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290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290화
61. 내 목표(6)
버그와 마리냥, 미엘이 쿠바를 거쳐 미국 마이애미에 넘어온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쿠바에서 트롤짓을 하던 범죄조직의 뿌리가 마이애미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은밀하게 범죄조직만 소탕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미국은 그녀들이 나서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는 나라였고, 굳이 눈에 띄는 짓을 해봤자 아드리안의 귀에 들어갈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계획이 아크 스칼렛과 다크 스퀘어의 등장으로 깨졌다.
두 마왕이 너무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니, 은밀하게 활동하려 했던 버그와 마리냥, 미엘이 덩달아 들키는 게 당연했다.
“아그냥의 멤버가 한자리에 모였군.”
아크 스칼렛이 양손을 V자로 들어 올리며 그리 말하자, 버그와 마리냥도 버릇처럼 같은 포즈를 취했다.
바로 로렌스 마탑의 프로젝트 걸그룹 아그냥의 인트로 포즈였다.
다크 스퀘어와 미엘은 그런 일행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고, 아그냥 멤버 세 사람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아크 스칼렛은 버그 일행에게 말했다.
“아드리안 화났어.”
짧은 말이었지만, 어깨를 움찔거리게 만들기 충분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버그 일행은 영문을 모르겠단 반응을 보였고, 아크 스칼렛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에 등장한 신화 속 존재들은 여신의 안배야. 그런 안배의 뚝배기를 따버리다니, 뭔 생각인 거야?”
버그 일행은 뒤늦게 자신들이 아즈텍의 신을 사냥한 이유를 편지에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변명했다.
“위칠로포츠틀리가 사람을 엄청 죽였거든, 알고 보니 인신공양의 신이더라고. 그래서 아드리안이 추구하는 평화에 방해되는 존재라 생각해서 거리낌이 없이 공격했던 건데.”
“그래? 그런 거였다면 뭐…….”
설명을 들으니 그녀들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가 돼서 아크 스칼렛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위칠로포츠틀리는 마족과 비슷한 성향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선신보다 악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이유라면 아드리안도 이해하고 넘어가 줄 가능성이 컸다.
“이해했으면 됐어. 우리 이제 무죄 석방이지?”
그렇다고 해서 이 자리에서 버그 일행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
자신들의 주인인 아드리안의 명령은 그녀들을 잡아가는 것.
나중에 석방되더라도 일단은 끌고 가야 했다.
“너희가 직접 아드리안에게 보고해. 우린 너흴 끌고 오란 명령을 받은 상태거든.”
“엑? 잡혀가면 더는 모험을 즐기지 못할 텐데?”
“아드리안이 그 정도로 빡빡하진 않아.”
아크 스칼렛은 좋게좋게 말해서 그녀들을 데려갈 생각이었으나, 버그 일행은 모두에게 추앙받는 이 땅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프리덤을 외치며 도주를 시도했다.
“어딜!”
하지만 개인의 능력치 면에서 버그 일행을 지켜주는 비라코차와 케찰코아틀은 두 마왕에 미치지 못했다.
공간 이동을 시도했으나, 바로 아크 스칼렛에게 봉쇄를 당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그건 바로 이들의 기본능력치가 드래곤을 상회할 만큼 워낙 높았기에 기술을 상쇄하는 것만으로 마력 폭풍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콰아앙!
“아?”
그 마력 폭풍은 뜻하지 않은 폭발이 되어 마이애미의 항구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런…….”
마치 생각 없이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그 밑에 개미집이 있는 느낌이랄까?
아드리안과 어울려 다니며 매번 부하 취급을 받아서 그렇지, 이들 모두가 손짓 한 번에 도시를 증발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무구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들은 로렌스 의장의 부하가 아닌가! 이게 무슨 짓이지!?]이들을 향해 지상에서 군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대단한 용기였다.
하지만 공포에 질려 있는 얼굴로 항의를 한들 아무리 강한 어조여도 무안할 뿐이다.
그에 아크 스칼렛이 버그 일행에게 우선 자리를 옮기자 제안했고, 버그 일행도 괜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게 싫었기에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을 치더라도 일단 자리부터 옮긴 다음에 도망치면 되니까.
