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42
243화 인챈트 촉매제
체르의 황금 상단.
거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체르의 본점이라고 해야 할까?
히히힝-!
푸흐- 푸르르르-
앞서 한차례 겪어 보았지만 몇 번을 봐도 웅장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황금 마차와 그 앞을 이끌고 있는 황홀한 빛을 뽐내는 유니콘과 페가수스.
그리고…….
“포르스바그르?”
– 오랜만에 뵙습니다. 태초의 작물이자 왕이었던 존재시여.
추가로 붙어 있는 수풀 댕댕이, 포르스바그르의 모습.
뭐, 영락없는 강아지 그 자체로서 유니콘이나 페가수스랑 비교하면 신비함이나 고고함이라기보다는 하찮은 귀여움이 가히 압도적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명색이 작물의 ‘상급 정령’.
정령들과 비교하면 산과 맞먹는 크기를 지닌 노아단이나 불의 거인인 이프리트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강함을 지닌 것은 변치 않다.
아니, 오히려 단순히 힘만 따지고 보면 상급 정령들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우가 작물의 정령왕을 이어받는 것을 포기했기에 현재는 공석이 되어 버린 자리.
그 탓에 늘어나는 작물의 정령들의 숫자는 한정적이고 그들 하나하나가 타고난 엘리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르의 황금 마차를 몰고 있는 저 포르스바그르는 진우가 최초로 소환했던 녀석.
덕분에 강함 만큼은 상급과 정령왕의 중간 격에 위치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소멸되는 게 아닌 한, 영생에 가까운 삶을 지닌 정신체인 정령에게 있어서 탄생이 빠르면 빠를수록 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었으니 말이다.
“체르 님은 안에 계시는 거지?”
– 그렇습니다. 배웅해 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 배려에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눈칫밥이 몇 단인데.
마차 모느라고 힘들 게 일했을 텐데 추가 노동까지 시킬까.
또한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굳이 포르스바그르가 아니더라도 안내인이 금세 다가온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와 주시겠습니까?”
일전에 매드 핀에서 마주했던 거대한 체구의 천부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키의 황금 고블린.
그러나 겉모습만으로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치기 딱 좋다.
[황금 고블린 만부장 체아르]‘……어째 황금 고블린은 작을수록 강해지는 건가?’
체르도 그렇고.
눈앞의 안내를 맡은 체아르도 그렇고 겉모습만 보면 어린아이 수준의 체구에 불과한 황금 고블린.
허나 이러한 이가 그때의 천부장보다 척 보기에도 높은 만부장의 직을 맡고 있다.
예로부터 지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체르의 강함은 지구에서 몇 번 치렀던 교전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만큼, 체아르 또한 만만치 않은 실력자일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황금 상단이 체르 님 혼자서 운영되고 있는 구조는 아닐 테니까.’
상인 연합.
그곳의 방랑 상인들 중에서도 체르의 황금 상단은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리고 흔히 상인이라고 하면 전투에 취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 마련이겠지만 그건 아주 큰 착각이다.
직업 사정상 값진 것들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다 보니 무력도 필수 불가결로 따라오는 것이 바로 상인이라는 직업이다.
당장에 진우만 하더라도 농부라는 직업으로 숱하게 얕보이지 않았던가?
물론 그런 선입견을 가지게 만드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실제로 몇몇 방랑 상인들.
아니,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인 무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가 비싼 값의 돈을 지불하면서 용병을 고용하는 이들이 주류였으니까.
허나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오오! 진우야, 이쪽이다, 이쪽!”
“잘 지내셨습니까?”
“킬킬킬, 보면 모르겠냐? 너 덕분에 또 대박이 났잖냐. 내 평생 똥으로 이 정도로 대박이 터지는 건 난생처음일 거다.”
“하하.”
“그 전에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소개도 해 줘야겠지. 널 부른 이유이기도 한 란둠 피시스트라는 녀석이다. 종족은 척 보면 알다시피 너한테도 제법 익숙할 거야?”
우락부락한 근육과 짜리몽땅이 합쳐진 언밸런스하면서도 기묘하게 그게 또 어울리는 종족인 드워프.
천성적으로 대부분이 대장장이 일에만 몰두하는 드워프가 방랑 상인.
그것도 상인 연합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지니고 있는 무력도 결코 약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무엇보다도,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이를 마주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데미 갓 조우’] [신용도가 20 상승합니다.] [칭호-데미 갓(초월)의 효과가 강화됩니다.]평범한 상인과는 지극히 거리가 멀어 보이는 데미 갓의 칭호를 지닌 드워프.
