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Chapter 100 – 대화도 잘하는 김 대리! (2)
“헐, 왜요!”
“아, 대리님이 가면 어떡해요?”
“이럴 수가.”
정훈이 출판부에서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자, 회식 자리에 있던 사원들은 전부 충격에 빠졌다. 푸른 하늘 출판부에서 든든한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하던 그였기에 다들 충격이 적지 않았다.
조 팀장과 백 차장, 박 과장에게는 미리 회의실에서 장 부장과 함께 이야기해 둔 덕분에 그들의 반응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훈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미안하게 됐어.”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경쟁 업체 가셔서 작가님들 데려가시면 저희, 팀장님한테 혼나요!”
조 팀장이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정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회사로 가는 건 아니고, 푸른 하늘에 계속 남아 있긴 해. 부서가 바뀔 뿐이지.”
“예?”
“네?”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출판부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한 인원은 역사상 1명도 없었으니까.
“어… 내가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서 경영팀으로 가게 되었어. 우리 건물 26층에 있는 곳.”
“헐.”
“경영팀이요?”
“어. 그쪽으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같은 건물에 남아 있기도 하고, 거기서 잘리기 전까지는 같은 푸른 하늘 회사 사람이거든. 오다가다가 로비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가끔씩 외로우면 출판부로 와서 점심도 먹고, 회식도 따라갈 거야.”
웃기게 말한 덕분인지, 아니면, 푸른 하늘에 남아 있다는 걸 알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슬퍼하는 분위기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시 돌아올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4월까지는 출판부에 남아서 근무하고 인수인계해 주고 할 테니까, 벌써부터 떠난다고 분위기 안 잡아도 돼. 하하하핫!”
이 대화를 마무리하기 위해 장 부장이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우리 김 대리가 사장님 직속 스카우트로 가게 된 거니까 다들 축복해 주자고.”
다른 사원들이 괴리감이 들까 봐 이야기하지 않았던, 사장님 직속 스카우트를 장 부장이 직접 말한 덕분에 정훈의 후배 사원들은 감탄을 했지만, 멀리 있던 박 과장은 깜짝 놀라며 질투를 하는 모습이었다.
장 부장은 잔을 들며 진심이 반쯤 담긴 우스갯소리를 했다.
“가기 전까지 김 대리가 알고 있는 노하우나 팁 같은 거 전부 전수받고, 빼먹을 수 있는 건 뼛속까지 빼 먹자고. 오케이?”
“네!”
장 부장의 말에 그나마 분위기는 다시 업되었고, 그의 주도로 다 같이 건배를 하며 정훈도 자리에 앉았다.
미리 말해서 슬슬 준비하는 게 모두에게 좋다고 장 부장과 결론을 내서 바로 오늘 이야기하기는 했다. 아직 출판부를 떠나기까지는 두 달이나 남았지만, 3년이나 넘게 일해 온 출판사를 떠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아쉬움과 씁쓸함이 들었다.
이런 자리에서 자신이 슬퍼하면 분위기가 금세 다운된다는 걸 알기에, 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잔을 더 빠르게 비워 나갔다.
***
“에, 작가님. 죄송합니다.”
-아아, 진짜 대리님 보고 계약했는데, 가시면 어떡해요?
“그래도 쿵따라 작가님, 이번 작품까지는 완결 내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죄송합니다.”
-뭐, 대리님도 원해서 가시는 게 아니란 건 아니까 너무 죄송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나저나 좀 씁쓸하네요.
“하하핫… 제가 조만간 대전으로 갈 테니까, 저랑 한잔하시죠.”
-그래요. 3월 가기 전에 꼭 한번 뵈어요. 아니면, 제가 올라가도 되고요.
“아닙니다. 편하신 날 잡아 주시면 제가 찾아뵐게요. 안 바쁘신 날짜 찍어서 커피톡으로 남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힘내시고, 저는 대리님이 어딜 가시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 맛있게 하세요!”
-예, 대리님도요.
“네.”
정훈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휴게실에서 작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냥 덤덤하게 알았다고 하는 시크한 작가부터 지금 전화한 쿵따라 작가처럼 아쉬움을 표현하는 작가도 있었고, 안 가면 안 되겠냐고 붙잡는 작가도 있었다.
