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culous Genius Musician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바다 건너 축제
그날 그 라이브 카페에 있었던 사람들은 사장 아저씨와 호흡을 맞추며 통기타를 두드리던 누군가를 눈치채지 못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좁은 무대에서 어울렸고, 조명도 어두웠으며, 뭣보다 복장 자체가 술 취한 아저씨들과 같았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지도 않았고, 그저 다른 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했었다.
진혁은 이 어울림이 좋았다.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음악.
모두를 흥겹게 할 수 있는 음악이 너무 좋았다.
그런 면에서 오늘 첫 곡을 마치고 무대를 빼앗겨 버린 까까머리 청년의 음악은 최고였다.
처음 듣는 이들도 흥얼거리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멜로디도 좋았고, 목소리의 강약으로 뿜어내는 그 감성은 그가 아니면 표현해 내지 못할 음악이었다.
프로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더욱 친근했고, 깔끔하지 않았기에 누구나 끼어들 수 있었다.
완벽할 필요도 없었고, 그렇기에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구석에서 망연자실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혁이 방긋 웃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공연이었다.
* * *
[동해 소년 떡밥은 뭐냐?]└몰라. 정보도 없고 영상은 술 취한 아저씨들 영상이 전부임.
└몇 명이 어그로 끈 거임.
└그 이후로는 공연 없었지?
└없었음.
└근데, 음원도 없이 공연 잡은 건 이게 처음 아님?
└관계잔가?
└인간 회사에 일단 문의는 넣어 놨음.
└근데 거기가 문의에 답을 주기는 하나?
└아. 하긴.
└거긴 자기들 할 말만 하는 데임.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음.
└맞아. 그냥 통보 식이지.
└애초에 첫 공연부터 그렇지 않았음?
└보려면 보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지.
└배짱 장사 지림.
└거기서 광고하는 거 봤음? 거긴 순위도 표시되지 않는 곳임.
└그냥, 공연 맵 같은 느낌이지.
└가보고 기분 좋으면 후원도 하고.
└아무튼, 이번 동해 소년 공연은 조금 의문임.
└인지도 제로에 몇몇 얘기로는 동네잔치 분위기 같은데, 지도에 올라온 거잖음?
└그렇네. 지도의 신빙성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님?
└그럼 들여다보질 말든가.
└알아서 아는 애들만 보러 다니면 되지 않나? 굳이 그 회사 까 내리는 이유가 뭐지?
└처음부터 지도 보라는 소리는 안 했음. 우리가 알아서 찾아간 거지.
└맞아. 맘에 안 들면 나가면 되는 거임.
└공연에 후원하는 것도 강제가 아니지.
└공짜로 봐도 되는 시스템이지 않나?
└진혁느님 회사는 까지 말자.
└아니, 얘들아. 그래서 동해 소년은 정보가 없는 거야?
└몰라. 영상도 없고 음원도 없이 몇 명만 빠는 뮤지션이야 뻔하지 않나?
└일단 나는 관심 껐어.
└아… 진혁느님이나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그 시원한 목소리 듣고 싶다.
└내 말이. 이제 여름도 왔는데, 어디서 흠뻑 쇼나 했으면 좋겠다.
└제발!
└인간 밴드 공연 기원 109일째임.
└아멘.
└관셈보살.
[근데, 동해 소년 제법 생겼다던데?]└뭐래 이 병X은?
└병먹금.
└관종 또 떴네.
└다들 먹이 주지 마라.
햇살은 더욱 뜨거워졌고.
만연했던 연산홍은 조금씩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 구석 그늘에 숨은 희철이 빨개진 얼굴로 게시글 삭제를 눌렀다.
‘에이 씨. 이제 안 봐.’
고개를 들어 쨍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왜 그리 맑고 투명한지.
그날 등 뒤에서 들려왔던 박수와 환호가 아직도 생생했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동네 아저씨들을 빼고, 진짜 관객은 고작 네 테이블에 앉은 열한 명이 다였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인간 회사 갤러리에 자신에 대한 글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하늘을 날아갈 듯했는데, 그 게시글엔 의심의 댓글이 전부였다.
그렇게 강원도 끝자락의 빨간 점은 채 관심을 받기도 전에 식어 버렸고, 이젠 어그로성 주제로 낙인까지 찍혀 버렸다.
‘아…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희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께서도 극찬했고.
