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화
1. 기연(2)
그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내가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했던 10살 때의 이야기다.
“어?”
나는 수업 과제로 마도 세기의 황금기를 이끈 ‘마누엘 루카스’란 인물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게 무슨…….”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은 루카스 대공가의 문장이었는데.
[WHY]어째서인지 그곳엔 영어가 적혀있었다.
‘설마 이 사람도?’
어딘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짧은 단어 ‘why(왜, 어째서).’
덕분에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바보처럼 눈을 껌뻑이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그리고 내 눈에 이상이 없음을 알게 되자 자연히 루카스 대공의 출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것만으로 단정할 순 없지.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으니까.’
크게 당황했으나, 원체 신중한 성격인지라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허…….”
그러나 머지않아 루카스 대공이 지구 출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루카스 전하께선 죽음을 앞두고 이런 말을 남기셨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다시 한번 메리와 걷고 싶었다’라고……. 처음 들어보는 지명과 이름에 의미를 확신할 순 없지만, 위대한 성인의 이야기인 만큼 허투루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전하의 마지막 메시지를 이렇게 기록에 남긴다.]그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킨 집사의 기록이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나처럼 전생을 기억하는 건지, 만화나 소설처럼 차원 이동을 한 건지는 몰라도 론델의 위대한 대마법사는 지구 출신이 분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영문 모를 유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내겐 비밀 메시지와 같았다.
이후에도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루카스 대공에 대한 조사에 몰두했더니 다양한 곳에서 그가 지구인이란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점치게 되었다.
‘위대한 마법사를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일지도 모른다.’
그에 따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마누엘 루카스의 발언이 떠올랐다.
[힘, 지식, 재산. 나의 모든 것을 이 세상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 [갈망하라. 주인 없는 기연을 손에 넣는 건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루카스 대공의 업적은 모르더라도 사람의 욕심을 자극하는 그 발언은 모르는 이가 없다.
‘대놓고 가문의 문장으로 영어 단어를 사용하고, 여기저기에 자신이 지구인이었다는 흔적을 남겼다. 또한 기연의 존재를 밝혀 대대적으로 어그로를 끈 것을 보면 동향인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메리란 인물을 그리워하던 것처럼 고향을 잊지 못해 큰 의미 없이 그런 행동을 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눈에 불을 켜고 유산을 찾고 있음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를 차지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구의 지식이 도움 될지도 몰라.’
상식적으로 유산을 노리는 전 세계의 능력자들을 뚫고 기연을 얻기란 불가능하지만, 이 추측이 단순한 망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보다 루카스 대공의 유산에 근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안나의 시선을 피해 나만의 안배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내가 루카스 대공의 기연을 손에 넣게 된다면?’
물론, 이는 지나치게 희망적인 관측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마누엘 루카스라는 인물의 탐구뿐만 아니라 그가 생전 개발한 기술과 논문도 빠짐없이 체크하고 방학 땐 직접 대마법사의 나라인 브링엄 제국까지 날아갔다.
조사 과정에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지만 아무도 10살짜리 꼬맹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마누엘 루카스의 추종자 중 하나로 치부될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경쟁자들의 무관심 속에 제법 다양한 정보를 손에 넣게 되고.
결국…….
[마누엘 루카스의 기연을 획득하셨습니다.]해내고 말았다.
* * *
루카스 대공의 기연을 찾는데 지구의 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지구의 지식이 없어도 끝내 기연에 다다를 수 있게 손을 써놓긴 했지만, 애초에 나와 같은 이레귤러가 존재하는 이상 경쟁은 공평할 수가 없었다.
[위대한 마법사 마누엘 루카스의 진전을 잇는 후계자.]위의 타이틀을 손에 넣은 이상 이젠 위협에 굴하며 움츠러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작 자작가의 안주인인 안나가 문제겠는가?
루카스 대공의 힘은 한 국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인데.
앞으로의 인생은 이제 탄탄대로다.
고난을 넘어 이젠 꽃길을 걷는 일만 남았…….
-착!
“큭!”
다고, 생각했으나.
곧바로 예상 밖의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개 아프네! 이 빌어먹을!”
알고 보니 마누엘 루카스의 기연은 손에 넣고 나서부터가 고난의 진정한 시작이었던 것이다.
[고블린]HP 80/100
녹색 피부를 가진 짤막한 인간형 몬스터.
고블린은 라인하츠 왕국(현실) 곳곳에 존재하지만, 친절하게 HP가 표기되는 이유는 이곳이 ‘크로니클 온라인’이란 가상현실 게임 속이기 때문이다.
“이거 무서워서 제대로 싸우겠나.”
아무리 가상현실이라 해도 게임은 게임.
일반적이라면 통증은 필터를 거쳐 약해지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나는 현실이나 다름없는 고통을 느끼며 주춤거려야 했다.
