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lasted Reincarnated Life RAW novel - Chapter 321
〈 빌어먹을 환생 322화 〉 귀환
적색마탑에 다녀오고 나서 아롯에서는 나흘을 더 보냈다. 긴 은거를 깨고 아롯에 돌아온 만큼, 세냐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 나흘 동안 세냐는 적색마탑과 녹색마탑에서 마법에 대한 강의를 짧게나마 해주었고, 마탑주들과의 간담회를 가졌으며, 마법사 길드에도 방문해 강단에 섰다.
어제는 아롯 의회의 주요 인사들과 국왕, 왕세자와 함께 시내를 거닐며 시민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마지막은 그녀의 이름을 딴 메르데인 광장에서 가벼운 연설도 했다.
저것들만 해도 나흘 동안 소화하기에는 과중했지만, 세냐는 아무렇지 않게 저 모든 일정을 가볍게 소화했다. 사실 저것도 최대한 줄인 일정이었다.
수백 년 만에 돌아온 대마법사. 아롯의 캐치프레이즈 그 자체인 세냐를 부르는 자리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부호와 권력가들은 10분만이라도 세냐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고, 모든 마법사들이 세냐의 옷깃이라도 한 번 잡아보기를 갈망했다.
세냐는 그런 문제들에는 단호히 대처했다. 아롯이라는 나라에는 애착도 있고 미련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롯에 오랫동안 붙들려 있을 생각은 없었다.
“왕가랑 의회가 뭐라 안 하디?”
“뭐라 하기는 했지. 꼭 라이언하트 가문에 가셔야 하는 겁니까? 라고 말이야. 그런데, 걔들이 뭐라 하건 내가 무슨 상관이야?”
세냐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당연히 아롯은 세냐를 국외로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세냐가 어떤 행사에 서지 않는다고 해도, ‘현명한 세냐’가 아롯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볼 수 있다. 당장 요 며칠 동안 아롯 시내에는 타국에서 온 관광객과 마법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늘어난 만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확. 저 시커먼 마탑을 붕괴시키고 싶은데.”
흑색마탑 소속의 흑마법사들이 대거 아롯을 떠났다. 로베리안과 멜키스에게 듣기를, 현재 흑색마탑에 남은 흑마법사는 본래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사마르에서 일찍 헤어졌던 흑색마탑주ㅡ 발자크 루드베스도 아직까지 아롯에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엄청 흘렀다는 것이 저 시커먼 마탑을 보면 확 체감이 들어. 내가 은거하기 전에도 흑마법사의 마탑을 세우겠다는 이야기가 조금 들리긴 했는데, 그때는 나뿐만이 아니라 아롯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나섰다고.”
“흑색마탑을 세우기 위해 헬무드에서 기부를 엄청 했다더라.”
“……바벨에서 봤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유폐의 마왕…… 그 자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세냐는 짐을 가득 욱여넣은 캐리어를 끌면서 중얼거렸다. 사실 직접 캐리어를 끌 필요 없이, 모든 짐은 망토 안에 넣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세냐는 굳이 캐리어를 고집했다.
간단한 이유였다. 이쪽이 뭔가 마음이 더 설레서. 오랫동안 살았던 아롯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서.
“심지어 지금의 헬무드는…… 그…… 말도 안 되게 발전했다며? 나도 헬무드 관련 책과 영상을 따로 찾아보기는 했는데, 내 기억과는 아예 다른 곳이 되었더라.”
“직접 가보면 말도 안 나올걸.”
유진은 세냐의 말에 공감하며 대답해 주었다. 유진이 기억하던 헬무드는 사람이 사는 것이 불가능한 혹독한 대지였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날씨조차 제멋대로인, 그저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심신을 지치게 만들던 땅.
약속을 맺어 전쟁이 끝난 후. 유페의 마왕은 마경 헬무드를 ‘제국’으로 선언하며 스스로를 황제라 자처했다. 그 선언 이후, 유폐의 마왕은 마왕성 바벨의 창고를 열어 전쟁 피해국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전했다.
