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4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3화
“허어?”
헥헥헥!
좀 전까지 날 적으로 대하던 녀석이 갑자기 혀까지 뽑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앉아?”
척!
녀석은 마치 잘 훈련된 녀석처럼 내 앞에 척 앉았다.
‘이건 좀 재미있는데?’
뭔가 얻은 것들이 많은데…….
“로헨!”
버라던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질 정도로 정신줄이 오락가락한다.
“족장님…….”
“괜찮느냐!”
“괜찮은데……잠깐만 좀 잘게요…….”
결국 로헨과 사총사 모두 서로를 의지한 채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로헨…….”
버라던과 사냥꾼들 모두 그런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정말이란 말이냐, 로흐나…… 너의 아이가, 그 예언을 이룰 거라는 것이…….”
*
끄응 끙…….
“…….”
끄응 끙! 끼잉!
“…….”
할짝 할짝 할짝 할짝.
“으히익!”
갑자기 얼굴에 드는 끈적한 느낌에 화들짝 일어났다.
“응?”
눈을 떠보니 족장의 천막 아래다.
“넌…….”
하얀 갈기의 새끼, 붉은 털이 섞인 새끼 늑대가 내 앞에 끙끙거리고 있기에 들어보았다.
“넌 나한테 왜 그렇게 들러 붙냐.”
녀석은 그저 날 보며 헥헥거릴 뿐이었다. 이 녀석, 갈비뼈가 훤히 보이네. 뭘 좀 먹여야겠어.
“네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
“일어났느냐.”
“아…….”
족장 버라던은 말없이 나에게 뭔가를 줬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약인 것 같군. 이거 빈속에 먹어도 되나?
내 몸도 깨끗한 붕대를 감아 제대로 치료해 주었다.
일단 주니까 약은 먹겠는데, 크으 쓰다! 오크도 못 견디게 역하네! 무슨 성분인진 알고 싶지도 않아!
“무사해서 다행이다.”
“네에…….”
“무모한 짓이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한 것 뿐입니다.”
로헨이 늑대들을 끌어들이고 일기토로 하얀 갈기를 물리쳤기에 패퇴시킬 수 있었다.
‘로헨이 없었다면, 분명 부족은 끝장났을 거다.’
“……그래. 잘했다.”
버라던도 칭찬밖엔 할 말이 없었다.
“마을의 피해는요?”
“그렇게 크지 않다. 부상자는 꽤 되지만 죽은 오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다. 제대로 치료해 줬으니 걱정 마라.”
버라던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내 옆에 앉았다.
“그동안 너희들 멋대로 많은 일 들을 벌였더구나.”
“이번 일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전부 한 거죠.”
‘근태창!’
[체력 : 73/100] [상태 이상 : 근육통, 근육 파열, 혈액 손실, 칼로리 부족, 영양 부족.] [완전회복까지 예상 시간 : 20 : 37 :23]속으로 외치니 근태창이 떴다. 굳이 입으로 소리칠 필욘 없었구나.
‘예상보다 체력은 많이 남아 있네. 회복은 빠르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끄으응! 제길, 겁나 뻐근하네!”
“뭐?”
갑자기 내가 일어서려 하자 버라던도 놀란 눈치다.
“그게 무슨 소리냐. 무리하지 마라 로헨.”
“하얀 갈기의 숨통을 끊지 못했어요. 녀석이 살아 있는 이상 안심할 수 없습니다.”
“놈을 쫓을 셈이냐?”
“놈의 무리가 지리멸렬한 지금이 기회입니다. 흐음!”
빠직, 빠지직!
“우웃?”
내가 힘을 줘서 근육을 펌핑 하자 몸에 둘러진 붕대들이 찢어진다.
찢어진 붕대 너머의 나의 몸은, 이미 모든 상처에 얇은 막이 생겨서 상처가 아물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근육인가…….”
버라던은 그런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흠칫 정신을 차렸다.
“네가 하는 일이니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서두르면 위험하다. 사냥꾼들과 함께 가라.”
“네. 그럼 전 제 거처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되면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버라던은 천막을 떠나가는 로헨의 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뭐라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지만,
‘대견함’이란 감정이 분명히 있었다.
*
“로헨!”
“너희들은 괜찮아 보이네?”
아지트로 돌아갔더니 아이들과 사총사가 간밤의 전투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까!”
“그보다 로헨, 벌써 그렇게 움직여도 되나?”
“걱정 마. 상처는 대부분 나았으니까. 그보다……응?”
녀석들의 시선이 아래로 가 있길래 뭔가 했더니,
끄응? 끙!
날 멋대로 따라온 하얗고 빨간 강아지 녀석을 보고 있었다.
“저거 오늘 아침밥이냐?”
‘야야, 큰일 날 소릴!’
“이 녀석은 먹을 게 아니야. 멋대로 따라온 하얀 갈기의 새끼인데…….”
