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33)
33. 각성.
쿵! 콰직!
[괴, 괴물이다!]‘포효하는 괴물인가?’
실제 포효하진 않았지만, 마치 먹이를 잡고 포효하는 맹수의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그렇고 살루스 기간트들도 그렇고, 그저 룩급 기간트의 머리가 터져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내가 가르쳐 준 기술이 아니야!’
내 꼭두각시는 당연히 내가 만들어 간다.
운명의 실타래를 이용해 한땀 한땀 동작을 가르치고, 영혼 이동을 통해 검술과 여러 가지 기술도 가르쳤다.
마법인형들은 본체인 나를 중심으로 서로 운명의 실타래가 연결되어 있었기에 가끔 자동인형 짹이 나 대신 꼭두각시들에게 검술이나 맨손 격투술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저런 동작은 본 적이 없었다.
방금 거신인형의 전투 장면은 마치 엠버 중령의 오리지널 기간트인 베가스와 비슷한 움직임이었다.
[뭐 하느냐? 사령관님을 구해라!] [어서 전진해!]살루스 기간트들이 다가오자, 거신인형이 슬쩍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보랏빛 눈을 번뜩이며 방패를 세우고.
쿵!
검을 방패 위에 올리며 자세를 잡고 상대를 겨눴다.
척!
그러자 접근하던 기간트들이 갑자기 얼음처럼 굳었다.
‘뭐지? 투기, 그런 건가?’
600여 미터나 떨어져 있음에도 거신인형의 강렬한 기세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긴 나 같아도 온몸에 풀떼기를 붙인 보랏빛 눈의 괴물이 검을 겨누고 노려본다면, 좀 섬뜩할 건 같았다.
그리고 저 자세도 내가 알려준 자세가 아니다.
‘설마, 이거 각성의 전조인가?’
벌써?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었다.
자동인형은 꼭두각시의 신체적 능력이 어느 정도 고점에 달한 후에야 각성한다.
전생의 자동인형들도 그랬고, 암살자 짹도 그랬으니까.
나흘 전에 숲에서 라살만 사냥팀을 처리하면서 레벨업 한 더그(lv.9)나 엘다크(lv.8)라면 또 모를까, 거신인형(lv.5)은 아직 어림도 없었다.
그런데 너무 잘 싸운다.
레벨이 5밖에 안 되는데······.
거신인형이 10레벨이 되면 과연 얼마나 무서워질까?
싱크로율 100%의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을까?
거기에 갑옷의 능력까지 더 해진다면?
기대감에 살짝 닭살이 올라왔다.
[달려들지 마라!] [먼저 놈을 포위해라!]지휘관들이 소리치자, 기간트들이 무기를 겨누고 거신인형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척! 처척!
나야 내 거신인형의 싸움을 더 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멈춰야 했다.
지금은 드워프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거신인형! 빈틈을 뚫고 이쪽으로 와라!’
팟! 쿵쿵쿵!
거신인형이 쓰러져 있는 룩급 기간트를 뛰어넘더니, 그대로 포위가 얇은 곳으로 돌진했다.
[막아라!] [괴물을 공격해!]지휘관들이 소리쳤지만, 기간트들은 거신인형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두려움에 몸이 굳어 있었다.
쿵! 콰앙!
결국, 나이트급 기간트 한 대와 폰급 기간트 한 대를 방패로 밀고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저기서 누가 11미터의 거신을 막겠는가.
거신인형은 내가 있는 입구를 향해 곧장 달렸다.
‘허! 얼마나 놀랐으면 쫓지도 않네!’
십여 대의 살루스 기간트는 도망치는 거신인형을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들이 무엇에 당했는지 모를 정도로 큰 충격에 빠진 듯했다.
거신인형이 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우린 함께 숲으로 이동했다.
나와 나란히 걷는 거신인형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뿌듯했다.
어쨌거나 내 마법인형이 강하다는 뜻이니까.
