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est friend is a Korean lady RAW novel - Chapter 56
55회
“윤설아, 나 있잖아. 너한테 솔직히 말할 거 있어.”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던 해인이 윤설이 누운 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쉽게 눈을 붙이지 못했던 윤설 역시 벗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던 찰나였다.
나지막한 매트리스와 바닥 사이로 해인과 윤설이 누운 채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무엇이니?”
“아깐 많이 놀랐지? 히잇. 나, 사실은 윤 매니저 오빠랑 사귀기로 했어. 미안. 연애는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고 긴가민가해서 고민을 좀 하느라고 그동안 너에게 말하지 못했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비주얼이 좀 그렇잖니. 아, 그러니까 외모가 좀….히잇. 살면서 머슴애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연애는 나랑 거리가 멀고 먼 얘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상규 오빠가 고백했다? 크큭. 내가 좋대. 왜냐고 물으니까 좋은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고 하는 거 있지? 어휴, 낯 뜨겁다. 이런 날이 나에게도 오다니… 암튼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살짝 상기된 음성에선 이제 막 사랑을 알게 된 스무 살의 설렘이 가득했다.
벗의 마음을 느낀 윤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혼인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온 그녀는 성인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자신과는 달리 연인과 장래를 꿈꿀 수 있는 해인이 부럽기도 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윤설아, 혹시 내 때문에 화난 건 아니지?”
친구로부터 별다른 대꾸가 들려오지 않자 해인이 잔뜩 미안한 얼굴이었다.
“아, 아니란다. 그게 아니라….. 실은…. 나도 네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정말? 뭔데?”
어둠속에서 해인의 눈빛이 빛났다.
옆으로 누운 채 벗을 올려다 본 윤설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시, 실은…… 야경을 보다가……”
“보다가? 설마… 준이 씨랑 또 닿았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야? 히잇.”
“아, 그게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잉? 더한 일? 얼른 말해봐.”
윤설이 침을 삼키더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분이 말이다. 민속촌에서 나를 처음 보았다고 하는구나. 헌데 그날 이후로 잊지 못했다고…… 지난번 쑥떡을 전해주던 날,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나의 조언이 큰 격려가 되었다고 하더구나. 난….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것이 기뻤단다. 너도 알다시피 후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 아니니.”
“응, 그렇지. 그래서?”
“그런데….. 그분이 자꾸만 내가 생각나고….. 나를 조….좋아……”
“헐!”
해인이 외마디 감탄을 내지르더니 금세 몸을 일으켜 바닥으로 내려와 앉았다.
윤설 역시 벗과 행동을 같이 했다.
“준이 씨가 윤설이 널 좋아하는구나? 맞지?”
윤설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인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는 곧 제 손으로 입을 막더니 윤설의 손을 붙잡았다.
“윤설아! 너 정말 대~~~~박!!! 우와, 이거 꿈은 아니겠지? 어머머, 민준 씨가 어쩜….헤헷. 역시 사람 보는 눈은 있구나? 어우 야, 톱스타가 너에게 대시를 하다니! 이거 정말 대단한 일이야! 그래서? 뭐라고 했어? 사귀기로 했어? 당근, 콜이라고 했겠지?”
해인에게 자신의 연애는 잠시 잊힌 듯 했다.
그녀는 마치 제 일인 양 매우 기뻐했고 윤설의 대답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밝지만은 않은 친구의 표정에 해인이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윤설아, 얼굴이 왜 그래? 좋지 않아?”
“해인아….. 난…. 이곳 사람이 아니잖니.”
단 한 마디가 한껏 들떠있던 상황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틀림없는 말이었다.
해인은 제 옥탑 방에서 동고동락하는 이가 조선에서 온 규수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윤설은 제 소속에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너무나 명확한 현실이 곧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을 가져다주었다.
해인이 안타까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안.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고 하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넌 많이 속이 탔을 텐데…… 난 그저 너랑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잊고 살았나 봐. 이제라도…..”
“그리 말하지 말렴. 네 삶에 불청객으로 끼어든 내가 아니니. 언제나 네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단다. 넌 나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부담은 갖지 말렴. 근자에 들어 네 안색이 환해져서 나 또한 기쁘구나. 그분과 잘 되었다니 좋은 일이다.”
어쩐지 쓸쓸한 음성에 해인이 안타까운 눈길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윤설아, 넌….. 준이 씨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거니?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내가 보기엔 참 사람이 바르고 진국인데…… 톱스타이기 이전에 성품이 참 좋아 보이는 사람이거든. 요즘 그렇게 반듯한 사람 만나기 정말 힘들어. 내가 사람 상대해서 잘 알거든.”
“마음이…… 없단다.”
뜻밖의 한 마디에 해인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민준은 대세 중의 대세였고 그야말로 톱스타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사람이었다.
