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39
39. 만병통치약?
안녕하십니까. 비상식량입니다.
집인데 비상식량입니다.
대명절을 맞아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주인의 가족이 왔는데 놀랍게도 평범했습니다.
대체 어떤 신비가 개입하면 저렇게 평범한 가족에서 저딴 게 나옵니까.
실례했습니다. 방금 표현은 비밀입니다.
가족이 떠난 뒤에는 주인은 명백히 풀이 죽은 눈치였습니다.
왜 저러는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추석 당일에는 주인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주인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런 것과 친하게 지내는 주인의 배짱에 감탄했습니다. 주인의 간땡이는 부은 게 분명합니다. 자꾸 집을 슬라임으로 채우는데 어쩌면 간이 배에 전부 안 들어가서 밖에 빼놓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유상종 2호가 떠나고 유유상종 1호까지 연락해오자 풀이 죽었던 주인이 되살아났습니다.
다행이지만, 좋지만은 않습니다.
주인에게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여럿 있지만, 가장 큰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혼자 맛있는 거 먹지 말고 조금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집의 정령이 깃든 집에서 살 거면 구석에 쿠키나 빵과 우유를 두는 건 상식 아닙니까?
아무리 인간답지 않은 모습을 하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일삼는다고 해도 최소한의 상식은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팝콘과 콜라가 좋습니다.
TV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주인놈은 또 혼자 처먹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주인놈이 아니라 주인입니다.
“풉!”
나이스!
주인이 콜라를 뿜고 팝콘을 바닥에 흘렸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땅에 떨어뜨린 음식 일부분은 집의 몫입니다.
집의 정령 규칙입니다.
그나저나 인간 세상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주인과 같은 패션 감각을 지닌 사람이 세상에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의상팀 문제냐, 작가 문제냐, PD가 문제냐, 미친 PPL이 들어온 거냐, 아니면 누군가가 윗사람 엿먹이려고 작정한 거냐.
추석 특집 예능을 보는데 마치 거울을 본 듯한 모습이 나왔다.
차라리 슬라임 탈을 쓴 모습이라면 이해라도 될 거다.
SLimelove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니까.
캐릭터 저작권 문제로 나랑 싸우고 싶다면 해도 된다.
그런데 그쪽이 아니다.
고양이 귀 헤드셋.
형광 무지개 우주 후드.
십이지신 금박 바지.
워커 부츠.
내 패션 테러리스트 복장을 하고 나왔다.
아, 그래도 나름 업그레이드한다고 하프 핑거 가죽 장갑을 끼고 나왔네.
패션 감각이 엉망인 사람을 15분 만에 코디해주는 테스트 예능인데 의뢰인 역으로 나온 신인이 무리수를 뒀다.
그런데 이걸 그대로 녹화해서 보내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야 충격적이기는 하다.
인상이 머리에 제대로 박히기는 하고.
그런데 이게 맞아?
어이, 신인. 패션 테러리스트 인상이 평생 쫓아다녀도 괜찮겠어?
아이돌인데 정말 괜찮겠어?
전문가가 신인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변화 전후의 비교 사진을 보여주는데.
새로운 코디가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옆에서 형광 무지개 우주가 블랙홀처럼 시선을 끌어들이는데 다른 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
이 예능 괜찮은 거야?
“하하하.”
도대체 왜 이 세상은 내 옆통수를 때리지 못해서 이리도 안달인지.
황당하기는 해도 꽤 웃겼다.
예능 덕에 기분도 좋아졌고.
다시 신제품 개발이나 계속해 볼까.
아, 그전에 쏟은 콜라랑 팝콘을 정리해야지
그냥 발로 쓱 문지르면 끝이다.
팝콘이 조금 줄어든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겠지.
손바닥 위로 구슬을 하나 만들었다.
모양은 과 똑같은 구슬 형태.
색만 다르다.
이쪽은 검붉은색이다.
-입에 넣기 전까지 맛을 알 수 없는 슬라임. 독한 맛이기에 절반은 짓궂음으로 채워졌다.
재미를 찾으라고 을 내놓았더니 재미없게 다이어트 음식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힘 좀 줬다.
잘 팔리도록 재미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했는데.
음식에서 재미를 안 찾는다고 소수만 찾을 음식을 내놓는다.
