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6)
136. 빙결의 오브.
잠깐 서 있었을 뿐인데 타이탄의 기체에 소복이 눈이 쌓인다.
들고 있는 방패와 검에도.
‘방패 앞으로!’
[하아!]쿵! 쿠쿠쿠쿵!
자동인형이 탄 타이탄들이 방패를 내밀고 앞발을 굴렀다.
눈발이 사방으로 휘날린다.
‘기사들에게 내리는 명령은 하나다! 눈앞에 괴수를 죽여라!’
[네! 주군!]이제 자동인형 20명은 각자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이들은 내 그림자 기사단이고 웨슬리라는 뛰어난 지휘관도 있었다.
우측에 선 꼭두각시는 내가 직접 지시를 내릴 생각이었다.
저기 눈앞에 대군주처럼.
화염 괴수들이 속속들이 얼음 요새 앞 협곡에 도착했지만,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중앙에 20미터 크기의 대군주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전에도 그랬어. 대군주는 부하들이 거의 다 죽어가기 전엔 직접 나서지 않았지.’
나도 지금은 일부러 기간트나 마장기에도 타지 않고, 뒤쪽에 조금 높은 단상에서 전장을 바라보며 지휘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내 옆에 보디가드는 있었다.
킹콩인형과 표범인형!
난 표범인형에 올라탔다.
“끄어어어어!”
대군주가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시뻘건 검을 겨눴다.
“쿠르르르!”
“콰르르륵!”
두두두두! 두두두!
공격 신호에 화염 괴수들이 몰려온다.
‘허! 많기도 하다!’
전쟁엔 내 마법인형의 숫자가 많았고, 큰 괴수를 공격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내 마법인형의 숫자는 적지만 크고 강하고, 달려드는 놈들의 숫자가 많다.
주변에 도와주는 이 하나 없지만 괜찮다.
난 원래 혼자였다.
그리고 내 마법인형을 믿는다!
그 순간 괴수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싸워라!”
쾅! 콰콰쾅!
타이탄들이 육중한 방패로 괴수들을 밀었다.
9미터, 11미터의 타이탄이 30기다.
얼음 요새를 지키는데 빈틈이란 있을 수 없었다.
“올라오는 괴수들을 향해 검을 내려쳐라!”
우측에 있는 꼭두각시들의 타이탄이 사정없이 검을 내려친다.
부아앙! 쩍!
“쿠악!”
서리 오크가 도끼로 내려쳤을 땐 두개골이 박살 났지만, 타이탄이 검을 내려치자, 괴수가 아예 반 토막이 났다.
2미터의 괴수는 타이탄의 검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타닥!
얼음 성벽 위로 올라온 괴수.
“크롸롸!”
목을 잔뜩 부풀리고 화염을······.
퍼억!
타이탄의 발길질에 날아가 아래로 떨어졌다.
퍼엉! 화르륵!
괴수가 추락하자 화염이 치솟았다.
“쉬지 말고 방패로 막고 검을 찔러라! 너희는 지치지 않는다!”
쾅! 푸푹!
육중한 타이탄의 공격에 화염 괴수들이 성벽 위에 올라 불을 뿜을 새도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아직 상한 타이탄도 없었고, 내 마법인형은 지치지 않는다.
‘진정한 기갑은 역시 괴수를 잡을 때 빛이 나는 법이지!’
촤악! 푹!
타이탄이 검을 찌르면 괴수의 몸통이 뚫렸고, 검을 휘두르면 어김없이 괴수의 몸과 사지가 잘렸다.
순식간에 수백 마리를 죽었다.
일방적인 싸움이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놈들은 수만이니까.
[인형술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63-> lv.64]대수림을 통과하면서 많은 괴수를 잡았지만,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 자동인형들이 총력전으로 막아서고, 단숨에 수백 마리를 죽이자,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올랐다.
훗! 이러다가 나도 SS급 헌터로 올라가는 거 아닌가?
전생에 SS급 헌터는 전 세계에 단 6명뿐이었다.
SS급 헌터는 혼자 S급 헌터 대여섯을 상대할 정도로 강했다.
물론 그래봤자, 초거수에 죽는 건 같았지만.
‘어? 놈이 불을 뿜지 못하게 죽여!’
꼭두각시가 조종하는 타이탄이 성벽으로 올라와 입을 벌리고 있는 화염 괴수의 머리통을 찔렀다.
쩍! 퍼엉!
화염이 터지며 타이탄의 몸을 휘감았다.
한발 늦었다.
잠시 레벨업에 흥분해 놈을 놓쳤다.
‘이건 거의 자폭 수준인데······.’
