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 [제67장] 악전고투 2
‘여기가 좋겠군.’
백리사초가 신선계 여러 계곡 중 한적한 동굴 한 곳을 찾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상이 가볍지 않아 서둘러 운공요상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 후 동굴 깊숙한 곳에 있는 석실에 도착한 그가 바닥에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동굴 입구에 보호진을 쳐두어야 했으나 내상이 도질 위험이 있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운공요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동굴 밖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튼 요상한 소리였다.
한데 이러한 소리가 백리사초의 운공요상에 큰 방해 요소가 되었다.
‘아무래도 은폐진을 쳐둘 걸 그랬구나. 짐승들인가.’
백리사초가 여전히 창백한 안색으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요괴 만여 마리가 나타났다.
백리사초가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요괴들이 이렇게 빨리 자신을 찾아낸 것도 놀랍지만, 기척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 더욱더 놀라웠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내상이 깊어 기파 탐지가 거의 불가능했었지.’
백리사초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요괴들을 둘러봤다.
지휘부 요괴 한 마리가 앞으로 나왔다.
“후후후! 백리사초! 네놈이 마물연합 총단을 초토화한 것을 다 알고 왔다. 그다음 목표는 우리 요괴연합 총단이겠지? 그래서 우리가 먼저 네놈을 찾아왔다.”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안 것이오?”
“마물연합과 우리 요괴연합 총단 사이는 대법으로 연결되어 그 상황을 서로 알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 네놈의 옷에 묻어 있는 마기 때문이지. 마물봉 자체 마기가 일종의 추적향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랬었구려.”
백리사초가 내공을 일으켜 마기를 모두 제거했다.
나중에라도 다시 추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공을 가볍게 일으킨 것조차도 그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내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공을 사용하면 내상이 도지게 마련인데, 지금 백리사초가 그 같은 경우였다.
‘으음, 큰일이다. 어쩔 수 없이 잠력을 일으켜야겠구나. 다행히 흑반선들은 보이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하지만 잠력까지 사용하면 최소 반나절 가량은 무방비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래서 설사 요괴들을 모두 처치한다고 해도 다른 적이 나타나면 그때는 그야말로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다. 공격을 가하지 않으면 더 빨리 죽게 될 것이다.’
백리사초가 잠력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였다.
지휘부 요괴가 고개를 돌린 후 손짓을 했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요괴 한 마리가 자루 하나를 들고나와 풀었다.
자루에 든 게 밖으로 나왔는데 다름 아니라 여인이 아닌가.
그것도 모르는 여인이 아니라 바로 백화선자였다.
백화선자는 혈도를 찍혔는지 정신을 잃고 있는 상태였다.
“후후후! 이년을 살리고 싶다면 스스로 무공을 전폐해라. 다섯을 살리겠다. 하나, 둘, 셋, 넷!”
지휘부 요괴가 다짜고짜 숫자를 살리기 시작했다.
백리사초가 매우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화선자가 어떻게 놈들에게 잡힌 것인지 물어보려 했으나, 그럴 시간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공을 전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백리사초가 잠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후 무명검풍을 펼쳤다.
다행히 그의 무공은 최고 수준이라 백화선자에게는 영향이 없게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무모한 놈! 놈을 죽여라!”
지휘부 요괴가 명을 내리자 요괴 만여 마리가 일제히 요기를 발산했다.
쏴아아.
순간 계곡 전체가 요기에 휩싸여 강력한 파장이 생겨났다.
요괴연합 역시 총단에 정예 병력을 남겨두었기 때문에 그 위력이 엄청났다.
무엇보다 요괴들 역시 백리사초가 혼자서 마물 만여 마리를 제거한 사실을 알고 있어 잠력을 폭발시켰다.
그 결과 요기가 평소보다 열 배는 더 강했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그나마 다행이다. 요괴연합 총단에서 싸움이 벌어져 혹시 마물들처럼 백배 이상 강한 공격력을 발휘했다면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꽈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백리사초의 예상대로 요괴 만여 마리의 몸이 그대로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휴우!”
백리사초가 한숨을 내쉰 후 비틀거리며 쓰러져 있는 백화선자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워낙 기진한 상태라 십여 장 밖에 안되는 거리인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백화선자의 혈도를 풀어준 후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해야겠다. 혈도를 풀 힘이 남아있는지 모르겠군.’
백리사초가 쓴웃음을 지었다.
무한대에 가까운 내공을 지니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방심한 것이 사실이었고, 그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내공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내공이 많아도 진정한 깨달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동안 내공이 너무 많아 깨달음의 진도가 늦춰졌을 수도 있겠구나.’
백리사초가 겨우 백화선자 앞에 도착해 주저앉았다.
이제는 정말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원래 내상이 심한 상태에서 잠력까지 일으키게 되면 곧바로 정신을 잃는 게 당연하지만, 백리사초의 경우 몸속에 우담화 기운이 아직 있어 이 정도까지 견딜 수 있었다.
“백화선자!”
백리사초가 백화선자를 불러봤으나,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진짜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그녀의 혈도를 풀었다.
“으으······.”
백화선자가 신음과 함께 깨어났다.
백리사초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백화선자님. 정신이 드십니까?”
“네. 회주님.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꼼짝도 못 할 정도로 탈진 상태라 어디 조용한 곳으로 데려다주시겠습니까?”
