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0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02)
“얼레?”
투란은 눈을 껌벅이며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드라고니아는 키린과 오래 함께해 왔다. 심지어 키린이 투란을 만난 순간부터는, 한순간도 떨어져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투란에게 키린이 직접 한 말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나?
“왜 몰라?”
애매한 상황에 투란이 멍하니 허공을 향해 묻는 소리를 냈다.
—젠장!
분해하는 외침이 투란의 문장 속에서 깊이 울렸다.
‘키린이 감췄어?’
투란은 그 외침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다.
확실하게 드라고니아는 거의 모든 것을 키린과 공유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아마도 키린이 감추려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도 있는 듯!
‘아니, 오러 몽거에 대한 거잖아! 그걸 왜 감춰?’
투란에게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드라고니아가 해 준다.
—‘어비셜 볼텍스’. 심장에 대해 키린이 알고 있다면, 키린 또한 오러 몽거의 핵인 그 심장을 유지하는 오러의 흐름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거겠지. 그걸 내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나 보군.
‘흠?’
투란한테는 제대로 이해가 가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 걸 알고 있다고 해서, 키린이 그걸 굳이 드라고니아에게 숨길 이유는 또 뭔가?
—불꽃 왕! 젠장, 불꽃 왕을 다루는 키린이라면 정령의 불꽃으로 ‘어비셜 볼텍스’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이야! 녀석은 걸어 다니는 재앙이다! 망할! 그런 위험한 꼴을 한 채로 날 떼 놓고 도망간 거냐! 키린! 으아아!
이렇게 바로 이어지는 드라고니아의 넋두리는 어딘가 투란에게 상황을 납득할 만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 드라고니아는 몬스터 로드가 강해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키린이든 투란이든. 그리고 몬스터 로드는 드라고니아가 이렇게 떠들고 있는 상태일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도 있고, 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키린은 드라고니아에게 어찌할 것인가를 말해 주지 않고 투란에게 떠넘긴 것이다!
‘아, 그때 그 비명이 그래서 나온 거였나?’
투란의 정신을 나가게 해서 기절시켰던 드라고니아의 혹독한 외침, 그 ‘젠장’이란 한마디가 그렇게 느닷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뭔가 한숨을 쉬고 싶은 기분이 되어서 투란은 늪가로 다가갔다.
문장 속에서 울리던 드라고니아의 꽥꽥거림도 투란의 움직임에 따라 조용해졌다. 마치 이제부터 투란이 뭘 하는가를 보고 알기 위해 집중하는 듯했다.
투란은 쓴웃음을 짓고 묻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누가 오러 몽거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어? 키린이 아닌 거는 확실해?’
—키린은 아냐. 키린이 떠내려오는 오러 몽거를 살펴본 것은 나도 분명히 아니까. 불꽃의 눈동자를 이용해서, 확실히 살폈다.
‘불꽃의 눈동자?’
—불에 시각 능력을 부여해서 활용하는 기술이다. 정령을 다루는 자가 정령과 일체감을 느끼게 되면…….
이어지는 설명을 마음 한쪽으로 흘리면서, 투란은 늪에 발을 담갔다.
‘흠…….’
발의 살갗이 살짝 부풀면서 악마의 심장이 흘리는 가는 줄기와 껍질이 늪을 섭취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뭘 하는 거냐?
‘여기 계속 있을 일이 없잖아?’
—그런데 왜 늪으로 들어가?
‘음? 그건…….’
투란은 두 발을 담그면서, 서서히 늪이 깊이를 드러내 무릎까지 삼킬 듯이 잠겨 가는 것을 느끼며 생각해야 했다.
왜 늪을 타고 가는 길일까?
조금 불편한 두근거림이 가슴에서 울려 나오면서, 투란은 생각을 금세 정리할 수가 있었다.
‘내가 삼킨 몬스터의 특성이 이쪽에 잘 어울리잖아. 그리고…… 보고 싶기도 해서.’
—악마의 심장이 늪에 특화된 성질을 지니기는 했지. 그런데 뭘 보겠다고?
뭔가 집요한 느낌이 드라고니아의 물음 속에 담겨 있었다.
투란은 금세 그 까닭을 느꼈고, 이 물음이 자신의 선택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를 명확하게 찌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대답도 뻔뻔하게 해 주기로 했다!
‘에이, 당연하잖아. 오러 몽거가 죽은 자리를 찾아보려는 거지.’
—왜 그런……!
드라고니아가 뒷말을 슬쩍 흐리고 삼키는 느낌이었다.
투란은 히죽거리며 그 삼켜진 말에도 대꾸하듯이 생각할 수 있었다. 조리 있게, 몬스터 로드답게!
‘오러 몽거의 가슴, 심장 언저리는 앞뒤로 뻥 뚫려서 도려내진 것 같았어. 어쩌면 심장째로 푹 찍혀 뚫린 건지도 몰라. 그렇다면…… 오러 몽거의 그 엄청난 심장이라면, 아직 거기서 뛰고 있을지도 몰라. 반쯤 썩었거나 어떤 놈에게 뜯어 먹혔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구경해 볼 만하잖아? 나가는 길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덧붙인, 잔소리가 많이 낀 설명이었다.
