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68
68. 악플러와 배신자.
대체 어쩌다가 이름이 그렇게 됐는지 여러 가지 설이 있는.
미국에서 야구 보며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바로 이것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염분밖에 안 들어가는 음식.
핫도그.
한국에서는 기다란 번에 소시지를 끼워 파는 핫도그는 그다지 팔지 않는다. 주로 꼬치 끼운 소시지를 반죽으로 덮은 뒤 튀긴 콘도그를 많이 팔지.
오늘 먹방은 핫도그랑 콘도그 둘 다 만들 생각이다.
길쭉한 번을 칼로 자른 뒤 소시지를 넣은 기본 핫도그를 대량으로 만들어 늘어놓았다.
처음은 기본 중의 기본. 뉴욕 길거리에서도 흔히 파는 방식.
케첩을 뿌리면 끝.
채소 좀 먹으라고 잔소리하고 싶어지는 음식이다.
케첩은 채소가 아니다.
머스터드 뿌린 것도 만들고. 피클과 양파를 올린 것도 만들고. 치즈를 올린 것도 만들고, 감자샐러드를 올린 것도 만들었다.
핫도그는 이 정도로 할까.
다음은 한국에서 핫도그, 외국에서는 콘도그라고 불리는 음식.
달걀물에 설탕과 이스트를 넣고 섞는다. 거기에 소금과 밀가루를 넣고 우유로 농도를 조절하며 반죽한 뒤 발효. 그동안 소시지를 삶아 꼬치에 끼웠다.
발효가 끝난 반죽을 삶은 소시지에 입히고 빵가루를 뿌려줬다.
이걸 튀기면 끝.
취향에 따라 설탕을 뿌려도 되고, 케첩을 뿌려도 되고, 머스터드를 뿌려도 되고, 다 뿌려도 된다.
안쪽을 소시지로 채우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치즈를 넣어도 되고, 떡을 넣어도 되고, 어묵을 넣어도 된다.
반죽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조각내 삶은 감자에 옥수수 전분을 묻혀서 반죽에 넣어도 된다. 생라면을 부숴서 반죽에 넣어도 되고.
역시 길거리와 야구장에서 흔히 판다는 음식답게 미리 준비해둘 수 있는 과정이 많다.
역시 놀이동산에서 파는 음식은 가능한 한 사람의 손이 덜 가는 음식으로 해야지.
***
대학원생에게 방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교수님이 해외로 장기 출장을 떠날 때가 잦아 정시퇴근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대학원생은 으로 머리의 먼지만 가볍게 털어냈다.
은 붙이지 않는다. 연구실에서도 계속 붙여 뒀고 붙인 채로 집에 돌아왔으니까.
옷을 갈아입은 뒤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썼다.
SLimelove의 영상을 볼 시간.
때마침 새로운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이번 먹방의 주제는 핫도그.
빵에 소시지를 끼운 핫도그 먹방은 그리 관심이 가지 않았다.
평소라면 라임이의 특유의 먹방 소리를 즐기려고 봤겠지만,
섬네일에 설탕 알갱이가 살아 있는 핫도그가 나와 있었기에 대학원생은 영상을 빠르게 넘겼다.
드디어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의 핫도그가 나왔다.
고개를 뒤로 젖힌 라임이는 핫도그를 휙 던져서 입에 넣었고.
바삭.
입꼬리와 근질거리는 소리가 귀에 울렸다.
톡.
내부의 소시지가 터지는 소리와.
바삭.
남은 튀김옷이 부서지는 소리 사이에.
아삭.
녹지 않은 설탕이 씹히는 달콤한 소리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눈을 감고 소리를 즐기는데 갑자기 소리가 멈췄다.
무슨 일인가 보니 라임이는 드물게도 핫도그에서 꼬치를 뽑아냈다.
평소라면 통째로 씹어먹을 텐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기다리니 뽑아낸 꼬치를 다시 입에 넣었다.
