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05
105
이걸 잊은 거였나?
수박차트 어워즈를 마친 아위는 쉴 새도 없이 다음 연말 무대를 준비했다.
-압구정 2주년 축하 카페에 애들 왔다ㅠㅠㅜㅠㅜㅠㅜ
-삼성역 광고 보러온 아위
-야 광고투어 비하인드 떴다 ㅁㅊ 인형탈 왜 있었나했네
-강남 광고 앞에 펭귄 인형탈 팬인줄 알았는데 애들이었잖아ㅠㅠㅠㅠ
틈틈이 팬들이 준비해 준 이벤트를 돌아본 아위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충만하게 가질 수 있었다.
* * *
방송사 연말 가요대전의 첫 시작은 고척돔이었다.
“아, 뭔가 데자뷰가.”
“저번 주도 여기였지?”
수박차트 뮤직어워즈도 고척돔이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수박차트는 공연 전날에 리허설을 했다면, 방송사는 당일 새벽 리허설이었다.
“으… 추워.”
“리허설이라 난방 안 틀었나 봐.”
이젠 익숙해진 아위가 하품을 하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광고주에게 받은 롱패딩을 여민 조태웅이 바닥을 발로 쓸었다.
“오늘 바닥은 괜찮네.”
“그래서, 그 애는 어떻게 됐어?”
“걔? 그냥 고맙다고 하고 쪽팔려서 우리 보면 피하지. 다리 다쳤던데? 깁스했더라.”
“진짜? 어쩐지… 직캠 보니까 제대로 넘어지더라.”
임노을은 자신이 팬질하던 가수들 앞에서 통곡했던 게 엄청 부끄러웠는지, 아위 멤버들을 마주치면 피하기 바빴다.
자기 우상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무대를 망치고 위로까지 받았으니, 흑역사를 진하게 남긴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우리 연습실 앞에 바나나 우유 누가 놨어?”
조태웅이 고개를 기우뚱하며 말했다. 김주영과 김 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아냐.”
“나도.”
다른 멤버들의 대답을 듣던 이안이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걔네 그럼, 임노을.”
“그때 울었던 걔?”
“어, 우리였으면 옛다 처먹어라 하고 눈앞에서 던지지 수줍게 문 앞에 안 두잖아.”
“아, 글타. 맞네.”
조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괜찮았냐며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리를 피해서 도통 마주치질 못했다.
“그래도 의리는 아는 놈이군.”
“슬슬 모이실 게요!”
멤버들이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동선을 확인했다. 본 무대에서 1절을, 돌출 무대에서 2절을 부른다.
“그럼 여기서 저기로 가는 동안은 안무 안 해도 되겠네요?”
“그렇지, 걸어가기만 하면 되니까. 오, 개꿀인데? 서담이 천재다.”
박서담의 말에 조태웅이 휘바람을 불었다.
아위가 돌출 무대에서 무대를 마치는 동안, 본 무대에는 다른 가수의 무대를 준비한다.
“다 숙지하셨죠?”
“네.”
스태프가 크게 외쳤다.
“아위, 리허설 갈게요!”
아위 멤버들이 무대 중앙으로 모였다.
방송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리허설을 마치고 일렬로 서서 스태프들에게 인사한 아위는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
“이안이는 대기.”
“잘하고 와!”
이번 가요대전은 각 그룹의 메인 보컬을 모아다가 그해의 히트곡을 부르는 무대가 있었다.
대기 끝에 각 그룹의 메인 보컬들이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남돌 여돌 구분 없이 무대 위로 올라선 가수들이 어색하게 인사했다.
어느 그룹의 누구인지는 천 이름표가 상체에 묶여 있어서 다 파악할 수 있었다.
출연진들이 다 올라온 것을 확인한 스태프들이 그들의 동선을 정리했다.
“이안 씨는 무대 밑에 대기하고 있다가 저 리프트 타고 올라올 예정이거든요. 지금은 리프트 안 타고 그냥 위에 서 있으시면 돼요.”
“넵.”
“그리고 민하 씨는 이안 씨 옆 리프트로 가시고요. 저기.”
그룹, 미라클의 이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선 다들 파악하셨죠? 일단 한번 갈게요.”
