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천휘 일행은 화산에 도착하자마자, 화산파가 아닌 매화객잔에 들렀다.
“화, 화산파다!”
“와아아!”
매화객잔에서 쉬던 사람들은 화산파의 도복을 입은 화령단을 보자마자, 환호하며 달려들려다 흠칫했다.
가까워져 자세히 본 그들의 모습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찢긴 도복, 그리고 얼굴과 몸에 남은 선명한 멍 자국.
마치 어디선가 얻어터진 듯한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할 무렵.
히이잉―
마차가 크게 덜컹거리며 멈췄다.
그 순간.
“드, 드디어 쉰다!”
“무공 수련도 이제 끝이야!”
화령단원들이 하늘을 향해서 두 손을 쭉 뻗으며, 그대로 쓰러져 버리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직 화산파에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 쉬려고요?”
어느새 마차에서 내린 천휘가 그들을 향해 고갤 돌렸다.
“똑바로 서죠.”
곧바로 화령단원들은 뒤로 쓰러지려던 것을 멈추고, 빳빳하게 섰다.
“넵!”
“알겠습니다! 사숙님!”
그들의 표정이 석상처럼 굳었다.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돼!’
‘무조건 말을 따라야 해!’
대동으로 떠날 당시와는 비교도 하기 힘든 강렬한 무공 수련을 거쳐 온 그들의 이마에 땀이 한 방울 삐죽 흘렀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중들이 놀란 눈으로 천휘를 바라봤다.
“저, 저자가 누구기에…….”
“누구기는! 아직도 몰라? 저 미려한 외모에 두 자루의 검! 바로 매화신협 천휘 소도장이 아니겠는가!”
누군가의 말에 군중들이 모두 눈을 반짝이며 천휘를 바라봤다.
“저분이 매화신협 대협……?”
“허허, 저런 어린 나이에 그런 협행을 해 오셨다니, 대단하구나!”
여기저기서 감탄의 말이 쏟아졌다.
그러나 천휘는 그런 주변의 시선은 신경도 안 쓰고, 뒤늦게 마차에서 내리는 오 총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철기방에 의뢰했었던 물건이 왔다고 했죠?”
오 총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뜰에 놔두었습니다.”
“흠, 뒤뜰이라…….”
오 총관의 대답을 되뇌던 천휘가 씩 웃었다.
일순간 지어진 미소에 지켜보던 화령단원들이 섬뜩함을 느낄 무렵.
“따라와요.”
천휘가 짧게 말하곤 그들에게 손짓했다.
화령단은 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앞서 걸어가는 천휘의 등을 보며 후다닥 쫓아갔다.
그리고 잠시 뒤 매화객잔의 뒤뜰에 도착한 그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광경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리……?”
“응? 저건 검?”
땅바닥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철환(鐵環)과 총 오십 자루에 달하는 검이 땅에 고이 눕혀져 있었다.
천휘는 그중 가장 가까운 철환에 다가갔다.
“오호라, 잘 만들어졌는걸.”
철환을 바라보던 천휘는 허리를 숙인 뒤, 한 손으로 그것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잠금쇠가 달린 거무튀튀한 색의 철환을 눈앞에서 이리저리 살펴본 천휘는 손가락에 약간의 힘을 주었다.
“역시 단단하네.”
천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게도 적당하고. 역시 비싼 돈을 들이니까, 그 값을 하네.”
가볍게 고리를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던 천휘는 이내 그것을 천향 쪽으로 휙 던졌다.
“자, 받아요.”
“응?”
천향이 날아온 철환을 받는 순간.
“……!”
받아 든 팔이 뚝 떨어졌다.
“어?!”
의외로 무거운 철환에 놀란 천향이 황급히 힘을 주며, 팔을 들어 올렸다.
천휘가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때요? 적당한 무게죠?”
천향이 미간을 좁혔다.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니었지만, 절대 가볍다고 할 무게는 아니었다.
그러니 ‘적당한 무게’가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천향은 그렇다고 대답하기보단 지금 든 의문을 물어보았다.
“해서, 이건 왜 준 거야?”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
천향이 입을 다물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딱 봐도 모양이 손목이나 발목에 차기 적절한 모양의 고리이지 않은가.