첫 경험을 했으니 이젠 곡을 좀 만들어 보자는 말씀이 있었지만, 게시판을 확인할 때마다 자신감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이제 진짜로 안 봐.’
핸드폰의 커뮤니티 어플을 꾹 눌러 삭제해 버렸다.
녹음도 하겠다는데, 그것도 걱정이었다.
자신이 흥얼거리며 만든 곡들은 사실 민망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인터넷상에서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물론 희철 자신은 진지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단순한 노래가 뭐가 그리 좋다고 방긋 웃으시는지.
선생님의 상태가 심히 걱정되기까지 했다.
* * *
“그… 또 공연하나요?”
“곡 만들었으면 당연히 해야지.”
진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하기 싫어?”
희철이 그날을 떠올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의 그 전율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저는 진짜 좋은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직접 보니까 알겠더라. 너 무대 체질이야.”
“네?”
“그때도 떨리면 또 뒤돌아서 해도 돼.”
“아…….”
진혁이 통기타를 들었다.
그리고 단순한 코드를 짚으며 현을 튕겼다.
굉장히 깔끔했고, 순간순간 재치 있게 튀어나오는 엇박자가 더욱 맛깔스러운 리듬을 만들어 냈다.
“너도 쳐 봐.”
희철이 얼른 통기타를 들고 왔다.
선생님이 너무 쉽게 쳐서인지 왠지 자기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첫 코드부터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확실히 선생님과 함께하니 뭔가 느낌이 달랐다.
정말로 매끄러운 연주에.
조금 껄끄러운 소리가 섞였다.
다만, 두 소리의 어울림이 뭔가 모를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리드를 따라오는 희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세상은.
완성된 것을 원했다.
누군가 노력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진혁은 자신이 겪어 보지 못한 ‘성장’을 눈앞에 두고 감상 중이었다.
처음부터 ‘완성’이었던 진혁이었기에, 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과거 열아홉 때 친구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지금 느끼는 중이었다.
정말로 평범했던.
아니, 오히려 더 좋지 않은 환경의 누군가가 세상을 뒤집을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혼자 두고 보기는 아까운 이야기였다.
진혁의 손이 멈췄고.
청년의 음악만이 남았다.
여전히 서툴고 투박했지만.
그랬기에 더욱 친숙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영역.
누구나 노래할 수 있고.
누구나 뽐낼 수 있는 무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음악에 전율하며 열광하는 것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모두가 즐거운 세상이었다.
한국의 포크송에는 그런 감정이 넘쳐 났다.
어디서건 통기타 하나면 모두가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 동네의 낭만은 그 포크송을 닮았다.
그 낭만을 바라보며 자란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어떠한 기교도, 뛰어난 가창력도 없이, 저런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 터.
더 굉장한 걸 해내야만 하는 위치인 자신 혼자서는 절대로 손대지 못할 영역이었다.
* * *
└응? 또 어그로임?
└노노 얘 고정닉임. 예전에 인간 밴드 때도 글 올렸던 애임.
└맞음. 나 강릉 놀러 갔다가 동해 소년 떴길래 들렀음.
└어때? 별로지?
└아니. 절대로 별로는 아님. 그,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엄청 쉬우면서 어려움.
└무슨 말임?
└이건 들어 봐야 알아. 자꾸 머릿속을 돌아다님. 이따가 집에 가면 영상 올릴 거임.
└일단 들어 보고 얘기하자.
└와, 이게 또 굉장히 궁금하네.
└과연 어그로의 누명을 벗을 것인가?
└뭔데 또!
└동해 소년 유투부 영상 봐 봐.
└아. 너도 그거 봤음?
└자꾸 따라 부르게 됨.
└맞아. 노래가 입에 착착 달라붙음.
└중독성 장난 아님.
└솔직히 기타는 좀 엉망임.
└그게 이상한 게 무대 뒤쪽에 앉아서 기타 치는 사람은 잘 치는 거 같음.
└두 명임?
└ㅇㅇ 한 명 더 있음.
└통기타 두 대밖에 없고, 단순한데도 노래 좋다.
└아. 자꾸 귀에서 맴돈다.
└야. 근데 쟤는 왜 뒤돌아서 노래 부름?
└나 첫 공연 봤던 사람인데, 쟤 저번에도 저러고 부름.
└콘셉트임?
└어? 얘 또 마이크 안 썼음?
└뭔 소리임?
└다시 봐 봐. 마이크는 앞에 있는데 뒤돌았잖아.
└어? 진짜네?
└와, 목소리 장난 아니다.