그저 만남으로 충족되는 업적인 만큼 신용도의 상승량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칭호의 효과가 강화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데미 갓(초월)]※ 반신의 힘 : 초월자를 상대로 할 때 모든 능력치가 1,010%만큼 상승합니다. 단, 초월자가 될 경우 반신의 힘, ‘데미 갓’ 칭호는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쩝. 고작 10%인 게 흠이긴 하지만.’
신용도를 적게 준 만큼 강화된 양도 턱없이 적은 수치.
물론 그렇다고 해도 10%의 차이도 결코 적지는 않을 터.
진우와 마찬가지로 란둠 또한 알림음이 떠오르기라도 한 것일까?
그의 시선과 표정이 한층 오묘해지더니 이내 덥수룩한 수염 아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거인왕을 쓰러트렸다는 것이 확실히 거짓말은 아니겠어. 소문이 허풍만은 아닌 모양이야.”
“쓰읍! 거 이 친구.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나! 하여튼 드워프들은 이래서 문제야.”
“고블린들만 하겠나?”
“드워프는 제법 익숙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서로 똥까지 주고받는 사이인데 익숙하다 뿐일까.
아니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일방적으로 건네준다는 표현이 좀 더 알맞으려나?
“호오. 이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그나저나 나 말고도 드워프를 만난 적이 있다고? 어머니의 숲을 자주 왕래했을 테니 잿빛 나무숲의 일족인가, 아니면 뾰족 바위?”
“잿빛 숲 드워프는 1명과 인연이 있고, 대부분은 천둥산의 일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처, 천둥산! 잿빛 숲이야 명성이 자자하다지만 천둥산은 참으로 그리운 이름이로군. 헌데 몰락한 탓에 인원이 얼마 없을 텐데?”
“과거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태입니다. 그룩 토르산 님도 계시고, 그루트 토르산 님도 있으시니까요.”
“세, 세상에 그루트 토르산이라니. 정녕 그분께서 살아 계신다고? 드워프의 수명은 한참 넘었을 것을!”
“다 사정이 있었죠.”
대체적으로 수명이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긴 편에 속하는 드워프의 특징 중 하나인 적은 숫자의 인구.
그 영향 덕분인지 드워프를 안다는 말에 단숨에 관심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허락도 받지 않고 이용하는 셈이지만 인맥 좋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써먹을 수 있다면 최대한으로 써먹어 주는 것이 응당 도리에 맞을 터.
“저거 저거, 또 안 좋은 버릇 도졌네. 취조라도 하나? 용건만 말하라고, 용건만!”
“끄응. 천둥산의 드워프들에게 받은 게 있어서 그렇지. 그리고 그루트 님이라면 드워프 계에서도 전설 중의 하나라고. 로열 엘프 정도는 되야 비빌 수 있을 정도의 영웅이 부활하셨다는데 어찌 안 궁금하겠나?”
“쯧쯧.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잖나.”
“하하, 괜찮습니다. 그루트나 그룩 님의 친우분이시라면 언제 한번 만남을 주선해 드리죠.”
“오오오! 정말인가? 고맙네, 고마워!”
그리고 덕분에 확실하게 낚아 올린 것에 성공한 란둠.
앞으로 있을지 모를 초월자들과의 전투에 있어서 데미 갓 칭호를 지닌 드워프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야 전투는 물론이요, 상인이라고는 해도 진우의 눈은 못 속인다고.
란둠 또한 대장장이로서 그룩과 비교해서 좋으면 좋았지, 결코 꿀리지 않는다.
‘나중에 먹으려고 꿍쳐 두었던 드워프 맥주가 도움이 되겠는걸?’
언제나 부족한 것이 바로 공밀레인 법.
갈려 나가는 이들의 합류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 * *
종족을 불문하고 첫인상이 가져다주는 +@의 혜택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그것이 장점 쪽으로만 가득하면 더욱더 중요해질 터.
특히 그중에서도 그루트 토르산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기 그지없다.
“그루트 토르산 님과 피트리안 님과의 혈전은 지금으로서도 전설로 회자될 정도로 굉장하셨다니까.”
“와아, 그루트 님께서 그 정도라고요?”
“그럼. 피트리안 님은 지금 로열 엘프의 경지에 이르셨으니 그루트 토르산께서도 사고만 없었더라면 능히 드워프 킹이 되시고도 남았을걸?”
어느새 목적이 그루트 토르산과의 팬미팅으로 변질되어 버린 내용.