그녀만이 아니었다.
대충 보는 것만으로 무슨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물건인지 알아챈 단목린과 화령단원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천휘가 주변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이 철환을 손목과 발목에 모두 차시죠?”
천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거부해 봐야 소용없음을 아는 단목린과 화령단이 철환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가 각자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그 순간.
“헙! 무게가…….”
“으…… 무거워.”
그들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운 무게에 그들이 힐끗 천휘를 바라봤지만.
“뭐 해요? 시간 없어요.”
재촉의 말만이 돌아왔다.
결국 모두 눈을 질끈 감으며, 힘없이 철환을 손목과 발목에 착용했다.
“뭐, 뭐가 이렇게 무거워?”
“헉! 뼈, 뼈가 빠지겠어.”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기를 잠시.
“너무 큰데…….”
천향은 손목에 차고 있는 철환이 많이 불편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천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응? 좀 느슨한가 보네요.”
천휘는 잠금쇠를 꽉 잠갔음에도 느슨해 보이는 철환을 보며 말했다.
“이대로라면 검을 휘두른 것도 불편할 것 같아.”
기다렸다는 듯 천향이 맞장구쳤다.
동시에 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이러면 빼라고 하겠지?’
그때 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확실히 이 상태로 검을 휘둘렀다가는 상처만 나겠네요.”
천향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좋아!’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그렇지? 그러면 일단 지금은 빼고 나중에 수리해서…….”
수긍하는 대답에 천향의 표정이 밝아지려는 찰나, 천휘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에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곧바로 천휘는 철환이 헐렁거리는 천향의 손목을 잡았다. 뜬금없는 행동에 천향이 의아하게 그를 바라볼 무렵.
“……사제?”
끼기긱―
불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철환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천향의 손목에 딱 맞아떨어졌다.
“이제 됐죠?”
천휘가 잡았던 손을 떼자, 딱 손목에 알맞게 줄어든 철환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어, 어.”
대답과 함께 천향이 고개를 푹 떨궜고, 천휘는 그런 그녀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직 철환이 안 맞는 것 같은 이들에게 다가갔다.
“자, 손 줘 봐요.”
그리고 천향에게 한 것처럼 철환을 매만져 고정해 주었다.
그렇게 한 명씩 철환을 꽉 맞춰 준 천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그걸 떼 놓을 생각 마요.”
화령단이 식겁하며 말했다.
“뭐?!”
“계속 착용하라는 겁니까?”
“당연하죠. 그럴 게 아니면 왜 이것을 만들고 착용하라고 했겠어요?”
그에 화령단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 이걸 계속 착용하라고?’
‘밥도 먹기 힘들겠다!’
그들은 재빨리 눈빛을 교환했다.
‘나중에 벗어야겠어!’
‘그래!’
몇몇이 눈을 반짝일 무렵.
“뭐, 풀 수 있으면 풀어도 돼요.”
천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순간 모두가 눈을 번뜩였다.
“정말?”
“풀어도 된다는 거지?”
“할 수 있으면요.”
천향과 화령단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철환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이이익!”
“으아아아!”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내공을 쏟아 내고 별의별 짓을 해 봐도, 철환은 고정된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본 천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달싹였다.
“그 철환, 남만의 곤철(昆鐵)로 만든 거거든요. 그것을 풀어낼 실력과 내공이라면 이런 걸 굳이 찰 필요도 없을 테니.”
입꼬리를 비튼 천휘의 말에 내공을 쏟아 내던 모두가 그 상태로 굳었다.
“고, 곤철?!”
곤철이라 함은 단단하기로는 만년한철도 한 수 무른다는 철이었다.
“그, 그걸 어떻게 철환으로……”
“철기방에서 해 주던데요.”
순간 모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대장간이라면 몰라도 철기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았다.
‘이런 이상한 철환을 만들려고 철기방에다 의뢰를 해?’
‘우릴 죽이려고 작정하셨구나.’
모두가 절망했다.
지금 그들의 무위와 내공으로는 곤철을 부수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거기다 천휘가 자신들의 손목에 딱 맞춰서, 고정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 단단하게 조인 철환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천휘밖에 없다는 것.