└직접 들으면 더 장난 아님.
└근데, 저 라이브 카페는 두 곡째부터는 바로 단체 공연임?
└아재들 난입 뭐지?
└나름 흥겹긴 하네.
안타깝게도.
커뮤니티와의 연을 끊어 버린 희철은 전혀 알지 못한 반응이었다.
* * *
“이거… 진짜냐?”
“일단, 전화해서 확인했어.”
탁자에 놓인 종이를 바라보던 창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우리한테도 기회가 왔어.”
“그러게… 그 카폰 레코드에서 섭외 요청이 오다니…….”
“그것도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야. 거기 한국 대표로 우리가 초대된 거고.”
“야, 꿈 아니지? 비행기 표에 숙박까지…….”
“총게런티가 20만 달러야.”
“와… 미치겠다. 나비계곡이나 도유 형네가 지금 활동 중이었으면…….”
“우리까지 기회가 오진 않았겠지.”
“근데, 이건 제대로 해석된 거 맞아?”
“확인했어. 한국의 인지도 낮은 밴드들을 세계에 소개할 기회를 준다던데…….”
창명이 미간을 좁혔다.
“뭐, 취지는 좋네?”
“하꼬 애들이야 같이 가자고 하면 다들 땡큐지!”
“이번엔, 우리가 세계를 뒤집어 보자.”
“오케이!”
레몬티 차일드의 리더 창명과 베이시스트 진키가 주먹을 마주 댔다.
그간 그들의 축제에 참여하고 싶다는 메일을 숱하게 보냈지만, 번번이 답도 받지 못했었다.
작은 지방 축제에도 끼워 주지 않았던 카폰 레코드였는데, 그들이 주최하는 가장 큰 페스티벌인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 초대되다니, 꿈만 같았다.
더군다나 지금 가장 핫한 인간 밴드나 나비계곡, 또는 임도유 밴드를 제치고 자신들을 메인으로 불렀다.
물론 그들이 활동하지 않는 상태였고, 어쩌면 거절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기회는 왔고.
무조건 잡아야만 했다.
한국에서 엄청나게 대단한 공연이 펼쳐졌대도 결국 한국만의 축제일 뿐이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이름 있는 페스티벌은 대체로 미국에서 열려 왔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레이블은 바로 카폰 레코드였다.
그들은 이번 한국의 공연에 직격을 맞은 상태.
메일과 함께 온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축제는 칼을 갈았다고 봐도 좋았다.
이전 축제들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창명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 * *
[얘들아, 연천에서 공연한 거 봤음?]└연천이 어디임?
└북한 아님?
└어허, 지역 비하 노노. 동두천 위에 있는 데임.
└거기서도 공연함?
└주말에 했다던데?
└영상 떴더라. 음악 좋던데?
└신인임?
└일단 신인인 건 모르겠고, 영상에 신디사이저 봐 봐.
└맞아. 그 하얀 구름 스티커 붙었음.
└인간 밴드 치킨집 아재?
└근데, 요새 그 스티커 붙인 키보디스트들 많던데?
└그래도 좀 닮지 않았음?
└나이는 비슷한 거 같네.
└다른 영상 다 찾아봤는데, 치킨집 아저씨 얼굴이 제대로 나온 게 없어서 확인 불가능.
└머리 스타일도 너무 달라서…….
└야. 강원도 정선 공연도 있더라.
└거기도 영상 떴음?
└화질은 개판인데 뜨긴 했음.
└와, 요새 여기저기서 많이 하네?
└치유의 거리 맞지?
└끈적끈적 장난 아님. 근데 또 록의 맛이 있음.
└요새 그 동네 재즈나 블루스 하는 사람들 많이 모였다던데?
└맞음. 그중에 한 팀이 록 색깔 입혀서 나온 듯.
└이건 화질이 진짜 구리네.
└느낌은 좋네.
└와, 베이스 치는 사람 덩치 엄청 크다.
└일단, 수도권 아니면 패스. 너무 멀다.
└뭐 굳이 찾아가서 들을 정도는 아닌 듯.
└라이브는 좋았다던데?
└실력 있으면 곧 서울로 오겠지.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붉은 점이 반짝이기는 했지만, 워낙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었고, 사람들이 그다지 모이지 않았기에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조금씩 여름이 깊어갔다.
[와. 레몬티 형아들 월드 뮤직 페스티벌 확정이라는데?]바다 건너 축제의 소식도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