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146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146화
36. 전초전(1)
전쟁까지 3개월이라.
이건 나와 미하엘 국왕이 바라던 시나리오는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는 녀석들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을 걸어오냐는 것인데, 체스터가 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예년과 같은 국경분쟁 수준은 아닌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놀린 모양이다.
요 몇 달 동안 당하기만 하니, 약이 바짝 오른 모양새.
“전면전 수준은 아니죠?”
“라인하츠 왕국 동맹국에 접근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영토 일부를 빼앗거나, 팽창하는 국력을 깎아내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아닐까 싶군요.”
크로이센 제국이 라인하츠 왕국을 먹으려면 주변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크로이센 제국이라 해도 홀로 라인하츠를 포함한 여러 나라를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특히 우리 왕국처럼 국토의 많은 면적을 크로이센 제국과 접한 조르디 왕국에서 이를 잠자코 지켜볼 리가 없었다.
“좋네요. 그런 마음가짐. 아직도 철저히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
현재 우리 왕국의 군사력은 크로이센 제국의 60% 수준이다.
이것도 요 두 달간 확 끌어 올린 것으로, 전력 차가 이렇게 크면 누구라도 자만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크로이센 제국을 상대로 패배 따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녀석들의 자만심이 스스로를 좀먹을 테니까.
“아무래도 곧 헐리우드 시스템의 관리자 권한을 쓰게 될 것 같네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체스터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설득한다고 통할 분이 아닐 분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저의 요청이 묵살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요.”
황당하단 체스터의 반응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식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데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헐리우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거에요.”
“신뢰도가 떨어지더라도 헐리우드 시스템을 대신할 대안이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겪는 건 특정 세력, 특정 인물뿐이니까요.”
“어째 한마디도 안 지시는군요.”
“하하, 제가 고집이 좀 세졌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일축당했음에도 체스터는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랄까?
* * *
크로이센 제국의 황태자 ‘안드레 드 크로이센’은 요즘 하루하루가 저기압이었다.
“주인을 무는 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런 안드레 황태자가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뒤에 서 있는 측근에게 물었다.
그에 황태자의 최측근이자 제2 근위 기사단장인 페트리트 백작이 심플하게 답했다.
“처리해야죠.”
“그렇지? 나도 같은 생각이네.”
“말씀하신 주인을 무는 개는 라인하츠 왕국을 뜻하는 것이겠죠?”
“녀석들 빼고 누가 있겠나, 우리 민족의 수발을 들던 녀석들인데.”
드래곤에 의해 멸망했다는 칼바도스 제국은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국가다.
문명이 철저히 파괴되어 후대에 남겨진 자료가 많지 않아 해외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고 있을 정도로.
하지만 그런 자료 어디에도 칼바도스 제국 시절 라인하츠 민족이 크로이센 민족의 수발을 들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역사를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는 성향이 있는 제국은 한 교수의 주장을 사실처럼 여기고 있었다.
‘칼바도스 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크로이센 민족이 사회의 주류였단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고로 라인하츠 민족은 크로이센 민족에게 빌붙어 사는 2등 국민이 아니었겠는가.’
이런 논리로 말이다.
물론, 근거가 부족한 그 주장은 해외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나, 크로이센 제국 측에선 유독 이를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들의 우위성을 표현하는데 너무도 안성맞춤인 주장이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황제폐하께서 전쟁을 준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준비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자? 나는 그럴 생각이 없네만?”
“따로 무언가를 하실 생각입니까?”
페트리트 백작의 물음에 안드레 황태자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녀석들이 우리 제국의 자존심을 많이도 흠집을 내지 않았는가. 녀석들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온다면 나도 같은 수법을 쓰는 수밖에.”
어쩐지 위험해 보이는 황태자의 모습에 페트리트 백작은 잠시 미간을 좁혔으나,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
“계획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페트리트 백작이 조심스레 관심을 표해오자 안드레 황태자는 그리 복잡한 계획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라인하츠 녀석들이 기고만장해진 게 한 인물의 득세와 관련이 깊지.”
