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37)
137. 대이주.
“휴! 겨우 끝났네.”
긴장이 풀리자,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다.
저쪽 세상은 낮이었는데, 균열 넘어 대수림은 깊은 밤이다.
순간 주변에서 날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사방에 지친 오크가 가득했다.
대부분 짐도 없이 맨몸이었다.
겨우 목숨은 구했으나, 이들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12,000명이 넘는 오크를 데리고 대수림을 통과할 생각을 하니 벌써 까마득하네.
기이잉! 쿵! 쿵!
라이너와 룩급 기간트에 탄 기사들이 다가왔다.
그래도 네 명의 기사가 있어 다행이다.
에테나도.
“영주님! 비공정은 모두 안전하게 이동했어요.”
“잘했어.”
난 라이너의 기간트를 쳐다봤다.
“근처에 괴수는 없었어?”
[왜 없었겠습니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괴수를 다섯 마리나 잡았습니다.]라이너의 기간트가 가리킨 곳엔 A등급 괴수 3마리와 B등급 괴수 2마리의 사체가 있었다.
그런데 기사들이 타고 있는 기간트에 큰 상처가 없는 것이 나와 대수림에서 사냥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어난 티가 났다.
“다들 고생했어.”
영지로 돌아가면 다들 오리지널 기간트를 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은 그걸 받을 실력과 자격이 충분했다.
“쿠오오오!”
“쿠오크! 쿠오크!”
오크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그들은 오크 족장들과 대전사들이었다.
“쿠오크! 타일러여! 대체 그 많은 괴수를 어떻게 막은 것인가?”
“쿠옥! 정말 대단하다.”
“쿠오크! 대족장의 영혼이 깃든 자여! 그대처럼 용맹한 자는 처음이다!”
“쿠오크! 고맙다! 대족장이여!”
오크들은 저마다 나를 칭찬했다.
몇몇은 날 아예 대족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난 가볍게 웃었다.
“모두 무사했으면 됐다.”
“쿠오크! 급히 나온다고 식량을 챙기지 못했다.”
“쿠옥! 우리 카이와족도 맨몸이다.”
“다들 걱정하지마, 몇 달은 먹을 것이 있으니까.”
“쿠오크!”
오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들은 내가 식량을 보여주지 않아도 내 말을 온전히 믿고 있었다.
이미 생명의 은혜를 입었으니, 날 신뢰함이다.
“자! 족장들과 대전사들이 다들 모였으니까 앞으로 일정을 말해주마.”
오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먼저 이곳에서 오크는 고대 짐승의 영혼을 부르지 못한다.”
“쿠옥! 그럴 리가 없다.”
“쿠오크! 고대 영혼을 부르지 못한다고?”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이곳은 저들의 차원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쿠훌린도 쓰지 못했으니까.
카이와족 족장인 아나키드가 고대 곰의 영혼을 부르려 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다른 오크들도 굳이 시험해 봤다.
“쿠오크! 이럴 수가!”
“쿠옥! 우리의 힘이······.”
“쿠아아아?”
오크들이 단체로 맨붕에 빠졌다.
수천, 수만 년간 쓰던 힘이 사라졌으니, 지금 그들의 기분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나도 이 세계에 맨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1레벨 상태창을 보고 당황했었지.
이제 그들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
“쿠훌린과 오크 해병들은 모두 강습 갑옷을 입고 와라!”
“쿠오크! 알았다. 대족장이여!”
“······?”
오크 해병들이 비공정으로 향했다.
그런데 쿠훌린도 날 대족장이라고 부르네.
왠지 오크들에게 인정받는 거 같아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말한 대로 오크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갑옷을 만들었다.”
“쿠오크! 우린 원래 갑옷을 입지 않는다!”
“쿠오크! 갑옷은 약한 오크나 입는 것이다!”
서리 오크들이 목소리가 가장 컸다.
서리 오크는 평균 체격이 2미터가 넘고, 오크 중에서 힘이 가장 좋기에 자긍심이 높았다.
그들은 갑옷은 고사하고 방패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봤자, 조금 전까지 괴수에게 쫓겨 도망쳐놓고선.
난 고개를 흔들었다.
‘내 오크 해병대를 보면, 생각이 바뀔걸.’
휘이익! 쿵! 쿵! 쿵!
오크 해병대가 비공정 갑판에서 뛰어내렸다.
“쿠옥?”
오크들이 3미터 크기가 된 오크 강습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쿠훌린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쿠훌린은 커다란 도끼를 들고 내 옆에 섰다.
“여기 쿠훌린 족장과 싸워볼 용맹한 오크 전사가 있는가?”
호빌테 족장이 나섰다.
“쿠오크! 일대일 싸움이라면 난 져본 적이 없다! 내가 하지.”
