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S급 뚜벅이
“허어, 차 한번 기깔 나구먼. 나는 언제 저런 차량을 타 볼라나.”
“우리 처지에 무슨. 농작물 운반할 트럭이나 알아보는 게 낫지.”
“커흠, 어차피 전성이 다 납품받아 가는 데다가 돈은 석우가 엄청나게 벌고 있잖여.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 마나님 태우고 드라이브하고 싶어서 그러지. 요즘은 60대도 청춘이여!”
“아이고 이 양반도 참. 늙어서 주책이라니까.”
시골 깡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람보르기니의 모습이다.
대통령인 강진태가 왔을 땐 제법 걸출한 고급 세단을 끌고 왔고, 미국은 아예 헬기를 동원해 왔었다고는 했었지만, 주민을 통제했던 경호원들과 달리 이번 람보르기니의 주인은 경호원을 전혀 동반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씨발! 빌어먹을 애새끼가 감히 나를 이딴 촌구석으로 불러?”
차의 주인은 혈석 길드의 길드장.
S등급의 헌터인 이창혁이다.
A등급 열댓 명이 달려들어도 손쉽게 이기는 그인데 경호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허나 김진우의 협박을 받고 온 탓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탓일까?
도시와는 달리 구수한 가축들의 똥 내음이 풍기는 탓에 이창혁의 불쾌지수는 그야말로 최악인 상태.
더군다나 경호원의 제지도 없던 탓에 주민들은 대놓고 창혁의 애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거기 늙은이. 저리 안 꺼져? 어딜 더러운 눈으로 내 애마를 쳐다봐?”
“커, 커흠흠. 거, 좀 쳐다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 성질도 참.”
“하아? 진짜 가지가지 하네. 그 눈깔을 확 뽑아 줄까?”
“아이구! 죄송하게 됐어요. 총각.”
“아니, 기분이 X같아서라도 그냥 뽑아 버려야겠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폭발해 버린 분노.
하지만 이창혁은 한 발짝도 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내가 이럴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지. 아직도 전기 찜질이 부족해?”
“…….”
대놓고 느껴지는 기척과,
쿠릉, 콰르르릉-!
불과 얼마 전 들어본 적 있는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까지.
한 번 직격당해서 기절까지 해 봤기에 그 위력은 대한민국 내에서는 누구보다 제가 잘 안다고 자신했다.
“그래서. 방금 어르신분들에게 뭐라고 지껄였더라? 눈깔을 뽑아 버린다고 했던가?”
“그, 그건…….”
“변명은 됐고, 컴 온. 죽이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진우가 다가가자 사시나무 떨듯이 이창혁은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1분 전만 해도 S등급의 헌터이자 광전사다운 면모를 지녔으나, 현재의 그에겐 완전히 사라진 지 오래였다.
최정상의 포식자에서 한순간에 피식자로 전락해 버린 강약약강의 모습.
뭐, 진우도 여기서 녀석을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으면 굳이 귀찮게 일을 벌이지 않고도 진즉에 경매장에서 쳐 죽였을 일.
일단 S등급의 각성자를 무료 혹은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득이지 않겠는가?
‘두 분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전혀 모르는 생판 남이면 모를까.
현재 이장님과 여사님께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다.
3년 동안 무법지대의 게이트를 오가며 생활했던 진우와 달리 두 분은 평생을 농사에 열중하셨었으니 살인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허나,
“커흠흠! 거, 진우야. 그쯤혀라. 사람 잡겠다. 야.”
“그래도 두 분께 못 할 짓 하려고 한 놈인데요?”
“결과적으론 아무도 안 다쳤으니께. 우린 괜찮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이창혁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히, 히끅!”
입이 가볍긴 해도 마음만큼은 태산 같은 이장님의 배려에 겨우 전기 찜질 행에서 벗어난 이창혁.
털썩 주저앉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딸꾹질을 하는 놈이지만 진우의 힘과 체력이면 사내 한 명 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럼 저는 이 양아치 데리고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려, 이따 점심에 잔치국수 먹고 싶으면 와.”