그런 영웅에게 똥 묻은 부산물을 제작 부탁한 부분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거다.
본래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진술하지 않는 것이 기본인 법.
하지만 제아무리 점수를 따는 것이라고 해도 시간을 과하게 쓰는 것은 썩 좋지 않은 투자다.
돈이 되었든, 신용도가 되었든 간에 우선은 란둠이 자신을 찾은 목적을 알아 두는 것이 순서에 맞을 터.
“아주 스토커가 따로 없구만. 연합 쪽에 붙어먹을 때부터 알아봤다만 이러려고 나한테 소개를 주선해 달라고 한 거냐? 아주 진우 농작물 다 썩어 문드러지게 하려고 작정을 했구만, 작정했어.”
“……그, 그럴 리가 있겠나. 크흠. 이거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 미안하네.”
“시간도 없는데 내가 요약해서 설명해 줄까?”
“아닐세. 우리 일족과 관련된 일이니 자세한 부분은 내가 간략하게 말하게 해 주게.”
“뭐, 좋을 대로.”
그중에서도 다행인 것은 눈치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믿음직스러운 황금 고블린의 지원 사격이 있다는 거다.
찡긋 윙크를 보내오는 체르 덕분에 급속도로 진행된 이야기.
그 내용물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간단했다.
워낙에 드워프 맥주를 좋아하는 습성으로 인해 삼시 세끼를 술로 때우는 것이 드워프라는 종족이다.
어느 정도냐면 안전한 공급망의 확보를 위해서 방랑 상인 중에서도 요직에 앉을 정도의 집착.
그런 와중에 꾸준히 질 좋은 드워프 맥주를 공급해 주던 체르가 소똥 에너지라는 것을 선보였다.
그저 사용하는 것만으로 일족의 용광로가 지닌 성능을 몇 배로 끌어올리는 기적의 힘.
넘치는 힘까지 선사해 주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당연하게도 고정적인 구매를 약속받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씀.
물론 그런 이유뿐이라면야 체르와의 인맥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되기야 하겠지만…….
“이 치사한 놈. 그동안 내가 구매해 준 드워프 맥주가 얼만데. 우리 일족이 낸 것만으로도 황금 상단의 지부 몇 개는 세웠을 것을 에너지를 그만큼만 팔아?”
“허어, 이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나도 적은 물량 쪼개고 쪼개서 최대한으로 공급해 준건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섭섭하다고?”
“내가 체르 널 모르겠냐. 어떻게든 더 뜯어내려고 하는걸?”
“……흠흠.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거짓말은 아니야. 진짜 재고가 하나도 안 남았다고. 지금도 구매 요청서 온 것만 한가득이야.”
워낙에 좋은 성능으로 인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안정적인 양을 보급받고자 하는 마음.
그 부분은 하나의 집단이 된 농장을 이끄는 진우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뭐, 대부분은 자급자족하는 입장이라 모를 수도 있으려나?
여하튼 전성 그룹과 체르.
두 곳으로 나눠서 공급했다고는 해도 아우둠라와 다른 젖소들의 소똥으로 생산해 낸 에너지의 양은 적지 않을뿐더러 체르 쪽에 더 많은 양을 지원해 주었다.
지구 전체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크기의 차원이 한두 개가 아니니 당연한 결정.
그런데도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완판되었다.
타고난 안목의 체르 성격상 싸게 팔았을 리도 만무한 일.
족히 며칠 동안은 전기 걱정할 필요 없는 양을 구매했을 텐데도 부족해서 더 구매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사실상 결론은 하나뿐이다.
“전기 공급하는 것 말고도 다른 부분으로 쓰는 겁니까?”
“그럼. 용광로를 돌리는 에너지 말고도 완성된 무구에 인챈트를 부여해 주는 촉매제로서의 효과도 발군인걸.”
“인챈트 부여하는 촉매제로 쓰신다고요?”
“응? 알고 있던 거 아니었나?”
“아, 그럼요. 당연하죠.”
[선지자도 모르는 게 있었군.]원래부터 쓰이고 있는 마정석의 대용품.
그리고 그걸 넘어선 효율.
과학 문명으로는 여타의 차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지구라고는 하지만, 그렇기에 볼 수 없었던 영역.
예컨대, 소똥 에너지의 사용 방식에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전기로 쓰이나 그 자체만으로도 인챈트 부여의 촉매로 활용 가능할 정도의 순수함.
그야말로 똥이 지니고 있는 기적적인 힘에는 한계가 없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