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37)
37. 진짜 천재.
누군가의 주목과 관심을 받는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진따 타일러가 언제 이런 관심을 받았겠나.
물론 전생의 헌터 고강해도 그다지 관심이나 대우는 받지 못했다.
몇몇 동료들은 알고 있었지만, 죽은 자를 일으키고 함께 싸웠던 동료를 마법인형으로 만드는 내 능력은 사령술사나 네크로맨서라고 오인을 받았고, 사람들은 두려워했고 헌터들은 기분 나빠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관심은 달랐다.
이 세상에 제일 인기 있는 재능인 기간트 기사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웨슬리 슈나이더 백작은 심심하면 찾아와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케니스 영지로 오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고, 덕분에 오리지널 기간트를 2번이나 더 타볼 수 있었다. 어젯밤엔 카멜 영지의 사냥팀장이 찾아와 전역 후에 카멜 영지로 오면 정원이 딸린 이층집과 제국군보다 3배 많은 급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타냐 블랙은 트라스의 개 용병대 부대장 자리를 주겠다나······.
지금 부대장은 대머리 월터였다.
‘기간트 천재는 피곤하군.’
물론 시기하는 기사들이 많은 건 천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콜벳 대위의 말로는 지금이야 그저 부러워하는 수준이지만 내 마나가 늘어나고 기간트에 타게 되면 시기와 질투가 심해질 거라고 했다.
가령 나와 비슷한 마나를 가진 기사들이 폰급 기간트를 겨우 탈 때, 난 폰급 오리지널 기간트를 탈 수 있었고, 일반 기간트는 그보다 두 단계 높은 비숍급까지도 탈 수 있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마나가 부족했기에 작업용 기간트에 타고 있지만.
마나만 늘어나면, 다 죽었어!
‘그런데 오리지널 기간트를 구 할 데가 없을까?’
오리지널 기간트에 타보고 나니 살짝 욕심이 생겼다.
이번에 얼음 계곡에서 거신들의 갑옷을 네 개나 확보했지만,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내 거신인형이 챙겼지만.
아마도 그 갑옷들이 윌리엄 사령관에게 가면, 그가 밀고 있다는 황자에게 갈 것이고, 황자는 기간트로 만들어 자기 라인 중에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불현듯 거신 암 드로운이 죽기 직전에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거신 갑옷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메제트의 탑으로 가라!]그는 분명 내 머릿속의 의식을 읽었다.
그러니 내가 기간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그래서 저 말을 남긴 것이다.
만약 거신 갑옷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기간트가 아니라 오리지널 기간트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왠지 가능할 것 같았다.
난 거신의 언어도 마스터했고, 마법진도 조금씩 배우고 있었고, 거신에게 마나를 보는 법도 배웠다.
이 세계에서 누군가 오리지널 기간트를 만든다면 내가 가장 가능성이 컸다.
물론 메제트의 탑부터 발견해야겠지만.
‘그런데 메제트의 탑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니 거신이 살던 시대와 지금 시대는 엄청난 세월과 엄청난 시간 간극이 있었다.
그러니 그 시대에 만들어진 탑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십중팔구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아니지! 헬다임 장벽도 멀쩡하잖아!’
거신들이 만들었다면 장벽처럼 메제트의 탑도 멀쩡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
황궁 도서관이라도 뒤져 봐야 하나?
이건 정보가 필요한 일이었고, 하루아침에 알아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일단 살루스 전진 기지와 기간트를 만드는 것부터 해결하자.’
아직 걷지도 못했는데, 뛰는 걸 고민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
“타일러여! 자는가?”
드워프들의 리더인 라스칼의 목소리였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았고, 마차 밖으로 나갔다.
“왜 쉬지 않고?”
“덕분에 충분히 쉬었다. 지금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
“드워프와의 대화는 언제나 환영이지.”
라스칼은 반쪽이던 몸이 전부 회복되고, 이젠 억센 근육과 윤기 나는 수염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와는 그동안 대화를 자주 나눴기에 제법 친해졌다.
다들 자는 시간이었기에 우린 조용한 모닥불을 찾아 앉았다.
“내일이면 카야킨에 도착하는군.”
“아직 장벽으로 한 달 반을 더 가야 해.”
“나도 안다. 글러드 왕자가 기뻐할 모습이 선하군.”
“너희가 갱도에서 잘 버텼기에 이런 날도 오는 거라고.”
라스칼이 살짝 감동 어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타일러여! 그대는 왜 우리 드워프를 도와주는가?”
생뚱맞은 질문에 잠시 생각했다.
“글쎄.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달까?”
“동질감? 드워프와 인간이?”
“겉모습 말고 처지가 비슷하다는 거야.”
“처지?”
라스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는 가지 않지만, 나와 드워프 형제들은 고맙게 생각한다.”
