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Barbarian Warrior RAW novel - Chapter (64)
064 아버지의 개인집사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렐라였다.
생김새로 보면 의외지만, 이 녀석은 상당히 호전적이다.
구토를 누르기 위해 내가 몸을 숙이자, 파닥파닥 날개를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거야.
어미가 있으니 이제 슬슬 나는 걸 배우려나.
이두견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그래봤자 여전히 내 그림자 밑에서 밑으로 움직일 뿐이지만 녀석으로서는 최대 속도일 거다.
구역질을 참으며 주위를 확인하니 머리 둘 달린 개는 모두 여섯 마리였다.
몸은 여섯인데 머리가 열두 개다 보니 실제보다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우습지.
내가 살던 집 근처에는 머리 셋 달린 놈들이 살고 있었다.
개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놈들은 무리를 짓고, 숲에 있는 삼두견은 이두견보다 두 배 이상 덩치가 크다.
어머니 때문에 일정 범위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어릴 적 내가 안전거리 밖으로 나가면 곧잘 날 추적해 덤비곤 했다.
약간의 상처는 입었지만 항상 내가 이겼다.
그놈들조차 이기지 못하면 집을 벗어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놈들하고 지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놈들을 비교하면, 셰퍼드와 복실 강아지.
껌이다.
지금 내가 멀미를 하고 있지 않다면.
하아, 죽겠네.
그래도 많이 토한 덕분인지 아까보다는 훨씬 낫다.
시선 끝으로, 렐라가 겨우 내 그림자를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물의 숨결!”
잔뜩 긴장한 타티아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물방울이 이두견을 향해 날아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가오던 이두견의 머리 한쪽을 물공이 덮는다.
이두견의 머리 한 개가 어항 씌운 것처럼 물에 갇혔다.
물벽을 통해, 고통스러워 컥컥거리는 얼굴이 보였지만, 놈의 발걸음이나 몸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머리 하나를 고통스럽게 흔들면서 그대로 달려온다.
“왼쪽 놈 머리를 노려. 그게 몸의 주인이다.”
마의숲에 있는 삼두견은 가운데 머리가 몸의 주인이었다.
양옆 다른 머리가 죽어도 가운데 머리만 살아있다면 몸은 움직인다.
이두견은 처음 봤지만 저것도 같을 것이다.
오른쪽을 찔렀는데 반응 없다면 왼쪽이 진짜겠지.
조금 진정된 몸을 일으키면서 말하자, 이두견의 오른쪽 머리를 덮고 있던 물공이 뱀처럼 길게 늘어나 왼쪽으로 넘어갔다.
숨이 막힌 이두견이 발을 멈춘다.
“좋았어! 나한테 맡기세요!”
타티아나의 목소리와 함께 새로 생긴 물방울이 다른 놈을 향해 날았다.
일부러인지 목소리는 밝았지만 알 수 있을 만큼 떨리고 있다.
사방에서 이두견이 머리를 흔들며 달려오니, 뭐, 당연한가.
스스로 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물을 움직이는 것보다 어려운 모양이다.
한 번에 여러 개의 물공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 번에 한 마리.
그것이 그녀의 최대일 것이다.
당연히 겁먹는다.
마차 안에서는 자칭 이복형제가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마부한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부는 마차를 등지고 선 채 이두견이 닥쳐오는 걸 노려보고 있다.
마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칼도 덩달아 허공에서 흔들렸다.
저러다 아무래도 이두견이 아니라 자기 발등을 찌를 것 같아 걱정되었다.
나는 상체를 쭉 일으켰다.
“이제 편해졌어. 나머지는 내가 맡을게.”
아직 속은 안 좋지만 움직일 만은 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도끼를 집어, 가까이 다가온 이두견의 머리 사이를 찍는다.
켕, 소리를 내며 이두견이 고꾸라졌다.
그대로 발을 굴러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자 속이 조금 뒤집어졌다.
꿀꺽 침을 넘겨 요동치는 목구멍을 누른 뒤, 마부의 얼굴을 막 물어뜯으려는 놈의 목을 자른다.
“히, 히이이….”
코가 반쯤 이두견 입속으로 들어갔던 마부가 흐느적거리며 몸에서 힘을 뺐다.
칼이 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재빨리 발로 차자, 뒤늦게 자기가 스스로를 찌를 뻔한 사실을 알고 마부가 주저앉았다.
눈이 마주치자 입만 벌렸다 닫았다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 사이 타티아나도 한 마리의 머리에 물공을 씌우고 있었다.
아직 서 있지만 금세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남은 건 두 마리.
한 놈을 주먹으로 박살 내며 시선을 돌리자, 마지막 놈은 렐라가 맡고 있었다.
