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정령계
정령.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자연의 힘까지 품고 있는 존재.
거기에 더해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도 한 그들의 힘은 격이 다르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점.
거기에서 오는 변칙적인 공격은 전투에 있어서 사고하는 이가 한 개체 더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화가 가능한 정령들의 세계, 정령계에서는 나름 진우의 얘기가 상당량 퍼진 모양이다.
– 그렇군. 네가 정령계에서 소문난 그 인간이었군.
– 신기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인간을 보게 될 줄이야! 한번 만져 봐도 돼?
“슈리엘! 그게 무슨 망측한!”
– 에이 뭐 어때! 알레시아는 이런 데에서 유독 깐깐하다니까.
“아…… 예. 뭐, 괜찮습니다. 겉모습은 그래도 일단 늑대니까요.”
– 그것 보라고! 갸르릉~ 그럼 실례해 볼까나~
자유분방한 실프와 같은 바람 속성답다고나 할까?
진우를 향해 불어오는 슈리엘의 시원한 산들바람.
단순히 바람의 정령은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부딪친 것이었으나 그것이 예상치 못한 일을 발생하게 만들었을 줄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지모신의 눈살이 찌푸려집니다.]“……응?”
– 히이익! 자, 잘못했습니다!
“대, 대지모신이시여. 부, 부디 자비를!”
정령들과의 계약 건과 마찬가지로 은근히 압박을 넣으시는 여신님.
……이거 흥정의 여신에 이어서 질투의 여신도 추가해야 하는 건가?
어찌 되었든 이대로 뒀다가는 괜히 몸 한 번 스쳤다가 소멸할 위기에 처한 격이니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여신님 저는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는 충실한 선지자니까 진정하시지요.”
[……대지모신이 고개를 끄덕입니다.]‘충실한 선지자’라는 표현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슈리엘을 인자하게 용서해 주는 대지모신.
아니, 애초에 이걸 인자하다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이것으로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정도로 질투심이 심하셨을 줄이야…….’
다른 정령과 아예 계약도 못 하게 막았던 것은 과거 노에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직접 보고 겪는 것은 새삼 다른 법이다.
– 고, 고마워. 넌 정말로 착한 인간이구나!
– 그러니 몸가짐을 조심히 하라고 했거늘. 얌전히 있거라, 슈리엘.
– 실레스틴 님도 만져 보려고 하셨으면서!
– 헛흠흠, 난 되었다. 기껏 상급의 경지에 도달했는데 소멸하고 싶지 않거든.
덧붙여 진우가 얻은 수확에는 대지모신 님의 진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진우의 행동으로 인해서 건지게 된 중급 바람의 정령의 목숨.
어떻게 보면 그저 말 한마디만 했을 뿐이지만, 예로부터 말 한마디에 천냥 빛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 좋아. 너 정도로 괜찮은 인간이라면 괜찮겠지. 혹시 너만 괜찮다면 정령계로 와 보지 않을래?
“인간인데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 흐음. 보통의 인간은 힘들겠지만, 그대 정도로 친화력을 갖춘 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저도 정령계에는 1시간 정도 입장이 가능하니 선지자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돼요.”
“그런가요?”
정령계로의 초대.
알레시아도 입장할 정도라면 4대 속성과 어둠 속성의 정령을 다루는 진우라면 능히 문제없이 입장하고도 남을 터.
게다가 진우에게는 항시 영구적으로 정령과의 친화력을 상승시켜 주는 특성인 ‘대지모신의 축복’이 존재하지 않던가?
무엇보다도 정령계에가면 아직 만나지 못한 속성인 불의 중급과 상급.
그 밖에도 물의 상급 정령도 만나 볼 기회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만나는 것만으로도 업적이 달성되고 신용도가 상승한다.
이 기회를 놓칠 드루이드가 있다면 상인 딱지를 떼야겠지.
“좋아요. 문제없다면 정령계로 들어가도록 할게요.”
– 오오. 잘 선택했구나, 그대여.