다행히 타이탄은 팔꿈치 장갑만 떨어졌고, 기체는 그을린 수준이었다.
자동인형은 스스로 우선순위를 알고 있었다.
화염을 먼저 뿜을 것 같은 괴수가 있으면, 달려가 놈부터 처리한다.
하지만 꼭두각시는 이런 디테일한 명령이 힘들다.
그저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몸에 익은 대로 명령에 맞춰 싸울 뿐이었다.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하니 효율이 떨어지고,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서 벗어나지도 못한다.
그것이 내 꼭두각시들을 빨리 자동인형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쿠와!”
촤악! 촤악!
화염 괴수의 발톱 공격에 타이탄 기체도 상처가 났다.
타이탄이 검을 수직으로 찌르며 놈을 죽였다.
하지만 또 다른 놈들이 팔에 올라타 입으로 기체를 물어뜯었다.
타이탄이 검으로 털어냈다.
그 사이에 괴수 두 마리가 더 올라왔다.
놈들은 팔과 다리를 공격했다.
점점 꼭두각시 쪽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마리가 달려와 몸통에 붙어 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건 위험했다.
‘해치가 뚫린다! 옆에서 도와줘!’
기이잉! 콰앙!
옆에 꼭두각시가 방패로 배를 공격하던 괴수를 떨어냈다.
그리고 발로 밟았다.
쾅! 콰직!
점점 성벽으로 올라오는 괴수들이 많아져 자동인형들도 밀리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
게다가 화염까지 뿜어내니, 정신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막아라!’
그래도 아직 타이탄은 쓰러지지 않았다.
내 마법인형은 두려움을 모르는 기사들이다.
가끔 타이탄을 넘어 내 옆으로 다가오는 괴수는.
“쿠아아!”
콰직!
킹콩인형이 두 손으로 내려쳐 괴수의 몸통을 박살 냈다.
화염 괴수가 몸을 날리며 타이탄의 배를 노렸다.
콰앙!
타이탄이 방패를 놓고, 손으로 괴수의 목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검을 찔러 마무리!
그런데 또 다른 괴수가 올라와 또 배를 공격했다.
‘응? 집중적으로 해치만 노리네!’
난 다른 타이탄을 쳐다봤다.
그곳의 괴수들도 집요할 정도로 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지?’
난 대군주를 쳐다봤다.
‘설마, 타이탄의 약점을 알아낸 건가?’
소형 괴수만 계속 공격시킨 이유가 그건가?
적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거 해치를 강화해야 하나?
하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타이탄은 튼튼하니까.
‘방패로 해치를 가리고 검을 휘둘러라!’
꼭두각시들에게 극악의 처방을 내렸다.
꼭두각시 본체에 타격이라도 입으면 운명의 실이 끊어지고, 잘못하면 애써 올린 레벨이 초기화되기 때문이었다.
많은 괴수가 올라온다.
콰직! 화아아아!
타이탄의 장갑이 뜯기고 팔다리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버릴 각오로 싸우고 있었기에 계속 싸우게 했다.
[꼭두각시(lv.10)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자동인형(lv.1)이 만들어졌습니다.]레벨이 높았던 꼭두각시가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어? 여긴 어디?]자동인형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생각하지 말고 본능에 맡기고 눈앞에 괴수를 죽여라!’
[네!]설명해줄 시간이 없었다.
분위기에 휩쓸린 자동인형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괴수를 찔렀다.
얼음 장벽 밑으로 화염 괴수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오크도 구하고, 내 레벨도 올리고, 그리고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전투가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좋아!
또 하나의 꼭두각시가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경험치도 많이 들어오고, 꼭두각시들도 연이어 자아를 각성하기 시작했다.
‘밀리지 마라! 싸워라!’
[꼭두각시(lv.9)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꼭두각시(lv.7)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꼭두각시(lv.8)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
필사적으로 괴수를 막고, 싸우자 꼭두각시들이 대부분 자동인형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원정은 성공이었다.
[주군!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웨슬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동인형이 지키는 쪽으로 4미터와 10미터짜리 화염 괴수가 올라왔다.
4미터짜린 그래도 단칼에 베어 버렸지만, 10미터짜리 화염 괴수가 웨슬리의 룩급 타이탄의 팔을 잘라버렸다.
더는 무리다!
이젠 마지막 수를 쓸 때였다.
‘인형의 집으로!’
웨슬리를 먼저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때 꼭두각시가 탄 타이탄 한 기가 쓰러져 해치를 집중 공격당했다.
난 재빨리 꼭두각시를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자 다른 자동인형들도 버거운지 뒤로 밀렸다.
