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77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76화
로헨이 부족으로 돌아오기 조금 전, 슬란 산맥의 어딘가.
“정말로 시작하실 겁니까?”
“그렇다.”
스오오오-.
검은 마법사는 기분 나쁜 검붉은 액체로 오망성이 그려진 바닥 한가운데 섰다.
코볼트, 고블린의 시체들이 오망성의 각 꼭짓점에 놓여 있었고.
스오오오-.
으직, 으지직!
오망성을 향해 뻗은 검은 마법사의 스태프.
그 끝에 장식된 수정구에서 흘러나온 보라색 기운이 그것들을 갈가리 찢고, 흡수했다.
“자아, 제물을 바쳤으니. 일어나라. 죽음을 관장하는 에레쉬여, 나의 부름에 망자들을 깨워라!”
콰아아아!
그러자 오망성이 그에 반응하듯 검은 불길한 빛을 내뿜더니, 검보랏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콰!
그것은 금지된 고대의 사령술, 죽은 자들을 언데드로 되살리는 광역 마법이었다.
그 중에서도 고위급 마법으로, 그 범위는-.
“이 정도 범위라면….”
“이 슬란 산맥에 흩어져 있는 망자들을 되살릴 것이다. 그래…….”
검은 마법사는 로브를 벗었다.
창백한 피부, 왼쪽 머리카락이 끔찍한 상처 자국에 뒤덮여 사라져있고,
일그러져있는 기괴한 얼굴은 분노로 더욱 일그러져 있다.
“과거 대전쟁 시절, 우리 흑마련을 제국의 대륙 너머로 내쫓은 그 놈들…… 그 빌어먹을 놈들과, 그놈들에게 스러져간 흑마련의 병사들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모두! 나의 충직한 언데드 병사들로!”
분노에 차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퍼억!
콰악!
오래전에 이 땅에 묻힌 자들의 백골이 된 손이 땅을 파헤치며 솟아올랐다.
*
아아 진짜, 저 자식은 그렇게 내가 두들겨 패고 패도 매번 나한테 저렇게 앵기는 게 참 어찌 보면 대단하다.
나는 으르렁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체이카를 보곤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족장님! 저 추방된 녀석이 이제 와 뻔뻔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습니다!”
“체이카, 흥분하지 마라.”
버라던 족장은 점잖게 그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체이카를 자극한 꼴이 되었다.
“흥분하지 말고, 로헨의 말을 들어라. 이건 우리 부족 미래와 관련된-.”
“버라던 족장님! 당신은 어찌하여 이 저주받은 반쪽 자식을 계속해서 두둔하는 겁니까!”
체이카는 결국 이성을 잃고 족장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족장님은 놈에게 언제나 그랬습니다! 부족의 규율을 지키지도 않고, 권위를 무시하는 저 놈을 계속해서!”
“체이카!”
“저는 우리 핏빛함성 부족 전체를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영광된 오크의 삶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며 체이카는 또다시 나를 향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인간과 연합한다고? 늑대똥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인간 놈들은 우리 오크들을 죽이는 자들이다! 우리 오크를 이 꼴로 만들어버린 놈들이다! 절대로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는 원수들이다! 그런 개소리를 지껄이는 네놈의 입을 당장-.”
“체이카!!”
버라던은 그 순간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로헨 조차도 순간 움찔하게 만드는, 전사의 노성이었다.
“네놈이, 그 대전쟁을 겪어보았느냐?”
“네…넷?”
노성에 이어 질문이 들어오자 체이카가 움찔했다.
“네놈이 그 대전쟁에서 인간과 등을 맞대고 싸워보았느냐, 아니면 인간과 맞서 싸워봤느냐!”
“아, 아니…아니요….”
“하다못해! 인간을 직접 만나서 뭔가를 해 보기라도 했느냐! 그런데도, 네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 맹목적으로 인간을 배척하는 것에만 골몰하느냐!”
“족장님?”
그 말에 체이카는 물론 나조차도 순간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인간은 영광스러웠던 우리 오크 제국을 배신하고 우리를 이렇게 몰락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우리들과 함께 흑마련의 군세와 함께 싸웠다! 함께 피를 흘리고 서로의 등을 지켰다!”
“족장님….”
“그때 함께 싸웠던 인간들은 분명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명예롭고 강한 전사들이었다! 한때 제국을 세웠던 우리 오크가 몰락한 것은, 순전히 우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버라던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일들을 직접 겪어보지도 못하고, 그런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증오를 품다니! 겪어보지도 못한 일에 어찌하여 그리 증오하고, 어찌하여 그리도 어리석을 수 있느냐!”
“크….”
“네놈의 그런 어리석은 짓은! 우리 핏빛함성 부족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체이카!”
나는 버라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실한 경험에 우러난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역시.”
그 순간, 체이카의 태도가 일순 변했다.