수단과 목적이 역전된 것 같지만, 알 게 뭐야.
아직 박태양 상담사에게서 연락은 없다.
그야 대처를 생각하느라 바쁘겠지.
원래는 추석 연휴가 끝날 때 맞춰서 을 연금센터에 보내려고 했다.
도둑놈들 때문에 그쪽이 정신이 없어서 아무래도 미뤄질 것 같다.
을 출시하기 전에 혹시 의 부작용이 발견된 거 없나 찾아보는데.
시간차 공격이냐?
혈당이 내려간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에는 효과를 부여하지 않았다. 물을 마시면 혈당이 내려간다는 말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포도당을 소모해야지 혈당이 내려가지.
아, 역시나. 을 먹으면 간식을 안 찾게 돼서 혈당이 내려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달콤한데 먹어도 혈당이 안 올라가니까 혈당이 떨어진다고 표현한 거다.
아무런 효과도 안 줬다니까.
다이어트에 이어 당뇨병까지.
이제는 아주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겠어.
***
10월 2일. 아직 연휴 한 가운데.
을 출시하고 3주째.
W튜버도 하는 어느 의사가 3주간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은 4대 성인병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인슐린과 비슷한 작용을 하며 세포의 인슐린 감수성은 높여줘―
―다량 섭취해도 저혈당은 오지 않아―
―콜레스테롤이 감소해―
―혈관에 침전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동맥 경화 정도를 줄여―
무슨 만병통치약이냐!
“. 해명해 봐.”
“제아무리 우리의 창조자라고 한들 우리의 한계를 규정짓지 마라! 우리는 우리 고유의 성질이 있다!”
“개소리하지 말고. 인슐린 역할이랑 인슐린 저항성은 무슨 소리야?”
“문 열고 지나갈 때 뒷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잡아주는 건 기본 매너잖아요? 문이 잘 안 열리면 겸사겸사 문에 기름칠 좀 해주고요. 뭐, 대가로 조금 얻어먹기는 했어요.”
“대량 섭취해도 저혈당 안 온다는 건 뭐냐.”
“형씨. 내가 막돼먹은 놈이기는 해도 가난한 자는 건드리지 않소.”
“콜레스테롤은 또 뭐야?”
“나로 즐겼으면 나도 즐겨야 할 거 아니야! 입에 기름칠 좀 했다! 왜!”
“말투가 왜 제각각이냐?”
“무작위 묵 액체 괴물이기 때문이옵나이다.”
나 홀로 회의를 마친 결과 이 대체 왜 만병통치약처럼 변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에 아무런 효과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 말을 더 정확하게 하자면 이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는 사람의 발을 치료하게 매끄럽게 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은 사람의 피부를 매끄럽게 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은 모기를 쫓아낸다는 목적이 있고.
은? 랜덤한 맛을 가진다. 이게 전부.
내가 만든 은 내 예상을 벗어날 활용법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방향성은 있었다.
은 그 방향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정한 것 같다.
식도락을 즐기기로.
영상 제목에 4대 성인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거창하게 써놨는데 착각하면 안 된다.
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냥 몸에 불필요하게 많아 남아도는 것들을 혈관 따라 돌아다니면서 먹어 치웠을 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이유?
슬라임이니까.
[변질] 스킬로 성질을 바꿨다고 해도 내가 만든 은 내 몸에서 [분열]로 떼어내 만든 슬라임이다. [분열]과 [조종] 스킬로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해도 나라는 슬라임의 일부였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미약한 판단 능력은 남으며 내 성격과 스킬 일부분을 계승한다.
비유하자면··· 그래.
내가 만드는 은 나를 본떠 프로그래밍한 나노머신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일이 뭐야.
물건 제작이랑 영상 찍는 거 제외하면 인터넷 세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어 치울 뿐이잖아.
도 똑같이 행동한다.
나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낼 능력까지는 안 되니까.
혈관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어 치우는 거다.
마찬가지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잘게 부서서 오줌으로 배출될 테고.
내가 착하고 매너가 있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라니까.
내가 망나니였어 봐.
내 성질을 이어받은 들이 남의 몸속에서 어떤 패악질을 해놨겠어?
