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산서성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는 대동은 유목민들의 습격을 막기 위한 북방의 군사 요충지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새외로 가고자하는 상인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마다 많은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런 대동의 거리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과 여러 대의 마차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저 표기(鏢旗)는?”
“천하상단이다!”
표사들이 포위한 마차들 위에 나부끼는 천하표국 상징 깃발을 확인한 상인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천하제일 상단인 천하상단.
그곳에서 직접 운용하는 천하표국의 등장은 상인들의 눈길과 관심을 빼앗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어?”
“그런데 저건…….”
뒤늦게 따라온 낡은 석 대의 마차 때문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강렬히 진동했다.
“왜 사람이 마차를 끌고…….”
“미쳤…… 헙!”
순간 ‘미쳤냐’고 말을 하려던 상인은 황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저, 저건 화산파의 도복?!’
뒤늦게 그들이 입은 도복을 확인한 상인은 슬쩍 옆을 바라봤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상인들 또한 화산파의 도복을 확인했는지 입을 떡 벌린 채 굳어 있었다.
‘화산파의 도사가 왜 마차를?’
‘이게 뭔 일이야?’
그들은 황당함을 담은 시선을 교환했다.
하지만 화령단은 지금 자신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수많은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로 계속 마차를 끌고 갈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바라보는 시선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헉, 헉.”
“어, 언제 도…… 착해?”
지금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전신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내공 소모도 상당했지만, 발은 물론이고 마차를 지탱한 어깨가 엄청난 근육통으로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으, 으윽! 죽는다, 죽어!’
‘이게 사람이 할 일이야?’
그들의 얼굴은 이미 노랗게 뜬 상태였다.
마차를 끈 지도 벌써 칠 주야째.
금은보화로 꽉꽉 채워진 마차의 무게는 여섯이 보법을 펼쳐야지만 움직여질 정도로 상당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
칠 주야 동안 마차를 끌기 위해서 보법을 끊임없이 펼쳤단 것이다.
처음에는 창피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칠 주야 동안 마차를 끌면서 그러한 생각은 이제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앞으로 걷기만 할 뿐이었다.
제발 어서 끝나기만을 빌면서.
그렇게 그들이 반쯤 정신을 놓은 채 계속 걸어가던 중.
“멈춰라!”
총표두가 크게 외쳤다.
그 목소리에 화령단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마차를 끌기 위해서 어깨에 걸쳤던 줄을 휙 놓았다.
그리고 바닥에 풀썩 누웠다.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거리 바닥이었지만, 그들은 눕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 이제 끝이다!”
“도착했어!”
바닥에 누운 그들이 하늘을 향해서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할 무렵.
스으윽―
그들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차에서 나온 천휘는 바닥에 드러누운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봤다.
“이거 뭔 화산파의 도사가 아니라, 거의 개방의 거지가 따로 없네요.”
그 말에 몇몇의 화령단원들이 꿈틀했으나, 일어나는 이는 없었다.
천향과 단목린까지도.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천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드러누운 그들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 쉬라고 해야겠네.
천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무언가 중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오 총관과 총표두에게 다가갔다.
“대협.”
오 총관과 대화하던 총표두는 가까이 다가오는 천휘를 발견하고는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본 표국의 표행에 도움을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천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만 그런 거 아니죠?”
총표두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천휘를 바라봤다가,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어찌 말로만 그러겠습니까.”
한참 웃던 총표두가 눈을 빛냈다.
“본 표국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천하상단의 지부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혹은…….”
잠깐 말을 멈춘 그의 시선이 한발 물러나 있는 오 총관을 향했다.
“오 총관님께 연락을 주십시오.”
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총표두는 뒤이어서 매화검수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그만이 아니었다.
표사들과 쟁자수들 또한 매화검수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천휘에게도 몇몇 표사들과 쟁자수들이 찾아와, 감사를 전했다.
“대협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훗날 소인의 힘이 필요하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계속해서 감사를 표하는 그들에게 천휘는 귀찮다는 듯 ‘그러죠’, ‘나중에 갚으세요.’라며 대충 대꾸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으로도 만족한 얼굴을 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모두의 인사가 끝난 뒤.
표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말을 타려는 총표두에게 오 총관이 다가갔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총표두가 포권을 취하며, 웃었다.
“제 목숨을 걸고 전하겠습니다.”
오 총관과 마주하던 그는 눈앞에 보이는 만리장성을 보며, 숨을 크게 골랐다.
그리고 뒤를 보며, 말했다.
“모두 준비되었느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긴장한 표정의 표사들과 쟁자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대열을 갖추었다.
총표두는 그런 그들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다, 천휘 쪽으로 고개를 한차례 숙인 뒤 말고삐를 당겼다.
“출발이다.”
잠시 뒤 그들이 떠나고, 이내 천휘와 오 총관 그리고 땅바닥에 누워 있는 화령단과 단목린만이 남았다.
천휘는 화령단을 보며, 말했다.
“그럼 화산으로 돌아가죠?”
하지만 그 말에도 화령단원들은 몸이 바닥에 딱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일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천향과 단목린만이 아주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뿐이었다.
“가…… 자.”
천향이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
다른 이들은 눈을 감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쭈구리?’
천휘는 배 째라는 듯 배짱을 부리는 그들을 보다, 검집을 들었다.
“지금 여기서 무공 수련을 하고 싶다는 거죠?”
흠칫!
무공 수련을 빙자한 일방적인 폭행이 벌어질 게 뻔했기에, 화령단원들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굴복하면, 계속 저걸 끌어야 해.’
‘어느 문파에서 이런 수련을 해?’
그들은 결단을 내비쳤다.
아무리 강해지고 싶다지만 이젠 한계였다.