“족장님. 당신도 결국 인간과 결탁하려는 자로군요.”
“뭣……?”
상황은 내가 염두 했던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콰악!
파앗!
갑자기 족장의 천막 사방이 찢어지고 잘리면서 다른 오크들이 들이닥쳤다.
“이, 이 녀석들…!”
모두 체이카가 이끄는 사냥꾼 무리. 특히 그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최측근들이다.
지난번 붉은털에게서 내가 목숨 건져준 녀석들도 있구만 그래.
“인간 놈들에 대한 우리의 울분과 증오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려는 늙다리……. 족장이라 그동안 참아왔지만, 이젠 그러지 않겠습니다.”
“체이카 네 이놈……!”
꽤 오래전부터 쌓여온 불만이 터졌군.
“이제부턴, 족장의 자리를 차지하겠습니다! 버라던!!”
쿠오오오!
크아아아!
체이카의 외침과 함께 천막을 찢고 들어온 오크들이 일제히 우리에게로 달려들었다.
“족장님. 제 뒤로.”
나는 버라던을 지키기 위해 그의 앞으로 나섰다.
저런 조잡한 무기를 들고 있는 나약해빠진 놈들 따위 내가 맨손이라도 얼마든지-.
키아아아악-!!
“응?”
“어?”
그 순간, 내 오크 인생 내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괴성이 들려왔다.
*
“서둘러라! 벌써 사냥꾼들이 너희를 찾으러 오고 있다!”
오크 사냥꾼 무리의 일원인 무르시는 카이란을 서둘러 로헨 무리가 있는 외곽의 아지트로 데려갔다.
“우, 우르는!”
“우르는 로헨을 도우러 향했다. 나는 로헨에게서 도움을 받은 오크다. 녀석이 여기 오면서 널 안전하게 아지트로 옮기라고 말해두었지.”
카이란이 본 무르시란 조금 나이 든 오크는 예전과 달리 부상당한 왼무릎이 불편한 기색은 없이, 건강한 오크 그 자체였다.
“서둘러라. 녀석들은 분명 인간인 너를 잡으러 올 거니까.”
“네, 네엣!”
그 순간,
끼아아아악!!
“응?”
엄청난 괴성에 카이란을 데리고 가던 무르시가 순간 멈춰섰다.
“뭐, 뭐지? 이건 짐승 소리가 아니야. 누군가 지르는 비명도 아닌데…….”
“이, 이건!”
카이란은 그 소리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악몽에서 올라온 듯한 괴성.
“-죽은 자의 목소리다.”
“뭐?”
“서둘러야 합니다! 어서 로헨을…… 아, 아니 아지트에 로헨의 무리가 있다고 했죠? 숫자는?”
“어…… 대충 30명 정도?”
“어서 갑시다! 그들을 이끌고 다시 와야 합니다! 서둘러요!”
“갑자기 왜 그러나 인간…….”
“저기다!”
“큭!”
그 순간, 둘을 쫓아온 체이카의 사냥꾼 오크들이 나타났다.
“벌써 따라잡히다니! 인간! 어서 달려라!”
“그, 그보다! 조심하십시오!”
“그러니까 아까부터 대체 뭘-.”
“저 인간 놈을 잡아라!”
카이란은 그 오크들이 달려들거나 말거나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언데드’ 들이 옵니다!”
“뭐?”
푸우욱!
“커헉-.”
그 순간, 카이란을 향해 달려들던 오크의 가슴에서 녹슬고 군데군데 깨진 더러운 칼날이 솟아올랐다.
*
“저, 저것들은 뭐야!”
막 버라던 족장을 덮치려던 오크들 중 한 놈이 갑자기 소스라치게 경악했다.
“뭐냐, 또 무슨 잡스런 짓을 한 거냐 로헨!”
“잡스런 짓이라니, 그건 네놈이 한 짓이겠지!”
녀석의 반응을 보니 뭔가 녀석이 꾸민 짓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방금 들려 온 것은 분명 오크의 것도, 인간의 것도, 어떤 짐승의 것도 아니다.
‘뭐야 이 냄새는?’
썩은 뼈의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 이내 묵은 흙과 먼지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건, 마치…….
‘오래되어서 뼈와 말라붙은 가죽밖에 남지 않은 짐승시체 냄새다.’
그렇게 느낀 순간.
키아아악!
“끄워어억!”
갑자기 그 의문의 비명과 함께 오크의 비명소리, 그리고 뭔가를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기회!’
체이카가 한눈을 파는 사이 나는 발 앞의 화로를 걷어찼다.
뻐억!
콰삭!
“끄악!”
걷어찬 화로는 정확히 체이카를 강타했고 빨갛게 달아오른 숯이 흩뿌려지며 같이 있던 오크들이 순간 물러섰다.
“족장님!”
“음!”
촤악!
