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38
239화 온 세상이 똥이다.
26년의 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맛 쓴맛, 짠맛까지 다 겪어 보면서 어지간한 통증쯤은 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진우다.
하지만 하늘 위의 하늘.
세상은 넓고 그만큼 알게 되는 것도 많아지는 법인 것일까?
“……진짜 독하다 독해.”
몸에 좋은 것이 입에 쓰다고는 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섭취가 끝난 지금도 목에서 느껴지는 시린 느낌.
‘주의’가 적혀 있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지독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도 뭐 나쁘진 않았으니까.”
과정이 어찌 되었든 결과가 좋으면 장땡이라고 했던가?
육체적으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꽤 괜찮은 편이다.
[특성]※ 냉기의 화신 : 부정적인 추위에 면역되며, 얼음으로 이루어진 방어벽이 몸 주변에 생성됩니다. 방어벽은 파괴될 경우 재생성까지 2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우선적으로 무조건 다다익선이라고 볼 수 있는 ‘특성’이 추가되었다는 점.
신용도 상점에도 어쩌다가 한 번씩 나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무조건 챙겨 두는 편이 이득이다.
능력치의 상승 외에 영구적으로 각양각색인 부분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
특히나 부정적인 추위에 대한 면역이라는 이 부분.
다소 애매하기는 해도 달리 말하자면 ‘긍정적’으로 적용이 되는 추위도 존재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볼 만한 게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더군다나 냉기의 화신이 지닌 효과는 부정적인 추위에 면역되는 것 하나만으로 끝이 아니다.
겉으로는 만져지지 않는 데다가 흐릿한 탓에 보이지도 않으나 확실하게 느껴지는 주변에 펼쳐진 얼음의 방어막.
안 그래도 높은 수치의 체력 능력치와 대지의 정령왕, 테라웰의 바위처럼 단단하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진우로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방어력을 갖추게 된 것이나 다름없어진 상태다.
“쩝. 공격적인 부분이 강화되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지.”
[방어도 나쁘지 않다 선지자여. 오래 버텨야 많이 때릴 수 있는 법이니.]“그건 그렇죠.”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한 법.
여신님의 말처럼 방어적인 부분이 올라간만큼 이 부분을 활용하면 좀 더 다양한 전략.
평소라면 시도하기 어려웠을 위험한 전략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게된 셈.
물론 특성이 추가된 것 말고도 설원초의 섭취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설원초의 씨앗(신화)]*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설원초의 씨앗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상당한 냉기와 양분을 필요로하며, 충족되지 않을 경우에는 성장이 멈춥니다.
만년 설원초에 달려있던 열매를 먹고 난 이후 뱉어 낸 씨앗.
당연하게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식생답게 재배하기 위한 방법을 알 턱은 없겠지만 시도해서 나쁠 것은 없다.
“실패가 괜히 성공의 어머니라고 불리겠어?”
설령 실패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발판삼아 다시 수차례 시도해 보면 그만일 뿐.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넓게 펼쳐진 튀르케의 초원 한편의 땅을 능숙한 손길로 파낸 후 설원초의 씨앗을 심고 그 위로 가장 양분이 출중한 편에 속하는 지룡의 분변토를 뿌려 준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냉기가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티끌만 한 정보라고 해도 최대한 활용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법.
곧장 엘라인이 생성한 물과 테라웰의 흙을 뒤섞은 정령왕표 고오급 진흙으로 설원초의 씨앗을 이불 덮어 주듯이 감싸 준다.
여기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진우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특성의 부여까지.
사실상 현재로선 유진이나 팜오리의 도움이나 장소만 제외한다면야 진우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쏟아부은 격.
그렇다 해도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변화를 줘야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실패해도 문제 될 건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다시 설원초의 씨앗을 확보하면 될 일.
물론 누군가는 요툰헤임의 식생을 어떻게 구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웅- 우우웅-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생성할 수 있는 요툰헤임으로 향할 수 있는 문.
설원초의 식생들이 자리한 고향이기도 했으니 사실상 ‘만년’동안 묵힌 것이 아닌 설원초의 씨앗은 물론이요,
완제품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진우는 머지않아 열었던 요툰헤임의 문을 통해 들어가지 않고 닫아 버렸다.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니까.”
거인왕의 죽음으로 빈집이 된 우트가르트 성이다.
진우야 로키가 털었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그걸 모르는 초월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을 터.
그들 중에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또한 굳이 요툰헤임이 아니더라도 진우로서는 정보 수집이 필수로 요구되는 장소가 있었으니,
“그럼 더 파고들어 봐야지.”
그것은 바로 거인들의 침략으로 잠시 동안 미루어 두었던 차원 튀르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아우둠라에게 이미 허락도 받아 두었겠다.
써먹을 수 있는 자원이라면 아낌없이 발굴해 낼 준비를 끝마친 진우다.
* * *
“……이건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
태초의 암소 아우둠라.
그녀가 관리했던 차원답게 튀르케에 존재했던 생명체들은 죄다 젖소들 뿐이다.
넓은 초원.
그리고 그곳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목초지.
따로 관리하는 농부가 없음에도 이러한 목초들이 왕성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복잡한 이유가 따로 없다.
킁킁-
처음 튀르케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워낙 많았던 젖소들의 숫자에 눈치채지 못했던 구수함이 뒤늦게 후각을 자극한다.
[적색 갈기 젖소의 마른 소똥(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작물의 생육. 그중에서도 목초지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촉진시킵니다.
※ 넘치는 미생물 : 일반적인 소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 질 좋은 목초를 섭취하고 소화해 낸 마른 소똥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원을 품고 있으며 땅의 지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 주의! 소똥은 불에 무척 취약합니다.
튀르케 곳곳에 남아 있는 13만 젖소 대군이 남긴 배설의 흔적들.