***
-미국 쪽으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우리 공순이가 잡은 도둑들. 대체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는데 미국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위신이 떨어진다는 말은 안 나오나요?”
-나왔습니다만, 미국 측이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으르렁대봤자 코웃음 칠 나라들이 많으니까. 우리나라 산업 스파이 관련 법의 처벌의 약함이 우습게 보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그러니까 크고 무서운 샘 삼촌이 우리를 밀어내고 앞장섰다는 거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이쪽이 훨씬 낫습니다.
그건 그렇지. 타국이랑 척지기 싫다고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작고.
“용케도 명분이 있었네요.”
-의 생산량 일부는 생산한 즉시 그 소유권이 미국에 넘어가도록 계약했습니다. 그들이 훔치려고 한 것에는 우리가 보관 중이었던 미국의 재산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산업 스파이로 취급하지는 못하겠네.
조금 아쉽다.
-그래서 이번에 판매 품목을 대폭 확대하려고 합니다.
“네, 네. 그러세요.”
모든 라인에 미국 물건을 뒤섞어놔서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거네.
“판매 품목을 확대한 뒤에 노려왔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요.”
-···.
수출로 얻을 수 있을 이익이 꽤 깎였을 거다.
“이익이 줄었다고 저도 부담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절대로 아닙니다.
“미국에 공급하는 물량을 수량으로 정하지는 않았겠죠?”
-비율로 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호가호위 말고 다른 대책은 무엇인가요?”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서울중앙연금센터의 보안은 구멍이 많다.
그야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노릴 가치가 있는 연금 기술이 없었으니까.
도둑이 없는 동네일수록 방범 장치에 돈을 투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파는 물건은 대부분이 면허 생산. 가끔 개선된 물건이나 신제품이 나오기는 하는데 금방 짝퉁을 만들 수 있는 수준.
한국에서 공부하면 답이 없으니 해외로 나가는 일도 많은데.
해외로 나간 연금술사는 안 돌아온다.
그런 연금술 불모지에서 세계에서도 통하는 연금술사가 튀어나왔다.
대응 매뉴얼이 있을 리가 없지.
-경비를 늘리고 보안설비를 점검, 개선할 예정입니다. 또 감사팀 인원을 늘려 ―
지극히 당연한 대책이 나왔다.
보안 문제는 대체로 돈을 쓰면 많이 해결된다.
평상시에는 그 돈이 버려지는 것 같아 아까워죽겠고 어떻게든 줄이려고 발버둥을 치니까 문제가 터지지.
-그리고 연금슬라임 님께 호위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필요 없어요.”
-머지않아 연금슬라임 님의 주소는 밝혀질 겁니다. 어쩌면 이미 밝혀졌을지도 모릅니다.
“스파이 못 잡았나 보네요.”
-···.
“집에서 나갈 생각도 없는데 호위는 무슨 호위에요. 밀착 호위를 하려면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호위만을 위해서 이 근처 집값을 감당할 수 있어요? 설마 저의 집에 들여보내라는 건 아니죠?”
-무슨 일이 일어난 뒤에는 늦습니다.
“용케도 그 말을 입에 담네요.”
부끄럽지도 않나?
불붙은 외양간을 소가 오줌으로 끈 격인데.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는 드리겠는데 다른 방법을 알아보네요. 아니면 옆집을 사든가요.”
혹시나 내 정체를 들키지 않을까 걱정되고 불편해서 동거를 어떻게 해.
당연히 거절이다.
옆집 가격이 얼마더라.
“아니면 월세 받을까요? 저는 제가 사는 집의 현재 가치가 한 1,000억쯤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월세를 받으려면 얼마를 받아야 하려나요.”
-정말로 안 되겠습니까?
“그러면 이렇게 해요. 호위가 저의 집에 침입한다면 얌전히 집에 들일게요. 그 정도도 못 하는 호위는 필요 없으니까요.”
드루와~ 드루와~.
이번 기회에 내가 개조한 비상식량이 얼마나 난공불락의 요새인지 확인해보자.
***
“환절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비염. 비염 때문에 코가 막히고,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흘러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곳에 이 골치 아픈 비염을 쫓아내는 비법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다음에는 이 녀석들인가.
그래. 선배로서 후배에게는 질 수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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