“아, 정말 조금도 움직일 수 없나요?”
“그렇습니다.”
“아! 그렇군요. 모두 저 때문이에요. 죄송해요. 부축해드릴게요.”
백화선자가 백리사초를 부축했다.
바로 그때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백리사초의 가슴에 비수 한 자루가 박혔다.
“으윽!”
백리사초가 쓰러졌다.
“으으······ 네년은 백화선자가 아니구나.”
“그렇다. 나는 요괴연합 성녀다. 네놈이 요괴왕님을 시해하고 조금 전 동료 요괴 만여 병력까지 죽였으니 그 복수를 한 것이다.”
요괴연합 성녀, 즉 요괴성녀(妖怪聖女)가 요사스러운 눈빛을 발했다.
마치 고양이 같은 눈빛인데 누구든 그 눈빛을 보면 이지를 상실할 우려가 커 보였다.
“으으, 내가 속았구나.”
백리사초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비수가 가슴에 박혀 이대로는 일각도 견딜 수 없었다.
다만 아직 죽지 않은 것은 우담화 기운 덕분으로, 백리사초가 우려하는 것은 요괴성녀의 다음 공격이었다.
요괴성녀가 소맷속에 감춰놓았던 또 다른 비수를 하나 꺼냈다.
“네놈의 회복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목이 잘리면 네놈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요괴성녀가 말을 마친 후 비수를 백리사초의 목에 댔다.
그때까지 백리사초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못했다.
요괴성녀가 말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네놈의 피부터 마시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은 피를 마셔야 할 것 같구나. 주기적으로 무림에 가서 인간 피를 마시고 오는데, 죽은 피라고 해도 네놈의 피가 더 좋을 것 같군. 호호호!”
요괴성녀가 요사스럽게 웃었다.
당장 죽이지 않는 것이 살아있는 백리사초의 피가 아까운 모양이었다.
물론 살아있는 피라고 해도 그녀에게 빨리게 되면 상대는 무조건 죽고 만다.
그녀의 이빨에 극독이 묻어 있기 때문으로, 지난 수백 년간 무림에서 의문사를 당했던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본인이 바로 요괴성녀였다.
요괴성녀가 고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백리사초가 전혀 반항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리사초의 놀랄 만한 능력을 직접 목격한 때문인지 결국 비수로 목을 그어버리고 말았다.
스으윽.
바로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백리사초의 목을 비수로 그은 요괴성녀의 목에서 피가 솟구치더니 그녀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고 말았다.
백리사초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회회술이 나를 살렸군. 요괴성녀가 잠시 내 목을 자르는 것을 지체하지 않았다면 회회술을 펼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백리사초가 그 자리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 * *
백리사초가 은둔봉으로 복귀한 것은 요괴들을 처치하고 하루가 지나서였다.
운공요상이 길어진 것은 바로 가슴에 박힌 비수 때문이었다.
요괴성녀가 찌른 비수는 요기가 담긴 특수 비수로 그것을 빼는 것이 힘들었다. 몸속 요기를 배출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운공요상을 방해하는 무리가 더는 없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서둘러 복귀한 것이었다.
그를 가장 먼저 반긴 사람은 바로 백화선자였다.
생각보다 백리사초의 복귀가 늦자 누구보다 걱정한 사람이기도 했다.
“몸은 어떠세요? 안색이 좋지 못하세요.”
“견딜 만합니다.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백리사초가 마물연합 총단을 초토화한 일과 요괴들을 처치한 일을 설명해줬다.
백화선자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요괴성녀가 자신의 얼굴로 역용해 백리사초를 공격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죄송해요.”
“하하하. 선자께서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제가 없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네. 회주님께서 가시기 전에 은둔봉 주위에 황금진을 쳐두신 덕분에 다들 안심하고 운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잘되었군요. 일단 마물연합과 요괴연합 잔당은 제거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흑반선회 총단 공격인 것 같군요. 작전 회의를 소집해주십시오.”
“네.”
백화선자가 석실에서 나가자 백리사초가 다시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작전 회의를 마치면 곧바로 흑반선회 총단이 있는 악마봉으로 출정을 나갈 수도 있으므로 몸 상태를 좀 더 끌어올려야 했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조금 굳혔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싸울 때마다 운공요상을 할 수는 없다. 이러다가 혈우마제의 공격이라도 받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루빨리 지성자가 되는 것이 모든 문제해결의 첩경이거늘.’
백리사초가 지성에 대해 생각하며 답답해했다.
하지만 초조함이야말로 수도에서 있어 금기이기 때문에 애써 마음을 편히 했다.
백리사초가 신선호리병 안에서 악소소와 임설을 끄집어낸 것은 바로 그때였다.
혈우강시로 변한 구만 무림맹 무사와 달리 두 사람의 경우 너무 오래 신선호리병 속에 있으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틈나는 대로 그 회복을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하기야 은둔봉에 있는데 굳이 두 사람을 신선호리병에 계속 넣어둘 필요는 없었다.
‘일단 진맥부터 해보자.’
백리사초가 악소소와 임설의 맥을 짚었다.
하지만 상태는 여전했다.
혈도도 풀렸고 구천마기도 제거했기 때문에 정신만 들면 되는데 그게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한 후 신선호리병 속에서 침통을 꺼냈다.
‘그래, 생사금침대법을 한번 시도해보자. 사이한 기운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는 제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