너무나 겸손해 본인은 정작 손사래를 쳤지만 그가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만약 민준이 거칠고 품행이 나쁜 남자였다면 해인은 두말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만의 올곧은 모습은 이제 보니 조선에서 온 윤설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만한 조합도 드물 것 같아 안타까움이 밀려왔지만 마음이 없다는 사람 앞에서 더 이상 할 말은 없었다.
사랑을 이룬 커플은 달콤함을 속삭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씁쓸함을 안은 채 의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민준은 그날 이후,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는 윤설에게 애가 탄 상태였다.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긴 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 마음이 있다면 어떤 경로로든지 뜻을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그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윤설이 평소와 달리 조금은 냉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준은 자신의 고백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되짚어보았다.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제껏 진솔한 마음을 받아주었다면 진지한 고백 역시 받아줄 여지가 있었다.
그런 믿음에 의지했던 준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설이 확답을 주지 않았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혹시…. 그녀에게 애인이 있는 걸까?’
혼자만의 추측을 이어가던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인이 있다면…. 그래, 미처 알지 못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정말로 그렇다면….왜 솔직히 말하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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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회 *55회와 56회 사이의 누락된 회차입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촬영을 앞둔 준은 제 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망의 엔딩,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사적인 일로 또다시 흔들리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잠시 현실을 잊으려는 듯 준은 심호흡을 하더니 대본을 펼쳤다.
이미 숙지한 신이었지만 그는 무섭게 몰입하기 시작했다.
“와……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준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신으로 촬영이 모두 종료되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피로도 잊은 채 열심을 냈던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사이, 스태프들이 남녀 주인공들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준은 언제나 그랬듯이 예의바른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서로의 수고를 축하하며 격려하는 자리가 시끌벅적했다.
산 하나를 넘겼다는 홀가분함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마당에 현장을 지켰던 이들이 즐겁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웃음과 수다로 떠들썩한 자리 한 가운데에서 준의 마음만은 편치 못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견뎌내고 있었다.
의 출연을 설렘으로 결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에 민준의 마음이 부대끼는 중이었다.
‘윤설 씨를 만나고 싶어.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현장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 시간이 흘러갔다.
각 팀별로 장비를 해체한 후, 옮기고 싣는 과정이 만만치 않은 탓이었다.
그 와중에 준의 밴이 여전히 주차장을 지키고 있자 스태프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캬, 역시 민준 씨는 의리가 있다니깐. 아니, 어떤 배우가 촬영 다 마쳤는데 이 시간까지 남아있나? 안 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에 준이 씨 보는 맛에 견뎠는데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다니깐요?”
민준에게 의리를 빼놓을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엔 다른 이유가 컸다.
그가 퇴근을 잊고 기다리고 있는 건 단 한 사람, 김윤설이었다.
떠들썩했던 촬영장이 적막감에 휩싸였다.
모두가 해산한 것을 확인한 윤 매니저가 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윤 매니저의 청을 듣고 언덕 위, 작은 숲으로 들어선 윤설이 제 앞에 선 민준을 향해 멈칫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던 그가 윤설을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윤설 씨,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준이 제 등 뒤에 감추었던 꽃다발을 내밀자 윤설이 흠칫 놀랐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그녀를 향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받으셔도 돼요. 이건…. 그동안 고생한 윤설 씨를 위해 미리 준비해둔 거니까요.”
“….허면….고…..고맙게 받겠습니다.”
“이제, 우리 얘길 좀 해도 될까요?”
윤설의 얼굴 위로 당황의 빛이 드리워졌다.
대답을 하지 못했던 건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 탓이었지만 하염없이 기다렸을 그에겐 몹시 미안한 일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낯설고 두려웠지만 윤설이 용기를 냈다.
“우선…..기다리시게 하여 송구합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윤설이 목례하자 준이 서둘러 대꾸했다.
“윤설 씨, 이러지 마세요. 당신을 다그치려는 게 아닙니다. 사과를 받아내려는 심산은 더더욱 아니고요. 이런 일이 누구의 잘못을 따질 건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윤설 씨의 답을 듣고 싶은 것뿐입니다.”
“……저를 좋아해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저는 마음이…… 없습니다.”
가녀린 여인의 대답 하나가 준의 가슴을 강타하고 있었다.
유명한 배우로서 바람 맞은 것에 자존심 상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윤설을 대할 때 그렇게 접근한 준이 아니었다.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마주보았고 계속 그렇게 할 수 있길 바랐을 뿐이었다.
물론 거절의 상황을 생각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사적인 감정에 휩싸여 “예스”를 간절히 바랐던 그였다.
준은 제 마음을 허무하게 만든 결론에 관해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무례한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혹시 사귀는 분이 있으십니까?”
“예에? 아닙니다.”
너무나 분명하고 또렷한 대답이었다.
준이 동그래진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싱글이시라는 거죠? 그렇죠? 윤설 씨?”
“시….싱….글…이라면……”
“그게 아니라면, 제가 싫으신가요?”
이번엔 윤설의 두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그의 진지한 눈빛은 그녀의 대답을 갈구하고 있었다.
