈의 검제]가 각성한 시점에서, 내가 이것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더냐?”
노아는 완전히 방심한 것 같았다.
그러나 김혁진은 차분했다. 티 내지 않고 연출을 이어갔다.
“나의 진실 된 힘은 뇌전에서 나온다.”
“…….”
불지옥의 힘이 옅어져 갔다.
타이콘의 저택 창문 밖으로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지직!
김혁진의 발 밑으로 강력한 전류가 흘렀다.
“죄를 달게 받거라.”
김혁진의 머리 위로,
굵은 번개다발이 떨어져 내렸다.
김혁진은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날 나를 일으키어.] [모든 약속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소서.]동화의 권능을 이끌어냈다.
동화.
동화는 마법사들에게 치명적인 능력이다. 회귀 전, 유명했던 ‘상하이 대전투’에서 마왕(강선일)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마법사를 학살하기도 했었다.
제 2의 심장.
이사벨이 뇌기를 받아들였다.
마왕의 검은 기운조차 받아들였던 제2의 심장이었다.
또한 김혁진은 뇌신지체이기도 했다.
‘그리고…….’
김혁진은 이보다 몇단계 위의 뇌기를 이미 경험했었다.
푸른뇌전의 나팔수.
그 힘을 사용했었고,
거인들의 왕 카툴루의 힘도 다스려보았다.
‘이 정도 뇌기는…… 어린애 장난이야.’
실제로 편안했다.
뇌기를 다루는게 굉장히 익숙했다.
노아가 사용한 뇌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내 진실 된 힘도 뇌전에서 나와.”
마법사를 학살하는 힘.
동화와 더불어 김혁진이 읊조렸다.
이때를 기다렸다.
“안식의 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