녀석은 걷는 것도 힘겨운 듯 절뚝거렸다.
아마도 그 장애 때문에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인 듯 보였다.
‘그런데도 어미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이거지.’
그런데다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꿋꿋하게 다니는 저 모습을 보니 짠해졌다.
“이 녀석은 우리 가족이 될 거야.”
끄응?
나는 녀석을 안아 든다. 언제 나를 물고 할퀴었냐는 듯 녀석은 얌전히 내게 안겼다.
“먹을 거 아니구나.”
“먹으려 들면 내 손에 뒤진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내 목소리에 모두 윽 하고 고개를 움츠렸다.
“일단 밥부터 먹자. 그리고 사냥에 나설 준비를 해.”
“사냥이냐?”
“그래. 그 하얀 녀석을 쫓을 거다.”
그러며 나는 내 품에 안긴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이 녀석이 안내해 줄 거야.”
*
아이에게 어미를 사냥하는 길을 안내하라고 시키는 것이 잔혹하다 생각은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너의 존재 의미가 없어.’
가족이 되고 싶다면 그만한 능력을 보여줘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그저 우리와 경쟁하던 늑대 중 한 마리에 불과하다.
지금, 그 시험을 치를 때다.
우득!
캐앵!
“관절이 빠져 어긋나 있었군. 이젠 걸어 다닐 만할 거야.”
가끔 탈구되는 회원들을 끼워주다 보니 이런 건 도가 트였지.
녀석도 탈구된 뒷발이 맞춰지니 신기하다는 듯 뛰어 다니다, ‘컹!’ 하고 짖었다.
‘크흑, 귀여워!’
근육 마초라고 귀여운 걸 싫어하진 않는다. 편견 노노해.
“자, 그럼 이제 네 어미를 찾아가.”
그렇게 말해 봐야 알아들을 리 없다곤 알고 있지만.
컹!
녀석은 마치 그걸 알아들은 듯 앞장서 검은 숲으로 나아갔다.
“정말 믿어도 되겠는가?”
“안 되면 숲을 이 잡듯이 뒤져서라도 찾아내야죠. 가자.”
탐탁찮아 보이는 동행한 성인 오크 사냥꾼에게 말한 뒤 나와 사총사가 앞장서 나아간다.
컹! 컹컹!
녀석은 마치 이리로 오라는 듯 앞장서 가다 기다렸다, 가다를 반복했다.
‘녀석은 자기 어미를 죽이러 간다는 걸 알고 있을까.’
조금 씁쓸한 기분으로 녀석을 쫓아가던 찰나,
으르르르르……!
녀석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별안간 몸을 낮추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컹! 컹컹!
쿠오오오!
“윽?!”
갑자기 놈이 짖는 방향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순간 자동차 경적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숲 전체를 뒤흔드는 울부짖음.
커엉!
“야, 야!”
“로, 로헨?”
“대기해! 내가 살펴보고 오겠어!”
나는 멋대로 뛰쳐나간 녀석의 뒤를 쫓았다.
‘뭐, 뭐야 이 냄새는?’
늑대와 다른 물씬한 짐승의 냄새,
그것도 피와 살점의 냄새가 뒤섞여 짙어진다.
게다가 피부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 이런 녀석은 처음이다!
투확!
수풀 너머로 뛰쳐나오자마자 나는 보았다.
“윽……!”
크르르르르…….
마치 거대한 붉은 벽과 같은, 붉은색 털의 거대한 곰을.
‘고, 곰?!’
두 발로 선 키가 나보다 머리 세 개는 더 높은, 거대한 불곰이다.
두꺼운 가죽과 말라붙은 피같이 섬뜩한 빛깔의 검붉은 털 너머로도 불끈 솟은 근육.
선홍색 피로 물든 주둥이와 내 손가락보다도 더 굵고 긴 발톱을 가진 거대한 웅장.
그런 붉은 불곰이 후욱후욱 숨을 내뱉으며 서 있다.
그 아래, 피로 물들어 새빨개진 하얀 갈기가 쓰러져 있었다.
주변엔 하얀 갈기와 함께 하던 혈족인 성인 늑대들도 놈에게 당한 듯 죽어 널브러져 있다.
‘저 곰…… 설마?’
저 새끼, 막타 스틸한 거야? 내가 다 잡아놓은 저 하얀 갈기 놈을!
‘저 곰탱이, 늑대 세력이 약해질 때까지 존버 타다 나온 건가? 저 녀석은 단독으로 돌아다니는 녀석이던가, 아니면 다른 숲에서 온 녀석인가?’
아직 녀석에게 들키진 않은 것 같다.
저 녀석은 딱 봐도, 단련된 성인 오크도 상대하기 버거운 녀석이다.
‘지금 내 힘으로는…… 절대 못 이겨.’