장 부장은 작가의 이탈을 고려해 한 달 더 있다가, 3월 말이나 4월이 되어서 연락하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그래도 정훈은 자신을 믿고 계약해 준 작가들한테 떠날 때가 임박해서 연락하는 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1명, 1명에게 전화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이 너무 컸다. 처음에 이직을 고민할 때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바로 이렇게 담당하던 작가들을 두고 떠난다는 것이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서, 지금은 되돌릴 수 없지만, 만약에 어제 사장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출판부를 떠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다 끝났나?’
뽑아 둔 작가 리스트를 쭉 훑어보았다. 연락이 닿지 않는 몇몇 작가들은 내일 통화할 예정이고, 정훈을 베스트 프렌드로 여기는 작은 별 작가, 최수정 작가, 김칠봉 작가는 오늘 저녁에 직접 만나서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으아!”
정훈은 펜과 리스트를 놓으며 기지개를 쭉 켰다.
‘생각보다 많네.’
3년 동안 그가 담당했던 작가는 70명이 넘어갔다. 물론 이 중에는 중간에 한준호 대리에게 넘겨받은 작가도 포함되어 있고, 중간에 다른 회사로 넘어가 연락이 닿지 않는 작가도 있는 데다가, 지금은 절필해서 웹소설과 인연을 끊은 사람도 존재했다.
실제로 지금 그가 맡고 있는 작가는 약 30여 명.
전화할 때 가장 고마우면서도 제일 미안했던 작가들은, 어느 출판사로 가냐면서 자신을 보고 그 출판사로 따라가겠다고 한 사람들이었다.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했고, 고민했던 일을 끝냈기에 후련하면서도, 정말 출판에서 손을 뗀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오래 했지.’
다른 일에서 3년, 4년은 적은 경력일 테지만, 적어도 장르소설을 출판하는 이 바닥에서는 꽤나 길게 버틴 것이다.
‘아아,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감성이 풍부해지면 안 되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몰려오려고 하자, 정훈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화를 끝마쳤으면, 다시 일을 해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앞으로 두 달간은 교정도 하고, 플랫폼에 이벤트 요청도 해야 된다.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와야겠다.’
아직 퇴근까지 2시간이나 남아 있기에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업무를 시작할 요량으로 흡연을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흡연 구역으로 지정된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려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태의 여자가 등장했다.
“사랑이?”
“어, 왜 나와 있어?”
내일까지 휴가라던 정사랑이 회사에 찾아왔다. 그것도 완전한 정장 차림으로.
‘혹시 나 우울할까 봐 일부러 출근한 척까지 하면서 위로해 주러 온 건가?’
정훈은 기대감을 품고 넌지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 내 후배가 실수로 일 하나를 터뜨렸나 봐. 그래서 계약사들이랑 좀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아서 수습하려고 나왔어.”
괜히 넘겨짚었으면 민망할 뻔했다. 조금 아쉽긴 해도, 또 얼굴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아, 그렇구나. 근데 휴가인데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
“에이, 휴가 때 회사로 사람을 불러내기까지 했는데 부장님이 하루 더 휴가 주지 않겠어?”
“그러면 진짜 좋겠네.”
“그렇지. 그나저나 오늘 작가들이랑 전화한다며.”
“어, 조금 전에 다 하고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그렇구나. 그런데 나 지금 바로 올라가 봐야 되는데….”
사랑이 시계를 보며 말하자, 정훈도 얼떨결에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들어가자.”
재정부가 있는 11층에 서기 전에, 정훈은 6층에 먼저 서서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뭔가 초등학생들이 엄마 몰래 PC방을 가려고 나왔다가, 우연치 않게 만나서 학원까지 어머니가 데려다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담배 피우고 싶은데.’
왠지 1층으로 가면 느낌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엔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어 서자, 바람이 약하게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2월의 막바지에 접어들어 겨울이 끝나 가는 탓인지, 늘 쌩쌩 불어오던 바람도 오늘만큼은 쇠약해진 기분이었다.
담배 한 대를 붙여 연기를 음미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뒤로 돌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 웃으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아, 예진 씨, 오랜만이에요.”