오독오독.
나무를 씹는 소리가 아니다.
저거 혹시 과자인가?
역시 라임이의 먹방은 좋다.
소리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런 소소한 반전을 섞어 즐거움을 더한다.
초기부터 계속 봐온 애청자로서 말하자면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재미가 있다.
영상이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보는데.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가 도착했다.
“왔구나.”
대학원생은 환하게 웃으며 택배를 들고 들어와 뜯었다.
안에는 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1,000만 구독자를 기념하여 라임이가 추첨을 통해 나눠준 선물인 .
대학원생은 운이 좋게 이번에도 받았다.
그녀는 서랍장 내부에 둔 을 꺼내 옆에 뒀다.
둘의 색의 구성이 다르다.
이런 식의 배려는 기분이 좋지.
전에 받은 선물의 특별함이 훼손되지 않는 느낌이라서 기쁘다.
대학원생이 을 꾹꾹 찌르자.
아삭. 아삭.
와그작. 와그작.
슬라임들이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를 찔렀다.
오독. 오독.
스스스. 스스스.
은 내지 않는 소리를 냈다.
색과 소리가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같았다.
슬라임 한 마리를 잡아당기자 그것은 무리에서 떨어졌고.
골골골. 골골골.
그녀의 손에서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냈다.
슬라임의 무리 옆에 내려놓자 슬라임은 데구루루 굴러가 무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문뜩 호기심이 들었다.
대학원생은 에서 슬라임을 한 마리 떼어내 옆에 뒀다.
데굴데굴 굴러가 찰싹 붙으려던 슬라임이 멈춘다.
골골골?
뭔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내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가 붙었다. 본래 무리에 있을 때처럼 찰싹은 아니고 살짝 거리를 두고.
그러다가 를 가까이 가져가자.
골골골!
즉시 본래 무리로 돌아왔다.
그게 너무너무 귀여웠다.
과 둘을 붙이자 둘은 붙었지만, 괜히 친해지기를 바라지 않은 대학원은 둘을 떼어놨다.
한쪽에는 다른 손에는 .
아삭아삭 아삭아삭 골골골
오독오독 오독오독 와그작
만이 있을 때보다
더욱 풍부해진 소리.
대학원생은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
직원이 수천 명 단위의 기업이라면 모를까.
단 넷.
무슨 악의 조직도 아니고 얼굴은 봐야겠다 싶어서 새로 뽑은 직원들과 만나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영상 회의 만세.
우리 기업은 최신 문화를 지향합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접속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깍듯한 자세이기는 한데 인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오늘 회의가 끝나면 불평불만을 온라인에 올릴 것 같은 인상이다.
또 한 명은 여자.
눈을 큼지막하게 뜬 여자인데 화면을 뚫어져라 보는 게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건가?
처음부터 싸움을 걸다니. 역시 반란을 일으킬 상인가.
여기까지가 신입.
보라색 가발을 쓰고 얼굴에 을 붙이고 있는 한스는 여전히 수상쩍기 짝이 없다.
다른 하나는 SLimelove의 복장을 한 나.
슬라임, 외계인, 악플러, 배신자.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의 조직인가?
다음부터는 전원 검은색 로브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쓰자고 할까.
차라리 얼굴이 안 보이는 쪽이 덜 수상쩍을 것 같다.
“저는 연금슬라임. 라임이라고 불러주세요.”
남자는 즉시 입을 열고 인사했다.
이어서 여자도 간단하게 인사했다.
둘 다 이름을 말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귀에 안 들어왔다.
“집이랑 사무실은 만족스러운가요?”
“네. 이 무척 많아 행복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가 즉각 대답했다.
남자도 뒤처지기 싫다는 듯 대답했고.
“만족스럽다니 다행이네요.”
무제한 제공이라고 했으니까 시판하는 제품을 사무실에 가득 채워놨다.
제공한 집은 그냥 평범하게 옵션 완비 스리룸이다.