하얀 갈기가 죽은 이상 더 할 일은 없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커엉!
“야이 씨-!”
하필이면 하얗고 빨간 강아지 녀석이 뛰쳐나와 놈을 향해 짓는다.
‘아 그래, 널 버린 어미에 효성이 아주 지극정성이네! 불꽃 효자 납셨어!’
쿠오오오!
당연히 불곰은 놈을 향해 포효했다.
쿠후후후…….
‘웃었어?’
저 녀석, 분명히 웃었다.
그 하얀 갈기도 그렇고, 이 세계의 크게 자란 짐승들은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지게 되는 건가?
커엉! 컹 커엉!
크후후후…….
끼잉, 낑…….
하얗고 붉은 녀석은 자신을 비웃는 녀석을 무서워하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짓는다.
‘아니 이럴 땐 좀 도망치라고! 하룻강아지 곰 무서운 줄 모르네?’
쿠오오오!
불곰은 그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게 불쾌하다는 듯 앞발을 쳐들었다.
“아, 진짜-!”
파스슥!
‘내가 미쳤지, 겨우 늑대 새끼 한 마리 때문에 무모하게 목숨을 걸어? 하지만!’
터어엉!
‘내 새끼를 해치려고 드는 놈은 절대 못 봐주지!’
“크윽!”
뛰쳐나온 나는 탄력봉을 들고 내려치는 놈의 앞발 내려치기를 막아냈다.
“끄허억!”
탄력봉이 버텨줬지만, 난 무릎을 꿇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꾸구구국!
‘허미 씨! 뭐야 이 충격은!’
나도 하얀 갈기를 이길 정도로 강해졌는데도, 무심하게 휘두른 듯한 일격에 무릎을 꿇었다.
쿠르르?
녀석도 갑자기 나타난 내게 당황한듯했다.
끼잉?!
“이 망할 강아지야…… 네가 양심이 있으면……! 크오오오!”
젠장, 지지 마라 내 근육들아아!
“크아아! 라잇웨이잇!”
쿠워억?
짓누르고 있는 놈의 팔을 들어 밀치는데 성공!
“크하아!”
문제는 그것만으로도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는 거다.
처음으로 스쿼트 300을 넘겼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을 지금 다시 느끼고 있다. 뒤질 뻔했네!
컹!
“야, 강아지! 네가 양심이 있으면 좀 도망쳐!”
쿠오오오!
불곰이 나를 보고 포효했다. 그 포효만으로 몸이 떨려 온다.
쿠와아아!
“으윽!”
터어엉!
녀석이 대충 옆으로 휘두른 앞발을 막았을 뿐인데도, 몸이 꺾여서 떴다!
콰앙! 빠직!
“크허억!”
뒤쪽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 처박혔다. 끄억 내 허리!
쿠오오오!
“크으윽!”
놈이 달려들더니 다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다!
뻐어억!
“커허억!”
결국 버티지 못하고 탄력봉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도, 놓치진 않았어!
하지만,
츄퓨츄퓨!
“억-.”
부우웅- 뻐어억-!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놈이 어퍼처럼 후려쳤다.
겨우 막아내기는 했는데, 그 한방에 위로 솟구쳐 올랐다.
‘아니, 나도 지금 몸무게가 거의 70은 넘을 텐데, 그걸 일격에?!’
콰앙!
“끄헉!”
위로 솟구쳐 올랐다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크, 이 무슨…… 미친 괴력…….”
게다가 숨을 놈은 그다지 힘을 쓴 것 같지도 않다.
‘제길, 이게…… 곰이란 놈의 힘인가? 하얀 갈기를 이기고 충분히 힘이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턱도 없어!’
“하지만……!”
나는 놓치지 않은 탄력봉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곰 따위에게 질 수야…… 없지!’
쿠오오오!
“으-.”
하지만 불곰 놈은 재차 앞발을 휘둘렀다.
막는다, 막아낸다! 막아내-
터어엉!
빠각!
“크허억!”
탄력봉으로 막아냈다 싶었는데, 그대로 같이 날아가 나무에 또 처박혔다.
나무가 부서져 버릴 정도의 충격, 젠장 숨도 안 쉬어져…….
“크으으!”
불곰 놈은 ‘이래도 안 죽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쿠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겠다는 듯 앞발을 휘휘 저었다.
‘아, 젠장 위험한데…… 몸이 안 움직여…….’
제길, 새끼 늑대 하나 지키려고 인생이 끝나버리다니.
‘하긴 뭐, 이미 한 번 죽어본 인생. 두 번 죽는다고 뭐 아쉽진 않지만…….’
오크로서 3대 1,500정도는 찍어 보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군…….
쿠오오오!
커엉!
“어?”
쿠워어억?
불곰이 끝장을 낼 일격을 날리려던 찰나, 흰붉은 녀석이 불곰의 얼굴에 달라붙어 물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