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
2화 : [제1장] 매화검보 2
‘이쯤이었던가?’
백리사초가 동굴 석벽을 더듬었다.
바로 매화검보를 발견했던 그 부분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가 기억나지 않아 쉽게 찾지 못했다.
물론 참회동에 다시 온 후 청소는 하지 않고 매화검보부터 찾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우천위가 오려면 아직 한시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백리사초의 계획은 매화검보부터 찾아 품속에 갈무리한 후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동굴 청소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번 우천위에게 당해 목숨을 잃은 기억 때문인지 초조한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
‘어서 찾아야 해. 안 그러면 언제 다시 이곳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른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사실 참회동 청소를 상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대신해주는 것은 규율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마구간이라든지 정원 청소를 대신 해주는 것과 달랐다.
이곳 참회동은 화산파 제자 중에서도 장문인의 직전제자나 장로 등 주요 인물들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참회동 밀실 안에는 벽곡단말고도 수련의 편의를 위해 병기를 비치해두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아무나 드나들면 자칫 분실의 우려가 있었다.
‘안 되겠다.’
백리사초가 결심을 굳힌 듯 주먹으로 석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반응이 없자 이번에는 뾰족한 돌 하나를 주워들어 그것으로 벽을 치기 시작했다.
쿵쿵쿵.
석실 안이라서 그런지 제법 큰 소리가 났다.
그러던 어느 순간.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석벽 한 부분이 꺼지며 공간 하나가 드러났다.
바로 매화검보가 있던 그 공간이었다.
사실 그 위치는 처음부터 제대로 찾았는데 석벽이 생각보다 단단해 부서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 이곳이 맞았어.’
백리사초가 매우 기뻐하며 틈 사이로 손을 내밀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으로는 이번에는 금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아!”
백리사초가 탄성과 함께 두툼한 비급 한 권을 꺼냈다.
바로 매화검보였다.
백리사초는 주저 없이 비급의 내용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내용이었지만 화산파 무공이 맞는 것 같았다.
특히 검보라 해서 검법만 있는 게 아니고 내공심법과 기타 실전 무공들이 가득했다.
매화검선이 창안한 매화검법(梅花劍法)은 가장 마지막 장에 수록되어 있었다. 백리사초는 그것까지 확인한 다음 얼른 보자기에 싸서 품속에 넣었다.
“휴우! 십 년 감수했다.”
우천위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까.
백리사초는 연신 동굴 입구 쪽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내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석벽이 파손된 부분을 원상 복구시키는 일이었다.
이대로 둘 수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 못 했다.
백리사초가 석실 바닥에 떨어진 돌 부스러기를 주웠다.
완벽하게 보수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구멍만 메꿔 크게 표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은 가능했다.
사실 참회동 자체가 워낙 오래된 동굴이라 곳곳에 파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대충 메꿔놓으면 나중에 화산파 총관실에서 기술자를 부르든지 해서 완전히 보수를 하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막 구멍을 메꾸려던 찰나.
백리사초의 눈이 빛났다.
‘아니지. 이 안에 다른 게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겠다.’
백리사초가 손을 넣어 구멍 안쪽을 더듬었다.
확실히 공간이 커져서인지 좀 더 깊숙이 손이 닿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비급 한 권이 다시 느껴졌다.
백리사초가 급히 그 비급을 꺼내 보니 기대대로 매화검보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아! 이것은?”
백리사초가 비급에 적힌 제목을 봤다.
‘옥녀심경이라면 초대 화산옥녀(華山玉女)께서 남기신 비급이 아닌가. 매화검선과 화산옥녀 두 분이 부부지간이라 들었는데 그 때문에 이 비급이 매화검보와 함께 있었던 것일까. 옥녀심경은 여인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니 아가씨께 드리면 매우 기뻐하실 듯하군.’
백리사초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매화검보와 맞먹는 비급이나 아니면 보검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악소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그래,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지.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자.’
백리사초가 다시 한번 공간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한 후 돌 부스러기로 공간을 메웠다.
물론 겉으로 표시가 나지만 나중에 참회동 청소 담담자인 초웅에게 이야기해두면 총관실에 연락하든가 할 터였다.
석벽을 메꾼 후 백리사초가 옥녀심경을 쳐다봤다.
그가 고민 어린 표정을 짓다가 이내 옥녀심경까지 품속에 넣었다.
‘지금 옥녀심경을 바치면 이번에도 뜻하지 않은 횡액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 못 한다. 최소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때까지는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한다.’
한번 죽음을 겪어봤기 때문일까.
이전보다 훨씬 침착해진 그였다.
‘이제 청소를 해야겠군.’
백리사초가 본격적으로 참회동 안팎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나타났다.
“아직 청소가 끝나지 않았느냐?”
바로 우천위였다.
백리사초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으나 애써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대사형을 뵙습니다.”
백리사초가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 연습제자 주제에 무슨 대사형이냐? 양심이 있다면 정식제자가 된 후에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네 녀석 이름이 무엇이냐?”
“백리사초라고 합니다.”
“백리사초? 으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우리 화산파 역사상 최초로 평가 시험에서 삼 년 연속 꼴찌한 녀석이 아니냐?”