그렇게 두 마왕과 버그 일행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는 바다를 빠른 속도로 가로 질렀다.
하지만 그때였다.
-쉬이익!
빛의 화살이 아크 스칼렛을 뒤통수를 노리며 날아들 것이다.
-콰아앙!
기습공격을 맨손으로 쳐낸 아크 스칼렛은 핏빛 안광을 번뜩이며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시선이 향한 곳엔 큼지막한 활을 쥔 인디언 복장의 사내와 불꽃처럼 일렁이는 그림자를 두른 기계 새 한 마리가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다.
[이 땅에 혼란을 가져오는 존재.] [악마를 멸한다.]그 둘의 대사에 아크 스칼렛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났다.
“미쳤나.”
그들은 바로 미국에 등장한 신화 속 존재, 에스키모의 철까마귀와 인디언의 치니그치니치였다.
“뭐, 뭐야 저것들은?”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한데.”
예상치 못한 기습공격에 화가 났는지, 광기로 번들거리는 아크 스카렛의 표정은 함께 무대 활동을 한 버그와 마리냥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에 버그는 팔짱을 낀 채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크 스퀘어에게 말했다.
“여기서 싸우면 안 돼! 아직 육지랑 가깝다고!”
“눈깔이 돌아갔어. 지금은 아무도 못 말려. 휩쓸리기 싫으면 도망치는 게 좋을걸?”
버그는 철까마귀와 치니그치니치를 모르지만, 한눈에 신화 속 존재들이란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 존재들과 아크 스칼렛이 대놓고 싸우면 해일과 지진이 발생할 터.
인근 도시인 마이애미는 초토화가 되고 말 것이다.
아드리안에게 깨질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으으…….”
더불어 아무리 버그가 원치 않았다고 해도 이 사태가 자신들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낀 그녀가 물었다.
“비라코차, 케찰코아틀. 싸움 말릴 수 있어?”
황금색의 점토 인형 비라코차와 날개를 달고 있는 작은 뱀 케찰코아틀은 버그의 부탁에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답을 해왔다.
[알았어.] [시도해 보지.]뜻하지 않게 미국 앞바다에서 4명의 신화 속 존재와 2명의 마왕이 얽힌 전투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미국에 무심한 철까마귀와 치니그치니치가 느닷없이 집안싸움에 끼어들 것이라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무리 아드리안이라 해도 이건 계산 밖의 상황이었다.
* * *
“우리 칼리는 어쩜 이렇게 예쁠까?”
나는 갓난아이치고 너무도 말끔한 외형을 가진 딸내미 ‘칼리시아 엘 로렌스’ 앞에 딸랑이를 흔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 보이는 법이라지만, 칼리시아는 제삼자의 눈으로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부모가 부모인지라 당연한 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끔 부모를 닮지 않은 자식도 있는 법이니 여러모로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외모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 해도 빼어나서 나쁠 게 없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남자깨나 울리고 다니겠는걸?”
아르시아는 누가 봐도 감탄할 절세미인이지만, 갈색 머리에 녹안을 지녀 단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칼리시아는 아르시아의 생김새에 내게 은발과 사파이어빛 눈동자를 물려받아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공주’란 단어와 찰떡인 아이란 소리다.
-딸랑. 딸랑.
“…….”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가 묘하게 무표정하단 것이다.
내가 딸랑이를 아무리 열심히 흔들어도 눈동자만 움직일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혹여 몸에 이상이 있나 살펴봐도 정상이라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러나 이내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면 그 무표정한 모습이 아르시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은 표정이 제법 풍부해졌지만, 과거 아르시아가 딱 저런 느낌이었다.
“맘마 먹자.”
식탐이 강한 것도 똑 닮았다.
유모들의 말에 의하면 칼리시아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먹는 양이 배는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덩치도 다른 갓난아이들보다 빠르게 큰다.
“신의 기운 때문일까? 너무 빨리 커도 서운한데.”
왕가에서 육아는 시녀와 유모들의 힘을 빌리니 그렇게 힘들지 않다.