가수들이 자기의 자리를 찾아갔다. 이안도 기지개를 쭉 켜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때였다. 진이 갑자기 삑삑 소리를 내며 이안의 앞으로 왔다.
[아! 내가 뭘 잊었나 했더니!]‘뭐야?’
[여기, 리허설에서 사고 난다.]‘뭐? 야 그걸 왜 지금 말해? 누가 사고를 당하는데? 지금이야?’
[어… 아마도!]이안이 고개를 들어 사방을 살펴보았다.
‘어디지?’
[저기! 저기 리프트 안 올라와 있어!]진의 렌즈 방향을 따라가 보니, 이안의 옆 리프트 자리에 배정받은 미라클의 이민하가 피곤한지 눈을 꿈뻑꿈뻑 깜빡이며 느릿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가 서 있어야 할 무대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슨 보호색이냐?!’
무대 바닥이 무광에 빛을 별로 안 받는 검은색 바닥이라서 구멍이 있는지 없는지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가수들이 헷갈리지 않게 표시 테이프 같은 것을 붙여 놓았을 텐데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잡을 수 있을까?’
위험하다 소리치기에는 이민하와 구멍의 거리가 너무 짧았다. 이안이 긴 다리를 뻗으며 달렸다.
“조심…!”
간신히 그의 곁에 당도한 이안이 그의 팔뚝을 확 잡아채 뒤로 넘겼다. 마침, 구멍을 향해 한 발 디디려던 이민하가 몸을 휘청거렸을 때였다.
“괜찮으세요?”
“어… 어어… 와씨….”
이민하가 놀라서 세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앞의 구멍을 바라봤다. 바닥까지 깊이가 상당했다.
“리프트 안 올라온 거 맞죠?”
“네, 위험하다고 부르려고 했는데 그러면 늦을 거 같아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이민하는 정신 차리자마자 이안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와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여기! 잠시만요!”
이안이 스태프에게 외쳤다. 소란을 듣고 스태프들이 뛰어왔다.
“여기 리프트 안 올라와 있는데요.”
“아니 이게 왜 안 올라와 있지…?”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소란스러움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이안과 이민하 쪽으로 향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리프트 안 올라와 있었나 봐.”
“헐.”
대기하고 있던 가수들이 자신의 구역은 괜찮나 바닥을 살폈다.
상황을 지켜보던 미라클의 매니저가 후다닥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요?”
“형! 나 여기 떨어질 뻔했어!”
미라클의 매니저가 깊이를 가늠해 봤다. 무대 밑에도 사람이 지나갈 예정이라 무대 높이가 상당히 높았는데, 방심했으면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무대 관리 이딴 식으로 할 거예요?”
미라클의 매니저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태프들이 쭈뼛거리며 사과하기 바빴다.
‘왜 이렇게 쩔쩔매?’
[이민하가 있는 집 자식이거든. 이 바닥에서는 유명해. 쟤네 집안이 아마 방송국 지분도 갖고 있을걸?]‘아… 역시.’
다른 그룹, 심지어 대형 소속사 아이돌이었어도 ‘미안합니다. 그래도 안 다쳤으니 됐죠?’ 하고 어물쩍 넘기려고 했을 것이다.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미리 올려놓으라고 했잖아!”
뒤늦게 현장 근처에 도착한 피디가 소리를 질렀다. 현장 총책임자가 다른 스태프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을 뒤에서 관망하고 있던 이안이 팔짱을 꼈다.
[꼬리 자르기 오지고.]‘그러게.’
[근데 너 쟤는 왜 구해 줬냐? 쟤가 있는 집 자식이라는 것도 몰랐고… 너만 안 당하면 되는 일 아냐?]‘내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이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냥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눈앞에서 사고가 나는 건 싫었다. 그것 때문에 리허설이 지연되는 것도 싫었고.
‘막을 수 있으면 막는 게 좋지 않겠냐? 근데, 과거에 이 사고에서 많이 다쳤었어?’