“….”
그렇게 말하면 되려나.
저놈은 렐라한테 이끌려 인간한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작은 새를 먼저 먹으려고 싸우는지 두 개의 머리가 서로를 물어뜯거나 견제하고 있어 렐라는 마음껏 놈들의 발을 쪼았다.
바보인가, 저 이두견은.
머리가 두 개나 있는데 뭐야, 저건.
잠시 기가 막혀 웃었지만,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먹힌다.
먹혀도 뜨거워져 다시 뱉어지지만, 어짜다 한 번은 운이 나쁠 수도 있다.
위험한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낫겠지.
훌쩍 달려가 놈의 목을 베려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 그늘이 생겼다.
피이이이.
곧이어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커다란 갈색 새가 꽂히는 것처럼 내려왔다.
털 색깔을 숨긴 불사조다.
불사조는 지면에 가까워지자 날개를 퍼덕이며 발을 내밀었다.
그대로 이두견의 등을 움켜쥔다.
머리 둘 달린 개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잡은 채, 불사조는 이두견의 오른쪽 머리를 부리로 찔렀다.
깨앵, 이두견이 비명처럼 울부짖는다.
다시 한번 불사조가 부리로 쪼자 오른쪽 머리는 금세 축 늘어졌다.
아마 정확하게 요점을 찔렀을 것이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급소를 노리면 두 번 찌를 필요도 없었을 텐데 왜.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렐라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눈에서 빔이 난다는 건 아마 이럴 때 쓰는 말일 거다.
렐라가 눈을 반짝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새끼한테 보여주려고 한 걸까.
처음과 같은 장소를 노리면 안 된다고.
불사조가 이번에는 이두견의 왼쪽 머리로 부리를 돌렸다.
콕, 콕, 양쪽 눈을 쪼아 터뜨린다.
붉은 피가 쏟아지면서 깽깽 불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사조의 발에 힘이 가해진 것 같다.
등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더니 이두견의 몸이 무너졌다.
“괴… 굉장한 힘이네요.”
어느새 타티아나가 곁으로 와 중얼거렸다.
“사부님한테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힘이 센 줄은 몰랐어요.”
“나도 몰랐어.”
렐라의 부리가 단단한 이유가 있었구나.
묘한 감탄을 하며 지켜보자, 불사조가 이두견 위에 올라탄 채 피이, 작게 울었다.
그게 신호인 것처럼 렐라가 이두견한테 뛰어들었다.
등뼈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이두견이 위기를 느꼈는지 머리만 이리저리 흔든다.
렐라는 팔딱팔딱 뛰며 어미 흉내를 내는 모양이다.
이두견의 머리를 어떻게든 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야생동물의 교육은 이런 모양이다.
‘육포를 주는 걸로는 안 되는 거였구나.’
어미를 만나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좋아, 이제 머리 둘 달린 개는 해결했으니 자칭 이복형제를 끄집어낼 차례다.
나는 마차로 돌아가 어느새 닫혀버린 문을 열었다.
구석에 숨은 것처럼 이복형제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내 모습을 보자 자칭 이복형제가 히익 비명을 질렀다.
“나, 나, 나는, 그러니까 그게….”
덥석 멱살을 잡아 밖으로 내동댕이친다.
남자는 허공으로 붕 떠올라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두어 바퀴 굴렀다.
“으아악! 다리가!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다리가 구부러져 있다.
뚜벅 뚜벅 다가가자 자칭 이복형제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면서도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냐! 나는 고, 고, 공작가 후계자의….”
“닥쳐.”
발로 가볍게 얼굴을 치자 놈이 뒤로 벌렁 자빠졌다.
이가 부러진 모양이다.
벌컥벌컥 나오는 핏덩이 속에 하얀 조각이 섞여 있었다.
놈의 옆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발로 짓이기려는 순간이었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십여 명의 남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굉장히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제일 앞에 있는 남자가 소리친다.
“우리는 발테르 공작가 사람입니다.”
자칭 이복형제의 얼굴이 단박에 밝아졌다.
손으로 바닥을 긁어 벌벌 기어간다.
나는 놈의 부러진 다리를 밟았다.
“으아아아아아악! 그, 그, 그만!”
남자의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나는 놈의 다리를 밟은 채 공작가 놈들이 훌쩍 다가오는 모습을 노려보았다.
저만치 멀었던 자들은 순식간에 내 앞까지 다가왔다.
말이 좋아서인지 상당히 빠르다.
‘이제 어쩌지.’
겉으로는 담담한 척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속으로는 조금 쫄았다.
안 그래도 공작가와 만나면 전면전이라고 각오한 상태인데, 가짜인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자칭 공작가 핏줄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를 죽이기 일보 직전이다.
