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야수와도 같은 모습의 중년인.
녹림대제 임양백이 바위처럼 단단한 눈빛으로 천이개를 응시했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무림맹이라면 치를 떨던 당신을 무림맹의 지부에서 만나게 되다니.”
“큼큼, 뭐 그리 놀랄 일이라고.”
천이개가 헛기침을 하며, 긴장감을 털어 내려 애썼다.
“내가 여기 있는 것보다 네가 쳐들어오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냐?”
이어진 말에 임양백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것도 그렇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거냐? 십 년 동안 총채에만 틀어박혀 있더니.”
“그야 하나밖에 없지 않나.”
“하나라면…….”
“항산채.”
“예상외군. 자네가 수하들을 그렇게나 끔찍이 챙길 줄은 몰랐는데.”
천이개는 지금 애써 편하게 대화하고 있었지만, 속은 잔뜩 동요하여 시끄러운 상태였다.
‘이놈이 직접 찾아오다니.’
아무리 항산채가 당했다지만, 총채주인 그가 직접 지부까지 찾아올 것이라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면 수하들을 데려갈 생각이냐?”
“당연한 걸 묻는군.”
임양백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모두 풀도록 하게.”
그 말에 천이개가 혀를 찼다.
“못 본 사이에 낯짝이 두꺼워졌군. 습격한 것은 너희다. 그런데 멋대로 데려갈 수 있을 것…… 컥!”
덥석!
말하는 도중, 임양백이 그의 목을 틀어쥐었다.
‘어, 언제?’
천이개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손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무언가 불쑥 나타난다 싶더니, 상처로 가득한 두꺼운 손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예전부터 쓸데없는 말이 많군.”
녹림대제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천이개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동자에 발버둥을 치며, 입을 달싹였다.
“커, 컥. 나, 날 죽이…… 면 무림맹이 녹림…… 을 가만 놔두지…….”
“감히 나를 협박하려는 건가?”
임양백이 손에 더욱 힘을 줬다.
“컥, 커거걱!”
“대협!”
강인효가 식겁했다.
목이 졸린 천이개의 목에 핏줄이 굵게 선 것이 곧 죽을 것만 같았다.
“하압!”
다급히 내공을 끌어 올린 그가 기합과 함께 쌍수를 뻗었다.
콰르릉!
우렛소리와 함께 강렬한 장풍이 공기를 가르며 임양백에게 쏘아졌다.
강인효는 자신을 무림맹의 지부장까지 올려다 준 벽력장(霹靂掌)을 펼쳤지만.
“하찮군.”
임양백은 그런 그의 한 수를 같잖게 내려다보며, 좌수를 활짝 펼쳤다.
그 순간.
“……!”
강인효는 완전히 압도당하는 것을 느꼈다.
상처로 가득한 손바닥이 일순 커지더니, 벽력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콰드드드득!
손바닥 안에서 번갯불이 튀는가 싶더니, 이윽고 조용해졌다.
임양백은 주먹 쥔 좌수를 가볍게 펼치면서, 강인효의 머리로 향했다.
느리기 짝이 없는 동작.
하지만 강인효는 피할 수 없었다.
손바닥을 마주한 순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아, 녹림대제가 이 정도의 실력이었던가…….’
가까워지는 손에 살기를 포기한 강인효가 두 눈을 질끈 감을 때.
“여, 염병……!”
이를 악문 천이개가 발길질했다.
퍼억!
“컥!”
강인효의 몸이 붕 뜨며, 날아갔다.
무방비한 상태였기 때문일까.
천이개의 쇄옥각(碎玉脚)에 정통으로 당한 강인효는 그대로 기절했다.
“판단이 좋군.”
낮은 목소리로 말한 임양백이 천이개를 번쩍 들었다.
“윽!”
천이개는 여전히 자신의 목을 잡은 임양백의 손목을 힘겹게 움켜쥐며, 입술을 달싹였다.
“지, 지금 전쟁…… 을 하려…… 는 거냐?”
“전쟁이라, 그것도 좋지.”
“미, 미친…… 놈!”
“후후. 역시 개방도라서 그런지 나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군.”
섬뜩하게 웃은 임양백이 손에 쥐고 있었던 천이개를 거칠게 내던졌다.
콰앙!