나는 곧장 버라던 족장을 데리고 천막 밖으로 빠져 나왔다.
맘 같아서는 있는 놈들 싹 다 조져버리고 나오고 싶지만 족장님의 안전이 우선이지.
“로헨,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건!”
“뭔지 알고 있습니까?”
“언데드다!”
“언……데드?”
키아아악!
으아악!
빠져나온 뒤 본 핏빛함성 부족 마을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뭐야 저게….”
넝마 조각을 걸친 백골들이 녹슬고 부서진 무기나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든 채로, 오크들을 습격하고 있다.
“저게 바로 언데드다.”
“언데드!”
판타지에서 나오는, 시체가 되살아난 그거!
‘하기사 마법도 있는 이 세계니 언데드 정돈 있겠지. 응.’
왜 갑자기 언데드가 마을에 난입한 거지? 이건 내 예상에 없었는데?
“조심해라 로헨! 녀석들은-.”
“어차피 죽어서 근손실 100% 난 녀석들입니다. 괜찮습니다, 족장님. 저 녀석들 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조심해라 로헨! 놈들은!”
키아아악!
“으라앗!”
우릴 습격하려던 체이카 무리 중 하나가 도끼로 인간형 스켈레톤을 내리쳤다.
빠가악!
스켈레톤의 왼쪽 어깨뼈와 쇄골이 박살 났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절명했을 일격.
“하! 어떠냐-컥!”
푸욱!
하지만 언데드인 놈은 미동도 없이 오른팔을 움직여서 체이카 무리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게다가-.
까락! 까라락!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놈의 부서진 뼈들이 느릿하지만, 확실히 짜 맞춰지고 있었다.
“이, 이 빌어먹을 뼈다귀들!”
콰악! 콰직!
체이카 무리가 아무리 조잡한 칼이나 도끼, 몽둥이를 휘둘러도 어설픈 타격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까락까락!
부서진 즉시 곧바로 뼈가 다시 붙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뭐야! 빌어먹을!”
“부숴도, 부숴도 쓰러지질 않습니다!”
체이카 무리는 처음 보는 기괴한 적들의 등장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녀석들은 일반적인 타격은 통하지 않는다! 물러서!”
“닥쳐! 나는 체이카다!”
콰직! 으직!
버라던의 만류에도 체이카는 마치 억지로 그걸 무시하려는 듯 마구 검을 휘두르며 몰려드는 스켈레톤들을 부서뜨려나갔다.
당연히 스켈레톤들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듯 부서져 나가면서도 꿋꿋하게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로헨!”
키아아악!
“으음!”
빠각!
나에게도 한 스켈레톤이 달려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휘둘러 나에게 칼을 휘두르는 놈의 오른팔을 부서뜨렸다.
“윽?”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인간의 뼈가 아닌 분명히 오크의 뼈였다.
“조심해라 로헨!”
“쿠오오! 라잇 웨이잇!”
퍼버버벅!
빠가각!
나는 온 힘을 다해 오크-스켈레톤에게 주먹 연타를 날렸다.
어설픈 도끼보다 강력한 내 주먹은 스켈레톤을 산산조각 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까가각 까까각!
뼈들은 파괴하면 파괴할수록, 기괴한 소리를 내며 더 빨리 달라붙는 것처럼 보였다.
상반신의 절반 이상이 부서져 버렸음에도 녀석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콰아!
“헉!”
게다가 어느 새 수많은 인간과 오크의 스켈레톤들이 내가 들러붙었다.
녀석들은 땅 속을 기어 오기라도 한 건지, 땅 속에서 튀어나와 내 발과 팔을 붙잡았다.
“크오오오!”
콰득, 우드득 콰악!
마구 팔다리를 휘저어 놈들을 박살 내려 했지만.
꽈악!
“크윽!”
수많은 뼛조각들이 내 팔다리를 붙잡았다. 놀라운 힘으로.
“로헨!”
“크으으윽!”
‘내, 내가 이 정도 뼛조각 따위를 힘으로 뿌리치지 못한다고? 빌어먹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크오오오!!”
뿌득! 뿌드드득!
나는 온 힘을 다해 뼛조각들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때마다 또 다른 부서진 뼛조각들이 달라붙어 옭아맸다.
“이놈들!”
스켈레톤들이 버라던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마르두크의 빛이여!!”
콰아아아!!
“헉?”
카이란 사제의 목소리와 함께 빛이 순간 주변을 휩쓸었다.
“로헨 지금입니다!”
카이란 사제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돌아보니, 카이란과 무르시 선배가 있었다.
“놈들은 제 신성력을 직격으로 맞았습니다! 지금이라면! 공격이 통합니다!”
“……! 롸잇 웨이잇!”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온 힘을 내며 팔다리를 움직였다.
우드드드득!
내 팔다리를 옭아매던 뼈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