그 시점까지 대륙은, 유폐의 마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대놓고 반발은 하지 못했을 뿐 헬무드를 제국이라 인정하지 않았다. 헬무드에 이민을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라고는 결코 할 수 없을 빠른 속도로, 헬무드는 마경에서 제국으로 바뀌어갔다. 제대로 된 지성을 갖추지 못한 마물들이 가축처럼 사용되었다. 유폐의 마왕이 직접 토지를 주무르고 하늘을 바꾸었다. 수많은 마족들이 마왕의 명에 따라 일꾼이 되었다.
헬무드에 대한 세냐의 기억은 그쯤에서 멈춰 있다.
지금은 어떤가? 불과 200년 만에, 헬무드는 대륙에서 가장 살기 좋고 발전된 제국이 되었다. 대륙과는 전혀 다른, 대체 어떻게 이룩한 것인지 모를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
“……제벨라 파크는 또 뭐야?”
세냐는 간판대의 신문을 힐긋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늘어선 신문의 1면에는 헬무드의 제벨라 파크에 관한 소식이 실려 있었다.
“누아르 제벨라의 사육장이지.”
“딱 봐도 그래 보이네. 그 정신 나간 몽마는 옛날부터 미친 짓을 일삼았지.”
“저곳에 휴양이랍시고 방문하는 인간들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 굳이 저딴 곳에 가서 돈도 쓰고 정기까지 바치는 것일까요?”
이 주제에 관해서는 유진과 세냐, 아니스, 크리스티나까지 똑같은 생각이었다.
망토 안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듣던 메르와 라이미르아는 말없이 시선을 마주치고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번 가보고 싶었느니라.’
‘몽마의 여왕을 죽이기 전에…… 아니, 죽이고 나서라도 놀이기구는 탈 수 있지 않을까…….’
누아르 제벨라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 후. 유진과 세냐, 크리스티나는 펜타곤 부유역의 워프게이트로 이동했다.
세냐는 소란스러운 송별과 배웅은 바라지 않아서, 어제 왕가와 의회, 마탑주들에게 절대로 배웅을 나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만약 배웅을 나온다면 그 자리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협박도 했다.
“언니이이!”
그 말은 멜키스도 들었을 텐데…… 그녀는 용감하게도 세냐의 경고를 무시하고서 워프게이트 앞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는 세냐를 포착하자마자 세상 서럽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저도, 저도 데려가 주세요!”
멜키스를 본 즉시 세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달려드는 멜키스를 마법으로 날려 버리고, 서둘러서 캐리어를 끌었다. 유진과 크리스티나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멜키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세냐를 따라서 워프게이트로 들어갔다.
미리 말은 해두었기에 이쪽 부유역의 워프게이트는 사람이 없고 조용했다. 도착지도 미리 설정해 두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도착지는 키옐의 변경. 유진의 고향과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을 만큼의 시골인 볼라뇨.
현재 눈을 뜨고 있는, 자칭 유일한 드래곤. 레드드래곤 아리아르텔의 은둔지.
* * *
라이언하트 본가에 돌아가기 전에 아리아르텔을 만나러 온 이유는 간단했다. 라이자키아를 탐색하고 세냐를 구하는 모든 일은, 아리아르텔의 용언마법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리아르텔 본인도 종족의 배신자인 라이자키아에게 강한 원한을 품고 있으니, 라이자키아를 죽인 것 정도는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도리였다.
하나 더. 라이미르아의 관해서도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본녀는 흑룡공 외에 다른 드래곤을 만나 본 적이 없느니라.”
망토 안의 라이미르아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라이미르아의 얼굴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설마…… 은자여. 본녀를 그, 만나본 적도 없다는 드래곤에게 떠맡길 셈이느냐?”
“그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나는 유진의 곁에 바짝 붙어서, 망토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라이미르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대로 멍청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잖아.”