사방에 화염이 치솟고, 기간트 장갑과 기체도 녹기 시작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모두 다 인형의 집으로!’
자동인형과 꼭두각시를 모두 인형의 집에 넣었다.
그래도 화염 괴수들은 타이탄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여기는 듯 연신 물고 화염을 뿜으며 공격했다.
‘나와라! 괴조인형!’
“끼이아아!”
괴조인형이 내 키만 한 작은 토우인형 하나를 입에 물고, 손에 큰 구슬 하나를 가지고 인형의 집에서 나왔다.
“위로 올라가!”
괴조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난 괴조가 가지고 나온 커다란 오브를 두 손에 들었다.
그리고 오브에 마나를 계속 주입했다.
그사이 타이탄을 공격하고 부수던 화염 괴수들이 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난 놈들이 코앞까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빙결의 오브를 깼다.
순간 주변으로 엄청난 냉기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쩍! 쩌쩍!
‘인형 바꿔치기!’
휘익!
눈을 뜨자, 난 지금 괴조의 입에 있었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휴! 조금만 늦었으면 동태 될 뻔했네.”
지금 스킬은 인형술사 고유 스킬로 토우인형 스킬이었다.
내 모근이 남아 있는 머리카락들을 붙여 만든 토우인형과 내 위치를 바꾸는 스킬.
토우인형은 한번 쓰고 부서진다.
‘젠장, 머리카락을 또 뽑아야겠네······.’
비상용 토우인형은 항상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했기에 새로 만들어야 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오브에서 뻗어 나온 냉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더 빨리 올라가!’
잘못하면 냉기에 먹힐 수도 있었다.
이 빙결의 오브 범위는 500미터였다.
물을 만나면 훨씬 더 커지고, 이런 추운 지역에서라면 그 위력과 범위가 몇 배는 더 늘어난다!
다행히 우린 냉기를 피했다.
“오! 대군주를 삼켰네!”
얼음 요새에서 500미터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던 대군주는 얼음에 완전히 삼켜졌다.
그리고 수천 마리의 화염 괴수 역시 얼음 감옥에 갇혔다.
‘이걸로 시간을 좀 벌겠지.’
그때였다.
화염 괴수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불을 뿜어내며 대군주가 갇혀 있는 얼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젠장! 금방 따라오겠네.’
얼음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었지만, 얼음에 갇히지 않은 화염 괴수가 수만 마리다.
저것들이 일제히 불을 뿜으면 아무리 큰 얼음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북쪽으로 가자!’
“끼이이아!”
괴조를 타고 차원 균열을 향해 날아갔다.
북쪽으로 날아가다 균열로 향하는 긴 오크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맨 뒤에서 걸어가는 쿠훌린과 오크 해병들이 보였다.
난 아래로 내려갔다.
“쿠오크! 타일러다!”
“쿠오크! 쿠오크!”
쿠훌린과 오크들이 나를 보고 일제히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다.
“쿠훌린 어떻게 됐어?”
“쿠오크! 노인과 아이, 여자 오크들은 이미 비공정에 태워 차원 균열로 보냈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잘했어!”
그래도 순조롭게 이동하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앞쪽에 있던 서리 부족 오크 족장이 내게 다가왔다.
“쿠오크! 타일러여! 고맙다!”
“그 말은 무사히 차원 균열 너머에 도착한 후에 해!”
“쿠오크! 알았다. 타일러여!”
“그리고 다들 긴장해! 언제 화염 괴수가 쫓아올지 모르니까.”
“쿠오크!”
난 표범인형을 꺼내 타고, 이들과 맨 후방에서 함께 이동했다.
***
다행히 우리가 차원 균열에 도착할 때까지 화염 괴수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아무리 화염을 뿜어내는 괴수라고 해도 역시 추운 지역에서 얼음을 녹이는 건 쉽지 않은가 보다.
그리고 빙결의 오브 능력이 생각보다 강력했다.
“서둘러라!”
“쿠오크! 어서 균열 안으로 들어가라!”
그때 쿠훌린이 다가와 말했다.
“쿠오크! 타일러여! 저길 봐라!”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저쪽은 카이와족 마을 방향이었다.
“쿠옥! 우리 마을이······.”
카이와족 족장 아나키드가 분노로 손을 부르르 떨었다.
괴수가 호수 옆 오크 마을을 불태운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에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어차피 이곳은 불타 없어질 세상.
“놈들이 오기 전에 들어가.”
억지로 오크들을 차원 균열로 밀어 넣었다.
미련이 남을수록 새로운 땅에 정착은 힘들 테니까.
맨 마지막으로 나와 쿠훌린도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