공작가에서 사람이 온 걸 보면 이 남자가 진짜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들이 나를 찾아왔을지도 모르지만, 만일 그렇다면 병사들이 왔겠지.
지금 보는 바로는 문관과 호위병 정도인 것 같다.
‘진짜 이 사기꾼 같은 놈이 내 형제인가.’
어쩌지.
이거 완전히 공작가랑 전쟁하자고 덤벼든 거잖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후딱 죽여버리고 출발하는 건데, 집어던지기는 왜 집어던진 걸까.
어머니 말씀이 백번 옳다.
검은색은 그냥 죽이는 게 최선이다.
죽이고 곧바로 떠나버렸으면 내 짓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아, 정말 어쩌지.
타티아나가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저기… 내가 처리할까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은 좀 힘들지만, 시간을 들이면 기억을 비틀 수 있어요.”
타티아나도 이건 X됐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마녀인 걸 숨기고 싶어하는 그녀를 위험에 노출할 수는 없다.
모처럼 모험가가 되었는데 이 신분을 버리게 하면, 안 돼, 그건 너무 불쌍한 일이지.
차라리 날 위한다면 마의숲으로 납치당해 줘.
그게 더 고맙다.
나는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입술만으로 씨익 웃었다.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지만.
공작가의 문관과 호위병들이 내 앞까지 달려와 멈췄다.
자칭 이복형제, 아니, 이제는 정말로 이복형제일지 모르는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네노믄 이에 주거따.”
앞니가 부러져서 말이 샌다.
기왕 X된 거, 여기에서 조금 더해봤자 한강물에 소금 한 숟갈 타는 거지.
나는 마음껏 놈의 다리를 밟아 비틀었다.
“으아아악! 그만! 그, 그만!”
제일 앞에 있던 공작가 문관이 훌쩍 말에서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클라우스 님의 개인 집사 로빈입니다.”
로빈이라는 남자가 허리를 숙여 예쁘게 절을 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나한테.
정중히 몸을 숙여 절하고 또 왠지 모르지만 가만하 나를 본다.
내가 뭔가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
“….”
나도, 로빈이라는 집사도 그냥 서로를 바라본다.
의미를 모르겠어.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차를 타고, 전생과 이생을 통틀어 가장 끔찍한 멀미를 했다.
머리 셋 달린 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두 개 달린 놈도 있는 걸 알았고, 어쩌면 머리 넷, 다섯 달린 놈도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복형제가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었지.
하지만 그것보다 공작가의 집사가, 그것도 어머니한테 강제로 끌려갔다는 아버지를 모시는 집사가 나한테 절하며 반짝거리고 쳐다보는 게 가장 이상하다.
당신은 이복형제를 찾아온 것이 아니었나?
내가 문득 눈물 콧물을 함께 흘리며 울부짖는 이복형제를 쳐다보자, 로빈의 시선도 그쪽을 향했다.
지금 생각난 것처럼 로빈이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의 모친은 공작가 세탁부 하녀였습니다. 편지를 받고 그 조사를 제가 맡았지요. 클라우스 님의 손이 닿은 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일이니까요.”
“….”
그 사정을 나한테 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지만, 정말 왜인지 모르겠네.
아무튼 로빈은 나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클라우스 님은 세탁부의 하녀와는 마주친 적도 없습니다. 저는 클라우스 님의 곁을 모시는 개인 집사로, 저택에 계실 때는 거의 24시간 제가 옆에 있습니다. 제가 본 적 없는 하녀가 감히 클라우스 님의 정을 받는다는 일은 있을 수도 없지요.”
“….”
“증거로 단추가 있다고 편지에 적혀 있습니다만, 클라우스 님의 옷에서 단추가 떨어진 적은 없습니다. 공작가 문장이 새겨진 물건은 의상에서 단추 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두 세심한 관리를 거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시기의 의상 관리 장부를 모두 확인했지만 단추가 없어졌다는 말은 없더군요.”
“….”
그런 것도 장부에 적는 건가.
공작가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빡빡한 것 같다.
로빈이 고개를 조금 숙였다.
“다만 해마다 흠집이 나거나 해진 물건을 폐기하는데, 아마 그때 빼돌린 단추라고 생각됩니다.”
“….”
“그 부분은 클라우스 님의 개인 집사인 저의 관리 부족입니다. 후일 스스로 집사장에게 알려 처벌받을 예정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보고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이 사람, 자꾸만 개인 집사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게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전혀 모르지.
이 로빈이라는 남자한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어서, 나는 뺨을 긁으며 가짜 이복형제의 발을 지그시 한 번 더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