바로 이 악의적인 오류가 기연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키에엑!
고통에 몸이 굳는 것도 잠깐.
나는 초보용 단검을 역수로 쥐며 고블린을 노려보았다.
왼팔이 길게 베여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지만, 이를 악물며 이어질 공격을 대비했다.
-휙!
날렵하게 몸을 날리며 정면으로 찔러오는 고블린의 공격.
그걸 한 끗발 차이로 피하며 힘껏 단검을 내리찍었다.
[Critical Hit!]정수리를 꿰뚫린 고블린은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HP가 0을 가리키며 쓰러졌다.
곧 사체는 빛과 함께 동전 몇 개를 떨어뜨리며 사라지고, 동시에 나를 중심으로 푸른빛이 터지면서 알람이 떠올랐다.
레벨업에 의해 모든 부상이 치료되었다.
그런데 금방 사라질 레벨업 이펙트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연 퀘스트 1단계를 클리어했습니다.] [주신 아리엘에 의해 비밀 공간으로 이동됩니다.]눈을 한번 깜빡이니, 사방이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회색의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 생각과 상관없이 강제 텔레포트가 된 것이다.
-마누엘 루카스의 마탑 1층.
[마탑의 다음 구역 개방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마누엘 루카스의 마탑 2층이 개방됩니다.]꽤나 불친절한 시스템 아닌가.
고블린 사냥을 끝나고 난 다음 벌어진 상황에서 내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뭐, 내 의견이 어떻건 기연만 제대로 수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부분이지.’
각국의 정보부는 물론, 많은 트레저 헌터들이 루카스 대공의 유산을 찾아 세계를 이 잡듯 뒤졌다.
하지만 루카스 대공의 기연은 의외의 장소에 숨겨져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온라인’, 즉 가상 세계 속이었다.
‘이러니, 쉽게 찾지를 못하지.’
처음 기연을 손에 넣을 때만 해도 루카스 대공의 유산을 물리적으로 이어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면 현실의 비밀 금고나 던전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마누엘 루카스는 생각보다 꼼꼼한 사람으로 자신의 유산을 쉬이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초기화됩니다.] [캐릭터와 현실의 육체가 동기화가 됩니다.] [크로니클 온라인의 능력이 현실로 반영이 됩니다.] [지적, 물적 자산은 성장에 따라 단계적으로 획득하게 됩니다.]이런 식으로.
덕분에 이 게임 속에서 기연 탐색을 위해 키웠던 스카우트 캐릭터가 날아가고 초보로서 다시 한번 게임을 공략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게임에서의 능력이 현실에 적용된다니.
내가 키웠던 스카우트 정도의 힘만 손에 넣어도 왕국 내에선 적수를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또한 경험이 있는 만큼 처음보단 캐릭터 육성이 수월할 테니, 즐기자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게임이 현실의 육체와 동기화가 되면서 저질 체력이 그대로 반영된 건지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초반에 개고생을 했다.
더구나 몸은 무거운데 공격을 당하면 엄청난 통증이 밀려와서 사냥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기연 퀘스트 1단계 목표인 레벨 10을 달성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마누엘 루카스의 마탑 2층으로 올라가시겠습니까?]아무것도 없던 회색의 공간에 신기루처럼 등장한 문.
게임 속 오브젝트인 이 공간이 루카스 대공의 기연 그 자체인 셈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의 손잡이를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대답과 동시에 다시금 텔레포트 되는 느낌이 들면서, 붉은 융단이 넓게 깔린 공간이 나타났다.
2층과 1층의 차이점은 바닥에 깔린 융단뿐만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던 1층과 달리, 2층은 공간 전체가 서재처럼 꾸며져 있었다.
한쪽 벽면엔 다양한 책이 빼곡하게 꽂힌 책장이 있고 그 앞으로 금속 재질의 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친절하게 상자의 용도를 알려주는 메시지창.
눈을 크게 뜬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천천히 상자에 다가갔다.
[50억 루트를 획득했습니다. 입금받으실 계좌를 입력해 주십시오.] [원한다면 온라인 화폐로 수령하실 수도 있습니다.]드디어 보상다운 보상이 등장했다.
루트는 한국의 원과 화폐 단위가 비슷하니, 50억 원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엄청난 거금이긴 해도 영주의 자식인 내가 무리를 하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한지라 조금 아쉬웠다.
‘최고 레벨이 300에 달하는 이 게임에서 달랑 레벨 10을 달성하고 얻은 것이니 이후를 기대하면 되겠지.’
그래도 애초에 기연의 진정한 가치는 돈이 아닌 이것 아닌가.
[1서클이 생성됩니다.] [서클 생성에 따라 직업이 마법사로 고정됩니다.] [동기화된 육체(현실)에 서클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게임을 종료하지 마십시오. 강제 종료 시 동기화된 육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