“예.”
다만 이장님이 배려를 해 주셨다고는 해도, 소인배인 진우는 썩 배려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다 왔으니까 이제 네 발로 좀 걸어라, 새끼야!”
짐짝마냥 질질 끌고 가다가 이내 농장에 도착하자 내동댕이쳐지는 이창혁.
“어쭈? 안 서? 전기 맛 좀 볼래?”
“아, 아니다. 지금 바로!”
광전사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천둥석 건들릿표 전기 찜질을 한 번도 맛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한 번 겪어 본 그로서는 어떻게든 맞지 않기 위해 약자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이제야 좀 괜찮네. 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고 있지?”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에휴. 누가 광전사 아니랄까 봐.”
“…….”
평소 이창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봤다면 거짓말하지 말라며 혀를 찰 정도의 모습.
그러나 노예라 해도 채찍만 주면 반역을 일으키는 법.
일단 혈석이라는 대형 길드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진우에게도 준비해 둔 당근은 있다.
우르르르르-
용혈 가방을 열자 허공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아이템들의 향연.
“어, 어어? 이건?”
“너한테도 익숙한 물건일 거야.”
그것들은 진우보다도 창혁이 더욱 잘 알고 있는 물품들이다.
경매장에서 놈이 구매하기 전에 진우가 먼저 선수 쳐서 낙찰받은 아이템들.
하지만 대부분 무기류로 농부인 진우에게는 거리가 먼 것들 뿐이다.
그때 당시에는 그저 중국과 뱀의 편에 설 녀석의 힘을 줄이기 위해 구매했던 것이지만, 놈과 혈석 길드를 노예로 써먹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것들 너한테 팔려고 하는데 어때? 생각 있어?”
“저, 정말인가!?”
농부에게는 전혀 쓰임새가 없으나 전투.
특히나 대형 길드처럼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경우에는 전력 증강에 있어서 효과적으로 적용될 일.
길드의 힘이 커지는 것을 싫어할 길드장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판매자가 진우라는 점이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황금 상단의 돈미새인 체르에게 많은 교육을 받은 인재다.
상인이 어디 제값 주고 파는 꼴을 보았는가? 그것도 경매장에 적은 양으로 공급되는 무구들을?
“가격은 이 정도로 생각 중인데. 어때, 불만 없지?”
“……자, 잠깐만. 이, 이거 가격이 다르잖아! 이 정도면 완전히 2배라고!”
“흐음? 당연한 거 아니야? 수요가 있는 물품들인데.”
“이, 이 가격에는 못 사!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매장에서 구하는 게 낫지!”
“흐음? 괜찮을까? 지금 빈손으로 떠나면 네가 무척 슬퍼질 것 같은데.”
“그럼 이것만…….”
“놉, 전부가 아니면 거래가 성립이 안 된다고.”
“빌어먹을! 산다고! 사면 되잖아!”
“고맙습니다, 고객님.”
폰팔이와 용팔이도 울고 갈 법한 강매 실력.
그러나 어쩌겠나?
그것이 그의 운명인 것을.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며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구매할 수밖에.
뭐, 그렇다고 해서 진우가 강매만 강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건 겸사겸사 챙겨 둬.”
“설마 이것도 돈 주고 사야 되는 건가?”
“음, 원래라면 그렇지만 이번에는 특별 서비스로 줄게. 거기에다가 물품 구매를 원한다면 전성그룹 다음으로 우선권도 챙겨 주지. 어쨌든 비즈니스 관계가 된 거니까.”
“……그, 그건 감사하게 받겠다.”
하루에도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농작물들.
적절한 가공 또한 거쳤기에 강화된 성능은 물론이요,
오랜 유통기한을 지닌 덕분에 기나긴 몬스터 사냥에도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다.
어쨌든 뜯어먹을 게 있으려면 혈석 길드는 지금보다 더 부강해져야 되니까.
“그럼 이걸로 볼일은 끝난 건가?”
