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158)
158 음유시인은 노래한다
이런 반응도 오랜만이구나.
요즘에는 공작가에만 있어서 이렇게 놀라는 사람이 드물었다.
간혹 내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뜨는 자는 있어도 대부분 거리가 멀다.
사무관이나 집사들이 알아서 그런 사람을 내 근처에서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뒤집고 기절은….”
이건 또 처음 보는 패턴이다.
좀 심하지 않을까.
야만인 아저씨 상처받는다.
나는 작게 한숨 쉬었다.
쓰러진 소녀한테는 미안하지만 일으켜 주지는 않는다.
이 세계에서는 열다섯 살이면 성인 취급이기 때문에, 이 아이가 어려 보여도 유부녀일 수 있다.
이 나라에서 혼인은 보통 열여덟 살 이상에서 이뤄지지만, 평민의 경우에는 그것보다 빠른 경우도 많다.
아이로 보인다고 해서 아이 취급했다가는 엄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응, 그렇지, 잘못하면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았는데 진짜 엄한 오해를 받을지 모른다.
단지 본 것만으로 눈 뒤집은 채 기절하는 거야.
그 모습에 내가 더 놀랐는데, 혹시라도 일으켜 주려다 깨어나면, 우와, 거기에 잘못해서 잡아먹으려 했다는 식인종 오해라도 받는다고 생각하면, 우와 우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
이 아이 생명에 위험은 없으니 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게 좋겠다.
군자는 오이밭에서 신발 끈 묶지 않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5미터 정도는 뚝 떨어져 쪼그려 앉았다.
모습이 한심하지만 이대로 이 소녀를 버리고 가는 일도 할 수 없다.
이곳이 얕은 숲이라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도 위험한 동물이 나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
적어도 정신 차릴 때까지는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뭐, 그전에 타티아나가 오겠지.’
내가 너무 빨리 뛰어서 뒤처지기는 했지만 그녀도 근처에 있다.
내가 뛴 방향은 일직선이었으니 금방 도착할 거다.
“….”
왠지 숨바꼭질 같아 조금 두근두근했다.
꼭 해변에서 나 잡아 봐라 하는 커플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사냥감이든 인간이든 내가 쫓는 경우는 있어도 누가 찾아준 경험은 없었구나.
이번이 처음이다.
아, 물론 어머니가 숲에서 길 잃은 나를 찾을 때는 뺴고다.
응, 어머니는 경우의 수에 넣으면 안 되지.
연애 없이 그대로 결혼에 돌입한 우리에게는 압도적으로 달콤한 허니 기간이 모자란다.
앞으로는 그쪽 방면으로 조금 힘을 쓰자.
결혼 후 연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
두근두근하면서 나무에 커다란 몸을 숨기듯 쪼그려 앉아있는데, 허둥지둥 나뭇가지 밟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타티아나가 멧돼지 마수 사체를 발견한 모양이다.
당황한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어… 라파 씨! 어디 있어요?”
마수는 죽어 있는데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모양이다.
아까 집어던지면서 목을 부러뜨렸기 때문에 멧돼지 마수는 즉사했다.
“라파 씨? 라파 씨?”
너무 오래 숨어 있으면 타티아나가 걱정한다.
나는 타티아나가 근처까지 오자 나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후후, 깜짝 놀라겠지.
나무에서 막 튀어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뒤쪽, 정확하게 말하면 아까 소녀가 기절한 쪽에서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망쳐! 도망쳐요오오!”
까, 깜짝이야.
조그마한 여자애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목청이 크다.
진짜 깜짝 놀랐네.
심장이 벌컥벌컥 뛰었다.
소녀의 비명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아마 반의반의반의반 박자 정도 늦은 정도로, 이번에는 타티아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끄아아아아!”
“….”
타티아나, 너의 비명은 좀 이상하다.
타티아나는 날 보고 놀라는 게 아니라 소녀 쪽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여자 둘이 숲에서 마주 보며 비명 지르는 모습은 왠지 묘했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다행히 두 사람의 비명은 굵고 짧게 끝났다.