블라트 나자르프와의 거래를 위해 러시아로 원정을 떠나기 전.
어째 그보다 먼저 걸음을 옮기게 될 것 같은 정령계.
아, 물론 그 전에…….
“그래서 말인데 정령계에 좀 들렸다 와도 괜찮을까요, 여신님?”
[선지자가 바라는 것이라면.]괜한 후폭풍이 찾아올라.
질투의 여신님의 허락도 확실하게 받고 출발하는 진우였다.
* * *
몇몇 정령사만이 존재를 알고 있는 정령계.
그중에서도 정령계에 입장한 경험이 있는 정령사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곳은 최소 중급 정령과의 계약이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찰나의 시간 동안 입장이 가능한 특수한 공간이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어떻게 보면 게이트와 비슷한 별개의 차원으로 구분되는 정령계의 또 다른 특수성이라 하면, 그곳에서는 육체가 존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 잠시 가사 상태가 되는 건데 두렵지는 않은 것인가?
“정신만 넘어가는 건 나름 익숙하거든요.”
정신만 홀연히 넘어가는 거야 이미 초창기 인내의 숲에서 겪어 본 바.
한 번 해 봤던 일.
두 번 한다고 해서 겁먹을 이유야 있겠는가?
애초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신용도를 얻으러 가는 길일 지언데.
“주인님의 몸은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잘 부탁할게.”
“우끼이. 나도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 준비가 끝나면 바로 들어가도록 하지.
“지금 입장할게요.”
– 좋다, 그대여.
스스스-
지키는 일 하나만큼은 최고로 잘하는 허수진과 은근 츤츤대는 엔코에게 만약을 위한 육체의 안전을 맡긴 것을 끝으로 영혼만 빠져나가는 기이한 감각이 진우의 몸을 덮쳐든다.
경험해 적은 없지만 스카이 다이빙을 하거나 깊은 심해 속에 빠진 듯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신기한 것은 몸도 제대로 움직이고 당연하게도 숨을 쉬는 것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거기에다가 어느 순간부터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밝은 빛의 흐름.
– 갸르릉~ 여기야, 여기!
– 이쪽으로 오면 된다.
그곳으로 고개를 향하자 안내인 역의 슈리엘과 실레스틴이 손을 흔들고 다.
어디 그뿐만인가?
– 뭐 하고 있어? 안 들어가고.
– 그만 얼 타고 빨리 가자고, 어서!
– 시간은 금이잖아? 인간답게 후딱 처리하고 일하러 가야지!
“너희도 같이 가는 거야?”
– 당연하지.
– 계약만 하지 않았을 뿐. 바위는 언제나 너와 함께다.
– 바위처럼 우직하게.
정령계의 초행길.
외롭지 말라는 뜻인지 함께 붙어서 가 주는 4대 속성의 정령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노움들이다.
하긴, 츤츤거리는 걸로는 노움들도 둘째가라면 섭섭하지 암.
[정령계의 부름에 응답하겠습니까? YES / NO]“YES.”
주변에서 든든하게 버텨 주는 정령들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걱정 없이 들어선 정령계.
다른 차원으로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기이한 느낌을 넘어 이질적이기까지 한 기분.
– 저 인간이야?
– 주변에 노움이 엄청나게 많아!
– 노움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더 있는데?
– 대지모신 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
– 제법. 강력한 친화력이로군.
머지않아 눈을 뜬 그 순간.
진우의 눈앞에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정령들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모습과 더불어서 진우가 처음 보는 형태의 녀석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아직 진우가 마주하지 못한 이들일 터다.
실로 당연한 말이겠으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불의 중급 정령을 마주하다’] [신용도가 3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불의 상급 정령을 마주하다’] [신용도가 10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물의 상급 정령을 마주하다’]…….
영혼이라 해도 진우는 진우인 법.
본질 그 자체는 변하지 않기에 업적의 달성과 함께 신용도 세례가 폭탄처럼 쏟아진다.
‘대박!’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입장과 동시에 모두 완료할 줄이야.
