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Younger Sister Is 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7)
EP28 – 윤수연 데뷔 앨범 (9)
동생이 천재였다
몇 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드디어 모든 컨셉이 정해졌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곳은 처음에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산토리니의 해변가로 정해졌다.
그리고 한고요가 등장하기로 했던 허름한 집은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촬영을 한 뒤에 합성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 나타나는 건 한고요가 아니다.
명색이 윤수연의 데뷔 앨범이자 뮤직비디오인데 한고요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아 한고요가 아니라 윤수연이 그 역까지 맡기로 했다.
대신, 한고요는 윤수연에게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역을 맡기로 하였다.
다만, 한고요의 분량은 굉장히 짧다. 시간으로 따지면 15초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윤하준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되었다.
원래 윤하준은 뮤직비디오에 출연을 할 생각이 없었다. 산토리니까지 이동할 시간도 아깝고 자신의 노래도 아닌데 괜히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서 무엇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하지만 자신의 데뷔곡에 꼭 오빠가 출연해 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윤수연의 부탁을 윤하준은 이길 수 없었고, 결국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다.
윤하준이 맡은 역할은 한고요와 정반대되는 역이다.
한고요가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역이라면, 윤하준이 맡은 것은 꿈을 꾸게 만드는 역이다.
“그냥 간단한 옷 입으면 안 될까요?”
그런 역할을 맡은 만큼 당연히 윤하준도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게 되었다.
스타일리스트팀과 소품팀이 준비한 의상과 소품들을 보며 윤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리다는 건 아니다.
느낌도 괜찮고 예쁘긴 하다.
다만, 저걸 자신이 입는다는 게 상상이 안 간다.
순백색의 드레스처럼 보이는 커다란 코트 셔츠? 거기다가 그 안에 있는 셔츠에다가 바지도 순백색이라고?
아니, 이건 아니지. 그리스 쪽으로 가고 그리스 신화의 그 남신 분위기를 주고 싶은 건 알겠지만 정말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차라리 태영이한테 입으라고 하면 좀 어울리겠다.
“왜요,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진담이세요?”
아무리 내가 계약하고 있는 가수라고 해도 무리해서 저런 소리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텐데.
윤하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쓰러운 시선으로 스타일리스트를 보았다.
“머리는 금발로 할 거고, 염색하기는 힘들 테니까 스프레이 뿌릴 건데 괜찮죠?”
“네, 네.”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었던 이야기니까 머리에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거절을 할 이유는 없다.
커다란 거울 앞에 앉은 윤하준이 눈을 감고 머리를 맡긴다.
전생에서도 그렇고 현생에서도 그렇고 종종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머리를 하는 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집에서 머리를 감으면 말리는 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는데 전문가에게 머리를 맡기면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만 1시간이 가볍게 넘는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거에도 사소한 디테일들이 있는 것이겠지.’
윤하준이 눈을 감고 있는 동안 그의 머리는 계속 수난을 겪었다.
무언가 머리에 뿌려지는 느낌, 때때로 머리를 당기는 느낌, 억지로 머리를 묶는 느낌 등. 평소라면 머리에서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느낌들을 받으며 윤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 다 됐습니다.”
윤하준이 그 느낌에 익숙해져서 슬금슬금 졸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 머리가 끝이 났다.
조느라고 느슨해진 입가를 닦은 윤하준은 거울을 바라보았고, 그 상태로 굳고 말았다.
“저, 그 저기요.”
“네?”
“그 머리만 금색으로 칠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잖아요?”
“그렇긴 한데.”
확실히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지금 윤하준의 머리는 아까와 달리 완벽하게 금색으로 빛나고 있으니까.
문제는 금색으로 빛나고 있다는 게 아니다.
뭔가 뒷머리가 주렁주렁하다.
‘이게 그 붙임머리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사실, 붙임머리 자체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다. 필요한 스타일이 있다면 붙일 수도 있지.
그런데 붙임머리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보석들이 뭔가 거슬린다.
“이거 보석들 잃어버리면 안 돼요. 엄청 비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큐빅들은 아니니까요.”
“어, 이것들 진짜예요?”
“네, 큐빅을 쓰면 너무 가짜 티가 나서 안 되거든요.”
거슬림을 느끼던 윤하준은 갑자기 머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붙임머리에 진짜 보석을 장식해 놔.’
기껏해야 몇십 초 등장하는 거에 불과한데.
그냥 큐빅 써도 충분하겠는데.
마지막으로 소품팀에게 받은 반지와 팔찌, 그리고 귀찌까지 착용한 윤하준은 거울을 바라본 뒤에 아주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죽고 싶다.”
* * *
윤하준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과는 별개로 윤수연과 윤하준의 변신은 깜짝 놀랄 정도로 완벽했다.
화장법부터 시작해 머리 스타일, 의상, 거기다가 소품들까지. 현실에서 보면 무서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모습이 되었다.
반대로 한고요는 그 둘과 비교하면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분장했다. 정확히 말하면 분장이라 할 것까지도 없지만.
특별한 장신구를 착용한 것도 아니며,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머리에 무슨 짓을 했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의상마저 설원예고의 교복을 입고 있다.
하지만 한고요의 본판 자체가 뛰어난 편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둘과 대비되면서 굉장히 현실적이라 더 예쁘게 느껴지는 면이 있기도 하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난 뒤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이라고 해 봐야 한고요와 윤하준이 이곳에서 촬영하는 분량은 1초에서 많아 봐야 3초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부 윤수연 개인의 분량이다.
그러니까 윤하준이나 한고요는 최대 3초 정도의 분량을 위해서 여기 산토리니까지 와서 몇 시간 동안 분장을 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이란 거 진짜 더럽게 힘들구나.”