어쨌든 드라고니아를 설득하기에는 넉넉한 모양이었다.
더 이상 드라고니아는 그가 택한 방향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찬성하면서 격려하는 것도 아니었다.
—길 바꿔. 그쪽에서 그런 거 보기 힘들 테니까. 오히려 네 목숨이 위험할 수 있지. 늪으로 가지 마.
‘잉? 왜!’
이번에는 투란이 발끈 반발하며 되묻고자 했다.
물길을 따라 뭔가 떠내려왔다면 당연히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떠내려온 것의 유래를 찾아낸다, 이것이 사냥 기술의 기본이 아닌가! 뭔가가 물길을 이용해서 냄새를 지울 수 있었다면, 물가에는 반드시 그 흔적이 남기도 하고.
비록 이 늪이 질척거리는 꼬락서니로 물처럼 빠르게 흐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쯤은 물이랑 비슷하게 흐르고 있으니까 투란의 선택은 제법 괜찮은 것일 텐데?
‘어? 목숨?’
뒤늦게 투란은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고동과 함께 드라고니아가 한 말의 진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길을 바꾸라 한 까닭은 투란의 선택이 제대로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투란이 생각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오러 몽거를 죽인 것을 만나게 된다!
‘그게 뭔지 너 알아?’
키린이라 여겼지만, 아니라고 해서 즉흥적으로 늪을 따라가는 김에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한 투란이었다. 굳이 고르자면 늪을 따라가는 편이 좋은 악마의 심장이 지닌 성질에 맞춰서 덤으로 뭔가 얻거나 구경할 궁리를 한 셈!
그런데 드라고니아는 명확하게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마치 저 물길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는지 아는 듯이!
—키린이 불꽃의 눈동자까지 사용해서 자세히 훑어봤다. 그래서…… 그 기억을 공유한 채라서, 지금 확실히 알아차렸다.
‘지금 확실히?’
뭔가 애매한 소리였다.
투란으로서는 당연하게 의아할 수밖에 없는데, 드라고니아는 그대로 자기 말을 잇는다.
—오러 몽거의 방호 능력은 순수한 오러의 힘에 바탕을 둔 것이야. 마법이라든가, 성력이라든가 하는…… 어떻게든 세계의 섭리를 뒤틀거나 비튼 힘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저항력을 갖는다. 그런 탓에 드라코눔의 일족, 너희가 드라고니아라 부르는 우리도 직접적으로 마법을 써서 오러 몽거를 상대하거나 하지 못해. 마법의 도구조차도 오러 몽거에게는 대부분 안 먹히지.
‘그럼 맨몸으로 싸우냐?’
조금 길어지는 설명에 투란이 삐죽거리는 말투로 따져 묻는 생각을 했다.
—그게 정답이기는 하다. 하지만 일족의 전사 중에서도 오직 몇몇만이 오러 몽거를 때려잡을 무투법의 성취자이지. 그러니까 완전한 맨몸은 아니고 갑주를 사용한다. 상대에게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순수하게 착용자에게만 작용하는 마법이 각인된 특별한 갑주를 써서 오러 몽거를 쫓아내거나 때려잡으려 하지.
‘그래서 잡은 적은?’
조금 조급하게 투란이 물었다.
—없어.
짧고 강한 대답이 바로 나왔다.
허벅지까지 늪에 잠기면서, 슬슬 어깨와 가슴에 늪을 떠서 바르고 있던 투란이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없다니! 상대할 수 있다면…….’
—오러 몽거는 바보가 아니니까. 이성이라든가 지성이라고 하기에는 상당이 모자라지만, 나름대로 교활한 판단력을 지닌 마수 정도의 지각 능력이 있다. 우리 일족이 그에 필적할 능력을 끌어내 싸울 수 있고, 여럿이 함께 제대로 잡으려 하면 놈은 미친 듯이 도망가지.
‘미, 미친 듯이?’
—그래, 너희 인간이 쌓은 성벽을 그대로 관통해서 뜀박질할 정도로 질주한다. 그러면 그 뒤에 회오리가 남겨져. 녀석의 오러 흐름이 남기는 똥 같은 거다. 그런데 그 똥이 너무 지독해서 쫓기가 어렵다는 거지.
‘그 어비셜……?’
투란은 회오리란 말에서 소용돌이란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오러 몽거가 도주하면서 자신이 지닌 오러의 일부를 남기고, 그 소용돌이가 회오리를 일으킨다. 그것만으로 드라고니아가 함부로 쫓기 어렵게 하는 위력이란 소리를 하는 것일까?
천천히 늪에 목까지 잠기도록 들어가 온몸에 맴도는 가늘고 긴 덩굴줄기를 팽팽하게 살갗에서 돋게 하며, 투란은 늪을 헤엄치는 자세를 갖추었다.