호빌테는 키가 2미터 30으로 서리 오크 중에서도 가장 컸다.
하지만 호빌테 하나론 부족하다.
“그러지 말고 다른 오크 족장도 함께 덤비지 그래?”
“쿠오크?”
“쿠옥?”
오크들이 단체로 인상을 찡그렸다.
“쿠오크! 우리를 무시하는가 대족장이여!”
“글쎄, 쿠훌린의 체격이 커졌기 때문에 두려운 거야?”
“쿠옥! 괴수도 아니고 같은 오크인데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난 싸워보겠다.”
아나키드가 칼을 들고 나섰다.
그러자 랑가스 족장도 창을 들었고.
마지막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호빌테 족장도 도끼를 들고 나섰다.
이건 나를 신뢰하는 것과는 다른 오크들의 자존심 문제였다.
3 대 1의 싸움.
“쿠오크!”
“쿠옥!”
오크 족장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쩡! 쾅! 퍽!
“쿠옥?”
단체로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강습 갑옷에 흠집은 났지만, 자신들의 힘을 다한 공격을 그냥 몸으로 막아냈기에 놀란 것이다.
착! 치이익!
부웅!
“쿠오크! 오크가 난다!”
쿠훌린이 몸을 날려 오크 족장들을 뛰어넘었다.
다시 강습 갑옷의 낙하 장치를 작동시키자, 착지했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부우웅! 콰앙!
“쿠악!”
아나키드가 도끼를 막다가 힘에 밀려 몇 바퀴나 구르며 쓰러졌다.
쉐엑! 탱!
옆에서 아라파족 랑가스가 창을 찔렸으나 갑옷을 뚫지 못하고, 옆으로 튕겼다.
쿠훌린이 씨익 웃으면서 발길질했다.
퍼억!
“쿠엑!”
쿵!
랑가스가 공중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자존심이 매우 상한 두 오크 족장이 물러섰다.
이제 남은 건 호빌테 족장뿐이었다.
“쿠오크!”
“쿠오오!”
팟! 팟!
두 오크가 힘 싸움에 들어갔다.
둘은 도끼까지 내려 놓고, 손을 마주잡았다.
강습 갑옷 때문에 체격이 훨씬 큰 쿠훌린이었지만, 갑옷이 오크의 기본적인 힘을 올려주진 않는다.
“쿠옥?”
하지만 힘 싸움에서 패한 건 호빌테 족장이었다.
쿵! 쿵!
호빌테가 무릎을 꿇었다.
퍼억!
“쿠악!”
호빌테도 뒤로 쓰러졌다.
가장 놀란 것은 쿠훌린이었다.
자신의 힘에 놀란 것이다.
‘당연하지!’
강습 갑옷은 무게가 50kg이다.
오크 해병대는 저 무거운 것을 매일 입고 3년 가까이 훈련했다.
그들의 근력은 이미 오크를 초월했다.
“보았는가! 나 대족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쿠훌린은 혼자 10명의 오크 대전사를 상대할 수 있다. 이건 아무리 강한 고대 짐승의 영혼이 깃들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오크 족장들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족원들도.
“다들 실망하지 마라! 너희도 여기 쿠훌린처럼 강해질 수 있다. 자존심은 내 가족과 내 부족을 지킬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때 카이와족 아나키드 족장이 물었다.
“쿠옥! 대족장이여! 우리도 저 갑옷을 입을 수 있는 건가?”
“당연하다. 이건 몸을 보호하는 단순한 갑옷이 아니다. 날카로운 도끼와 같은 것이다. 너희의 집과 터전을 빼앗은 괴수를 죽이기 위한 무기다! 누구든 원하는 자가 있다면 만들어 주겠다!”
“쿠오크! 나도 만들어다오!”
“쿠옥! 나도 강한 무기를 원한다!”
대전사들이 먼저 나섰고, 오크 족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삶과 터전을 짓밟은 괴수를 죽일 힘을 마다할 오크는 없었다.
“쿠오오오오!”
“쿠오크! 쿠오크!”
오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자신감이 살아났다.
‘휴! 다행이야.’
이곳에서 저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자신들의 고유 능력과 힘이 사라졌다는 건 금방 알아챌 것이고, 좌절할 것이다.
그럼 이 많은 오크를 이끌고 대수림을 통과하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젠 오크들은 더 강해지고, 복수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에 힘을 낼 것이다.
***
이렇게 힘든 적은 있었던가?
비공정 11척, 기간트 35기를 동원했다.
노인과 아이는 11척의 비공정에 거의 다 태웠다.
그 숫자가 5천에 달했다.
그리고 지상으로 7천 명의 오크들이 함께 이동했다.