‘이거 계속 싸웠으면 이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흔들었다.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지키고 유지하는지가 더 문제다.
그만큼 거신인형은 활약은 무시무시했고, 잘 싸웠다.
그때 조금 전에 더그와 엘다크가 챙겨서 나무 뒤쪽에 세워둔 기간트가 보였다.
‘이거 둘 다 들어!’
척! 척!
거신인형이 양 겨드랑이에 두 기간트를 끼었다.
난 바로 거신인형을 인형의 집에 넣었다.
이제 내 기간트는 나이트급 4대, 폰급 4대가 됐다.
재료 하나 없이 기술도 없이 기간트가 늘어나는 마법.
이것이 진정한 창조 경제인가?
이젠 작은 규모의 사냥팀도 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난 일행이 숨어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기이잉! 쿵! 쿵!
“타일러님! 이쪽입니다!”
에테나가 손을 흔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들 이곳을 벗어난다!]최대한 기지에서 멀어져야 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더그와 엘다크가 탄 두 나이트급 기간트로 일행을 앞뒤로 보호하며 이동했다.
***
대수림에서 야간 행동은 금기였지만, 지금은 살루스 전진 기지와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다.
한참을 이동하자, 곧 작은 공터가 나왔다.
[정지! 여기서 잠시 쉰다.]작업용 기간트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다들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흩어지면 위험했으니까.
드워프들은 기지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두려워했다.
그래도 정신력이 강한지 라스칼이 다니면서 다른 드워프들을 챙기고 있었다.
난 두 나이트급 기간트를 세워 주변을 지키게 했다.
“오크는 주변을 경계해!”
“쿠오크! 타일러여! 맡겨다오!”
쿠훌린과 오크들도 넓게 퍼져 두려워하는 드워프들을 보호했다. 이럴 땐 덩치 큰 오크가 큰 도움이 됐다.
“작업용 기간트들도 마찬가지요. 드워프를 보호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빠져나왔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다들 긴장한 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야 나도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작전이었어.”
다행히 거신인형이 큰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빠져나갈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탈출 중 다친 이계 난민들도 없었고.
“저기, 이번에도 우린 구경만 했네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에테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아쉬운가?”
“물론이죠. 기간트가 없어서 이번엔 우리도 조금은 활약할 줄 알았는데, 역시 혼자서 다 하셨네요. 새로운 기간트도 생겼고.”
“활약할 일이 없는 게 좋아. 전투가 발생하면 누군가 다칠 테니까.”
에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타일러님은 상냥하시군요.”
“······?”
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에테나는 자꾸 이상한 말을 한다.
아무래도 일거리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너희 엘프들 일은 이제 시작이야. 드워프들 몸 상태가 안 좋아. 식량을 나눠주고 옆에서 잘 좀 챙겨주라고.”
“아! 그거라면 맡겨 주세요.”
에테나의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의외로 다루기 쉬운데?
“저기!”
에테나가 갑자기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인간들이 기간트에 타고 쫓아오지 않을까요? 드워프를 다 빼돌렸으니······.”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네?”
에테나도 이번엔 내 표정을 읽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것이 내가 노리는 또 하나의 전략이다.
추격하는 기간트를 나포해 저들의 전력은 줄이고, 내 전력은 늘린다.
대수림에서 그것도 야간 전투는 내가 유리했으니까.
그때 짹이 내 운명의 실타래 범위에 들어왔다.
[마스터, 적이 쫓아옵니다.]역시나 드워프를 쫓아왔네.
두 나이트급 기간트 발자국을 고스란히 남긴 건 의도한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자동인형 짹을 후미에 남겨 적의 추격을 감시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얼마나 걸려?’
[15분쯤 걸릴 것 같습니다.]‘숫자는?’
[비숍급 기간트 1대와 나이트급 2대, 폰급 기간트 2대입니다.]5대라······.
참 소심하게 꾸렸네.
숲의 괴물에 놀랐으니, 외부로 병력을 많이 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드워프들을 전부 놓칠 순 없었을 거고.