이것 봐라.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태껏 잘하던 놈들이 갑자기 반항이라니.
힐긋 보니 천향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단 말이지?’
그때 천휘가 입꼬리를 올렸다.
“표국에서.”
갑자기 내뱉은 뜬금없는 말에 모두가 의아해할 때, 천휘가 말을 이었다.
“원래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말을 놔두고 갔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열두 필의 말로 마차를 끌게 해야 해서, 애매했었는데 잘됐네요. 나야 마차를 타면 되니 상관없으니까, 빼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여섯 필인데, 일단은.”
천휘는 손을 들어 올려 다섯 손가락을 흔들더니, 천천히 엄지를 접으며 나직이 말했다.
“가장 먼저 움직였던 사저와 사매가 타는 게 맞겠죠? 그렇다면 남은 건 이제 네 필인데…….”
화령단은 그제야 그 손가락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헐레벌떡 달려갔다.
“내, 내가 먼저 움직였어!”
“사숙님!”
* * *
무림맹 산서 지부.
수십 년간 아무런 일도 없어서 한가롭기 짝이 없었던 그곳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바쁘기 그지없었다.
“얼른 이들을 뇌옥에 가둬!”
“조, 조심해!”
산서 지부의 뇌옥을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포박된 이들을 이끌면서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이들이 어디 평범한 자들인가.
사흑련의 무력대대인 흑영대였다.
어지간한 중소 문파는 하룻밤 만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아예 없애 버릴 수 있는 잔혹함과 전력을 가진 이들.
“미치겠군.”
창문으로 흑영대를 뇌옥으로 인도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산서 지부의 지부장, 강인효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게 무슨 일인 거지?’
구주삼패세의 시대가 도래한 지도 벌써 사십 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구주삼패세가 서로를 건드린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큰 충돌은 없었고, 대부분은 협약을 맺으면서 사태를 소강시키기 마련이었다.
한데 이것은.
강인효가 고개를 홱 돌렸다.
“대협.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천이개는 자신을 보는 강인효와 눈을 맞추며,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말했다시피 흑영대가 화산파를 살인멸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하아.”
강인효가 이마를 짚었다.
‘그게 사실이라니.’
머리가 욱신거렸다.
수하에게 미리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기에 물어본 것이었는데.
강인효를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리고 녹림도들도 있더군요.”
“그렇지.”
“……손을 잡은 겁니까?”
천이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대은상단도 합류했다.”
“대은상단이!”
강인효의 눈이 커졌다.
녹림과 사흑련의 은밀한 움직임은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었지만, 대은상단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몰랐던 거냐?”
천이개는 그런 강인효를 타박했다.
대은상단과 녹림의 움직임에서 이상함을 느낀 천하상단이 직접 나섰을 정도건만, 무림맹 지부장이란 놈이 모르고 있으니.
강인효가 쓰게 웃었다.
“최근에 일이 여러 개 터지다 보니, 파악이 늦었습니다.”
한숨만 나왔다.
겨우 일 년 사이에 터진 일이 한두 개인가.
백귀성의 멸문을 시작으로 일월문과 신창양가의 충돌, 구룡방으로 인한 관의 충돌과 섬서의 정파와 사파가 부딪쳤던 섬서결전까지.
그 외 자잘한 것까지 따지자면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였다.
천이개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강인효를 보며, 탁자를 손으로 내리쳤다.
쿵!
“무림맹에는 전했겠지?”
“전했습니다.”
“대답은?”
강인효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없습니다.”
“젠장!”
천이개는 초조한 표정이 되어 말을 덧붙였다.
“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그런데 그가 다급하게 시작한 말을 다 쏟아 내기도 전.
“으아아악!”
“커헉!”
갑작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뭔?!”
“뭔 일이야!”
점점 가까워지는 비명소리에 놀란 강인효와 천이개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 밖을 바라본 순간.
“…….”
가까워지던 비명소리가 뚝 끊겼다.
갑자기 찾아온 싸늘한 정적에 불안감이 차오를 때, 바람을 타고 온 비릿한 냄새가 그들의 코를 자극했다.
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건…….”
“혈향?”
설마 하는 생각에 불안감이 커진 둘이 침을 삼키는 그때였다.
끼이익―
닫혀 있던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누군가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여유로운 표정의 중년인.
드문드문 흰머리가 보이는 긴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야수와도 같은 모습의 그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와중에도 일(一)자로 꾹 다문 입술과 끝부분이 치켜 올라간 그의 눈썹이 그의 성정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했다.
“……!”
“저, 저자는…….”
중년인을 본 둘이 경악을 감추지 못할 때, 닫혀 있던 그의 입술이 열렸다.
“지부장은 어디 있나?”
짙은 지하에서 울린 것 같은 저음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깔렸다.
비명에 다급하게 달려왔던 지부의 무인들은 그 목소리에 압도당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무림맹은 벙어리만 받나 보군.”
중년인이 주변을 살펴보자.
스윽―
시선이 마주한 무인들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무슨 일이십니까?”
강인효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당신이 지부장인가?”
“그, 그렇소.”
중년인의 시선이 강인효를 찔렀다.
“……흡!”
강인효는 눈앞이 아찔했다.
마치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눈동자를 파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이런 기세가…….’
그가 파르르 몸을 떨 때.
“그만하지.”
천이개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당신은…….”
중년인의 입술이 천천히 올라갔다.
“오랜만이군.”
그런 중년인을 마주한 천이개는 식은땀을 흘렸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중년인의 기세에 심력이 소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오랜만이다.”
말과 함께 천이개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중년인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잘 떼어지지 않으려는 입술을 힘겹게 뗐다.
“녹림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