“뭐…… 뭣이라? 은자여! 아무리 은자가 은자일지라도, 위대한 종족인 본녀에게 멍청하다는 비난은 너무하지 않으악!”
따악! 라이미르아는 홍옥을 한 대 얻어맞고 망토 안으로 고개를 집어넣었다.
“드래곤이면 드래곤다운 점이 있어야지. 얘는 그냥 멍청하고 약하잖아.”
아리아르텔과 라이미르아의 나이는 많이 차이가 나봐야 100년을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아리아르텔과 라이미르아는…… 무게감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당장 라이미르아는 마법의 조종인 드래곤이라는 주제에 뭐 대단한 마법도 쓸 줄 몰랐고, 드래곤피어도 어중간했으며, 용언에도 대단한 위력이 없었다.
“그건 마빡의 홍옥 때문일 거야.”
세냐는 라이미르아의 이마에 박힌 홍옥에 여전히 욕심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든 뽑아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며칠 동안 조사하여 알게 된 사실.
라이자키아의 집념과 저주과 구속은 놈이 죽었음에도 아직 홍옥에 남아 있다.
라이자키아는 하나뿐인 혈육을 혈육으로 대하지 않았다. 저 홍옥은 라이미르아가 그 어떤 순간에도 라이자키아에게 거스를 수 없고 반항할 수 없게 만드는 안전장치이자, 라이미르아의 존재에 깊이 박힌 말뚝이었다.
용언의 위력이 대단찮은 것도.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드래곤피어조차 어중간한 것도. 홍옥이 라이미르아의 드래곤다운 힘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런 종류의, 특히 용언의 마법은 나로서도 괜히 건들기 부담스럽고 귀찮지. 그…… 아리아르텔? 헤츨링을 갓 지난 성체 드래곤이라도 용언으로 간섭할 수 있을 거야. 라이자키아가 이미 죽기도 했고 말이야.”
라이미르아가 조금 더 드래곤다워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전력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아직 헤츨링이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적이 인간이라면 모를까…… 전쟁시대부터 살아온 고위마족들 앞에서는, 드래곤의 헤츨링이라도 덩치 큰 도마뱀 수준일 테니.
“우우…… 은자여, 본녀를 버리면 안 되느니라. 본녀는 어머니…… 포근한 성모의 품을 떠나고 싶지 않느니라.”
……망토 안에서 훌쩍거리며 메르와 장난이나 쳐대는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유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망토 속의 훌쩍거림을 무시했다.
볼라뇨의 한적한 시골거리를 지나, 아리아르텔이 은둔한 주택 근처까지 왔다. 세냐가 펼쳐놓은 인식저해의 마법 덕에 시골 사람들의 이목은 사지 않았지만, 주택의 울타리는 이미 열려 있었다.
창가에 서 있는 아리아르텔의 모습이 보였다. 이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쾌한 것인지, 아리아르텔은 새빨간 머리카락을 손으로 배배 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진의 곁에 선 세냐와 아리아르텔의 눈이 마주쳤다. 그 즉시 아리아르텔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동자를 크게 뜨더니, 창가에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널 알아봤나 봐.”
“나는 저 드래곤을 처음 보는데?”
“지금 시대에 보라색 머리카락을 하고 다니는 마법사가 너 말고 몇 명이나 있겠냐?”
“옛날에도 나 따라서 머리카락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얘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아?”
“성직자들 중에서도 아니스 님을 숭배하며 금발을 길게 기르는 유행이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왜 나 따라 하는 놈은 없어?”
“널 따라 하려면 멀쩡한 얼굴에 흉터를 죽죽 그어야 하잖아.”
“한쪽 귓불도 날려 버려야지요.”
유진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주택에 다가갔다. 직접 열 필요 없이 알아서 문이 열렸다.
“현명한 세냐?”
현관에 선 아리아르텔이 대뜸 물어왔다.
“이 시골구석에는 아롯의 소문도 들려오지 않은 건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못 들었나 보네.”