다만 소녀는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좀처럼 믿어주지 않았다, 라고 할까.
아무래도 내가 괴물이 아닌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인간이라고 말해줘도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았다.
타티아나가 달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숲의 괴물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나쁜 짓을 하면 숲속의 괴물이 잡아먹으러 온다던가, 헬가가 쫓아온다든가, 헬가가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와작와작 씹어 먹는다든가.
“….”
아이 겁줄 때 하는 말에 왜 어머니가 끼어 있는데. 그것도 왠지 메인 포지션으로.
아무튼 이 소녀는 나를 보자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은 모양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적어도 아프지 않게 죽고 싶다는 자기보호본능 때문에 기절했던 것 같다.
깨어나서 도망치라고 외친 건 타티아나가 정령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레고르가 말했구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외부와 교류 없는 외진 마을일수록 정령 신앙이 뿌리 깊다고 한다.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타티아나가 이리저리 시선을 방황하며 뺨을 긁었다.
정령인가 싶어 반짝거리는 소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부끄러웠던 것 같다.
내 부인이어서가 아니라 솔직한 말로 정말 예쁘기는 하지.
미모로는 이 세계 최강인 아버지에게도 밀리지 않을 거다.
매료가 막혀 있는데도 이 정도니 그 능력이 풀리면 정말 경국의 미녀가 될 거야.
“….”
공왕은 제대로 잘 있나 모르겠다.
정신 똑바로 잘 차리고 있는 건지.
간신히 울음과 딸꾹질을 멈추고 자기 집으로 안내하는 소녀 뒤를 따라가는데, 머리 위에서 불사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피이이이이… 피이이이이….
이 숲에 도착하자마자 안쪽으로 날아가 버리더니, 이제는 슬슬 마수 사냥도 질린 모양이다.
나를 발견했는지 렐라가 허공에서 삐빗 삐빗 울기 시작했다.
아직도 날지 못해 어미 발에 매달려 있으면서 시끄럽고 요란하다.
“… 불사조다….”
이런 외진 곳에서도 불사조가 어떤 모습인지는 아는지, 소녀가 중얼거렸다.
문득 소녀의 시선이 타티아나를 향했다.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타티아나와 불사조를 번갈아 본다.
역시 정령이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저 새는 내가 아니라.”
타티아나가 설명하려는데, 불사조가 나무 사이로 내려오며 내 위로 렐라를 떨어뜨렸다.
렐라가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는 동안 불사조는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렐라가 날개를 퍼덕이며 내 머리 위로 떨어지자, 소녀의 눈동자가 등잔만 하게 커졌다.
커다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보고 불사조를 올려다보고 다시 타티아나를 본다.
너의 상상대로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소녀의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타티아나가 웃자, 거기에 이끌린 것처럼 소녀도 웃기 시작했다.
겨우 의심과 공포가 가신 모양이다.
물론 내가 괴물이라는 의심이다.
“삐빗?”
사람들이 웃으니 이상했던 갓 깉다.
렐라가 머리 위에서 삐비빗거리면서 발톱으로 머리카락을 꽉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밑으로 쭉 내린다.
재주도 좋지.
머리가 거의 360도 꺾이는 것 같다.
90도가 아니라 360도다.
거의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 이마에 단단한 부리가 살짝 닿았다, 그 뒤에는 부드러운 깃털이 몽글몽글 피부에 부딪혔다.
부비적 부비적 몸이 유연하다 못해 슬라임 같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타티아나와 소녀가 밝게 웃었다.
하지만 당하는 나는 아프다.
아파, 이놈아. 머리털 다 뽑혀서 대머리 되겠다.
렐라를 잡아 내리려 하자 뭐가 불만인지 렐라가 삐빗거리며 요란하게 울어젖혔다.
아무래도 렐라한테 미운 일곱 살 첫 번째 반항기가 온 모양이다.
“….”
새도 반항기 생기나.
사춘기가 와?
뭔가 이상하네.