“고마울 필요 없다니까. 난 글러드 왕자와 의형제야. 그러니 너희들과도 형제지. 형제끼리는 서로 돕는 거야.”
라스칼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지금은 내가 많이 도와줄게.
빨리 기간트나 만들어줘.
마석 배터리도 만들어 주면 더 좋고.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크와 드워프뿐이었다.
“타일러여! 저자들은 이제 어찌 되는 건가?”
라스칼이 밧줄에 묶인 상태로 자는 살루스 포로들을 쳐다봤다.
“제국의 귀족과 기사를 죽였으니, 책임자나 장교들은 헬다임으로 끌려가 목이 잘릴 거고, 사람들은 카야킨에서 또 다른 전진 기지로 배치되겠지.”
라스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오크들이 살루스 전진 기지로 이주하는 건가?”
“내가 말했잖아. 이제 그곳은 내가 장악했다고. 오크들은 이제 그곳에서 살 거야. 그곳이 집이고.”
라스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드워프 형제들과 이야기를 했다.”
“······?”
“우린 살루스 전진 기지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글러드 왕자가 장벽 너머에서 기다린다니까.”
“나도 안다. 하지만 우리가 전부 장벽을 넘어간다면, 타일러도 왕자도 곤란할 것이다.”
“뭐?”
라스칼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내가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우리도 그동안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살루스 놈들이 왕자님과 대장장이들을 끌고 간 것은 괴수의 부산물을 가공하는 기술을 봤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들에게 드워프의 대장장이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잘은 몰라도 타일러 그대도 드워프의 기술이 필요하겠지.”
너무 정곡을 찔렀다.
난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드워프의 기술이 필요해. 그래서 너희를 돕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너희를 도울 거야. 글러드와도 그렇게 약속했고.”
“타일러여! 그대의 마음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대의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다. 드워프라고 모두 다 같은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대장장이의 재능을 가진 드워프는 너와 함께 장벽 넘어 왕자님께 갈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전사나, 건축가, 상인, 광부들은 굳이 장벽을 넘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괜찮다니까. 대장장이들이 날 돕는다면, 다른 드워프들은 편히 살아도 돼. 지금 글러드 왕자가 너희들의 거주 구역도 짓고 있어.”
라스칼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드워프는 변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망했다. 그리고 이제 이곳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오크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용병 일을 하고 괴수와 싸운다고 들었다. 우리가 비록 오크처럼 강하진 않지만, 뛰어난 건축 기술이 있고, 뛰어난 광부들과 셈에 밝은 상인들이 있다. 그러니 장벽 넘어보다 이곳 살루스 기지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난 그저 왕자에게 이들을 데려다주고, 기간트를 만들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워프는 지금 생존과 그들의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살루스 기지는 우리에게 악몽과도 같은 곳이지만, 그곳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광부들은 전보다 더 효율적이고 열심히 일해 마석을 캐서 금화를 벌 것이고, 그 금화로 성벽과 성문은 더 튼튼하고 높게 짓고, 거주 구역은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꾸밀 것이다. 타일러여! 드워프의 능력을 믿어봐라!”
라스칼의 진심이 느껴졌기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어쩌면 드워프들의 진정한 리더는 글러드 왕자가 아니라 라스칼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린 순 없군. 나도 솔직하게 말하지. 너희가 살루스 기지로 간다면 사실 나는 대환영이다. 난 그곳에 이계 난민들이 기거하고 평화롭게 살 기지를 만들 것이고, 너희가 도와준다면 그 일이 훨씬 빠르고 수월하겠지.”
라스칼이 피식 웃었다.
“그거 보게. 우린 이곳에서 할 일이 많다니까.”
“그리고 내가 한 가진 약속하지. 드워프가 날 도와준다면, 나도 드워프를 돕겠다.”
“좋다! 타일러여! 그게 정당한 거래고,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이다.”
라스칼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복이구나.
처음으로 제대로 된 거래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말해.”
“혹여 대수림에 또 다른 드워프 부족에 대한 소식이 들어오면 내게 알려주게.”
“다른 부족?”
라스칼은 깊은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찡그렸다.
아마도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우리 세상에 괴수가 출몰했고, 우린 끝까지 싸웠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괴수의 숫자는 너무 많고, 우린 버티고 버티다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자와 아이, 노인들은 배를 타고 섬으로 도망쳤다. 우리 토그족과 여러 부족의 성인 드워프들은 그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끝까지 괴수를 막다가 차원 균열로 몸을 피한 것이다. 그러니 다른 부족의 드워프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어차피 전진 기지에 드워프 언어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소식이 들어오면 내게 먼저 알려올 거야. 그땐 바로 알려주지.”
“고맙다 타일러여!”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다른 드워프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우린 생존한 드워프들을 모아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 차원에 갇혀 있는 드워프를 구하러 가야 한다.”