“그러게.”
바다에서 해맑게 미소를 짓는 윤수연 앞에 나타나는 걸로 촬영 분량을 끝낸 윤하준과 한고요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생에서도 이렇게 허탈한 촬영을 해 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더 찍잖아.”
“그래 봐야 분량 다 합쳐서 10초 정도 되는 거 아니야?”
“난 15초 정도라더라.”
“5초 더 나와서 부럽다야.”
“뮤직비디오가 4분 정도 된다니까, 그 정도면 분량 많은 거지.”
참으로 긍정적인 한고요의 말에 윤하준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는다.
앞으로 뮤직비디오나 이런 촬영을 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정말로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윤하준은 바닷가에서 물을 맞으며 뛰노는 윤수연을 바라보았다.
현실에서 절대로 입을 것 같지 않은 옷들을 입고 겨울에 바다에 들어가 물을 맞는 수연이의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
수연이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동시에 안타깝기도 했다.
산토리니라고 하면 마냥 따뜻하기만 할 것 같지만 4월인 오늘의 날씨는 17도 정도다.
거기다가 바람이 아주 많이 불어 단순히 선선한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춥다.
그런데 저렇게 얇은 옷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오빠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이 된다.
그래서 윤하준은 촬영이 잠시 끝나고 윤수연이 쉴 때마다 그녀에게 가서 패딩을 입혀 주거나 핫팩을 건네주며 몸을 따듯하게 해 주었다.
“감기 걸리지는 않겠지?”
“괜찮을 거야.”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중얼거리는 윤하준을 향해 한고요가 답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윤수연을 가리켰다.
윤수연은 굳게 주먹을 쥔 채로 감독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몇 시간째 이 추운 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으니 힘들고 지칠 만도 한데 그런 기색이 보이지는 않는다.
“수연이는 너를 닮았거든.”
“응?”
“너처럼 강하다고.”
‘나처럼 강하다……라.’
한고요의 말에 윤하준은 윤수연을 바라보았다.
저 호리호리한 몸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윤수연은 굉장히 씩씩해 보인다.
그 모습에 윤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나보다 훨씬 강하지.”
그래서 윤수연은 늘 자랑스러운 자신의 동생인 것이다.
* * *
“끝났다아아아!”
길고도 길었던 뮤직비디오의 촬영이 전부 끝났다. 산토리니에서만 일주일을 촬영했으며, 한국에서도 4일 정도 촬영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그사이에 학교는 결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한고요나 윤하준은 촬영이 먼저 끝나 먼저 돌아가서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윤수연은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윤수연은 혼자서 산토리니에서 계속 촬영을 진행해야만 했다. 그건 윤수연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윤수연은 홀로 외국에 나간 적이 없었고, 이렇게까지 오래 가족들과 떨어졌던 적이 없었으니까.
멀리 타국에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건 아직 18살에 불과한 윤수연에게 있어서 제법 두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윤수연의 매니저인 서채림이 계속 케어를 해 주었고, 저녁마다 윤하준이 전화로 연락을 해 준 덕에 어떻게 산토리니에서의 촬영을 잘 마무리 지을 수가 있었다.
“나 진짜 너무 힘들었어, 오빠.”
윤하준의 무릎에 기댄 윤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부볐다.
아무리 윤하준과 윤수연이 사이가 좋은 남매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진한 스킨십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데다 홀로 타국에 나가 있었고, 거기다가 일정이 매우 하드했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던 어리광을 부리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요즘 들어 한고요와 진소향이 노골적으로 윤하준을 노리다 보니 뭔가 오빠를 뺏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고생 많았어.”
“그래도 드디어 이걸로 모든 촬영 끝난 거지?”
“무슨 소리야. 이제 화보 촬영이랑 인터뷰 촬영, 그리고 또 메이킹 필름 녹음에다가…….”
윤하준의 입에서 나온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들은 윤수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앨범을 만든다는 게 즐겁기만 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쁘고 할 게 많을 줄이야.
“오빠야.”
“응?”
“앞으로 절대 앨범 만들어 달라고 안 조를게.”
“갑자기?”
“이렇게 힘들 줄은 나도 몰랐지.”
특히, 뮤직비디오 촬영. 그건 진짜 힘들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조치를 받고 스태프들이 많은 케어를 해 줬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힘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먹었던 영양제와 맞은 수액 들이 떠오르자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재밌었잖아?”
“그거야 그렇지.”
그건 맞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었다.
만약에 혼자가 아니었다면 훨씬 더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하지만 혼자서도 재미가 있긴 했다. 매일 의상을 입고 화장을 하는 작업은 지루했지만 그렇게 작업을 하고 나면 자신이 완전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오빠 앨범 때는 그냥 간단하게 하자.”
“그럴 거야.”
윤수연의 말에 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해외 로케는 한 번이면 족하다.
어떤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정해서 뮤비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할 예정이다.
“그냥 작업실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괜찮고, 집에 편하게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걸로 뮤비를 해도 괜찮고.”
“맞아.”
“뭐, 회사 입장에선 절대 허락을 안 해 주겠지만.”
“그것도 그렇지. 그래도 산토리니 바다는 정말 예뻤는데.”
“맞아, 엄청 예뻤어.”
기껏해야 하루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산토리니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때, 윤수연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맞아, 오빠. 나 산토리니에서 촬영하면서 뭐 떠오른 거 있어.”
“응?”
“그 노래라고 해야 하나. 계속 뭔가 흥얼거린 멜로디가 하나 있거든. 들어 볼래?”
“그래.”
윤하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수연은 재빠르게 핸드폰을 꺼내 녹음 파일 하나를 재생했다.
윤수연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윤하준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