[잘못 떨어져서 부상이 꽤 컸을걸?]그 뒤로 진은 말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셔터를 찰칵댔다. 스태프들과 피디의 사과도 받았고, 상황이 정리된 이민하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이안 씨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니에요, 다치지 않았으면 됐죠.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네, 와 진짜. 떨어지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가네…. 뭐, 필요한 건 없어요? 보답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아요. 보답받자고 한 일이 아니라.”
미라클의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대형 사고을 막아 준 이안에게 고맙다며 인사하는 사이, 이민하가 꽤 감동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뭐지, 이 시선….’
마치 임노을이 이안을 바라볼 때와 같은 시선이었다. 이안은 예의상 웃는 것으로 당황한 표정을 감췄다.
[이걸 잊은 거였나?]멀리서 공연장을 바라보던 진은 의문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뭔가 더 떠올릴 것이 많아야 할 느낌이었다. 여태껏 잊은 기억이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
[젠장….]이것도 형체가 줄어든 것에 대한 부작용일까?
* * *
“다음에 꼭 연락 줘. 밥이라도 살게.”
“그래.”
“아니다, 내가 먼저 해야겠다. 이따 봐.”
알고 보니 동갑인 이민하와 번호 교환까지 마친 이안은 대기실로 들어왔다. 다음 전체 가수 무대 리허설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던 터라 멤버들은 다 자고 있었다.
“꽤 늦게 끝났다? 무슨 일 있었어?”
“네 형. 리허설 하다가 사고 날 뻔했어요.”
“진짜? 어디 안 다쳤어?! 무슨 일인데?”
앉아서 핸드폰만 보던 박동수가 벌떡 일어났다. 이안에게 리허설 때의 사건을 듣던 박동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구해 준 건 잘하긴 했는데 니 몸부터 챙겨야 해. 너도 위험할 뻔한 거 알지?”
“네.”
“바로 대답하지 말고. 같이 떨어졌을 수도 있었잖아.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다. 무대가 그렇게 허술했다니…. 일단 쉬어.”
“나중에 깨워 주세요….”
이안이 꾸물꾸물 남은 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 와중에도 박동수는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저 형은 지치지도 않나.’
아위를 픽업하고, 스케줄을 같이 다니면서 어쩌면 아위보다 더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박동수가 졸았던 모습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 * *
자고 일어나 팬들의 서포트 음식을 먹고, 다시 리허설을 했다. 긴 대기 시간 끝에 드디어 본 방송이 시작됐다.
이안은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 무대 밑, 리프트가 올라갈 자리에 섰다.
“뭐야, 너도 고양이 키워?”
“어, 너도?”
대기하는 동안 심심해서 옆 리프트 이민하와 수다를 떨던 이안은 갑자기 바닥이 진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
[뭐야, 왜 올라가?]이안을 태운 리프트가 서서히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안이 얼떨떨하게 이민하를 바라보았다.
“뭐야? 우리 순서 지금 아니지 않아?”
“아닌데?”
이민하도 놀란 표정으로 올라가는 이안을 멍하니 쳐다봤다.
‘지금 올라갈 타이밍이 아닌데?!’
돌출 무대 쪽에서는 다른 그룹의 무대가 한창이었다. 메인 보컬 무대는 아직 몇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는데 스태프 중 누군가가 성급히 눌렀거나, 오작동이었다.
‘아… 망했다.’
결국 무대 위까지 올라가 버린 이안이 덩그러니 본 무대에 혼자 서 있었다. 그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렸다.
‘다시 내려가!’
그는 바닥에 푹 쭈그려 앉아서 무대 바닥을 주먹으로 쾅쾅 쳤다. 분명 직캠이 찍히고 있을 터, 나중에 짤로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미리 쪽부터 팔렸다.
‘젠장….’
이안의 간절한 주먹질을 들었을까? 리프트가 진동을 내뿜으며 다시 내려갔다.
무대 밑으로 다시 내려가 보니, 이민하가 입을 꾹 다물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이안은 한숨 쉬며 말했다.
“…그냥 웃어.”
그 허락을 시작으로 이민하가 박장대소했다.
‘야, 진. 과거에 이런 사고가 또 있었냐?’
[이런 사고는 없었는데… 뭐지?]‘혹시….’
내가 이민하를 구해 줘서 그로 인한 나비효과가 발생한 건가?