기지 입구를 지키다가 달아난 병사들이 드워프들을 데려간 것이 나이트급 기간트 2대라고 말했을 테니, 딱 지금 전력으로 추격한 것 같았다.
저들은 숲의 괴물과 드워프를 빼낸 두 기간트가 한편인지 모르기에 저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물론 나야 감사할 일이고.’
난 엘프와 오크들에게 드워프를 지키라고 했고, 두 나이트급 기간트를 끌고 저들이 오는 곳으로 향했다.
‘치타!’
쓰윽! 터벅! 터벅!
표범 꼭두각시가 내게 다가오더니 알아서 몸을 숙였다.
‘그래, 나도 작업용 기간트보단 네가 더 편하다.’
난 작업용 기간트에서 내려 표범 꼭두각시 등에 올라탔다.
‘더그는 왼쪽 나무 뒤에 숨고. 엘다크는 오른쪽 풀숲에 숨어!’
두 꼭두각시는 각자 기간트를 움직여 잠복했다.
그리고 거신인형은 언제든 인형의 집에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비숍급 기간트만 잡으면 나머진 쉽지.’
난 표범 꼭두각시를 타고 가까운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눈에 마나를 집중했다.
잠시 후.
5대의 기간트가 내 야간 시야에 들어왔다.
비숍급 기간트가 맨 앞에 있었고, 바로 뒤에 나이트급 2대, 폰급 기간트 2대가 맨 마지막에 있었다.
여분의 마석 배터리도 챙기지 않은 급조된 팀이었다.
오늘 밤까지 찾지 못하면 귀환할 생각인가 보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거신인형 출동!’
쓰윽! 쿠웅!
땅이 울리는 진동과 소리에 다섯 대의 기간트가 자리에 멈췄다.
기간트들이 무기를 겨누었다.
난 거신인형을 저들과 가까운 나무 뒤에 배치했다.
거신인형의 배치 딜레이가 끝나고, 보라색 눈을 번쩍였다.
‘좋아! 공격해!’
팟!
거신인형이 검과 방패를 들고 나무 뒤에서 튀어 나갔다.
쿵쿵쿵!
[뒤쪽이다!]맨 후미에 있던 폰급 기간트가 창을 겨눴다.
하지만 거신인형은 멈추지 않았다.
쉐엑! 태앵!
거신인형은 기간트의 창을 방패로 흘렸다.
그리고.
파악!
검으로 폰급 기간트의 배를 찔렀다.
쿵! 쿠웅!
기간트는 힘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으헉!] [숲의 괴물이다!]기간트들이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룩급 기간트와 비숍급 기간트 4대가 덤볐어도 잡지 못한 괴물이었다.
그 괴물이 이곳에 다시 나타났으니 얼마나 두려울까.
‘거신인형이 가장 큰 기간트를 맡아!’
거신인형이 비숍급 기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희도 공격해!’
전면 좌우에서 더그와 엘다크의 기간트가 양어깨에 램프를 켜고 살루스의 기간트를 공격했다.
‘이제 너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봐!’
이번 전투는 구체적인 명령 없이 자율에 맡겼다.
꼭두각시들의 기간트 조종 실력과 마나 운용 실력을 올리기엔 실전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실제로 며칠 전 라살만 사냥팀의 기간트와 싸울 때도 둘 다 1 랩씩 올랐으니까.
그리고 인형의 집에 기간트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니 좀 상해도 괜찮았다.
더그가 나이트급 기간트를 맡았고, 엘다크가 폰급 기간트를 맡았다.
그리고 거신인형은 비숍급과 나이트급의 협공을 막아내고 있었다.
‘당연히 거신인형이 먼저 끝내겠지?’
콰앙!
역시는 역시였다.
거신인형이 휘두른 방패에 비숍급 기간트가 맞고 수 미터를 날아가 나무에 부딪쳤다.