“맞습니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백리사초가 이번에는 얼굴을 붉히는 대신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사실 일부러 일찍 동굴에서 나가 우천위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청소 시간도 빠듯했지만, 무엇보다 우천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실제 우천위를 보게 되자 막연했던 두려움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있었다.
“하하하! 녀석! 됐다! 청소 끝났으면 이만 가보도록 해라. 사흘간 폐관수련 벌칙을 수행해야 하니까.”
“네.”
백리사초가 고개를 숙인 후 동굴 밖으로 나와 연습제자들이 기거하는 잠룡각(潛龍閣)으로 향했다.
* * *
‘매화검보 내용을 암기하는 데만 석 달이 걸렸구나. 원래 한두 번 읽으면 모두 외우는데 정말 복잡하고 난해한 구결들이었다.’
백리사초가 손에 든 비급, 즉 매화검보를 보고 눈을 빛냈다.
석 달 전 우여곡절 끝에 매화검보를 입수한 후 그동안 밤마다 이렇게 잠룡각을 나와 산속에서 연구했던 그였다.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방 안에서는 초웅이 함께 있어 마음대로 비급을 보지 못했다.
매화검보 내용을 모두 암기한 그였지만 표정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매화검보에 수록된 무공의 내용이 워낙 난해해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 지난 석 달간 구결 중 이해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삼 년째 익히고 있는 운기토납법은 그나마 자세라도 익혔다. 하지만 매화검보는 그에게 있어 그야말로 넘볼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일단 암기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비급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그의 신변에 위협 요소가 되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하루빨리 외운 후 태워버리려는 생각은 일리가 있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한 후 화섭자를 꺼내 매화검보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
불이 붙은 매화검보는 한 줌 재로 변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백리사초의 마음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화산파에서 그토록 찾았던 절세비급의 원본을 손수 태우는데 일말의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식제자도 아니고 비급 때문에 한번 죽임을 당했던 터라 이게 최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매화검보가 완전히 타버리고 재가 되자, 백리사초는 미련 없이 신형을 돌려 잠룡각으로 가려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수북이 쌓인 재를 나뭇가지로 뒤져봤다.
그러자 재 속에 양피지 한 장이 나왔다.
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양피지는 은은한 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백리사초가 의아해하면서 양피지를 펼쳤다.
“아!”
백리사초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양피지는 어느 한 장소를 가리키는 장보도였다.
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은 어느 한 동굴로 밀실로 들어갈 수 있는 기관장치와 그 작동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동굴 주위의 지형을 보니 바로 화산이었다.
‘이곳은 매화곡(梅花谷)인데? 설마 매화검선께서 기거하셨던 곳인가?’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마침 이곳에서 멀지도 않으니 지금 바로 가봐야겠다.’
백리사초가 달빛을 받으며 매화곡 쪽으로 향했다.
* * *
“이곳이군.”
매화곡에 있는 어느 한 동굴 앞에 백리사초가 섰다.
장보도에 적혀 있는 바로 그 동굴이었다.
매화곡은 화산에 있는 여러 계곡 중 한 곳으로 매화가 많이 피어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동굴 역시 비슷한 곳이 근처에 여러 군데 있어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다.
다만 장보도에 동굴 안 밀실이 그려져 있어 백리사초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새벽 무렵이긴 하나 동굴 벽에는 야명석이 박혀 있어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동굴 모양은 참회동과 매우 유사하구나. 매화검선께서는 비급은 참회동에 숨겨두고 수련은 이곳에서 하신 것일까.’
백리사초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계속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길이 끝나며 석실 하나가 나타났다.
석실은 최근까지 누군가 수련을 한 듯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다.
하기야 수백 년이 넘는 기간 얼마나 많은 화산파 고수가 이곳에서 수련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백리사초는 장보도를 다시 한번 본 후 석벽 모서리 부분 한 곳을 주먹으로 연속해서 열 번 두드렸다.
쿵쿵쿵.
단순해 보이지만 미리 그 방법을 알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기관 작동 방법이었다.
백리사초가 긴장하며 잠시 기다린 순간.
그그긍 소리와 함께 석벽 중간 부위가 둘로 갈라지며 밀실 하나가 나타났다.
백리사초가 급히 밀실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석벽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밀실에서 나가는 방법 또한 장보도에 상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밀실로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밀실 벽 한 부분을 열 번 연속 두드리면 되었다.
밀실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야명석의 밝기 또한 매우 밝아 마치 대낮과도 같아 답답함도 전혀 없었다.
게다가 십 년은 족히 먹을 수 있는 벽곡단이 들어있는 항아리와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샘터까지 있어 수련 장소로는 최적이었다.
백리사초는 밀실을 한번 둘러본 후 장보도에 적혀 있는 다른 기관을 작동했다.
그 방법 역시 매우 간단했다.
밀실 중앙에 있는 바위를 조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열 번 두드리면 되었다.
다만 동심원 모양으로 두드려야 해서 이또한 장보도가 없으면 전혀 알 수 없었다.
퉁퉁퉁.
열 번 두들기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둘로 갈라졌다.
“앗!”
백리사초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바위는 이미 갈라져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다란 철상자.
보통 재질이 아닌 듯 철상자 역시 은은한 금빛을 내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다시 다가가 주저 없이 뚜껑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