“여기도 똥, 저기도 똥이잖아?”
인식하기 시작하자 튀르케의 초원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온 세상이 똥이다.
역시 사이즈만 봐도 척하면 척이라고.
팜오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젖소들의 똥은 넘쳐흐를 정도다.
덩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나마 비교 대상이 있다면 지룡 정도랄까?
허나 어디까지나 지룡은 수적인 한계가 있는 반면 젖소는 아우둠라를 포함하여 10만 마리를 거뜬하게 넘는다.
예로부터 숫자 앞에 장사 없는 법.
뭐, 남들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똥은 냄새만 나는 쓰레기이거나 거름 정도로만 쓰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쓰잘데기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전혀 모르는 소리다.
[지룡의 분변토(희귀) 5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팜오리 비료(희귀) 20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지옥표 지룡의 분변토(유니크) 1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농부라고 해서 가장 많이 팔린 물품이 작물이나 약초일 것이라는 생각은 엄청난 선입견이다.
물론 작물 전체라던가 수익만 놓고 본다면야 이쪽이 압도적이겠지만 판매량으로만 놓고 보면 똥이 차지하고 있는 파이도 적지 않다.
당장에 타 차원에서 찾아볼 필요도 없이 지구상의 인류 역사만 봐도 똥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을 정도로 고효율의 자원인 것이 문명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 에너지 생산의 주체이지 않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는 수명과 그에 따라서 증가하는 인구수.
게이트의 몬스터를 잡고 얻는 질 낮은 마정석의 주 사용처가 전기 에너지로 쓰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가타부타 말할 것 없이 똥=돈이라는 기적의 논리.
“흐흐흐, 안 그래도 돈 벌 곳이 넘쳐나는 시장이었는데 말이지.”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입이 늘어나고, 가정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식량을 수확하는 농부인 진우에게 무조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이제는 거기에다가 팜오리 군단과 지룡이 제공해 주는 똥들은 물론이요,
아우둠라와 그 젖소들이 제공해 줄 소똥들까지.
이제는 그저 거름이나 판매의 수준이 아니다.
아예 사업체와 따로 계약해서 판매.
아니, 그럴 필요도 없다.
“나눠 먹기에는 너무 아깝지.”
천연자원의 끝판왕을 발견한 격인데 누구 좋으라고?
든든한 유통을 맡아 줄 전성 그룹과 건설의 드워프, 거기에다가 러시아라는 땅덩어리까지 있겠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직접 만들면 수익을 크게 나눌 필요도 없이 모조리 생산하는 족족 진우의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나?
……물론 그 장대한 계획을 위해서 가장 먼저 갈려 나가는 것은 언제나 우리들의 공밀레, 드워프 되시겠다.
* * *
계획이 완벽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하는 법.
진우에게 있어서 그 첫 단추가 되어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룩 토르산과 그라바크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있었던 만트나 헬헤임에 있던 다른 드워프들과는 달리 미국에서 활동했던 만큼 가장 개방적이라 할 수 있는 드워프와 연금술 쪽으로는 연금 협회 전체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네 번째 뱀.
다만 그룩과 그라바크.
둘의 표정은 똥 씹은 표정 그 자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넌 나에게 똥을 줬어.”
“믿었는데, 믿었는데!”
“하하하, 화 풀어요. 드워프 맥주도 이렇게 종류별로 준비해 왔잖아요? 그리고 넌 연구 실컷 할 수 있게 해 줬는데 뭐가 불만이야? 니드호그한테 듣자 하니 별의별 실험도 다 해 봤다며.”
“엣흠흠! 흥!”
“아무리 그래도 똥 묻은 걸로 실험한 적은 없다고!”
말 그대로 소똥 지옥으로 범벅이 되었던 거인들의 부산물에 이어서 이제는 바로 그 소똥으로 뭘 하겠다는 계획까지 들이밀었다.
아직 손에 배긴 똥 냄새가 다 떨어져 나가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좋을 턱이 있겠는가?
그 좋다는 드워프 맥주를 줘도 풀리지 않는 삐짐.
그러나 그룩이 삐진 가장 큰 이유는 그저 똥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겨우 뼈와 가죽을 분리해서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는데 왜 나만! 왜 나만 따로 부르는 건데!”
“나도 마찬가지야. 부를 거면 차라리 엘프 그것을 데려가면 좀 좋냐고.”
친환경 방사능을 품은 소똥 지옥도 참아내게 만드는 공밀레들의 탐구욕.
사실상 작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작 단계부터 자기들만 못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을 아는 만큼 설득을 하는 방법도 사실 무척 간단하다.
“지금부터 해야 될 일은 무척 중요하고 힘든 작업이거든요. 이런 건 아무래도 가장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한테 맡겨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
“엘프 녀석들이 오래 살아봤자 나의 지식에 비하면 보잘것없긴 하지. 암.”
일차적으로 팔랑귀인 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것과 더불어,
“그리고 제가 준비해 둔 것 중에는 거인의 전리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재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정말인가?”
이차적으로는 뛰어난 재료에 대한 언급까지.
지금까지 진우가 가져온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 가치가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는 않을 터.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지금 장난치는 건 아니겠지?”
“이건 꿈이야. 꿈이어야 해.”
“왜요. 초월 등급인데?”
진우가 보여 준 물품.
그건 분명히 초월 등급이 맞긴 했다.
다만 거기에는 아주 큰 문제점이 따라왔으니,
[아우둠라의 마른 소똥(초월)]※ 넘치는 미생물 : 일반적인 소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지독한 녀석.”
튀르케에서 찾아낸 아우둠라표에 해당하는 초월 등급의 소똥.
예로부터 한 번만 주면 정 없다고.
두 번 퍼 주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