[거신(lv.5) 꼭두각시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자동인형(lv.1)이 만들어졌습니다.]‘뭐? 갑자기?’
[인형술사 레벨이 올랐습니다.] [lv.39 -> lv.43] [인형술사 클래스 등급이 올랐습니다.] [C등급 -> B등급] [운명의 실타래 레벨이 올랐습니다.] [운명의 실타래(lv.5) -> 운명의 실타래(lv.6)]이렇듯 꼭두각시에서 자동인형으로 각성은 불현듯 찾아온다.
역시나 거신인형과 연결한 150개의 운명의 실이 하나로 뭉쳐지더니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젠 실타래 범위를 벗어던진 자동인형이 된 것이다.
‘아직 레벨이 부족할 텐데?’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거신인형은 처음 허수아비를 만들 때부터 규격 외였으니 빨리 각성할 수도 있지.
바로 수긍했다.
나도 거신인형 같은 마법인형은 처음이니까.
어쩐지! 아까 전투부터 각성 조짐이 보이긴 했어.
쾅! 쩌억!
폰급 기간트의 머리가 날아가고 배에 있는 해치가 반으로 갈라졌다.
엘다크가 승리한 것이다.
그리고 불과 3초 차이로 더그가 상대 나이트급 기간트의 다리를 베어 쓰러트리고, 배에 검을 찔러 마무리했다.
그런데 자동인형이 된 거신인형이 계속해서 나이트급 기간트와 싸우고 있었다.
‘뭐지? 오히려 실력이 줄었나?’
거신인형에게 뭐라고 하진 않았다.
자동인형은 생각하는 인형.
괜히 처음부터 심적 압박을 주어 자아에 혼란을 가중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는데······.’
살루스 기지에서 봤던 거신인형의 실력이면 나이트급 기간트는 진작 박살 내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때 쓰러져 있던 비숍급 기간트가 다시 일이서더니, 거신인형에게 달려들었다.
거신인형은 오히려 방패를 내려놓더니, 검 하나 만으로 두 기간트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어? 뭐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더그와 엘다크가 타고 있는 기간트의 시선이 거신인형과 나이트급 기간트의 대결을 계속 따라가고 있었다.
설마, 꼭두각시들에게 검술 시범을 보이는 건가?
짹이 가끔 꼭두각시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건 내가 시켜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거신인형은 지금 막 각성했다.
정신이 혼란스러울 텐데······.
[더그(lv.9) 꼭두각시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자동인형(lv.1)이 만들어졌습니다.]‘뭐?’
[엘다크(lv.8) 꼭두각시가 자아를 각성했습니다.] [자동인형(lv.1)이 만들어졌습니다.]‘너도?’
두 꼭두각시가 자동인형으로 승급하자마자, 내 레벨이 추가로 올랐다.
그때였다!
거신 자동인형이 발로 비숍급 기간트를 찼다.
비숍급 기간트가 바닥을 굴렀고 다시 일어섰다.
그런데!
더그와 엘다크의 기간트가 비숍급 기간트를 동시에 공격했다.
캉! 카카캉! 캉!
갑작스러운 협공에 비숍급 기간트가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캉! 푹!
더그가 상대의 검을 막고, 엘다크가 품으로 파고들어 상대 기간트의 해치에 검을 찔렀다.
두 나이트급 기간트가 협공으로 비숍급 기간트를 이긴 것이다.
그리고 이미 거신인형은 나이트급 기간트를 처리한 상태였다.
난 표범인형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거신인형이 내게 다가왔다.
쿵! 척!
거신인형이 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두 나이트급 기간트도 무릎을 꿇었다.
척! 척!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나더러 황제라고?
이 자동인형들의 자아 컨셉은 기사인가?
심지어 방금 거신 자동인형이 내뱉은 말은 고대 거신들의 언어였다.
‘자동인형이 넷이라, 이러면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겠는데?’
인간의 욕심이란······.
살루스 전진 기지를 쉽게 얻을 방법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