속절없이 날아간 천이개의 몸이 벽에 처박히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커헉!”
천이개가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내, 내상이……!’
엉망진창인 속을 수습하기 위해 취팔선공을 다급하게 끌어 올렸다.
온 전신에 퍼진 내력이 단숨에 내상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되찾게 도와주었다.
‘이, 이대로는 도망도 힘들다.’
어느 정도 속을 정돈한 천이개가 소매로 입을 닦았다.
‘이놈이 이리 강했던가? 이 무위라면 검성과 비교해 봐도…….’
입술을 깨문 그가 임양백을 봤다.
그때 그의 입이 열렸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임양백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수하들을 풀면 너희들을 모두 살려 주지. 어때, 좋은 조건이 아닌가?”
마치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는 임양백의 태도에 천이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 오만한 태도였지만, 차마 그에 반박할 수 없었다.
임양백은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당장 마음만 먹으면 자신은 물론이고 산서 지부에 있는 이들을 전부 몰살시킬 수 있는 힘을.
‘젠장!’
끝내 천이개는 고개를 주억였다.
“……알겠다.”
“말이 통해서 다행이로군. 하마터면 쓸데없는 살상을 할 뻔했거늘.”
임양백이 씩 웃었다.
천이개는 그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주변을 보며 말했다.
“녹림도들을 풀어.”
무인들이 그 말을 따라야 하나 고민을 하며 주춤거리자, 천이개가 버럭 외쳤다.
“이대로 죽고 싶은 것이냐?!”
화들짝 정신을 차린 무인들은 뇌옥에서 녹림도들을 모두 끌고 나왔다.
“총채주님?”
뇌옥에 갇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밖으로 나온 녹림도들은 당황했다가 임양백을 보고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임양백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총채로 복귀해라.”
“아,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외친 녹림도를 필두로 그들은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어서 임양백 또한 몸을 돌리려 할 때, 천이개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거냐? 따로 무림맹에 서신을 보내서 거래를 요청한다면 편히 끝날 일을…….”
임양백이 천이개의 말을 끊으며 턱을 치켜들었다.
“즉 무림맹에 고개를 숙여라, 이 말인가?”
천이개가 말을 잃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었건만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양백은 입을 다문 천이개를 지그시 응시하며 나직이 말을 덧붙였다.
“녹림을, 우리를 얕보는군.”
가늘게 눈을 뜬 임양백의 전신에서 강렬한 존재감이 흘러나왔다.
“우리들 또한 사파(邪派)다. 언제까지 너희들에게 머리를 숙일 거라 생각지 마라.”
임양백이 휙 몸을 돌리며, 회색의 장포를 크게 휘날렸다.
“젠장…….”
천이개가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고민할 무렵.
저벅― 저벅―
밖으로 나온 임양백은 지부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에는 선객들이 있었다.
여인인지 남자인지 알기 힘든 외모의 고홍과 대은상단주 효관이었다.
“오셨습니까?”
“허허, 왔군요.”
둘은 마차에 오르는 임양백을 반겼다.
특히나 효관은 임양백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대어. 그것도 엄청 큰.’
상인에게 중요한 건 안목이었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효관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눈앞에 있는 임양백에게서 월척의 기운을 느꼈다.
‘이자와 함께라면 본 상단도…….’
그때 고홍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데 이렇게 과격하게 하실 필요가 있었습니까?”
임양백의 눈이 길게 찢어졌다.
“사파란 예로부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해야 강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
순간 차디찬 살기가 흘러나왔다.
팔짱은 낀 임양백이 눈을 빛냈다.
“그런데 여기서 물러났다가는 어느 누가 우리를 두려워할 것 같나?”
단호한 그 말에 고홍이 속으로 놀랐다.
‘녹림이라 얕봤거늘.’
사실 녹림은 산적들의 문파라 은연중에 깔보고 있었는데, 이 임양백의 무위와 마음가짐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오황문의 문주들과 비교해도…….’
고홍이 평가를 수정하고 있는 그때 임양백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덕분에 남은 흑영대원들을 데려간 것으로 아는데.”
“……!”
고홍의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빠르게 수습했지만, 날카로운 임양백의 눈길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오만하군.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고홍의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섬뜩한 눈동자였다.