황태자가 말한 한 인물을 페트리트 백작은 어렵지 않게 알아챘다.
“로렌스 공작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라인하츠 왕국의 신성이라 불리는 그 어린 녀석.”
안드레 황태자가 아드리안을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은 제법 유명했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잘못 건드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페트리트 백작은 황태자의 반응에 순순히 호응해 주기가 힘들었다.
라인하츠 왕국과 별개로 아드리안이란 인물은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아아, 나도 녀석을 직접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 그런 반응 보일 필요 없네.”
“그 말씀은?”
“뭐, 녀석을 흥분시킬 방법은 많다는 뜻이지.”
황태자는 기대하라는 말을 남기곤 다시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에게 집중했다.
페트리트 백작은 그런 황태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려를 표했다.
* * *
“꼭 모자란 것들이 자존심만 강한 법이지.”
로렌스 공작령에는 다른 영지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기관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영재관이라 이름 붙여진 교육기관으로 나와 아르시아가 직접 선발한 인재들만 입관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이곳의 교육 수준은 왕립 아카데미를 크게 상회하며, 입관과 동시에 로렌스 공작령의 가신단에 이름이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특이한 장소였다.
현재 영재관에 입관한 생도의 수는 총 120여 명 정도인데, 이 인물들 모두가 하나 이상의 최상급 재능을 가진 자들이었다.
“네?”
그런 영재관을 둘러보며 무심코 혼잣말을 내뱉은 내 모습에 1기 생도이자 현재 영재관의 관리자인 알렌 로페즈가 반문했다.
나는 별것 아니라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실소를 참지 못했다.
내가 뜬금없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뭐냐 하면…….
[크로이센 제국에 의해 포섭된 생도] [크로이센 제국에 의해 포섭된 생도] [크로이센 제국에 의해 포섭된 선생]영재관의 신입생도와 신입 선생 중에 이런 정보가 표기되는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크로이센 제국도 전쟁 준비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보통이라면 알아채기 힘들지만, 블루문과 만경을 가진 내겐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
“로페즈 경.”
“네, 주군.”
“모든 생도와 선생, 관리자를 집합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갑자기 영재관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했음에도 로페즈는 아무 불만 없이 내 지시를 이행했다.
그렇게 영재관 관계자들이 빠르게 한자리에 모여졌고, 나는 그중에서 7명의 스파이를 찾아냈다.
“어? 어어!”
“이게 무슨?”
“여, 영주님!”
나는 그들을 허공에 띄워 내 그림자처럼 잠자코 있던 그레고리에게 짐짝처럼 넘겼고, 영문을 모르겠단 반응을 보이는 그들을 가리키며 생도와 선생, 관계자들에게 경고했다.
“이들은 크로이센 제국에 포섭되어 우리 영재관에 피해를 일으키려 한 사람들입니다. 어차피 전부 들키니까, 이상한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헙…….”
모두가 헛바람을 삼켰다.
제국에 포섭된 이들과 일반 생도들까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의 능력을 갈고닦는 것이란 점을 명심하세요. 그럼 배신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능력으로 명예를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요. 아시겠습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내 물음에 로페즈가 한껏 굳은 표정으로 선창하듯 답하고, 모두가 뒤따라 답했다.
그렇게 크로이센 제국의 헛짓거리를 사전에 차단한 나는 영주성 본성으로 돌아가며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포섭된 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한 번 배신한 이가 두 번 배신하지 말란 법 없죠. 난 써먹을 생각이 없어졌으니, 경이 알아서 처리하세요. 세뇌해서 블루문의 단원으로 만들든, 죽이든.”
“알겠습니다.”
포섭된 이들의 역할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바로 영재관에 큰 피해를 일으켜 나를 도발하는 것.
그리고 그 피해는 인명손실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저들에게 접근한 정보원은 파악됐습니까?”