“그 섬으로 도망쳤다는 드워프들?”
“그렇다. 그 이후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린 가족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했다.”
라스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도 가족을 저쪽 차원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순간 내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나도 한땐 가족이 있었지······.
***
[카야킨 전진 기지]당연히 떠들썩한 환영 행사는 없었다.
우리의 임무는 기밀이었고, 살루스 포로들 때문에 전진 기지가 발칵 뒤집혔으니까.
“충! 타일러 빈스 중위,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허허!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가?”
커널 대령은 날 보자마자 다그쳤다.
“남은 거신 갑옷은 잘 가지고 왔나? 그리고 살루스 기지의 만행을 자네가 알아냈다며? 그런데 저 살루스 포로들은 다 뭔가? 왜 케니스 사냥팀과 카멜 사냥팀과 같이 온 거야? 어서 말해보게.”
쿵!
난 두툼한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가?”
“보고서입니다. 오면서 틈틈이 작성했습니다. 그걸 읽어 보시면 내막을 다 아실 겁니다.”
“응?”
“전 피곤해서 좀 쉬겠습니다. 충!”
경례하고 바로 사령관실을 나섰다.
문을 닫을 때 슬쩍 커널 사령관의 어이없는 표정이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지금 시간이 없다.
곧 헬다임 전진 기지로 출발할 테니, 그 전에 오크들과 드워프들을 살루스 전진 기지로 보낼 준비를 끝내야 했다.
[보물섬]기간트의 무덤 같은 곳에 왔다.
200년이나 된 기간트 쓰레기장이라 여전히 음침했다.
“앗! 나한테 용돈 준 착한 아저씨다!”
입구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앨리슨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왜 혼자 있어?”
“혼자 아닌데! 오크들이랑 숨바꼭질하고 있어.”
“아! 그래.”
난 주머니에서 알사탕 한 봉지를 꺼냈다.
“자! 선물이야.”
“오오!”
앨리슨은 사탕을 받자마자 하나를 바로 입에 넣었다.
아무리 대수림을 건너왔다지만, 사탕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내 한 달 급여를 다 쓸 정도였다.
‘천재는 이런 애가 진짜 천재지.’
난 거신에게 마나를 눈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지만, 앨리슨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손으로 끊어진 마법진까지 연결한 진짜 천재였다.
난 앨리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아버지에게 가자.”
“응.”
앨리슨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11살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손이 작다.
“쿠오크! 타일러여, 왔는가!”
쿠훌린과 오크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케네스 영감은 작업장에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그래 오크 무기는 다 만들었데?”
“쿠오크! 아직 100개가 부족하다.”
“그래?”
하긴 혼자서 300명이 넘는 오크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래도 삼 분의 이는 완성했으니, 이 정도면 바로 살루스 기지로 출발해도 될 것 같았다.
“쿠오크! 내 것은 이미 만들어졌다!”
쿠훌린은 창날이 생선 가시를 연상하는 괴이한 모양의 창을 들며 좋아했다.
상태창으로 살펴보니, 그래도 별 하나짜리 아이템이었다.
단순히 구형 기간트의 기체를 뜯어 만든 것 치고는 꽤 좋은 것이었다. 등급도 표시되고.
“쿠훌린! 하급 괴수들에겐 통할지 몰라도 큰 괴수한테는 안 되니까 조심해!”
“쿠오크! 타일러여! 우리도 알고 있다. 괴수는 강하다!”
특히 기간트엔 덤비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오크의 힘이 아무리 좋아도 기체에 박히지도 않을 테니까.
앨리슨은 옆에서 오크들과 장난까지 치며 스스럼없이 잘 놀고 있었다.
어른들은 오크가 무섭다며 가까이 가지도 않는데······.
‘타냐 블랙은 아직인가?’
그녀와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크가 새로운 무기를 가졌다고 해도 대수림을 건너 살루스 기지로 가는 길은 매우 위험했다.
그래서 기간트가 있는 트라스의 개 용병대를 다시 고용하기로 했다.
난 기간트 팔로 된 의자에 앉았다.
품에서 종이 두 장을 꺼냈다.
비브르 룩급 오리지널 기간트에 2번 더 탈 기회가 있었기에 붉은 마법진을 몰래 그려왔다.
‘마법진이라면 무슨 규칙이나 법칙이 있을 텐데······.’
그냥 통째로 외우자.
“나 그거 봤는데!”
언제 의자에 올라왔는지 앨리슨이 옆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뭘 봤다고?”
“일곱 번째 산에 팔 잘린 기간트에 그 그림 있는데!”
“그, 그러니까 이 그림이 그려진 기간트가 일곱 번째 쓰레기 더미에 있다는 말이지?”
“응!”
앨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쓰레기장에 오리지널 기간트가 있다는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