경영팀에 인턴으로 있는 한예진이다.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경영팀에 가는 걸 확정 짓고 나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훨씬 더 반갑게 느껴졌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그는 그녀에게 담배 연기가 가지 않게 공기 중에 떠 있는 연기를 휘휘 저어 없애고, 방금 불을 붙인 담배도 눈물을 머금고 꺼서 재떨이 통에 넣었다.
“경영팀은 재미있어요?”
“그럼요. 최고죠.”
정훈은 밝게 대답하는 한예진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옥상에는 단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예진 씨, 혹시 비밀 말하면 지켜 줄 수 있어요?”
“비밀이요?”
“네. 다른 사람은 아니어도, 예진 씨한테는 말해 주고 싶거든요.”
한예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제가 입은 엄청 무거워요.”
“제가 사실… 얼마 뒤에 경영팀으로 부서 이동을 하거든요.”
“와, 정말요?”
그녀는 자신의 일처럼 환하게 웃으며 기뻐해 주었다.
“축하드려요!”
“엎드려 절 받기긴 한데, 일단 축하해 주시니까 감사합니다. 하하핫!”
“와, 대리님이 경영팀으로 오시는구나.”
“네. 저에게는 엄청 영광인 일인데, 제가 경영팀에 아는 분이라고는 예진 씨밖에 없어서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시기 전까지는 누구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절대 걱정 마세요.”
“저도 고맙습니다.”
둘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아, 그러면 5월에 오시는 거예요?”
“엇, 어떻게 아셨어요?”
“5월에 신입 사원 공채 있잖아요. 왠지 그때 같아서 물어봤어요.”
“하하. 그것 때문에 가는 건 아니고, 지금 출판부에 일이 있으니까 마무리하고 가면 얼추 5월 정도 될 것 같아서 날짜를 그렇게 잡아 놨어요.”
“그러셨구나.”
“아, 그리고 이건 조금 민감한 문젠데….”
정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인턴이시면 공채 때 정규직으로 전환되시는 건가요?”
“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 인턴 채용할 때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될지, 안 될지는 봐야 한다더라고요. 일단 5월에 신입 사원 공채에 원서 넣어 봐야죠. 인턴 가산점이 있다니까, 되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진짜 되면 좋을 것 같은데….”
“만약에 된다면 대리님이랑 같이 일하겠네요. 헤헤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경영팀에 들어갔을 때도 남아 있을지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민감할지도 모르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대답해 준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괜히 정훈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게 미안해져서 옥상 문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밑에 내려가서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저 커피를 안 좋아하거든요.”
그녀는 거절을 하면서 헤헤 웃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정훈을 바라보았다.
“아, 제가 뭐 알려 드릴까요?”
“어떤 건데요?”
“경영팀 사람들의 특성에 대한 건데, 제가 많이 지켜봐서 잘 알거든요.”
“오, 좋죠.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들인데, 미리 알고 있으면 지내기 편할 테니까요.”
한예진은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은 경영팀에는 다른 팀들과 다르게 이사님 이상의 직급을 가지신 분들도 있거든요. 사장님도 어찌 보면 경영팀이니까요. 그런데 이제 그분들은 높으신 분들이라 따로 일하시고, 실질적으로 저희를 총괄하시는 게 팀장님이시거든요. 그러니까 팀장님부터 차근차근 말씀해 드릴게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정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찡긋 웃으며 이야기하라는 제스처를 했다.
“천천히 말해 주세요. 남는 게 시간이니까요. 늦으면 뭐… 야근 조금 하면 되죠. 하하하하!”
“헤헤. 일단 허경수 팀장님은 일할 때는 조금 독단적이고 날카로우신데, 그래도 자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크셔서 엄청 다정하게 잘 챙겨 주시거든요. 그래서 너무 팀장님에게 반하는 내용을 주장하시지는 말고, 조금 더 가족적인 분위기로 다가가시면 좋아하실 거예요. 그리고 김여욱 이사님은….”
한예진은 경영팀원들에 대해 1명 1명 짚으며 세세한 특징과 그들을 대할 때의 팁을 알려 주었다. 이런 꿀팁은 직접 경험해야만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기에 정훈은 휴대폰 메모 앱까지 켜 가며 하나씩 적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