‘……망했어!’
‘잠금쇠라도 있었으면……’
천휘는 좌절한 화령단을 슥 훑어보고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짝! 짝!
한순간에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천휘가 입을 달싹였다.
“그럼 철환도 다 착용했으니.”
말을 잠깐 멈춘 천휘가 아직 뒤뜰에 널브러진 검들을 가리켰다.
“검도 들죠. 이제부터 각자 저 검을 들고 수련하게 될 텐데.”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검도?
그들이 혹시나 싶은 시선으로 천휘를 바라봤으나.
“뭐 해요? 얼른 안 들고.”
무심한 말만 귀를 두드렸다.
‘그러면 그렇지.’
좌절한 그들은 착용하고 있는 철환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손을 움직여서, 검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리고 들려는 순간.
“헉!”
“이, 이건 너무 무겁…….”
화령단은 눈을 구겼다.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하지만 천휘는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며, 입을 뗐다.
“아 참, 남은 것들도 전부 들어요. 이거 가지고 화산에 올라가야 해서.”
화령단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것만 철환 네 개에 검 한 자루였다.
그런데 남은 것을 다 옮기려면 한 사람당 최소 세 배는 들어야 할 터.
차마 검도 시원하게 들지 못한 그들이 주춤거릴 무렵, 천휘가 입을 달싹였다.
“싫어요? 그렇다면 다른 제자들은 나중에 착용하기로 하고, 일단 화령단만 먼저 수련하는 걸로 하죠.”
“……?!”
화령단이 눈을 부릅떴다.
‘뭐? 우리만 먼저 한다고?’
‘그럴 수야 없지!’
그들의 눈에 불이 이글거렸다.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하는 법!
이런 수련을 본인들만 할 수는 없었다.
“꼭 들어 옮기겠습니다.”
“하하하, 이토록 좋고! 뛰어난! 수련을 어찌 저희들만 하겠습니까?”
이를 악문 그들이 바닥에 있는 검과 철환을 어떻게든 들었다.
“이이이익!”
얼마나 무거운지 살짝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그들의 눈은 결의에 차 있었다.
“주, 준비 끝났습니다!”
그들을 본 천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죠.”
천휘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자, 철환과 검을 악으로 깡으로 들어 올린 화령단이 그를 따라 힘겹게 발을 내디뎠다.
그대로 그들은 화산을 올랐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 선명한 족적을 산길에 남기면서.
* * *
화산의 자하각.
쪼르르―
가는 물줄기가 길게 이어지며 비어 있는 찻잔을 조금씩 채워 나갔다.
옅은 황색의 찻물이 점점 채워져 감에 따라, 부드럽고 은은한 다향이 자하각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자하각이 다향으로 가득 찰 무렵, 쏟아지던 물줄기가 뚝 끊겼다.
찻잔에 가득 찬 황색의 찻물이 일렁거리다, 조금씩 잔잔해져 갔다.
‘찻물이 마치 천휘 같구나.’
차를 따르던 현상은 코끝을 간질이는 다향을 느끼며, 찻잔을 바라봤다.
조그마한 찻잔에 채워진 찻물.
몇 모금 마시면, 사라지고 말 정도로 아주 작은 양이었다.
하지만 그 찻물이 풍겨 내는 다향은 크나큰 자하각을 가득 채우며, 그 안의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단신으로 화산파를 품어 낸 천휘처럼…….’
현상의 눈초리가 휘어졌다.
천휘를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덕분에 화산파가 많이 바뀌었지.’
천휘가 해낸 것들은 두 손으로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실전된 무공의 복원, 암향단과 같은 변화부터 해서 백귀성을 무너트리고, 섬서에서 사파를 쫓아낸 활약 등.
그 덕분에 화산파는 지금과 같은 명성과 위치를 얻게 되었다.
그가 천휘를 떠올리며 웃을 때.
“좋은 차향이구려, 장문 사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을 끊은 현상은 눈앞에서 빙그레 웃는 현청을 보며, 마주 웃었다.
“평소 사형께서 자주 드시는 차보다 연해서 걱정했는데, 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다행입니다.”