세냐가 아롯에 귀환하고서 며칠이 지났으니 대륙 전역에 소문이 퍼졌을 텐데. 변경 끝자락의 볼라뇨에는 아직 세냐의 소문이 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기돌이 더 낫군.’
유진은 새삼스레 애향심을 느끼며 히죽 웃었다. 아리아르텔은 유진의 미소를 찡그린 눈으로 흘겨보다가,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세냐를 쳐다보았다.
“……이 강대한 마력…… 현명한 세냐 본인이 틀림없어. 그쪽은…… 당대의 성녀인 크리스티나 로게리스인가?”
“위대한 종족을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크리스티나는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기도를 올리며 방긋 웃었다. 아리아르텔은 가벼운 전율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할 대마법사. 빛의 화신인 성녀. 그리고 300년 전에 죽은 영웅의 환생. 지금 그녀의 앞에 선 3명은 틀림없이 인간이겠지만, 아리아르텔은 도저히 그들을 인간이라 여길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아리아르텔은 꿀꺽 침을 삼키며 몸을 돌렸다.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 하나 아리아르텔은 그에 대한 불쾌함은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3명의 손님을 기꺼이 응접실로 안내하고, 스스로 차를 달여 각자의 앞에 놓아주었다.
“현명한 세냐. 그대가 처한 불행에 대해서는 저 우둔한 하멜에게 들었소. 그대가 세상에 나와 내 앞에 있다는 것은…… 우둔한 하멜이 저번에 예고했던 대로, 드래곤의 수치인 마룡 라이자키아를 토벌했다는 것이겠군.”
“우둔한 하멜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유진은 먼저 그것을 정정해 주었다.
용마성에서 죽였던 야곤. 마족인 그놈조차도 ‘몰살의 하멜’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러주었는데, 왜 인간과 드래곤은 우둔한 하멜이라고 불러대는 것일까? 유진은 괜히 세냐와 아니스가 미웠다.
“당신의 이름은?”
“아리아르텔. 레드드래곤의 아리아르텔.”
“예, 아리아르텔. 절 구하는 것에 당신의 도움이 있다 들었습니다.”
상대가 드래곤이기에 세냐도 태도를 조심했다. 그녀는 천천히 아리아르텔을 향해 고개를 숙여주었다.
“만약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세상에 나오는 것에는 아득하고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사마르 대수림 엘프족과 세계수의 후예, 세냐 메르데인. 당신의 도움으로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 위대한 마법사여.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마법의 총아여. 고개를 드시오. 나는 드래곤이되 미숙한 존재이고, 결코 그대보다 위대하지 않소. 그러니 내게 고개를 숙이지 말아주시오.”
아리아르텔은 난감하면서도 기쁜 얼굴이었다.
드래곤이기는 해도, 오래전부터 보았던 동화책의 인물과 직접 마주 앉아 있다는 것. 그 현명한 세냐에게 저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아리아르텔의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동심을 자극했다.
‘그래, 무릇 전설 속의…… 동화 속의 영웅이라면 저런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아리아르텔은 그런 생각을 하며 유진을 힐긋 쳐다보았다.
우둔한 하멜의 환생…… 유진 라이언하트. 저 인간은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우둔하고 건방지며 예의가 없었다.
반면에 현명한 세냐는 어떤가? 저 나긋한 말씨와 현기 있는 눈동자를 보라!
그리고 크리스티나 로게리스. 당대의 성녀. 과연 그 신분과 이름처럼 자태 하나하나에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세상 모든 존재를 자비와 사랑으로 끌어안을 것만 같은, 저 자애로운 모습이란…….
‘드래곤이라면 보물을 산처럼 쌓아두고 사는 법인데…….’
세냐는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매와 같은 눈으로 방을 살펴보았다. 밖에서도 보고 느낀 것이지만, 이 집은 드래곤의 거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낡았다.
‘어디 보물 하나 받을 수 없나?’
이런 면에서 세냐와 유진은 닮았다.
세냐는 과연 어떻게 해야 아리아르텔에게서 보물을 뜯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