“응, 일단은 그럴걸?”
이창혁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하긴, 포식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당장 이곳을 벗어날 생각에 그는 곧장 몸을 돌렸다.
허나 그런 창혁의 어깨에 턱 하고 손을 올리는 진우.
“……왜, 왜 그러지? 무슨 볼일이라도 더 있는 건가?”
공포심에 덜덜 떨리는 것도 잠시.
사시나무가 된 창혁을 향해 진우는 활짝 웃어 보였고,
“생각해 보니까 일이 하나 더 남아있더라고. 네 차량 이장님께서 괜찮게 보시던 것 같으니까 두고 가라. 아까 배려해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지 않아?”
“……무, 무슨! 그, 그러면 나, 나는 어떡하라고?”
“걸어가면 되지. 운동도 되고 얼마나 좋아. 안 그래? 쓰읍! 설마 내가 배려해서 판매해 준 물품들이 산더미인데 불만인 건 아니지?”
“낙찰가의 2배에 팔았으면서…….”
“뭐라고?”
“그, 그럼 당연하죠. 가, 감사합니다.”
“그럼! 그게 옳게 된 자세지.”
“하, 하하. 하하하하!”
한순간에 람보르기니의 오너에서 뚜벅이로 전락해 버린 이창혁이었다.
* * *
“이걸로 하나 거슬리는 건 해결인가.”
본래 가만히 두었다면 뱀이 들러붙은 중국과 붙어서 진우에게.
더 나아가서는 한국 전체에 독이 되었을 이창혁의 존재.
그렇게 적밖에 될 수 없는 S등급의 각성자를 아군으로서 받아들일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김장혁의 영향력이 컸다.
“일단은 S등급이니까 말이지.”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S등급이자 대형 길드의 수장이었던 인물답게 김장혁의 힘은 상당히 쓸 만했다.
팜오리들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선선한 바람도 그렇고, 필요할 때는 농사에도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 바퀴에 바람을 실을 수 있는 등 효과가 입증된 바람의 힘.
바람의 진정한 쓰임새는 다름 아닌 꿀벌이었다.
바람 덕에 꿀벌의 날아다니는 속도가 증가함은 물론이요, 꽃가루가 좀 더 멀리까지 날아가게 해 준 덕분에 더욱 먼 곳까지 꽃이 피었다.
다양하게 응용하여 쓸 수 있는 S등급 헌터.
거기에 덧붙여 바람의 정령인 실프와 불의 정령 카사의 시너지도 무시 못 할 정도다.
물론 이창혁은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인 김장혁과는 달리 광전사.
농사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아도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냥으로는 혈석 길드가 제격이니까.”
농사도 사냥도 전부 다재다능한 김장혁이긴 하나 현재 국내에는 범죄자로 알려져 있기에 게이트 활동은 불가능한 상황.
반면 혈석 길드는 이미지만 나락을 갔을 뿐.
아직 멀쩡히 운영 중인 길드.
그것도 중소 길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규모가 큰 대형 길드다.
넉넉한 인원만큼 다량의 몬스터도 사냥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런 부산물들을 많이 얻어 온들 쓸 일 없는 진우에게는 필요 없지만, 이득을 챙기는 대상은 굳이 진우가 아니어도 된다.
“회장님이랑 수아 씨 얼굴이 펼 게 절로 떠오르는걸?”
전성은 큰 공룡 기업인 만큼 몬스터의 부산물을 통한 연구나 제작을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와중에 S등급 헌터 정도 되는 실력자가 고급 부산물을 제공해 준다면?
더군다나 그중에 크고 아름다운 마정석이 포함된다면?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없어서 못 살 정도인 것들이니 받고 나면 당연히 성장에 가속을 붙이게 될 거다.
당장 진우가 보는 이득은 없으나 전성의 힘이 강해지면 진우로서도 나쁠 건 없다.
가뜩이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상태.
여기에 혈석 길드라는 빚까지 얹어 줬으니 언젠가 분명 그에게 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진우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