때문에 아이가 빨리 크는 것보다 오랫동안 귀여움을 지켜볼 수 있게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섬을 풀어헤친 아르시아에게 착 달라붙은 칼리시아의 통통한 뺨을 손가락으로 툭 찌른 나는 짜릿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다.
“공왕 전하께선 딸바보 확정이네요.”
“그러게요.”
뒤에서 유모들의 웃음 가득한 이야기가 들려와도 못 들은 척했다.
그렇게 얼마나 행복의 시간을 보냈을까?
-똑똑!
“고, 공왕 전하!”
금남 구역인 칼리시아의 방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레고리의 당황한 육성이 들려왔다.
그에 나는 의문을 표했다.
근래 들어 그레고리의 당황한 음성은 처음 들었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그래서 직접 문을 열었고, 예상 밖의 보고를 받아야 했다.
바로 버그 일행과 두 마왕, 아메리카 신화 속 등장인물들이 한데 엉켜 마이애미 앞바다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단 이야기였다.
미간을 찌푸린 나는 아르시아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지구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귀가 좋은 그녀라면 이미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르시아는 아이를 유모들에게 맡기고는 언제나처럼 내 옆에 섰다.
“같이 가요.”
“어쩔 수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내미에겐 미안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우린 냉큼 미국으로 향했다.
* * *
미국 앞바다에서 발생한 전투.
그 과정은 백악관에 실시간 영상으로 전달되었고,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전투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세상을 멸망시킬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전투는 아드리안의 등장과 함께 일방적으로 종료됐지만, 미국에서 벌어진 초월자들의 전투는 백악관에 위기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사상자는?”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가 21명입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피난 중 발생한 것으로 전투에 의한 직접적 피해자는 없었습니다.”
“트리니티 쪽에서 보호해 준 덕분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바다 위 2㎞ 하늘에서 벌어진 전투임에도 지상엔 지진이 발생하고 파도는 해일이 되어 쉴새 없이 육지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피해가 적은 것은 버그 일행이 지상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모든 사태가 굴욕적일 수밖에 없었다.
“로렌스 공왕으로부터 연락 온 거 없나?”
“안 그래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 깊은 사과를 전하며 모든 피해를 책임지고 배상하겠답니다.”
그나마 아드리안의 발 빠른 조치가 조금은 화를 가시게 만들었지만, 그에게 휘둘리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이어진 보고로 인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알고 보니 트리니티의 지도자인 세 여성도 공왕 측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구를 모험하겠다며 가출한 상태였다고 하더군요.”
“뭐? 모험? 가출? 고작 그런 이들에게 미국이 위협을 느꼈단 말인가?”
미국 대통령은 기가 막힌다며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따라 웃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그 웃음이 애처롭게 다가왔으니.
“철까마귀와 치니그치니치는?”
“치니그치니치는 죽고 철까마귀는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그 둘은 왜 갑자기 나선 거야?”
“그게 저도 잘…….”
이번 사태를 마냥 아드리안의 탓으로 보긴 힘들었는데, 전투를 키운 게 바로 미국에 나타난 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일을 키운 그들은 패퇴했을 뿐만 아니라 죽기까지 했다.
이 얼마나 꼴사납단 말인가.
“다만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어째서?”
“철까마귀가 거래를 청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
“네, 치료에 필요한 광물을 구해다 주면 앞으로 미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겠답니다.”
뜻밖의 거래 제안.
자신들을 박살 낸 마왕을 어렵지 않게 제압하여 끌고 간 아드리안의 모습에서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깨달은 건지, 도도하던 철까마귀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건 미국 입장에서는 희소식이었다.
대통령은 모처럼 만족스러워했으나 이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이번 일로 다시금 우리의 힘이 부족하단 것을 깨닫고 말았군.”
“그렇죠…….”
국가보다 강한 개개인.
이 힘의 격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을 간극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다들 시무룩한 모습으로 미래를 걱정했다.
그런데 그때.
“저…….”
백악관 비상 회의에 참여한 인원 중 가장 말단이라 할 수 있는 내무부 소속 고위 관리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실은 오늘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제게 접촉해 온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대통령을 포함한 회의실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