—길 바꾸라고!
돌연 드라고니아가 다시 외쳤다.
피식, 투란은 웃었고 상큼하게 되받는 생각을 품었다.
‘너, 아직 내가 물은 말에 대답 안 했어.’
오러 몽거의 대단함에 대해 주절거리고는 있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뭐가 오러 몽거를 죽였나, 어떻게 그 가슴에 구멍을 냈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아, 이 자식이 정말! 네가 멍청하니까 설명을 길게 해 주는 거라고! 우리 일족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강화 마법장비를 동원해서, 몇이 달려들어야 상대가 가능한 괴물이란 말이다! 그 이유는 놈이 바람 샐 틈도 없는 오러 덩어리이고, 거의 아다만투스의 강도를 자랑하는 오러 방호력을 지녔으니까! 자, 그럼 이제 그 작은 원숭이 대가리로 생각을 좀 해 봐! 봤으니까, 몸에 담그고 다니니까 알겠지? 그 가슴팍에 남겨진 것이 오랫동안 톱질하고 송곳으로 뱅뱅 돌려서 뚫은 거였냐, 아니면 한 방에 푹 쑤셔서 뚫은 거였냐! 그렇게 한 괴물이 네가 지금 가는 길에 있단 말이다!
‘흐흠, 그러니까…… 그게 뭔데?’
느긋하게 늪 위로 몸을 띄우면서 눈가 바로 아래까지 늪에 잠긴 채로 천천히 손을 저어 부유하는 자세로 투란이 물었다. 물으면서도 투란도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드라고니아는 분명히 알고 있다.
무엇이 오러 몽거의 가슴을 그리 뚫어 버릴 수 있는가!
그 정체에 대해 말하기를 거리면서도, 투란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투란의 호기심은 지금 넘쳐흐르는 중이고!
지친 듯한, 피로가 쌓여 질린 듯한 낌새와 함께 드라고니아가 결국 포기했다는 듯한 감정을 실어 대답을 해 온다.
—옴파레온 신화에 대해 알아?
‘잉? 신화? 어, 세상에는 많은 신화가 있다지?’
투란은 멋쩍게, 한편으로는 말이 또 딴 데로 샌다는 것에 대해 골을 내는 듯이 대꾸하면서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입가로 늪이 스며들고, 온몸으로 늪이 스며드는 느낌 속에 악마의 심장이 약동하면서 몸에 활기가 도는 느낌이 좋았다. 그러면서 늪 위로 죽죽 미끄러져 가는 상쾌함, 보통 짐승이나 사람이라면 이 걸쭉하고 질척대는 늪이 몸을 무겁게 하고 답답하다 하겠지만, 투란은 상쾌했다!
꽤나 상쾌해서 다음에 나오는 드라고니아의 답답하고 짜증 나는 말도 그냥 넘어가며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이 무식한 놈아! 춤추는 산맥의 북쪽 한계선인 검은 강을 넘어서 지역, 그 위로 한참 올라간 북쪽 지방에서 전해지는 신화다! 세상 곳곳에 전해지는 신화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가 많은 신화지!
‘어, 그래서 그 신화랑 오러 몽거랑 관계가 있어?’
—아니, 오러 몽거가 아니라 키클롭스 쪽에 관계가…… 아, 이게 아니고! 네가 삼킨 그 가슴에 구멍 뚫린 오러 몽거를 쓰러뜨린 괴물, 그게 그 옴파레온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라고! 그야말로 신화적인 괴물이고, 원래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가 없는 끔찍한 몬스터란 말이다!
‘흐흠…… 신화적인 몬스터라…… 이름도 있겠네? 내가 들어 본 적이 있으려나?’
갸웃거리면서, 좀 더 앞으로 늪을 헤엄쳐 나가면서 투란은 느긋하게 묻는 생각을 흘렸다.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잠시 멈칫하는 기척이 있었다.
혹시나 투란이 지금 설명하는 몬스터의 위험성에 대해, 이름을 잘 모르니까 처음 들으니까 이렇게 배짱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도 품었을까?
—세 자매라고 들어 봤나?
‘괴물 이름이 세 자매? 처음 듣는데? 무슨 이름이 그래?’
뭔가 괴상한 느낌의 이름이었고, 아무리 괴팍한 작자라도 몬스터에게 붙일 듯한 이름은 아닌가 싶잖은가.
—크으…… 망할 놈! 모르는 거냐? 세상에 단 셋뿐인, 몬스터 고르고니아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없어?
‘단 세 마리?’
투란은 머릿속이 조금 멍해졌다.
세상에 딱 한 마리뿐인, 때문에 ‘유니크’란 말이 붙는 몬스터는 있단 말을 들었다. 그런데 세상에 딱 세 마리라니…….
‘아, 그래서 세 자매? 왜 형제가 아니고?’
갸웃하며 짚어 묻는 투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