내 손에 잡힌 렐라는 잠시 동안은 뭔가 화내며 삐삐거렸지만 이내 기분 좋은 듯 손바닥에 머리를 부비적거리며 삐삐 노래하다 생각난 듯 화내다, 굉장히 바쁘게 왔다갔다했다.
정서가 불안한가.
아무래도 진짜 사춘기가 맞는 것 같다.
짐승은 사춘기를 넘으면 곧바로 성숙기가 되는 것 같던데 조만간 짝을 찾아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왠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딸 가진 아빠 마음이 이런 거려냐.
“….”
그런데 이 녀석, 수컷이야 암컷이야?
아직도 모르겠다.
며칠 동안 이 근처의 마수를 사냥하면서, 그 소녀가 우리 공작령으로 시집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는 신전이나 길드 같은 곳에서 혼인을 증명받지만 이런 마을에서는 촌장이 그런 역할을 한다.
따로 서류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니고 마을 외부로 나갈 때나 먼 곳으로 이동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 마을 출신이라는 게 적힌 증명서에 마을 직인을 찍어준다.
그게 신분증명서를 대신하는 거다.
하지만 촌장에게 축복을 내릴만한 능력은 없다.
이런 외진 곳에서는 그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마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정령의 축복 같은 건 평생 구경도 못 한 사람이 태반이었다.
도시와 달리 정령의 축복 같은 건 아무리 원해도 받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자 타티아나가 마을 사람들에게 정령의 축복을 주고 싶어 했다.
“부인께서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을지 묻자, 그레고르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허락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마녀라는 게 들통나는 게 아닐까 했는데 문제없는 모양이다.
정령의 축복은 마녀의 특기 중 하나지만, 마법사 중에서도 드물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타티아나가 원하고 다른 문제가 없다면 나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결국 원하는 사람한테는 정령의 축복을 해주기로 했다.
당연하게 남녀노소 기혼 미혼을 막론하고 마을 사람 모두가 축복받고 싶어 했다.
마수 사냥이 끝나는 날, 타티아나는 아직 혼인하려면 조금 멀었지만 곧 시집오는 소녀까지 불러들여 정령의 축복을 시작했다.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타티아나가 축복의 말을 외우자, 주변 공기가 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감각이 정령에게는 매우 기분 좋은 것인지, 아니면 축복의 말을 외울 때마다 주변 정령이 끌려오는지, 세 번째로 축복을 내릴 무렵부터 갑옷기사 안에 잠들어 있던 정령나비가 슬금슬금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거리며 날아와 사람들 주변을 맴돈다.
“오… 오오… 정령이다… 정령님이시다….”
몇 명씩 겹쳐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정령나비 상당수가 나한테 몰려 있는 걸 보고 마을 사람들의 눈이 등잔만 해진 건 조금 웃겼다.
그 가운데에서 딱 한 명, 나를 보고 기절했던 소녀만이 에헴 하는 표정으로 그럴 줄 알았다고 코를 벌렁거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처음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약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가 떠날 때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따뜻하게 배웅했다.
나 혼자만 왔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정령나비가 내 몸에 깃드는 걸 보았더라도 아마.
내 얼굴의 흉악함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해진 건 모두 타티아나 덕이다.
그렇게 말하자 타티아나가 매우 부끄러워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뻔뻔스러운 인상이었는데 그녀는 점점 더 소녀 같아진다.
아내가 너무 귀여워서 코피가 날 것 같아.
결혼해서 좋았다.
‘진짜 좋았어.’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이다.
기회가 있을 때 잽싸게 잡아서 정말 다행이다.
‘어머니 닮은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유전자, 굿 잡!
*
“오… 그게 진짭니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것뿐이었다.
정령님이 나비가 되어 나타난다던가, 야만인을 환상의 나비가 맴돌며 명령을 듣는다니.
거기에 불사조와 발 없는 말을 탄 갑옷 기사?
이 사람들이 단체로 미친 게 아닐까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프로다.
그런 티는 내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며 머릿속에서 구도를 잡고 대강 스케치해서 내밀자, 몇 명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사람 말만 듣고 어찌 이렇게 비슷하게 그립니까?”
“진짜 보고 그린 것 같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한 명이 껄껄 웃었다.