그 많은 인원을 보호해야 하기에 내 기사와 내 마법인형이 탄 기간트들은 쉴새 없이 움직여야 했다. 오크 해병대는 비공정을 보호했고.
나도 정신없이 바빴다.
기간트에도 직접 탔고, 괴수인형을 이용해 하늘의 괴수도 막아야지 지상의 괴수도 막아야 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대수림에 쏟아지는 폭우와 벌레였다.
강철 체력의 오크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더위와 끈적끈적한 습기, 그리고 살인 벌레에 점점 지쳐갔다.
하지만 희망이 그들을 버티게 해주었다.
난 영지 서쪽 산악 지대에 그들의 터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원래 살던 산맥과 비슷하기도 했고,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도 적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교류를 한다면, 그들도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할 것이다.
[주군 난민 기지가 보입니다!]선두에 있던 웨슬리가 달려왔다.
[그래 나도 확인했다.]비공정이 먼저 난민 기지로 향했다.
우리가 난민 기지에 도착하자, 많은 인파가 몰려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시노우엘, 돌아왔군.”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다른 엘프 일족을 설득하겠다고 떠난 하이엘프 시노우엘이 돌아와 있었다.
“탈로스 왕국에 협력하던 가이든 일족과 서쪽 대수림에 숨어 있던 트아르 일족을 데려왔습니다.”
“오! 좋은 소식이군. 모두 몇 명이나 되지?”
“두 일족을 합쳐 3천 명이 조금 넘습니다.”
“3천 명이나?”
난 살짝 놀랐다.
오크도 만2천 명이나 데려왔는데, 엘프까지 인구가 폭증하겠다.
“이곳에 주거지가 부족하겠군.”
“일단 거신목과 주변 나무를 연결해 통로를 만들고 임시 거주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할 텐데?”
“맞습니다. 식량도 부족하고.”
“식량은 왜? 카야킨 전진 기지에서 요청하면 구해줄 텐데?”
“그것이 전진 기지 사령관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식량도 구하기 힘들고, 이젠 마석도 가격을 너무 낮게 매입한다고 합니다.”
“뭐?”
장벽 사령관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전진 기지 사령관도 바뀐 것이다.
하지만 마석 매입 가격을 낮춘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석이 더 귀해졌을 텐데, 가격을 올리지 못할망정 낮게 부른다?
‘이거 나와 척을 지겠다는 말이군······.’
장벽 사령관 매러덕 중장은 황태자 라인이다.
아무래도 윌리엄 공군 원수와 가까운 나를 견제하겠다는 말인 거 같았다.
그럼 관문 통과도 쉽지 않을 텐데.
이 말은 12,000명이 넘는 오크를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미 오크 해병대의 소문이 쫙 퍼졌을 테니, 이 많은 오크가 제국으로 들어가면 고스란히 7황자의 힘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니까.
뭐 상관은 없다.
‘아리칸 왕국의 관문을 넘어야겠어!’
과거라면 석 달은 걸리는 거리였지만, 비공정과 안당고낙이 있으니, 한 달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리칸에도 비공정 7척이 있으니 그것을 빌리면, 2번 정도 왕복하면 내 영지로 오크를 모두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합류한 트아르 일족 2천 명을 영지로 옮길 수 없을까요? 아무래도 공간이 협소해서요.”
“알았네. 이번에 오크와 함께 이동하면 되겠군.”
이곳 난민 기지가 포화상태라 엘프도 상당수 이동시켜야겠다.
난 시노우엘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제 이곳 거신목에 세계수를 심을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허락을 받고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좋아! 허락하지.”
엘프가 정령을 쓰기 위해선 20년은 기다려야 했지만, 이건 일종의 투자였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
“세계수 씨앗을 거신목에 심으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자랄 듯 보입니다.”
“오! 정말 좋은 소식이군. 최선을 다해주게.”
더도 말고 10년만 단축하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식량이나 필요한 물자는 카야킨 기지가 아니라 아리칸 왕국의 노바스 전진 기지에 요청하게. 그쪽과는 내가 따로 이야기할 테니까.”
“네! 영주님.”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방금 시노우엘이 날 영주님이라 불렀다.
그녀도 이제 날 인정하고 있음이다.
“이틀 동안 여기서 쉴 테니까, 트아르 일족 이동을 준비해 주게.”
“네, 영주님.”
“아! 그리고 암 드로운 경이 이곳에 있습니다.”
“뭐? 지금 어디 있나?”
“함께 오신 분들과 주변에서 괴수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저녁때쯤 돌아오실 겁니다.”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는 것 같다.
드디어 암 드로운과 알리사 엘가가 돌아왔다.
이제 두 거신이 돌아오지 못할까 봐 가슴 졸일 필요는 없었다.
‘잠깐! 함께 오신 분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