전에 내가 구상한 처럼 으로 가득한 집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진정으로 무제한 제공이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냥 거기까지 해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보안장치는 몰래 설치해놨다.
내 아래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표적이 될 수 있으니까.
“업무 내용은 한스에게서 들으면 돼요. 도중에 필요한 게 있다면 한스에게 전해주세요. 혹시 질문 있나요?”
여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회식은 없나요?”
“하고 싶다면 해도 돼요. 돈은 드릴게요. 하기 싫다면 강요할 사람은 없어요.”
회식을 가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랑 한스밖에 없다. 나는 당연히 회식할 생각이 없고 한스는 건강 문제로 회식 참여가 어렵다.
“라임 사장님도 오시나요?”
“아니요.”
“혹시 커다란 성과를 내면 라임 사장님께서 오시는 회식을 할 수도 있나요?”
이 여자 뭐지?
왜 그렇게 나를 불러내려고 하는 건데?
내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
만나서 찌르려고?
“저도 라임 사장님을 꼭 뵙고 싶습니다!”
남자가 끼어들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이렇게 사장이랑 회식하는 게 소원이야?
어떻게든 사장에게 잘 보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건가.
취업 시장 무섭네.
“기회가 된다면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질문은 없나요?”
“영상 회의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나요?”
“네.”
영상 회의는 주기적으로 가질 생각이다.
한스를 거치는 과정에서 빠지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몇 가지 이야기가 더 오간 뒤 영상 회의가 끝났다.
검은 화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피곤하다.
***
슬라임랜드의 신입사원.
그녀는 본래 SLimelove에도 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에 관심을 가진 것은 동생의 자살 미수 사건 이후다.
동생이 비염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자기 삶을 살아가느라 바빴으니까.
그녀가 주변에 무신경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석사·박사 과정을 밟다가 교수와의 갈등으로 대학원에서 쌓아온 모든 것이 날아갔다.
그동안 차근차근 모아온 증거들로 교수의 목을 날려버렸지만, 전공 분야 쪽 길은 완전히 닫혀버렸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취직했다.
일에 적응하고, 법원에 오가고, 교수 일이 묻히지 않도록 신경 쓰고, 회사와 상사의 비리를 발견할 때마다 정리해두느라 무척 바빴다.
아무리 바빴다고는 해도 동생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내부고발을 터뜨려 반쯤 강제적으로 멈춰서고 자기 주변을 둘러봤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과 을 만들었다는 연금슬라임에 관해 알아봤고.
푹 빠졌다.
에서 사람의 평온과 행복을 바라는 애정이 느껴졌으니까.
동생을 포함해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있을 이 애정을 맛보니.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에 둘러싸여 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교수를 날리고 회사까지 터뜨린 사람을 고용해줄 회사는 없다.
하는 수 없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진하며 회사에서 쌓은 실력으로 자작 게임을 만들어봤으나.
망했다.
덕질의 꿈이 한층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SL1me에게서 막대한 후원금이 들어왔다. 이어서 연금슬라임이 사람을 고용한다는 공고까지.
그녀는 자신을 으로 이끄는 세계의 흐름에 올라탔다.
바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이번 아르바이트 자리는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터뜨리지 않고, 인수인계까지 제대로 마쳤다.
시작된 입사 시험.
그녀가 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자 운명은 그녀를 슬라임랜드 안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연금슬라임 본인에게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화면 너머로는 연결될 수 있었다.
SLimelove의 영상을 볼 때와는 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물었다.
“회식은 없나요?”
하지만 역시 라임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혹시 커다란 성과를 내면 라임 사장님께서 오시는 회식을 할 수도 있나요?”
“기회가 된다면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대답은 두루뭉술했어도 가능성이 보였다.
회의가 끝나 겨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있게 된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에게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커다란 눈을 번쩍 뜨며 한스를 봤다.
“좋은 눈빛이네요.”
실눈을 가늘게 열며 한스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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