자신을 꿰뚫는 임양백의 시선은 마치 뱀이 몸을 타고 올라와 눈앞에서 독니와 혀를 내미는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고홍의 사죄에 임양백이 눈길을 거두며 말했다.
“한데 이상한 일이야. 천이개가 있다지만 저 전력으로는 항산채와 흑영대를 쓰러트릴 수 없을 터인데.”
임양백이 눈이 반개했다.
“대체 누가 항산채주를 죽였지?”
마치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운 목소리에 둘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꿀꺽―
마른침을 꿀꺽 삼킨 고홍이 붉은 입술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화산파의 천휘란 작자입니다.”
“천휘……?”
임양백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도통 어디서 들은 이름인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고홍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말을 덧붙였다.
“최근 강호에서 매화신협이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 * *
“응?”
천휘가 갑자기 간지러운 귀를 후비며 중얼거렸다.
“누가 내 얘기라도 하나 본데?”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천휘는 어깨를 으쓱이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헥, 헥.”
“주, 죽겠어.”
옆에서 말을 타지 못한 화령단원들이 헉헉대며, 보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은 말을 타고 있는 다른 화령단원에 꽂혀 있었다.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같이 마차에 타자더니!”
“쫄래쫄래 배신하고…….”
그들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성난 목소리를 토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뺨이 얼마나 진노했는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크흠.”
말에 탄 네 명의 화령단원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헛기침을 뱉었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는 했다.
본래 화령단은 모두 담합을 해 천휘의 수련을 거부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천휘가 손가락을 접는 순간,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었으니.
하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것도 잠시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또 어떻게 걸어?’
‘음, 잘했어.’
누가 째려보든,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랴.
이렇게 몸이 편하거늘!
반면 천향과 단목린은 소란스러움 가운데도 평화로웠다.
“날씨가 좋은걸, 사매.”
“그러네요. 사저.”
담소를 나누는 둘에게는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담합에 끼지 않았었고, 본래도 수련을 하려고 했었기에.
한편 천휘와 마찬가지로 화령단을 지켜보던 오 총관이 중얼거렸다.
“괜히 화산파가 아니군요.”
나직이 감탄을 터트렸다.
화산파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무위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무공을 모르니,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이 나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은 유추할 수 있었다.
상단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항산채를 몰아붙였지 않은가.
물론 사흑련의 흑영대에 밀리기는 했다지만, 그것으론 흠이 안 됐다.
흑영대는 그 격이 다른 자들이니.
오히려 오랫동안 그들과 경합을 벌인 것만으로도 놀라울 일이었다.
‘거기에 소협까지 있고…….’
저절로 천휘에게로 시선을 돌린 그의 입꼬리가 아주 느슨해졌다.
천휘가 있다는 것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든든했다.
어느새 행복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그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안 가서 강호에 화산파의 이름이 크게 떨쳐질 것 같습니다.”
천휘가 피식 웃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응당 그래야만 했다.
‘내가 왜 저놈들을 가르쳤는데.’
모두 화산파의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 천하제일문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름도 못 떨칠 리가.
‘거기다 내가 암향단까지 만들어서 줘, 무공도 알려 줘. 그런데…….’
순간 화령단을 주시하던 천휘의 눈빛에 한심함이 빠르게 번져 갔다.
‘아직도 저 실력이니.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거의 기연을 얻은 급이건만, 한참 부족한 실력에 고개를 젓기를 잠시.
‘아니, 그래도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성장했어. 그때는 매화검수면서 검화조차 제대로 피우지 못했잖아.’
처음 마주했었던 그들의 실력을 떠올리자,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항산채를 상대로 승기를 잡아 갔을 뿐만이 아니라, 흑영대를 상대할 때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이었다.
‘예전이었다면 흑영대를 상대로 버티기는 무슨. 그냥 만나자마자 바로 죽었을 테니.’
처음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었다.
‘그리고 이제 제대로 무인으로서의 마음가짐도 잡혔잖아.’
천휘가 옅게 고개를 주억였다.
얻은 것에 비해 상당히 느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차근차근 성장은 하고 있지 않은가.
‘뭐,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더 빡세게 굴리면 되지 않겠어?’
화산파의 제자들이 알았으면 좌절할 생각을 하며, 천휘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던 찰나. 마차 밖에서 환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화, 화산이다!”
“드디어…… 도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