“그런데 이것보다 백 배는 예뻐요. 우리 도련님은 그림보다 천 배 정도는 더 무섭게 생겼고.”
“그건 그렇지.”
“나는 보자마자 오줌이 흘렀어.”
“난 기절할 뻔한 걸 억지로 참은 거야.”
사람들의 반응에 다시 그림을 조금 수정한다.
목탄으로 얼굴 윤곽과 표정을 조금 만지자 사람들이 다시 환호성을 올렸다.
“그거야, 그거.”
“진짜 똑같네.”
후후후.
도시에 가십거리를 파는 화가 겸 정보상으로 활동한 지 십오 년.
원래 화가였지만 빛을 보지 못해 부업으로 하던 일이 지금은 완전히 직업으로 변했다.
그림까지 실물과 비슷하게 그려서 판매하는 정보상은 그 혼자뿐이라, 수입이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에 가깝다.
화가로 계속 살았다면 굶어 죽었을 인생이 방향을 약간 튼 것으로 대박이다.
이번에는 아는 정보상을 통해 공작가 야만인과 부인의 모습을 주문받았다.
스케치만 여러 장 정확하게, 빠른 시일 내로 그려오면 상당한 돈을 준다고 한다.
이미 착수금까지 받았다.
‘이 마을에서 떠난 지 얼마 안 된다고 하니 따라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
이 일이 좋은 게, 한 번 대상을 목격해 그림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면 여기저기 팔 데가 많다.
이번에 그림을 주문한 측에서는 정보를 선점하겠다던가 발설 금지, 혹은 일정 기간 판매 금지 같은 조항도 달지 않았다.
얼마든지 동시에 정보를 팔아도 된다는 뜻이다.
‘흐흐흐.’
수중에 돈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쨍강쨍강 울리는 것 같다.
심지어 이번 공작가 야만인은 헬가의 자식이다.
그림을 판매하면 사겠다는 사람은 수도 없을 것이다.
벌써 수많은 이야기가 정보상을 통해 도시로 팔려 가 떠돌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헬가의 열풍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뭐, 당연하지.
클라우스와 헬가가 거시기한 증거이니, 사람들의 호기심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여길 가도 저길 가도 헬가의 아들에 대한 정보를 내놓으라고 난리다.
‘좋아, 서둘러 그들을 따라잡아야지. 이번 일만 잘되면 은퇴하는 거야.’
이번에 크게 한 몫 땡겨 마누라와 함께 작은 여관을 하기로 했다.
이미 인수할 가게도 정해졌다.
나이 들어 여관을 그만두려는 사람한테 계약금까지 넘긴 상태다.
잔금만 치르면 여관은 그와 아내의 것이 된다.
‘하지만 참 이상도 하지.’
그림을 주문한 자는 야만인과 그 부인의 얼굴이라고 말했지만, 잘 들어보면 목적은 부인의 모습인 것 같다.
표 안 나게 말하기는 했어도, 두 사람 중에서 특히 부인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화제의 중심은 헬가의 아들일 것이다.
한데 어째서 부인의 얼굴에 집착하는 걸까.
‘뭐,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화가는 싱글싱글 웃으며 종이와 목탄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와 함께 다니며 이야깃거리를 수집해 그걸 노래로 만드는 음유시인은 이미 착상이 떠오른 모양이다.
정보료 대신 삼아 악기를 튕기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 아름다운 여신의 손가락에 환상의 나비가 흐르네. 정령의 축복이 햇빛에 쏟아진다. 외로운 숲속의 야만인은 거룩하게 빛나 정령으로 가득해지니 차가운 심장에 사랑이 솟아 넘치도다….”
정보료를 요구하는 마을도 있지만, 오락거리가 없는 외진 곳에서는 노래와 그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경우가 많다.
음유시인과 함께 다니는 이유다.
마을 사람들은 음유시인의 노래를 들으며, 몇몇은 자기들 도련님의 가사로는 이게 더 좋다고 충고도 하면서 잠시 흥겨워했다.
의외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야만인과 부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도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화가는 다시 마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