윤설이 망설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곁에 해인이라도 있다면 간절히 도움을 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의 대답이 지체되자 준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제가 싫으신 건 아니군요. 그래요. 그날….이곳에서 느꼈던 그 마음이 저만의 것은 아니었어요. 윤설 씨, 그럼 우리 사이에 아무런 문제는 없는 거 아닌가요? 혹시 부끄러워서 그러시는 건가요?”
“간곡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님과 사귀어 볼 마음이 없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윤설 씨, 말해주세요. 이유를 듣고 싶어요.”
“그….그것은…..그러니까…. 저는 님과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준이 당황스런 얼굴로 윤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그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맞지 않는 사람이라니…. 윤설 씨,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전 확신합니다. 우린 더없이 잘 어울릴 거예요.”
“그리 여겨주시어 고맙지만….. 전…. 님과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허니,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묻지 말아 주시어요. 송구합니다.”
윤설이 올라온 길을 따라 급한 걸음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준의 흐릿해진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을 담았다.
붙잡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손이 잠시 허공을 휘젓고 말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괴로운 듯한 윤설의 언행은 준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지의 눈가에 아이라인이 꼼꼼히 그려지더니 곧 마스카라 더해졌다.
섀도우는 은은했고 기다란 속눈썹은 유난히 돋보였다.
헤어숍에선 화보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이 한창이었다.
준비 중인 룸으로 매니저가 들어섰다.
“이지야, 예능 섭외 들어왔어.”
신기한 듯 그가 웃음을 터뜨리자 메이크업을 해주던 이가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
“정말요? 무슨 프로?”
“라네요.”
이지가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순간, 메이크업 실장이 또다시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머…. 웬일이야! 요즘 대세들만 나간다는 그거요? 이지 씨, 역시 대단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기쁜 소식이죠.”
매니저가 기분 좋게 웃자 그녀가 궁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프로그램은 시청자 투표로 커플이 맺어진다는데, 이지 씨는 누구랑 되는 거예요?”
“아직 확정은 안 된 상태지만, 상대는 강태주가 될 확률이 높다더군요. 아마 이번 드라마의 반응이 좋아서인가 봐요. 하긴 유난히 케미가 좋았으니까…..”
‘강태주?’
이지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지고 있었다.
여성지에 실릴 화보 촬영은 자정이 가까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최근,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성사된 일정들이 많았고 이것도 그 중 하나였다.
현대물에서의 심이지는 연기가 안정된 편이었고 특히 이번에 강태주와의 호흡은 환상을 자랑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피곤에 지친 이지는 밴에 오르자마자 매니저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신혼 이야기인지 뭔지, 그딴 거 하게 될 일 없을 거야. 난 분명히 얘기했어.”
“어휴, 깜짝이야. 왜 그리 날이 선 거야? 많이 피곤해서 그래?”
“아니, 나 멀쩡해. 강태주랑 왜 엮여야 하는데? 이런 억지 놀음이 재밌다고 생각해?”
장 실장이 잠시 인상을 구기더니 금세 다정다감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한 번 타진해 온 것뿐인데 뭘 그리 정색을 하고 그래? 일단 네 생각은 알았지만, 이 바닥이 네 맘대로 되는 곳이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잖아. 좀 넓게 봐. 응?”
“몰라. 더 이상 이 얘긴 꺼내지 마.”
이지가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려 쓰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틀 후, 소속사 내에서 이지의 첫 예능 출연이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었다.
상승세를 타는 시기에 예능으로 한 번 더 밀어주면 좋으리란 분석 때문이었다.
마침 시청자들의 요청까지 따라주고 있었다.
그들은 드라마 상에서 조금 아쉽게 끝난 인연을 계속해서 보길 원했고 온라인 투표로 뜻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인기투표 마감일은 일주일을 남겨둔 상태였다.
“분위기가 출연 쪽으로 기울 것 같다.”
이지가 매니저를 흘겨보았다.
“정말 이럴 거야?”
“현실을 직시해. 누가 진짜로 사귀래? 이것도 다 일이라고.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는 게 프로다운 거야. 다 알면서 어린 애처럼 왜 그래?”
“오빠랑은 말이 안 통해. 누굴 만나서 설득시켜야 하는 거지? 대표님? 부장님?”
매니저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휴우…… 심이지, 정말 고집도 세다. 데뷔 때랑 하나도 안 변했어. 우리끼리 얘기라면 수월하겠지. 그런데 부추기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시청자? 그래,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강태주가 방송마다 대놓고 홍보하고 있는 건 몰랐지?”
“뭐?!”
이지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폰을 집어 들었다.
검색창에 강태주의 이름을 넣은 그녀는 곧 제 눈앞에 떠오르는 기사들에 놀라고 말았다.
그는 각종 인터뷰는 물론, 토크쇼에서도 제 이상형을 심이지라고 정확히 밝혔다.
이름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동명이인이라도 있다면 이지로선 덜 억울할 일이었다.
멍한 얼굴로 클릭을 이어가던 이지가 곧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태주의 번호를 찾아내 누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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