“네, 엘투스 거리에 녀석들의 거점을 확인했습니다.”
“좋네요. 역시 블루문입니다.”
성큼성큼 옮기는 내 발걸음엔 거침이 없었다.
‘미안한데, 얌전히 당해주기만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 * *
“뭐? 고작 반나절 만에 들통이 나서 전부 제거를 당해?”
“송구합니다.”
정보부장의 보고에 안드레 황태자는 물론, 그의 측근인 페트리트 백작까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들이 노린 타겟은 라인하츠 왕국의 국왕이나 왕태자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더불어 로렌스 공작과 그의 직계 가족, 주요 가신처럼 중요도가 높은 인물들도 아니었고.
그저 로렌스 공작이 아끼는 학생격 인물들의 처리를 맡긴 건데, 맥없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전부 제거당했다고 한다.
이는 정보부끼리의 싸움에 완패했단 뜻이니, 안드레 황태자는 제국 정보부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로렌스 공작의 대응은?”
황태자의 물음에 정보부장은 식은땀을 닦으며 답했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확실해?”
“네, 확인에 또 확인을 거듭했습니다.”
정보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황태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에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페트리트 백작이 끼어들었다.
“전하, 한동안은 마탑이 아닌, 황성에 머물며 몸을 사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간 보아온 로렌스 공작의 성향을 생각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습니다. 행동이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이를 상대할 때는 최대한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하죠.”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데, 페트리트 백작이 몸을 사리라 하니 황태자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경은 대 크로이센 제국의 황태자인 나 보고, 고작 왕국의 귀족 하나를 피해 숨어 있으란 뜻인가?”
현재 황태자가 머물고 있는 장소는 그가 책임자로 있는 황립마탑이었다.
성에는 황제가 있기에 왕 노릇이 힘들지만, 마탑 내에서 황태자는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을 좋아하는 게 납득이 되긴 하지만, 황립 마탑이 아무리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황성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충심에 몸조심하라 간청한 것인데, 이를 곡해하다니.
백작은 말을 잃었다.
“페트리트 백작은 라인하츠 왕국과 로렌스 공작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군.”
“그것이…….”
“녀석들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한들 결국엔 오크 수준, 그에 비해 우린 오우거나 다름이 없네. 체급 차이가 매우 크지. 자네, 오크를 두려워하는 오우거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리 말하는 안드레 황태자의 눈동자에 냉기가 가득했다.
페트리트 백작은 그런 황태자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크로이센 제국은 대국이다.
그런데 그 대국의 황태자란 인물이 왕국의 귀족에게 자격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애초에 그가 로렌스 공작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내뱉을 일이 없는 충고였다.
“실례했습니다.”
페트리트 백작은 어쩔 수 없이 사과로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이 이상 그를 자극하면 아무리 측근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는 없을 테니까.
페트리트 백작이 고개를 숙이며 의견을 접자 황태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잔에 손수 와인을 따라 주었다.
이는 용서의 의미였다.
“이로써 확실하게 알았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이번 전쟁에서 로렌스 공작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것을.”
페트리트 백작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 세력은 작지만, 라인하츠 왕국에서 로렌스 공작의 존재감은 매우 컸다.
[미안한데 말이야.]그런데 그때였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느닷없이 허공에서 들려온 것이.
[이쪽은 고이 죽어줄 생각이 없거든.]“뭐, 뭐야?”
황태자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발코니 창문 너머 난간을 밟고 선 검은독수리를 볼 수 있었다.
“독수리?”
황태자는 그 검은독수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하!”
하지만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황태자와 달리 오러마스터인 페트리트 백작은 당황하며 급히 몸을 날려왔다.
그리고 황태자는 황성에 머물며 몸을 사리자는 페트리트 백작의 제안이 충심에서 나온 간청임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그의 목숨과 맞바꿔서.
-콰직!
몸을 날린 페트리트 백작은 그대로 황태자를 밀쳐냈고, 동시에 번쩍인 빛이 백작의 머리를 박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