“허허허, 오히려 이게 좋다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진한 차가 잘 안 넘어가더구먼.”
너스레를 떨며 말한 현청이 주름진 손을 뻗어서 찻잔을 잡았다.
“흐음.”
눈을 감은 현청이 차를 음미했다.
장문인이 직접 말린 찻잎이기 때문일까,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명차들처럼 깊고 진한 맛은 없었다.
대신 담백하고, 깔끔했다.
거기다 마시고 난 뒤에도, 계속 코끝을 간질이는 은은한 향 덕분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눈을 뜬 현청이 입을 달싹였다.
“내 장문 사제가 찻잎을 말리는 데 도가 텄다고 익히 듣기는 했지만, 이토록 뛰어날 줄은 몰랐구먼.”
진심이 담긴 칭찬에 현상이 싱긋 웃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혹 남은 찻잎이 있는가?”
현청이 어느새 텅 비어 버린 찻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자들과도 나누고 싶네만.”
“넉넉하게 챙겨 두겠습니다.”
현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예전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청은 만경각에 틀어박혀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었다.
한데 이제는 달랐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렇게 챙길 정도이지 않은가.
아주 긍정적인 변화였다.
“고맙네.”
“별거 아닙니다.”
포근히 웃은 현상이 나지막이 물었다.
“제자들은 어떻습니까?”
“그럭저럭 괜찮게 따라오더구나.”
애매모호한 말과 다르게 현청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가득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현상의 기분이 매우 들떴다.
현청이 저러한 표정을 보일 정도라면 괜찮은 수준을 넘어섰으리라.
‘좋구나.’
모든 것이 잘되고 있었다.
일대제자들과 이대제자들은 예전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거기에 삼대제자들까지 잘 따라오고 있다고 하니, 어찌 웃음이 안 나랴.
현상이 슬쩍 창밖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뜨거웠던 날씨가 한풀 꺾이며,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것이다.
구름 한 점이 없어서인지, 전보다 더욱 높아진 하늘을 응시하던 현상이 문득 걱정의 목소리를 흘렸다.
“생각보다 조금 늦는군요. 혹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을지…….”
“천휘가 동행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마 큰 사고는 없을 게다.”
“……그렇겠지요.”
현상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일 때.
“허, 헉! 자, 장문인!”
우렁찬 외침이 자하각을 흔들었다.
현상과 현청이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재령각의 부각주, 천수가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더냐?”
“와, 왔습니다.”
천수는 차오른 숨을 서둘러서 고른 뒤, 눈을 빛내며 말했다.
“처, 천휘 사제와 린 사매 그리고 화령단이 화산에 도착했답니다.”
현상과 현청이 서로를 마주 보고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뒤.
천수와 함께 산문에 도착한 둘은 화산파 제자들이 도열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적검과 설란을 중심으로 한 비검단과 무화단이 산문의 밑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기다렸을까.
쿵, 쿵.
멀리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무슨 소리지?”
그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산문 아래를 자세히 살폈다.
이내 두 눈으로 그 정체를 확인한 이들이 경악했다.
올라오는 화령단의 모습이 평소와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찢긴 도복을 입은 그들은 거무튀튀한 철환과 검들을 품 안에 든 채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저게 무슨 물건이지?”
“철환? 검도 있는데?”
모두가 의아하게 바라볼 무렵.
“사, 산문이야!”
천향이 버럭 소리쳤다.
그 순간 고개를 숙인 채 힘겹게 산길을 오르던 화령단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위로 치켜떠진 두 눈동자는 흉흉하기 짝이 없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으아아! 얼른 이것들을 넘긴다!”
“더는 못 들어!”
“나만 죽을 수야 없지!”
눈을 희번덕거리며 몇몇은 침까지 흘리는 화령단의 모습에 산문에 서 있던 모든 이들이 당황할 무렵.
“으아아! 가자!”
천향의 실성한 외침과 함께 화령단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족적을 남기며 뛰어오는 화령단의 모습에 현상과 현청조차 식겁할 무렵.
느긋하게 걷던 천휘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평화로운 어조로 말했다.
“이야, 같이 강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