너무 간단하게 이루어져서 되려 시시할 지경.
그러나 진우의 시시한 감정은 머지않아 당황스러움으로 바뀌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잠깐만? 저게 왜 여기서 나와?”
– 왜 그래.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정령계의 중심에서 피어난 거대한 크기의 아름드리나무.
노움의 말대로 저것은 진우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 나무다.
“세계수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인간. 당연한 소리를. 세계수가 있기에 정령계가 붕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거잖나.
– 쯧! 이 정도는 상식이라고!
“…….”
드루이드의 숲에도, 정령계에도 존재하고 있는 세계수.
이건 뭐, 식물 버전의 도플갱어도 아니고.
당황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어질 것 같은 진우였다.
* * *
– ……좋은 냄새가 난다.
– 뜨거운 불의 기운이 느껴져.
– 따스한 땅의 촉감이야!
슈퍼 스타.
연예인들의 기분이 이러할까?
– 킁! 킁킁! 계속 맡고 싶어!
– 이리로 와! 나랑 계약하자!
– 한 번만, 한 번만 만져 보자!
“……고생이 많네, 연예인들.”
아아, 이쯤 되니 알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고 친화력이 너무 높아도 문제라는 것을.
보통은 인간에게 그리 관심없는 정령들이지만 지금은 아예 다르다.
연예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볼 사생팬 수준으로 타락을 해 버렸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걱정되지는 않는다.
영혼뿐이라고 해도 당장에 진우 자체의 무력도 강할뿐더러,
– 훠이! 저리 가!
– 너희들은 뭔데! 어차피 자리도 넉넉해 보이는데 우리도 계약해 줄 수 있잖아!
– 우씨! 노움 주제에! 그리고 너희들도 아직 계약 못 했으면서 뭔데 거기서 고개를 치켜드는 건데!
– 이 자식들이! 너희들 목숨 걱정해서 이러는 거거든? 대지모신 님한테 소멸 맛 좀 보고 싶으면 달라붙던가!
– 그, 그건 좀…….
연예인들에게 경호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진우의 곁에서 아예 접근 금지령을 펼치는 노움들.
정말이지 틱틱대는 것만 빼면 집을 건축해 주는 것도 그렇고 누구보다 든든하단 말이지.
– 그대여. 서두르는 게 좋을 것이야. 이대로라면 다시금 몸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야.
“네? 따로 목적이 있었던 걸까요?”
솔직한 말로 이미 목적이라면 달성한 지 오래다.
아직 본 적 없는 등급의 정령들을 마주함으로써 달성된 업적.
앞선 바람의 정령 때도 그렇고 변종 게이트때의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대량으로 상승한 레벨 등.
이미 신용도는 대량으로 확보를 해 둔 상태다.
니드호그도 그렇고 아직 남은 여섯 마리의 뱀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챙겨둬야 할 일.
그렇다면 신들의 상점을 이용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정령계에도 새로운 목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인지 정령계에도 존재하고 있는 세계수도 그렇지만, 그 밖에도 아직 진우가 달성하지 못한 업적.
즉, 만나지 못한 정령의 등급이 아직 이 정령계에는 존재한다.
‘30신용도는 못 참지.’
앞서 어둠의 정령왕인 탈레이만을 마주함으로써 얻게 된 정령왕의 업적 보상, 30신용도.
4대 속성의 정령왕을 전부 만난다고 가정한다면 무려 120신용도다.
단순히 만나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신화 등급 아이템은 무리 없이 장만할 정도의 가치.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정령계에 왔다고 해서 정령왕을 간단히 마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진우가 생각에 빠져 있던 잠시.
– 그거야 태초의 바람께서 있는 곳으로 가야지. 그대가 오는 것을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고 하셨으니까. 아, 혹시 부담되서 그러한가? 그럼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는 게…….
“아뇨, 가야죠. 없는 시간을 쥐어 짜내서라도 가야죠, 암.”
– 그것참 다행이로군.
정령왕.
의외로 만나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